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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326화 (326/649)

326화. 갑작스러운 소식

윤복 총포사 2층으로 돌아온 장목화는 무선 통신기부터 켰다. 게네바나 회사로부터 올 수도 있는 연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8시가 막 지났을 무렵, 전보 한 통이 도착했다.

전보를 해석한 장목화는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팀원들을 쳐다보았다.

“게네바나 회사한테서 온 게 아니야.”

순간 용여홍은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럼 누구죠?”

게네바와 회사를 제외하고, 누가 구조팀에게 전보를 보낸단 말인가?

이내 장목화가 종이를 쥐고 빙그레 웃었다.

“리만. 연합 공업의 무기 상인.”

“라르스의 애인이요?”

용여홍이 바로 답을 이었다. 그에겐 리만보다 디마르코에게 육신을 점거당했던 라르스가 더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이내 장목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이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이 교활한 상인이 아닌 건 아니야. AC-45 군용 외골격 장치랑 T1형 다기능 기계 팔을 한 대씩 얻었다고, 우리더러 필요한지 묻네.”

“필요하죠!”

성건우가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답했다. 왼손까지 번쩍 쳐들면서.

그와 달리 용여홍은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떠올랐다.

“군용 외골격 장치를 더 얻어봤자 차에 실을 데가 없을 텐데요?”

현재 가진 군용 외골격 장치 두 대를 지프차 트렁크에 넣기 위해 네 사람은 이미 일부 식량을 뒷좌석으로 옮겨놓았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열심히 또 먹었으니 지프차 뒷좌석의 공간도 점점 늘어났다. 이젠 게네바가 끼어 탈 공간도 얼추 남아있었다.

“때가 되면 차를 한 대 더 마련해야겠지. 어느 쪽의 희소성이 더 높을까? 차? 아니면 군용 외골격 장치?”

장목화가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긴 그렇네요.”

용여홍도 그제야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 백새벽이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정 안 되겠으면 게네바한테 외골격 장치를 안고 타라고 해야죠.”

지능 로봇은 원래 어떠한 피로도,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

장목화는 피식 웃으며 백새벽을 바라보았다.

“난 네가 로봇을 엄청 아끼는 줄 알았어.”

그녀는 백새벽이 전에 한 로봇과 굳게 의지하며 살아갔었다는 이야기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각자 다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니까요.”

백새벽이 간단히 대꾸했다.

장목화는 더 이상의 말을 늘어놓는 대신, 초고를 작성한 뒤 바로 전신 부로호 바꿔 리만에게 전보를 보냈다.

타닥- 타닥-

전보를 다 보낸 뒤엔 장목화가 다시 팀원들에게로 고개를 틀었다.

“그 두 가지 다 들고 퍼스트 시티로 오라고, 거기서 거래하겠다고 했어. 안 된다고 말하면 4, 5개월 후에 레드스톤 마켓으로 오라고 하려고. 그때쯤엔 우리도 이번에 맡은 주요 임무를 다 해결했겠지?”

구조팀도 이미 군용 외골격 장치를 두 대나 가지고 있기에, 리만과의 거래는 전혀 급하지 않았다.

곧 리만이 답을 보내왔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좋아, 2주 후에 다시 연락할게.」

해석을 마친 장목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리만은 퍼스트 시티에도 연줄이 있는 모양이네.”

“퍼스트 시티 남쪽에 연합 공업이 자리해 있으니까요.”

백새벽이 냉정하게 답했다.

용여홍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저도 모르게 구조팀의 완전체를 상상해보았다.

군용 외골격 장치 세 대, 전기 뱀장어 형 생체 공학 의수 하나, T1형 다기능 기계 팔 하나, 최대 30미터 반경은 무리 없이 감지하는 각성자 한 명, 머신헤븐 산 지능 로봇 한 명, 기이한 능력이 있는 야명주까지…….

이 모든 걸 더하면 그 위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반고 바이오 행동 대대 대부분도 이렇게 많은 무기와 장치를 갖추진 못했다.

물론 대형 세력 간 전면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게 강하다 할 순 없겠지만, 특수팀으로서는 그 어떤 어려운 임무도 척척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창 상상하던 용여홍이 문득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근데 뭐랑 교환하죠?”

리만이 제공하는 건 물건의 유통로일 뿐, 물건 자체가 아니었다.

“우린 라르스를 잘 묻어줬잖아.”

성건우는 그것이 리만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장목화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았잖아? 일단 조 씨 가문 임무를 해결하고 그 보수로 거금을 받자. 중간에 다른 곳에서 모을 수도 있을 거고. 정 안 되겠으면 회사에 알려서, 퍼스트 시티에 있는 정보원을 통해 물자를 제공해달라고 하는 거야. 회사가 그 장비들을 거부할 리는 없을걸?”

그렇게 되면 리만에게 구입한 군용 외골격 장치와 기계 팔은 구조팀 소유는 아니게 되겠지만, 적어도 공헌점수를 쌓을 수는 있었다.

영 헛수고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빙그레 웃는 장목화를 보고, 용여홍은 새삼 또 깨닫게 되었다.

‘절대 팀장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한동안 더 기다려보았지만 새로 도착한 전보는 없었다.

이를 확인하고, 장목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이 틈을 이용해 좀 씻자.”

“제가 물 끓일게요.”

백새벽이 문 쪽으로 향했다.

끓인 물이 제공되는 시간이 이미 지나서, 지금은 스스로 물을 퍼서 전기로 끓여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봄이라 물의 양이 충분하다는 게 다행이었다. 위드 시티에서 공급하는 전기량도 그렇게 박하진 않았다. 단전은 밤 10시나 돼서야 이뤄졌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목화는 창밖을 보는 성건우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해?”

“형제 허양원을 만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성건우의 답변에, 장목화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조기정이 저녁에 중앙 광장으로 직접 행차까지 했는데, 허양원이 우리가 돌아온 걸 모르겠어? 허양원이 정말 너랑 형제의 정을 마저 나누고 싶다면 내일 사람을 보내올 거야. 안 그러고 싶으면 모르는 척하는 거고.”

성건우의 추리 광대 효과는 새해가 될 무렵에야 완전히 제거됐었다.

이내 성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 친형제나 다름없는 플린은 이번에도 안 보이네요.”

봄이 되면 무근자들은 목적지가 없는 여정에 올랐다. 차바퀴의 흔적만이 이들이 일찍이 왔다 갔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 사이, 백새벽은 물을 다 끓이고 적절한 온도로 맞췄다.

그리고 그녀는 물을 끓인 공로로 제일 먼저 씻을 기회를 얻었다.

* * *

장목화, 성건우, 용여홍은 대화 장소를 욕실 밖으로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새벽이 나왔고, 이번엔 장목화가 씻으러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욕실 근처 방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대략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170센티미터도 안 되는 키에 비쩍 마른 데다 피부는 가무잡잡했다. 또 입고 있는 긴 팔 티셔츠엔 기운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있었고, 짙은 파란색 캔버스 바지 곳곳에도 기운 흔적이 보였다.

그는 세 사람을 쓱 훑어보다가 욕실을 가리키며 물었다.

“누가 씻고 있나?”

“줄 서야 해.”

성건우가 자신과 용여홍을 가리키며 답했다.

“휴, 사람이 몰릴 때가 아니라 안 기다려도 될 줄 알았더니. 새로 온 투숙객이야? 전에는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한숨을 내쉬던 남자는 마치 잘 아는 사람을 대하듯 질문을 이어갔다.

장목화의 저지가 없는 이때, 성건우는 거칠 것 없이 답변했다.

용여홍과 백새벽이 어찌할 새도 없었다.

“내가 부르기만 하면 스무 명 정도 되는 이웃 주민들이 동시에 튀어나와서 이야기 나누려고 할 걸?”

‘그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운 정이 있으니까.’

용여홍이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그러자 남자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난 며칠 전에야 왔거든. 그때 너희들은 마침 외출해 있었나 보네.”

그때, 백새벽이 물었다.

“검은 늪 황야의 유적 사냥꾼이야?”

상대의 애쉬랜드어 억양에 기반한 추론이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위드 시티를 지나던 차에 잠시 쉬려고 들렀지. 아, 이름이 어떻게 돼? 너희들도 유적 사냥꾼이지?”

“장우병.”

성건우가 진지하게 자신의 가명을 소개했다.

“전하얀.”

“고지용.”

백새벽과 용여홍도 각자의 가명을 댔다.

이내 남자도 활짝 웃으며 본인을 가리켰다.

“양범구, 베테랑 사냥꾼이야.”

백새벽, 성건우, 용여홍 역시 자신의 레벨을 알렸다.

한 명은 중급 사냥꾼, 둘은 정식 사냥꾼이었다.

그렇다고 양범구는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세 사람을 전혀 얕잡아 보지 않았다. 계속 그랬던 것처럼 한담을 이어갈 뿐이었다.

“최근에 상당한 신용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큰 임무가 하나 떴던데?”

“뭐?”

성건우가 강한 호기심을 표했다.

양범구는 보았던 임무 내용 그대로 설명해주었다.

“레드리버 북안의 산기슭에 전설적인 흰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대. 그 늑대랑 마주친 인간은 전부 그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그 매력에 굴복해버린대. 그렇게 늑대를 따라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

성건우는 매우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반면, 용여홍과 백새벽은 동시에 특정 사건과 특정인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내 양범구가 소리 내 웃었다.

“임무 설명엔 그렇게 나와 있는데,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는 나도 잘 몰라. 길드를 믿을 뿐이지. 난 여기 며칠 더 묵었다가 퍼스트 시티로 가서 거길 통해 산에 들어가 볼 생각이야. 솔직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 그 늑대가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런 일까지 벌어진 거지?”

이때, 장목화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누구?”

그녀가 양범구를 훑어보며 물었다.

순간 양범구의 얼굴에 진지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 방에 묵고 있는 베테랑 사냥꾼, 양범구야.”

“무슨 얘기 중이었어?”

장목화는 웃음을 머금고 대수롭지 않은 척 질문했다.

이에 백새벽은 조금 전 나눴던 대화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장목화가 변함없는 미소를 유지하며 성건우, 용여홍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 씻을래?”

“저요!”

성건우가 곧장 앞으로 나섰다.

장목화는 남은 두 사람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

“그럼 우리는 일단 방에 가 있자.”

곧이어 복도 끝으로 향하는 세 사람을 지켜보며, 양범구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유전자 최적화를 했나?”

* * *

방으로 돌아온 장목화는 문을 꼭 닫고 용여홍, 백새벽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누가 생각나지 않아?”

용여홍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차으뜸이요. 그 늑대의 특징이랑 차으뜸의 특징, 엄청나게 비슷해요.”

차으뜸, 그 이름이 구조팀에게 시사하는 바는 꽤 많았다.

군용 외골격 장치의 위력과 약하고 무기력했던 지난날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그는 네 사람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대적 불가한 존재였다. 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행운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삐끗했다면, 구조팀은 이미 저승길 동료가 됐을지도 몰랐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용여홍이 지금 차으뜸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를 부득부득 가는 것도 그만큼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늑대, 어쩌면 자기 매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 근데 그게 각성의 대가인지, 변이로 인해 얻게 된 능력인지는 알 수가 없지.”

“전의 가위 말과 유령 고양이처럼요.”

백새벽이 말을 받았다.

그녀 역시 지난날 수종이의 애완동물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다시 장목화가 말했다.

“됐어, 우린 다른 사람들이랑 모여서 떠들썩거릴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어. 길드에 가서 정보나 팔자. 우리가 판 정보가 그 임무를 맡은 사냥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길드에 정보를 팔면, 기계 팔과 외골격 장치를 교환할 물자를 모으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용여홍 역시 길드에 정보를 파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장목화가 웃으며 답했다.

“사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를 다 내놓는다면 기계 팔과 외골격 장치 정도야 쉽게 얻을 거야. 물론 그러면 회사에선 우릴 가만두지 않으려 하겠지만.”

농담을 하는 사이, 성건우가 돌아오자 이젠 용여홍이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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