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17화 (317/649)

317화. 승급과 임금 인상

용여홍이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동안, 성건우는 23호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뒤 한 손으론 문고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전자 카드를 꺼내 문틈 새에 끼워 넣고 가볍게 자물쇠를 땄다.

그렇게 왼손으로 문고리를 살짝 돌리려던 순간, 성건우가 그대로 멈췄다.

방문 옆에 난 창문은 여전히 커튼으로 빈틈없이 가려진 상태였다.

정말 조각상처럼 굳어버린 성건우를 보고, 용여홍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래?”

마침내 성건우는 손을 내리고 방문이 닫히도록 두었다.

어쩐지 손전등 불빛도 그를 불안정하게 비추고 있었다.

“왜 그래?”

용여홍이 또 한 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건우도 그제야 용여홍을 돌아보았다.

“문을 연 순간, 내 의식이 몸을 벗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방 안에 회오리가 있는 것 같아.”

용여홍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23호를 한 번 훑어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아?”

성건우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웃었다.

“디마르코 선생 덕분이지.”

‘그 청록색 야명주 때문에 감각이 민감해진 건가? 이젠 그와 비슷한 상황을 예리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거야?’

깨달음에 입을 살짝 벌렸던 용여홍이 다시 또 물었다.

“근데 낮에 왔었던 질서감독부 사람들은 멀쩡했잖아?”

성건우가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를 노리는 걸 수도 있지.”

화들짝 놀란 용여홍이 몸서리를 쳤다.

이내 성건우는 손전등을 위쪽으로 돌려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아니면 소등 시간 이후에만 이상을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질서감독부 사람들도 이미 문제가 생긴 건지 몰라. 아직 발현되지 않았을 뿐⋯⋯.”

점점 공허하고 느릿하게 목소리를 까는 성건우를 참지 못하고, 용여홍이 찬 숨을 들이마셨다.

“히익⋯⋯! 그럼 이제 어쩌지?”

“돌아가서 자야지!”

성건우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곧장 B 구역으로 향했다.

잠시 고민하던 용여홍도 그게 가장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미 23호 방에 대한 탐색 의지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몇 걸음 딛던 그때, 용여홍의 귓가에 성건우의 목소리가 닿았다.

“집에 도착하면 네가 문 열지 말고 부모님을 깨워.”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까 봐 걱정하는 건가?’

용여홍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시 입을 다문 성건우는 손전등을 쥔 채 여유롭게 걸어갔다.

머지않아 B 구역 196호로 돌아간 성건우는 황동색 열쇠를 꺼내, 열쇠 구멍에 꽂고 살짝 비틀었다. 그리고 문을 미는 순간까지, 성건우의 동작은 과할 정도로 느릿했다. 마치 혼자 원맨쇼라도 하는 것 같았다.

거의 2초간 그러고 있던 성건우는 다시 가볍게 문을 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다음 날 오전, 647층 14호.

장목화는 성건우에게 어젯밤 일을 듣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방,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대포로 날려버리는 건 어떨까요?”

성건우의 제안에, 장목화도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피식 웃었다.

“이 일은 신경 쓰지 말자. 상부에서 처리하게 두자고. 내가 그들한테 음, 어젯밤 너희가 그 앞을 우연히 지나다가 방에서 뭔가 기척을 느꼈다고 전할게. 그 방을 조사했던 질서감독부 직원들도 비밀리에 면밀히 감시하라고.”

“네, 알겠어요.”

용여홍도 이게 가장 좋은 해결법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팀은 디마르코가 남긴 기운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고, 일단 회사 고위층에 알렸으니 더 이상 자신 같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고 여겼다.

장목화는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관두고. 드디어 우리에 대한 심사가 끝났어. 보상도 다 분배됐고.”

보상 분배가 완료됐다는 말에 용여홍은 순간 눈을 반짝였다. 심지어 그 차분한 백새벽마저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장목화를 바라보았다.

장목화는 문서 하나를 클릭해 연 뒤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우리가 받은 보상은 이유를 기준으로 둘로 나뉘었어. 하나는 맡았던 임무를 대대적으로 완수해냈다는 거야. 우린 9대 연구원의 존재랑 퍼스트 시티 창시자 중 하나인 오레이의 비밀을 알아냈잖아? 그걸로 이제 진행될 조사 기반을 단단하게 다졌어.”

짝짝짝!

이 박수 소리를 누가 냈는지는 굳이 돌아볼 것도 없었다.

성건우는 손뼉을 치고, 장목화는 발표를 하고…….

이 순간 용여홍은 꼭 학교 조회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구조팀은 아직 반고 바이오 전 직원 대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었다. 그저 분회의장에서 연말 보고 공연만 보았을 뿐이었다.

장목화 역시 성건우가 당연히 손뼉을 칠 것이라 예상했으면서도 입술을 잠시 꾹 깨물었다가 다시 문서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배윤수 팀을 구하고, 회사와 위드 시티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거고.”

위드 시티에 일어난 난리를 안정시킨 것과 레드스톤 마켓에서 아류인 연합군의 침략을 막아낸 것, 타르난 주민들을 고등 무심자의 그늘에서 구하고, 경계 교파에 고용돼 지하 방주의 모든 인간을 구조한 건 회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임무 상 겪은 에피소드 한 토막에 불과했다.

네 사람도 이에 관한 보상을 신청할 순 없었다.

설명을 다 마치고, 장목화가 드디어 결과를 알렸다.

“그래서⋯⋯ 난 한 등급 더 승급해 D8이 됐어. 하하! 이제 대장급이 된 거야. 하지만 아직은 너희 셋만 관리할 수 있어. 음, 앞으로 갈수록 더 승급하긴 어려워지겠지. 나갈 때마다 쏠쏠한 수확을 거둬도 네다섯 번 안에 D9가 될 순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위에 자리한 M1급 관리층으로 승급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터였다.

그래도 이 안전부에서 D8급이라 함은 백 명 규모의 행동 대대 하나를 담당할 수 있는 위치였다.

짝짝짝!

역시 다시금 성건우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그는 무슨 말도 붙이려 했지만, 장목화가 바로 저지했다.

“그래도 계속 팀장이라고 불러줘. 그게 더 친근하게 느껴지니까.”

“큰 흰둥이나 모카는 안 되나요?”

“…….”

장목화는 말없이 왼손바닥을 쫙 펼쳐 보였다.

조용히 입을 다문 성건우를 두고, 용여홍이 기대감 어린 얼굴로 물었다.

“저희는요?”

장목화도 성건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음, 우리 작은 빨강이랑 건우는 한 번에 두 등급이나 올랐네? 이제 너희도 D5야. 우리 새벽이는 D4가 됐고. 근데 말했다시피 앞으로 이렇게 빨리 승급하긴 어려울 거야. 기껏해야 한 번에 한 등급씩 올라갈 거고, 때마다 승급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미 용여홍의 머릿속엔 D5라는 단어만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제 용여홍은 매달 받는 기본급이 1,000점 더 올라 3,800점에 달했다. 더불어 그는 직원과 이웃 주민 대부분을 능가하는 위치에 올랐다.

반고 바이오에서 D4는 하나의 문턱이었다. 일반 직원에서 베테랑 직원, 고급 직원으로 변하는 기점인 셈이었다. 평생 이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퇴직할 때나 돼서야 겨우 이러한 대우를 받게 되는 이도 부지기수였다.

안전부의 다른 작전팀이었다면 현재 용여홍, 성건우, 백새벽은 부팀장 직까지 맡을 수 있었다.

게다가 D4에겐 기본급뿐만 아니라 연말 수당도 주어졌다. 대략 한 달에 500점 정도인데, 구체적인 점수는 각자 직무에 따라 달라졌다.

안전부에서는 보통 외근을 나갈 때마다 별도의 수당이 주어지니, 연말 수당은 한 달에 500점으로 고정되는 편이었다. 이 또한 한 등급 높아질 때마다 200점씩 많아졌다.

간단히 말해, 현재 D8이 된 장목화를 기준으로 계산하자면 매달 기본급으로 공헌점수 5,300점을 받고, 연말에 총 15,600점(매달 1,300점)을 수당으로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그녀의 다른 직위 수당도 따로 붙었다.

마찬가지로 용여홍과 성건우는 매달 3,800점을 기본급으로 받고, 연말에는 한 번에 8,400점(매달 7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매달 기본급이 1,800점에 불과하고 연말 수당도 없었던, 막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이 정도라면 혼자서도 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안전부 외근직 승급이 빠르단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용여홍은 기쁨에 벅차오르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지는 아직 채 1년도 안 된 상태였다.

“보통 이렇게까지 빠르진 않아. 나도 2년을 일해서 D6급이 됐으니까.”

장목화는 약간 복잡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부귀는 위험 속에서 얻어진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모양이네요.”

성건우가 말했다.

정말 제니의 말처럼, 구조팀은 겨우 두 차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팀이라면 열 번, 스무 번 임무 수행 중에 겪었을 만 한 일과 마주했다.

그 말을 듣고, 용여홍이 우물거렸다.

“평범한 것보다는 낫지.”

앞으로 1, 2년만 더 있으면 그는 안정적으로 D6급에 이를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다른 직무로 전환하면 D7 팀장급이 되어 한 팀을 이끌 수 있었다. 이는 다른 직무 전환 시 한 등급 더 높아지는 안전부 직원의 특권이었다.

‘언젠가 495층 C 구역 질서 감독팀장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가족, 친척들 앞에서 체면도 확 살겠지?’

그때, 용여홍의 달콤한 상상을 가르고, 장목화가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한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 같은데. 우리가 가져온 휴대용 컴퓨터를 보상으로 환산하고, 거기에 각종 정보에 대한 보너스, 돌아오는 길에 먹은 식량에 대한 보조금, 이번 외근 수당까지 더하면 한 사람당 3만 점씩 돌아가.”

구조팀이 지난번 받은 공헌점수와는 비교가 안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차 두 대를 가득 채워왔을 뿐 아니라 그중 한 차는 장갑차이기까지 했었다.

그래도 한 사람당 3만 점을 받게 되었다는 건, 회사에서도 신형 휴대용 컴퓨터를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는 뜻이었다.

“좋네요.”

백새벽이 이해한다는 듯 답했다.

역시 고개를 끄덕이던 용여홍은 다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저희도 몇 대 받을 수 있나요?”

장목화가 웃었다.

“몇 대? 상부에선 우리한테 한 사람당 한 대씩 주겠대. 공헌점수로 환산해서 받아도 되고.”

“그거면 됐어요.”

용여홍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남이자 용씨 가문의 기둥으로서, 이미 떨어버린 허풍이 최대한 현실이 되도록 노력해야 했다.

이내 장목화가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건우 네 스피커에 저장돼 있던 노래 중 일부는 삭제됐어. 구세계 콘텐츠도 그렇고. 휴, 천연 교파 일 때문에 단속이 좀 심해진 것 같아.”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전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구시대 물건은 돌아올 때마다 새로 수확한 물건으로 분류돼 매번 내용을 검사받아야 했다.

하지만 성건우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었다.

“스피커에 저장된 음악을 삭제할 순 있어도, 제 기억을 삭제하진 못하잖아요. 제가 직접 불러서 녹음하면 돼요.”

‘전에 네 기억을 지운 각성자가 다시 찾아오면 어쩌려고?’

장목화가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심사가 끝난 물건은 휴대용 컴퓨터랑 같이 나올 거야. 내일이나 모레쯤엔 도착하겠지. 그 후론 정신 상태 평가가 있을 거고. 자, 여기 비밀 유지 목록도 있으니까, 보면서 말할 수 있는 거랑 하면 안 되는 거 잘 기억해둬.”

장목화가 팀원들에게 문서를 나눠주다가, 이번엔 백새벽을 쳐다보았다.

“새벽아, 현재 직원 등급과 공헌점수면 생체 공학 의수 이식도, 유전자 개조도 가능해. 근데 난 후자를 추천하진 않아. 지금 기술 수준으론 아직 너무 위험하거든. 생체 공학 의수를 선택한다면 내가 신청서 작성을 도와줄게. 선택은 자유니까 조금 더 시간을 가지면서 고민해보는 것도 좋아. D7, D8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더 좋고 강력한 의수를 이식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백새벽이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지하게 고민해볼게요.”

그 말에 장목화가 웃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물자 공급 시장에 가서 유전자 개량 약물을 받는 것도 잊지 말고. 이건 너한테 주어진 복지야. 이미 성인이라 그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수는 없을 거라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백새벽은 알겠다는 듯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오전, 구조팀원들은 비밀 유지 목록을 머릿속에 새겨넣으며, 전자 카드 데이터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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