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160화 (160/649)

160화. 합작 (2)

장목화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본론으로 끌어왔다.

“허 성주님, 방금 그 말씀은 제 추측이 맞았다는 뜻이죠?”

허양원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맞아. 약 두 달 전, 누군가 날 암살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근데 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한동안 그런 일이 수시로 있었던 터라 좀 익숙해져 있어서 바로 경비 병력을 늘리고, 정보 요원을 대량 파견했지. 최대한 빨리 그 배후자가 누군지 밝히고 사건이 발발하기 전에 근원을 제거하려고.”

이 대목에서 그는 우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냥꾼 길드를 통해 우딕을 직접 모셔오기도 했어. 추적기와 거짓말 탐지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우딕은 조사와 심문에 아주 뛰어난 능력자니까.

근데 누가 알았겠어? 우딕이 위드 시티에 도착한 다음 날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요원 유호중이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어 버릴 줄이야. 난 그자가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아낸 탓에 죽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장목화는 자신이 여태까지 파악한 상황을 밝혔다.

자신들이 배윤수 일행의 실종 원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그들이 아직 살아있기는 하나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고 있으며 이는 반 지성교의 신부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장목화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저희는 현재 신부를 만난 피해자를 찾아냈어요. 그 여성분이 곧 임무를 발표할 겁니다.”

“훌륭하네.”

허양원은 칭찬을 한 뒤 우딕에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그 목표를 찾아내길 바라네.”

진정한 배후자이든 아니든, 신부는 이 사건에서 절대 배제할 수 없는 중요 인물이었다.

“당장 정보를 파악하러 가겠습니다.”

우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장목화, 성건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피해자부터 만나야겠어.”

우딕은 이 말을 끝으로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

앞으로의 추적은 이제 자신들의 몫이 아니었다. 장목화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르며 대량의 유적 사냥꾼들이 신부를 추적해주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 *

사무실에서 멀어져 계단 입구에 이르렀을 무렵, 장목화가 그제야 살짝 낮춘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2층에 막 올라왔을 때 내가 했던 질문 알아들었어?”

눈빛으로 표현했던 질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당시 성건우는 매우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는 그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장목화 자신 역시 그런 간단한 눈짓만으로 상대 의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성건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알아들었어요.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절 보셨잖아요. 분명 뭔가를 감지했기 때문이었겠죠.

그리고 허양원이 있던 그 방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 지난번 1층에 앉아 있을 때 위층에 수많은 존재가 지나치는 걸 느꼈던 게 떠올랐어요. 그중 한 명은 인간의 의식과 로봇의 전기 신호를 동시에 갖고 있었죠.

만약 팀장님이 느낀 게 인간의 전기 신호뿐이었다면 절대 저를 보며 확인을 구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러니 답은 아주 간단하죠. 팀장님은 그들에게 인간의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던 거예요.”

몇 초간 멍한 표정을 드러내던 장목화가 입을 쩍 벌렸다.

“굉장히 복잡한 사고방식이지만, 맞아. 아주 정확해.”

이런 방면에 있어, 성건우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굉장히 똑똑한 편이었다. 그는 그저 모든 일을 지나치게 간단하게, 혹은 지나치게 복잡하게 처리할 뿐이었다. 그녀도 이런 점에선 성건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며, 장목화가 아래층을 한번 슥 훑곤 조용히 말했다.

“허양원 곁에 가운 입고 있던 사람, 분명 영생인일 거야.”

물론 그가 기계 승려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와 정법 선사가 아는 사이일지 궁금하네요.”

성건우의 반응에, 장목화가 피식 웃었다.

“넌 정말 정법을 잊지 못하는구나.”

성건우는 진지하게 답했다.

“정법 선사는 차으뜸을 쫓고 있었어요. 차으뜸은 저희 외골격 장치도 가져가고, 군용 통조림, 압축 비스킷, 에너지바까지 다 먹어치웠고요.”

“이해해.”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두 사람은 다시 홀로 돌아갔다.

그때, 옆문으로 금색 머리칼에 파란 눈의 여자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 곁에는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 네 명도 함께였다. 바로 크리스티나 부회장이었다.

마침 그녀도 성건우를 발견하고 눈을 빛내며 빠르게 다가왔다.

“난 오늘 3층 308호에 있을 거야. 언제든 편할 때 찾아와.”

싱긋 미소 짓던 그녀가 장목화를 힐긋 보고, 얼굴을 천천히 훑어내렸다.

크리스티나는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성건우에게 물었다.

“동료?”

그녀는 성건우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다시 알아서 장목화를 돌아봤다.

“그쪽도 같이 와도 되고.”

“네.”

장목화는 건성으로 답했다.

뒤이어 그녀가 곁을 스쳐 가던 순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장목화는 옆으로 한발 비키며 자신의 엉덩이로 뻗어온 크리스티나의 은밀한 손길을 피했다.

장목화는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경호원들이 완전히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야 조용히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취향이 상당히 광범위하네.”

잠시 고민하던 성건우가 답했다.

“그냥 카드 게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건지도 모르죠.”

“주위에 있는 경호원들은 뭘로 보이냐?”

장목화가 웃으며 타박하자 성건우는 언제나처럼 엄숙하게 대꾸했다.

“경호원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홀 가장자리로 다가간 그들은 의자에 앉아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렌치코트 차림에 병에 걸린 듯 초췌해 보이는 남자를 찾는 임무가 업데이트되었다. 함께 나타난 초상화는 사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성건우와 장목화는 이 임무를 보고도 나서지 않았다. 그들 대신 움직여줄 유적 사냥꾼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전 10시쯤 되었을 때,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다.

누군가 이스트 스트리트 1호 창고, 3호 창고 사이의 부근에서 트렌치코트 차림의 그 남자를 몇 차례나 봤다는 것이었다.

장목화와 성건우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임무를 받은 뒤 출구로 향했다.

사냥꾼 길드 건물에서 거리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돌연 우뚝 멈춰선 성건우가 한 행인을 향해 외쳤다.

“잠깐!”

행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의혹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27~8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는 애쉬랜드 인종으로 장목화와 키가 엇비슷했다. 검은색 셔츠, 바지 차림에 대부분 남자가 그러하듯 머리는 짧았다.

외모도 꽤 잘생긴 편이었으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어서 언뜻 보기만 해도 매우 피곤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장목화가 의아한 얼굴로 성건우를 쳐다봤지만, 그는 그저 남자의 앞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어젯밤 잠 설쳤죠?”

남자는 눈썹을 추켜 올렸다.

“최근 잠의 질이 좀 안 좋긴 한데,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성건우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숙면을 못 하면 몸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임무를 완수하려다가도 뜻밖의 문제를 맞닥뜨리기 마련이고요.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네요.”

곧 성건우는 멍한 표정의 남자를 내버려 둔 채 장목화 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장목화는 오른손을 들고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머리에 또 쥐가 나기라도 했냐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성건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목화도 이젠 성건우의 갑작스러운 발작 증세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별다른 말 없이 성건우와 함께 이스트 스트리트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 백새벽, 용여홍을 우연히 마주쳤지만 당연하게도 서로 모르는 척했다.

* * *

이스트 스트리트에는 벌써 적잖은 유적 사냥꾼들이 달려와 주변의 단서를 찾고 있었다. 가장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창고 1호부터 3호까지의 지대는 도시 방위군이 봉쇄해둬서 일시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사방의 건물을 살피던 장목화는 중요 지점마다 배치된 저격수들을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꽤 전문적이네.”

방위군에서는 아직 신부가 각성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에도 고위험인물로 지적된 상대에게 대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일단은 창고 구역에 들어갈 수 없으니, 장목화는 성건우와 함께 거리 맞은편 벽에 기대선 채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 사이, 도시 방위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몇몇 유적 사냥꾼들부터 내부 소식을 접하기 시작했다.

해당 소식은 곧 길드의 홀을 통해 전파되었다.

2호 창고 안에 지하실이 발견됐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누군가의 생활 흔적과 매우 낡은 인쇄설비 여러 대, 대량의 전단지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따로 물을 필요도 없이 장목화는 그 전단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는 함정’이라는 주장과 함께 대량의 오탈자가 실려 있을 것이었다.

장목화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성건우를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적어도 몇 년은 그곳에서 지냈다는 건데, 위드 시티 사람들은 그렇게나 조심성이 없나? 에너지가 얼마나 귀한 세상인데, 이 구역의 전기 사용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2호 창고가 개인의 것이든 위드 시티의 것이든, 그곳의 관리인은 이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터였다.

성건우도 그녀의 말에 과하게 동조했다.

“반드시 대포로 처형돼야 할 겁니다.”

반고 바이오에서는 모두가 배급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따라서 전력 계량기의 숫자가 조금이라도 잘못 표시되면, 곧장 대응할 수 있었다.

이내 장목화가 성건우에게 대포형에 너무 깊은 인상을 받은 것 아니냐고 물으려는데, 트위드 코트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우딕이었다.

검은 머리, 파란 눈동자를 지닌 고급 사냥꾼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성문 입구의 경비가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려냈어. 대략 1시간 전, 검은 트렌치코트 차림에 안색이 창백한 남자가 도시 밖으로 나갔대. 꼭 병에 걸린 것처럼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나 봐.”

‘아무렴 그렇겠지. 꿈을 통해 확인한 거란 말은 죽어도 못할 테니까.’

피식 웃던 장목화가 소리 내 물었다.

“혹시 조수가 두 명 정도 필요하지 않아?”

신부가 도시를 빠져나간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지금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너희 두 사람의 능력이라면 믿을만하지.”

우딕의 답은 솔직했다.

‘우리가 언제 당신 앞에서 능력을 보였다고?’

장목화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대꾸했다.

“키도 크고 싸움도 잘할 것처럼 생겨서 그런가?”

지금 같은 환경에선 두 사람 모두 여자, 남자치곤 키가 꽤 큰 편이었다.

우딕이 간단히 답했다.

“자신감. 너희들은 자신감이 매우 강해보이니까.”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신입 같지도 않았다. 신입 단계를 뛰어넘고도 충만한 자신감을 보인다는 건, 분명 그만한 능력이 있단 소리였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야.”

성건우가 우딕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장목화 역시 더 이상의 말을 늘어놓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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