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150화 (150/649)

150화. 대책 (2)

그렇게 둘만 남게 된 어두컴컴한 방에서, 성건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저한테 해결 방법이 있어요.”

“뭔데?”

장목화가 경계심을 드높였다.

“밤을 틈타 도시 밖으로 나가서 유진의 노예 포획대 주둔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그들을 전부 처리해버리기만 하면 깔끔해지잖아요.”

성건우는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피해자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위드 시티에서도 대충 조사하고 말 것이었다.

그 말에 장목화는 성건우처럼 손뼉을 쳤다.

“좋은 방법인걸. 유일한 문제는 우리 둘이 과연 그 주둔지의 무장 병력을 다 해치울 수 있느냐는 거네.”

성건우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생각해두었다는 듯 곧장 대꾸했다.

“일단 제가 단서를 찾은 척 그 주둔지 입구의 보초와 얘기하면서 친구가 될게요. 그런 뒤 보초를 시켜 저를 주둔지의 현재 책임자에게 데려가게 하고, 기회를 봐서 그 책임자도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단서를 찾았다면 곧장 출동해야 한다는 구실을 대면서, 책임자를 시켜 모든 대원을 탄약고에 소집시키는 거예요. 팀장님과 저는 그 상황에서 탄약고 안에 수류탄을 하나씩 던져 넣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저랑 팀장님 둘만으로는 부족하고, 또 1대 30의 싸움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새벽이랑 여홍이도 같이 데리고 가죠. 1대 15 정도의 싸움이라면 충분히 할만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목화가 꽥 소리를 질렀다.

“할만하긴! 네가 무슨 온몸을 강철로 만든 정법 대사라도 되는 줄 알아?”

그녀는 곧 살짝 누그러진 말투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니야. 아주 정신 나간 방법이기는 하지만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겠어. 타이밍이 문제일 뿐이지.”

어느새 장목화가 진지한 표정을 드러냈다.

“만약 유진의 노예 포획대가 끝내 도시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그리고 현재 그들의 책임자가 여러 일들을 겪어본 경험자라면, 그자는 수하들에게 완전무장을 갖추고 밤을 지내게 할 거야. 적이 많으니 감히 주둔지에 접근하려는 자가 있다면 곧장 사살하라는 명령도 내렸겠지.

설령 그가 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한들 현재 그 주둔지의 경계는 무척 삼엄할 게 분명해. 네가 책임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노예 포획대 대원을 엄청나게 마주치게 될걸? 그들이 네 새 친구랑 대화하는 동안 추리 광대의 효력이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어?”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드러낸 성건우를 보고, 장목화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말고 잠이나 자. 나한테 이미 방법이 있으니까.”

“뭡니까?”

성건우의 물음에, 장목화는 재차 웃음만 지었다.

“내일 아침에 알려줄게. 미리 알려주면 밤새 못 잘걸.”

* * *

다음 날 아침, 6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성건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통해 본 하늘은 아직 컴컴했다.

이른 시간에 기상을 한 이유는 바로 장목화의 말 때문이었다. 성건우는 그녀가 어젯밤에 말한 대로 방법을 알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2층 침대에서 내려온 장목화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방법을 찾아냈어!”

그녀의 모습에 성건우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

“어젯밤에 떠올렸다고 하셨잖아요.”

흠칫 놀란 장목화는 그제야 어젯밤 성건우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 듯 어색하게 웃었다.

“한 팀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무엇보다 팀원들의 마음을 안심시킬 줄 알아야 해. 근데 정말로 방법을 찾아냈다니까? 늘 모든 난관엔 그에 걸맞은 해결 방법이 있지!”

얼른 그 방법이 뭐냐고 물어봐 달라는 듯한 장목화를 보고, 성건우가 몇 초간 고민하다가 물었다.

“밤새 못 잤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장목화의 표정은 약간 과장되어 있었다. 애써 그녀의 강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성건우는 그제야 그녀가 원하는 질문을 해주었다.

“방법이 뭐죠?”

점차 장목화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 작은 흰둥이한테 그 조사에 협조하게 하는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준비가 필요해. 조사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우리가 정해놓은 결과가 도출되게 할 준비가!”

어리둥절한 성건우의 모습에 장목화가 다시 웃으며 덧붙였다.

“새벽이는 분명 유진을 습격하지 않았어. 이건 확실한 사실이야. 추리 광대 능력을 이용해서 새벽이가 더는 우리를 동료로 여기지 않게 하고, 그 후에 있었던 처형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것처럼 믿게 하는 거야.

심지어 그런 생각도 한 적 없던 것처럼 믿게 한다면 새벽이는 어떤 조사가 진행되든, 설령 각성자가 조사하더라도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리고 모든 조사가 끝나면 그때 능력을 거두어들이는 거지.

또 우린 적절한 때를 골라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을 조사자로 지정할 수도 있어. 예를 들면 꿈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우딕 같은 사람으로 정하는 거야. 넌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할 수 있잖아.”

장목화는 꼭 병아리를 훔치려 하는 여우처럼 묘한 미소를 보였다.

순간 성건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어떻게 우딕이 새벽이를 조사하게끔 할 수 있을까요?”

어둑한 방 안에서 창가로 걸음을 옮긴 장목화가 적막한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먼저 필요한 조건들을 갖춰야겠지. 생각해봐. 새벽이는 그 이미지로 보나, 즐겨 쓰는 무기로 보나, 유진을 습격한 자와는 완전히 달라. 게다가 뒷배 따위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유적 사냥꾼이기도 하지.

대형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아. 그러니까 용의자 명단 중에서도 아마 거의 마지막에 있을 거야. 솔직히 유진과 적대적인 관계고 그자가 습격당하기 직전에 우연히 만났다는 점만 제외하면, 새벽이를 의심할만한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그런 용의자라면 아마 대충 조사해도 될만한 대상에 포함돼 있을 테고, 크게 중시되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우린 일단 좀 기다렸다가 도시 방위군과 유진의 포획대 대표가 흩어져 의심스러운 이들과 세력을 조사하기 시작할 때쯤, 우리 작은 흰둥이를 사냥꾼 길드로 보내 자발적으로 조사 협조 임무를 받도록 하면 돼.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조사를 받으려 한다고 둘러대면 될 거야.

이때 새벽이는 자기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사냥꾼 길드뿐이니, 반드시 길드 내부 사람의 조사만 받겠다고 강조해야 해.

다른 곳이라면 이런 요구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겠지만, 사냥꾼 길드와 성주가 단단히 결탁한 위드 시티는 달라. 사냥꾼 길드에서 진행하는 조사는 도시 방위군 본부에서 진행하는 조사와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도 없지.

동시에 새벽이는 생계를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고 아직 완수하지 못한 임무도 있어서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조사해달라고 핑계 대야 해. 유적 사냥꾼이라면 그런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할 리 없거든.

그렇게만 하면 새벽이는 크게 중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시 방위군과 유진의 노예 포획대 녀석들이 적합한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는 사이 길드 직속 사냥꾼이나 믿을만한 사냥꾼 중에서 심문에 능한 자의 조사를 받게 될 거야.”

고급 사냥꾼에 등극했을 정도로 많은 신용 점수를 쌓은 강자라면 사냥꾼 길드 안에서도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인력이긴 했다.

진지하게 경청하던 성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우딕의 조사를 받게 될 거라고 보장할 순 없잖아요.”

장목화는 재차 웃었다.

“그래, 그렇긴 한데 우딕은 능력을 좀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 않았어? 여기서 남용은 불필요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상대에게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야. 우딕은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능숙해 보였어.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도⋯⋯.”

순간 장목화의 말이 끊겼다. 이 계획 역시 성건우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은 탓이었다. 하지만 곧 그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그녀는 말을 마저 이어갔다.

“그때 레드실크 앨리에는 유적 사냥꾼들도 상당수 있고, 오가는 행인들도 많은 편이었어. 그런데도 우딕은 거리낌 없이 헌 옷 상점 사장을 잠들게 하면서 단서를 파악했지. 남들에게 그 사실을 들킬 것에 대한 걱정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은 거지.

우딕은 그만큼 담대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야. 뜻밖의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겁내지 않아. 그런 사람이 다른 임무를 완수했다고 바로 만족할까? 우딕의 사냥꾼 경력 기록엔 단서를 포착하고 목표의 심리적 방어선을 돌파해 진상을 밝혀내는데 능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을까?

그런 명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냥꾼 길드에서 관련된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대상이 바로 우딕 아닐까?

그러니까 우린 우딕이 사냥꾼 길드 홀에 있을 때 새벽이를 들여보내도록 해야 해. 그래, 현지 사냥꾼 길드 내부에는 이런 방면에 능한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더라면 유호중이 살해됐을 때 조사의 선두를 차지한 건 우딕이 아니었을 테니까.”

이는 그들 구조팀을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성건우는 팀장의 뜻에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유일한 문제는 우딕에게 정말로 꿈과 수면에 관련된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거네요.”

장목화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생각해둔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린 두 방면을 준비해야 해. 한편으론 수면과 매혹에 관련된 능력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꿈에 관련된 능력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지. 네 추리 광대 능력 효과는 중첩 가능한 거야?”

그녀는 말하는 도중에 떠올랐다는 듯 질문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성건우가 답했다.

“시도해보지는 않았어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서로 다른 효과끼리 모순되지만 않는다면요.”

“그럼 이따가 한 번 시도해보자.”

장목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성건우가 또 다른 질문을 했다.

“만약 기억과 관련된 능력이면요?”

성건우가 생각하기에는 이전에 그런 능력이 있는 각성자와 마주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장목화는 손을 펼쳐 보였다.

“방법이 없지. 네가 기억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만약 우딕의 능력이 정말 그런 거라면, 새벽이의 실제 기억이 자극받음에 따라 추리 광대 효과는 그대로 해제돼버릴 거야.

새벽이가 정신을 차리고 구조 요청을 하면, 우리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 새벽이랑 여홍이를 데리고 바로 위드 시티를 벗어나야 해. 그러려면 지프는 사냥꾼 길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둬야겠다. 그 전에 가지고 있는 물자도 전부 차에 실어둬야 할 테고.”

이건 그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정 중 최악의 상황이었다.

장목화는 유진을 치러 갔을 당시 성건우에게 후속 임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으면서도, 실제로 작전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원래 정보만 수집하고 며칠 더 기다렸다가 그때 행동에 나서려고 했었다. 그랬다면 백새벽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더 사라졌을 것이다.

심지어는 습격을 할 때 일부러 잘못된 단서를 흘리면서, 유진의 노예 포획대를 습격한 책임을 그와 적대적인 세력에게 떠넘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성건우의 행동력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정 안 되겠으면 일단 도시 밖으로 나갔다가 차를 바꾸고 위장한 뒤 다시 돌아와야지, 뭐. 온갖 사람들이 한데 모인 위드 시티에서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 임무를 완수하는 것보다는 새벽이가 원수를 갚는 게 더 중요해. 회사에 다른 직원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장목화가 총정리를 하듯 말했다.

“세상에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어. 무엇보다 실패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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