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142화 (142/649)

142화. 정보 교환

장목화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회사에서 제공해준 자료를 바탕으로 그 조직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실제 상황과 결합해본 후에야 이 단서까지 보고할지 정해야지.”

“예.”

용여홍이 답했다.

또 잠시 생각하던 장목화가 백새벽에게 말했다.

“그동안 무슨 발견이라도 했어? 우리는 길드 안에서 고급 사냥꾼을 만났어. 우리한테 임보경의 방에서 뭘 발견했느냐고 직접 묻더라고.”

있었던 일을 들려준 장목화는 우딕의 대략적인 생김새를 설명했다. 용여홍과 백새벽에게 그 사람을 주의하라고 알리기 위함이었다.

팀장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던 용여홍은 점차 표정이 이상해졌다.

“……어? 저 그 사람 본 적 있어요! 레드실크 앨리의 헌 옷 상점에서 옷을 사던데요.”

성건우가 곧장 물었다.

“그때 뭔가 이상한 점 없었어?”

용여홍이 기억을 더듬었다.

“이상한 점은 없었는데⋯⋯. 그 상점 사장님은 신나게 졸고 있다가 그 사람이 깨우니까 일어나더라고.”

“가게 안에 손님이 있는데 졸고 있었단 말이야?”

장목화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짚었다.

“저도 그게 좀 이상했어요. 하지만 그 사장님이 전날 밤에 잠을 설쳤을 수도 있잖아요. 그 사람이 딱히 무슨 짓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사장님을 깨운 뒤에 옷값도 착실히 치렀어요.”

용여홍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던 장목화가 웃으며 성건우를 돌아봤다.

“이따 네가 가서 그 사장님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만약 그분이 어젯밤 숙면했는데도 갑자기 잠이 쏟아진 거면……. 일이 꽤 재미있어지겠네.”

여기까지 말을 잇던 장목화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딕이라는 그 고급 사냥꾼이 각성자인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드네. 어쩌면 수면 고양이나 가위 말 등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몰라.”

잠시 과거를 회상해보던 용여홍이 놀란 듯 되물었다.

“예? 팀장님,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때 헌 옷 상점 사장님은 각성자 능력 때문에 졸고 있었던 거라는 건가요? 그 고급 사냥꾼이 꿈을 통해 단서를 파악한 거라고요?”

“단정할 수는 없지. 근데 그게 아니라면 우딕 그 사람은 어떻게 단서가 공개되기 전부터 저격수에게 여자 동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겠어. 거기다 그 사람은 줄곧 임보경의 방을 찾아다니면서 우리가 이미 그곳을 한 번 수색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장목화가 매우 진지하게 답했다.

그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백새벽이 끼어들었다.

“30대밖에 안 됐는데 고급 사냥꾼이란 건 능력이 어마어마하단 거겠지.”

세력의 전력에 의존할 수도 있고, 인맥 자원에 기댈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능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용여홍도 이젠 그 고급 사냥꾼이 각성자일 수 있다는 가정에 완전히 넘어가 버린 것 같았다.

백새벽은 사냥꾼 길드에 가입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겨우 정식 사냥꾼을 넘어 중급 사냥꾼이 되어 있었다. 중급 사냥꾼에서 고급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그사이에 존재하는 베테랑 사냥꾼까지 거쳐야 했다.

사냥꾼의 신분은 뒤로 갈수록 승급하기 어려워졌다. 승급에 필요한 신용 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운 좋으면 한두 건 임무만 수행해도 신입에서 정식 사냥꾼으로 승급할 수 있는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장목화가 경고했다.

“만약 그 사람이 부근에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절대 인적이 드문 곳으론 가지 마. 그 사람 능력이면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이 안전할 테니까.”

용여홍이 약간 겁을 먹은 듯한 기색을 보이자 그녀가 다시 덧붙였다.

“그렇다고 목숨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야. 너희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비밀이 새어 나갈까 봐 그게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꿈속에선 해야 할 생각,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장목화가 지폐 중 50오레이를 세어 백새벽에게 건넸다.

“탄약과 한동안 보관해놓을 수 있을 만큼 식량 좀 보충하자.”

위드 시티까지 오는 동안 적을 맞닥뜨린 적은 없으나 탄약은 꽤 소모했다. 며칠에 한 번씩 차를 세워놓고 사격 훈련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격 감각을 잃어 막상 필요할 때 실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없었다. 자고로 좋은 사수란 천부적인 재능과 대량의 총알로 만들어지는 법이었다.

“식량은 왜요?”

용여홍이 물었다. 위드 시티엔 먹을 것도 많았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장목화가 웃으며 답했다.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일 수도 있는데. 배윤수와 임보경의 실종, 지식은 독약이라고 주장하는 조직, 정보상 유호중의 죽음, 영생인으로 의심되는 길드 내의 존재, 고급 사냥꾼,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얽히면서 뭔가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는 때가 온다면 충분한 양의 탄약과 식량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그렇네요.”

잠시 생각하던 용여홍은 팀장의 말에 깊이 동감했다. 그러한 조치에 상당한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사이 장목화가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너희 임무는 물자를 보충하는 거야. 나랑 건우는 사냥꾼 길드로 돌아가서 새로운 단서가 있는지 확인할게. 점심 때쯤 레드실크 앨리에 사람들이 없어지면 그때 헌 옷 상점의 사장을 찾아가자. 배윤수와 임보경의 흔적을 찾는 일은 다른 유적 사냥꾼들에게 맡겨두자고.”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쳤다.

속임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장목화는 수많은 유적 사냥꾼이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자기 팀원들 힘까지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사냥꾼들은 모두가 이 조사에 자원해서 참여하고 있었다.

이젠 저격수에게 여자 동료가 있다는 단서가 공개됐다. 그들은 곧 마스크와 모자를 쓴 임보경이 검은 여행 가방을 끌고 옐로혼 앨리를 따라 사우스 스트리트 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도 파악할 것이었다.

그 차림은 좀 특이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는 쉬워도, 어딘가에 머물러 있지 않은 이상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사람들은 주로 반복적으로 자신의 시야에 나타나는 사물에는 신경을 써도, 어딘가로 이동하는 존재는 한번 스쳐보고 말 뿐이기 때문이었다.

* * *

장목화와 성건우는 용여홍, 백새벽과 헤어지고 사냥꾼 길드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다시 홀 가장자리 벤치에 앉아 후속 조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다.

기다리던 와중 장목화가 웃으며 말했다.

“길드 고위층이 된 것 같은 느낌인데. 남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성건우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장소를 좀 옮겨볼까요?”

성건우의 말뜻을 단박에 파악한 장목화가 놀리듯 물었다.

“괜히 위층에 올라갔다가 크리스티나라는 부회장을 맞닥뜨리면 어쩌려고? 그 사람이 돌아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봤는데, 그 사람과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건우의 답은 매우 진지했다.

그에 장목화가 흥미를 보였다.

“도대체 방향을 어떻게 잡으려는 거야? 어떤 관계를 형성하려고? 양어머니? 누나? 동료? 수양딸?”

그러다 장목화는 막 밖에서 들어온 고급 사냥꾼 우딕이 홀 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전히 짙은 검은색 트위드 코트를 입은 우딕은 장목화의 귀에 꽂힌 금속 제품을 보고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웠다.

“임보경이라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향한 구역에 관한 정보랑 너희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너희가 가진 정보가 얼마나 구체적인 가치를 가졌는지 확실히 보장해야 할 거다.”

“정보를 그렇게 빨리 찾아왔다고?”

장목화가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우딕이 그의 각성자 능력을 이용해 옐로혼 앨리를 떠난 임보경의 행방을 빠르게 조사해 찾아냈으리라 짐작했다. 의식이 또렷할 때는 떠올리지 못해도, 꿈속에서는 떠올릴 수 있는 일들이 꽤 있었다.

짝짝짝!

성건우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손뼉을 쳤다.

우딕은 그의 모습에 흠칫 놀라서 몇 초간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한텐 나름의 방법이 있거든.”

장목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좋아, 우린 그 방에서 꽤 가치 있는 단서를 찾아냈어. 보장해. 못 믿겠다면 임무의 형식으로 거래하는 것도 좋아. 길드에 보장을 부탁하는 거야.”

그녀가 이러한 방법을 제시한 건 상대가 그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임보경을 비롯한 그들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만큼, 아직 그 조직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또한 그녀가 우딕이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 것은 상대의 일 처리 방식과 현재 지위를 통해 그가 일정한 도덕적 관념을 가졌으며 스스로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가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용여홍의 말을 들어보면, 헌 옷 상점의 사장이 졸고 있었을 당시 우딕은 얼마든 그가 고른 옷을 들고 그냥 나가버릴 수도 있었다.

또한 그에게 정말로 사람들의 잠과 꿈에 영향을 미치는 각성자 능력이 있다면, 헌 옷 상점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상대를 깨우고 그냥 떠나버릴 수도 있었다. 어떻게 봐도 굳이 정말로 옷을 살 필요는 없었다.

잠깐 생각하던 우딕이 답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가치가 대등하지 않다면 그 차액을 요구하면 될 테니까.”

답을 확신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장목화는 비로소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상대의 성격적 특징과 행동 양식을 더 분명하게 파악했다.

장목화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딜.”

우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길드의 문 쪽을 가리켰다.

“밖에서 이야기하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적당히 자리에서 일어난 장목화는 성건우와 은밀하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엄지로 검지를 슥 문질렀다.

‘준비하고 있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장 능력을 사용해!’

플랜B를 실행하라는 뜻이었다.

우딕 역시 각성자일지도 몰랐다. 장목화는 그가 각성자라면 능력은 잠과 꿈에 관련됐을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

장목화의 역할은 상대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 성건우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고 각성자에 대한 교육도 적잖게 받아왔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게 장목화도 자연스럽게 성건우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이는 각성자의 능력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심장을 멈추고 기억을 지우는 능력도 있었다. 그러니 상대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앞선 대응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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