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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54화 (54/649)

54화. 하이에나 (2)

그녀를 쫓아간 성건우는 일단 팀장과 무기를 교환한 뒤 물었다.

“하이에나가 누굽니까?”

장목화는 웃음을 터뜨렸다.

“황야에서 꽤 유명한 강도 두목이야. 평소에는 화이트 기사단 쪽에서 활동하지.

십수 년 전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어. 당시에도 무척 어린 편이었으니, 지금은 서른 살이나 되었을지 모르겠네.

그의 강도단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어. 처음에는 구성원도 서너 명에 불과했고 가지고 있는 총도 네다섯 자루뿐이었지만, 지금은 핵심 구성원만 열일고여덟 명인 데다가 화력도 충분하고 장비도 빵빵해. 하이에나가 그렇게나 빨리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건, 구세계의 무기 창고를 손에 넣었기 때문일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

만약 그가 비교적 좋은 광산과 밭까지 점거했다면 핵심 수하는 열일고여덟 명에 그치지 않았을 거야. 최소한 이삼백 명 이상으로 불릴 수 있었을걸. 그럼 그는 위드 시티와 같은 대형 거점을 건립해, 원하는 대형 세력에 영입되었겠지. 그리고 대형 세력의 보장, 혹은 지원 아래 그 거점은 소형 세력으로 거듭났을 테고.

하하, 하이에나는 수백 수천 명의 인구를 거느리는 것을 지나치게 수고로운 일로, 도시를 관리하는 것을 성가신 일로 여겼을지도 몰라. 수시로 대형 세력의 방해를 받으면서 강도단만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지금과 같은 규모를 유지하는 게 그가 바라는 바일 수도 있지.

아, 맞아, 그의 본명은 임서준이야.”

진지하게 장목화의 이야기를 듣던 성건우가 이야기를 총결했다.

“아주 의심스럽네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도 훨씬 더 크고요.”

핵심 구성원만 해도 스무 명에 달한다면, 그들에게 종속된 이들의 수는 최소한 백 명이 넘는다는 뜻이었다.

“그들에게는 심지어 장갑차도 있고, 중형기관총도 있고, 바주카포도 있어.”

장목화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군용 외골격 장치나 인공지능 갑옷, 가우스 무기, 플라즈마 무기 같은 건 없을 거야. 보아하니 설령 소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하이에나가 장악한 그 무기 창고는 최첨단 무기들로 가득한 곳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무기 창고였나 봐.”

성건우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장목화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구조팀의 현재 실력으로 볼 때 기습을 한다면 그 강도단을 처리할 가능성은 충분해. 종속 구성원들은 하이에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지는 않을 테니, 하이에나가 독전대에 명령을 내릴 기회만 주지 않으면 돼.

하지만 그 강도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소질과 장비라면 우리도 반 이상의 동료를 잃을 각오는 해야 할 거야.”

말을 하는 사이 장목화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숨어있는 곳의 외부 상황을 살폈다.

“게다가 기습의 기회가 반드시 있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어.

너, 방금 그 황야유랑자를 그냥 놓아줬지? 그가 거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장소를 바꿔 이곳의 이상을 발견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가 확인한 이상을 보고 받은 하이에나가 우리 중 각성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어떡하려고?”

“놓아주지 않으면 어쩝니까? 죽여요?”

성건우가 변함없는 표정을 유지한 채 되물었다.

“친절하기도 해라.”

장목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도 그래. 우리와 같은 대형 세력 출신은, 혼란의 시대에 있었던 각종 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다들 그렇게 마음이 약하지.”

그녀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로 기습을 하고 싶었다면, 일단 그 황야유랑자를 붙잡아 두고 일이 다 마무리된 뒤에나 풀어줘야 했어.

너도 아마 이에 대해 고민했을 거야. 네 능력의 효력이 언제쯤 사라질지 내내 신경 쓰고 있었잖아.”

이 대목에서 장목화는 웃기 시작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너 역시 스스로만의 힘으로 그 강도단을 기습할 생각은 내심 포기했다는 거지.

이런 훌륭한 친구를 봤나!”

“아직은 범인이 하이에나 그 녀석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성건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회사 사람이 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죠.”

“좋은 생각이야!”

장목화가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성건우가 돌연 미간을 팩 찌푸리며 물었다.

“팀장님, 하이에나의 강도단 녀석들은 보고를 들은 뒤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들과 교류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로서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하이에나라는 그 별명으로 볼 때 그들은 수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데 능할 거야. 추적과 미행, 배후에서의 기습에도 뛰어나겠지. 흉악하고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광기에 차 있거나 무분별하게 굴진 않아. 음,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 돌아가서 새벽이한테 제대로 물어보자고.”

장목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일 거야.

첫째, 회사의 대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이 구역으로 돌아와 조사팀인 우리를 해치우고 그 흔적을 말끔하게 지우는 것. 하지만 긴급신호탄이 그들을 노린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

둘째, 곧장 부속 구성원들을 포기하고 핵심 구성원들만 추려서 이동하는 것. 인원은 적고 교통수단은 충분한 데다 검은쥐 마을에서 적잖은 물자를 챙겼을 테니, 그들은 대부대와 달리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 게다가 드넓은 황야 곳곳에는 몸을 숨길 만한 곳도 아주아주 많지.

적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한 다음에는, 다른 대형 세력 주위로 이주하면서 그들의 약탈 범위를 바꾸려 할 거야.”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는 성건우의 모습에 장목화는 의도적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이 돌아와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외골격 장치를 입고 하나하나 격파하려는 건 아니겠지?”

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늘씬한 몸매의 장목화는 성건우가 무슨 답을 하기도 전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한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아? 그건 내 몫이야!”

이내 그녀가 화제를 전환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하이에나랑 그 수하들은 아무런 반응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

성건우가 물었다.

“왜죠?”

장목화는 대부분의 웃음기를 거둔 얼굴로 답했다.

“억지로 붙들려 있는 부속 구성원들의 마음은 하이에나에게 충성하는 핵심 구성원들과 달라.

그들은 차라리 대형 세력이 와서 하이에나를 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걸? 그럼 그들은 아무리 나빠 봤자 노예로 붙들려 갈 뿐일 테고, 그렇게 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하이에나의 총알받이로 사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게다가 정말로 격전이 발발한다면 그들에게는 도망칠 기회도 생기잖아.

늙은 박쥐라는 그자가 정말로 총명하다면 보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숨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을 거야.”

성건우는 모종의 생각에 잠긴 양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 계속해서 주위를 관찰했지만 의심할만한 사람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식사할 시간이 다 되었을 때쯤, 외부 탐색을 끝낸 그들은 언덕 위 은밀한 곳에 자리 잡은 야영지로 돌아갔다.

* *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났다. 깊은 밤,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용여홍에 의해 잠에서 깬 성건우는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을 움켜쥐고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텐트에서 나와 주위를 한 번 돌아보던 그때였다. 그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작은 숲과 검은쥐 마을의 막힌 입구를 직접 내려다볼 수 있었다.

깊은 어둠과 극단적인 적막 속, 동굴 입구의 바위 하나가 돌연 떨어져 내렸다.

순간 온몸의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성건우는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검은쥐 마을의 입구를 응시했다.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던 돌들은 전부 굉장히 거대했다. 순수한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그 돌들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물론 용여홍이 외골격 장치로 그것들을 쌓아놓았을 때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서 조금씩 미끄러지던 돌들이 결국 균형을 잃고 떨어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이에 성건우는 곧장 반응을 보이는 대신 조금 더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콰광!

거대한 바위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에 떨어지자, 온 숲이 살짝 진동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소리는 빠르게 적막 속으로 스며들었다. 드문 별 아래, 밤 풍경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캄캄했다.

그러나 이전과 달라진 점도 있었다. 검은쥐 마을의 입구를 막은 돌무지에 하나의 틈이, 적막과 어둠에 휩싸인 곳으로 통하는 틈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 틈을 수십 초 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성건우가 가슴 속에 쌓여있던 탁한 숨을 내뱉으려 한 순간이었다. 바위가 떨어져 내림에 따라 생긴 틈을 통해 검은 인영 하나가 동굴 안에서 느릿하게 기어 나왔다.

밤바람이 휙 불어와 높은 하늘의 구름을 떠밀며 달을 절반 정도 드러냈다.

밝고 맑은 달빛은 그 검은 인영을 비추며, 성건우가 상대의 대략적인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상대의 체격은 상당히 왜소했으며,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피부는 길고 굵고 검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등은 굽어있었으며, 양손의 손톱은 달빛 아래 예리하고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검은쥐 마을의 주민이었다.

성건우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그는 조금 더 상황을 관찰하며 상대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확인하려 했다.

그와 장목화, 백새벽은 검은쥐 마을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때만 해도 발견된 생존자는 없었다.

달빛이 조금 더 밝아진 덕분에 성건우는 힘겹게나마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검은쥐 마을 생존자의 얼굴 절반은 총알에 맞아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으며, 그 주위는 붉은 피와 유백색의 뇌수에 적셔져 있었다.

성건우가 보기로, 상대는 절대 산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동굴 입구에 쌓인 돌무지 안쪽에서는 또 다른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제기랄!”

성건우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본능적으로 총자루를 움켜쥐고 있던 오른손을 든 그가 그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뺨을 힘껏 후려쳤다.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짝!

성건우의 오른쪽 뺨은 순간 붉게 부어올랐다. 다섯 손가락의 자국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격렬한 통증과 더불어 웅웅 울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눈앞에 금색 별이 왔다 갔다 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돌무지 틈새 아래쪽에서 기어오른 검은쥐 마을의 주민과 그의 뒤를 이어 그 안에서 기어 나오는 다른 검은 그림자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성건우는 섣불리 총을 쏘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지식과 경험이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장목화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구조팀의 팀장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뿐만 아니라 백새벽과 용여홍도 깨울 생각이었다. 그래야 검은쥐 마을의 변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더라도 미친 듯이 차를 몰아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을 내린 성건우가 몸을 반쯤 튼 그때, 장목화가 불쑥 그의 곁에 나타났다.

그녀를 보고 밀려드는 기쁨을 느낀 성건우는 당장 자신이 관찰한 상황을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돌연 굳어버렸고, 목구멍은 막혀버린 듯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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