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7화 (37/649)

37화. 승려

성건우와 용여홍은 당시 어떻게 발전이 이루어졌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교과서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생인은 점차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그들에게 충만한 악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 중 하나는, 이 기술을 통해 육체에 따르는 갖가지 감각을 잃은 사람은 삶을 이어가려는 여러 동력 역시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적잖은 영생인들은 삶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하며, 굉장히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보였다. 미쳐버린 영생인은 당시 아주 나약했던 인간 집단에 또 한 차례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미쳐버리지는 않았지만 혼란에 빠진 그 외의 영생인들은 구세계 유적에 남은 각종 종교 서적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했다.

결국 그들은 어느 종교를 주체로 삼고 그 외 다른 종교의 유용한 부분들을 흡수하면서, 교리적으로는 일관되면서도 극도로 왜곡된, 그래서 그들의 심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스스로를 승려라고 불렀으며, 의식 업로드 설비를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거점을 유리 정토라고 칭했다.」

외형은 로봇인 승려들은 경화기는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또한 인공지능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일반인으로 이루어진 작은 팀으로는 절대 대적할 수 없는 위험한 생물이었다. 중무기를 이용한다 한들, 잘 훈련된 백여 명의 병사를 동원하고 전술이 뒷받침되어야만 승려 하나를 처리할 기회라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에 장목화가 위험한 인간들에 대해 설명했을 당시 영생인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애쉬랜드의 각 대형 세력 구성원과 황야유랑자들은 승려들을 자신들과 완전히 다른 생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승려 교단의 승려들은 인간에 대해 그렇게 강렬한 공격성을 가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보통은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문제는 승려가 되려면 인간의 의식이 필요한데, 그런 의식이 허공에서 생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번식력을 잃은 승려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규모와 교단을 유지하기 위해 승려들은 황야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연인(因緣人)을 찾으려 했다.

인연인을 찾은 그들은 상대를 제도(濟度)하여 유리 정토로 데리고 간 뒤, 육신을 포기하고 의식을 로봇의 바이오닉 칩에 업로드하도록 했다.

인연인 중 소수의 몇몇은 영생을 갈구하며 이러한 그들의 행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지만, 대부분은 영생인이 가지는 결함 때문에 그들이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러나 승려의 눈에 든 이상, 인연인들은 영생인이 되기를 원하든 원치 않든 그것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승려 교단의 명성은 빠르게 나빠졌으며, 이제는 악명이 자자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시에 영생인의 기술에 존재하는 모종의 결함으로 인해 여러 로봇 승려에게는 일정한, 그리고 각기 다른 문제들이 따랐다. 특정 장소에 이르거나 특정한 한마디를 들으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광분하게 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치 특정한 요소로 인해 촉발되는 정신병 따위를 앓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애쉬랜드의 여러 사람은 로봇 승려를 엄청난 재액으로 여겼다.

성건우와 용여홍이 맞은편에 자리한 로봇 승려를 발견하자마자 몹시 큰 반응을 보인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가사와 승복 입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는 승려 교단의 승려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로봇은 그런 방면에 대한 관심도 없었으며, 그런 복장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성건우와 용여홍은 동시에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의 총구로 붉은 가사를 걸친 로봇 승려를 겨냥했다.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로는 상대를 절대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전에 만난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했던 강도 두목과 다르게, 상대에겐 맞히면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급소도 없었다.

장비로 봤을 때 로봇 승려를 마주한 이상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그런데도 상대를 겨냥한 것은 조건반사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이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마음속으로 자신이 인연인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키에 남루한 승복과 붉은 가사를 걸친 로봇 승려가 검고 서늘하며 단단한 얼굴을 살짝 움직여, 붉은빛이 번득이는 눈으로 그들을 쓱 훑어보았다.

뒤이어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쓰러진 채 죽어있는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로봇 승려에게선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냉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삶은 고통입니다. 어찌 잘못에서 깨어날 줄을 모르십니까?

저와 함께 정토로 돌아가 육신이라는 가죽 껍데기를 포기하고 무상(無上), 정등(正等), 정각(正覺)을 깨달으면, 세상의 모든 현상이 공허하고 깨달은 자만이 영원불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텐데요.”

말을 마친 로봇 승려가 합장을 하고는 낮게 읊조렸다.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

(*주: 승려 교단이 찾아낸 종교 서적은 전부 완전하지 못한 결본이었기 때문에, 부처의 이름과 교리에 착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종교 교리와 뒤섞인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성건우와 용여홍은 자신들은 신경 쓰지도 않는 상대를 보고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붉은 가사를 걸친 로봇 승려가 아까의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재차 감정 없는 냉랭한 목소리를 냈다.

“두 시주님은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십니까?

두 분과 우리 부처님 사이에 인연이 없다 한들, 불성을 갖추지 않은 중생은 없으니 경문 한마디를 듣고 가시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인연이 없다’는 말에 성건우와 용여홍은 밀려드는 기쁨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그들은 혹여나 상대를 자극할까 싶어 뒤로 물리던 걸음을 우뚝 멈췄다.

눈앞의 로봇 승려가 공격이나 제도를 할 생각이 없고, 그저 한 수 가르침을 주고 싶어할 뿐이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목숨을 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성건우와 용여홍이 멈춰선 것을 확인한 로봇 승려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잘못에서 깨어날 줄 몰랐지만, 자비로우신 우리 부처님 보리께서는 당신의 시체가 황야에 널려 해탈하지 못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겁니다.

제가 당신의 영혼을 제도해주겠습니다. 당신이 육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정토에서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용여홍의 귓가에 돌연 성건우의 목소리가 닿았다.

“어떻게 제도를 한다는 겁니까?”

로봇 승려는 시체를 향해 펼친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합장을 하듯, 왼손을 세우며 낮게 읊조렸다.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제도하리. 활활 타오르는 정화로 당신의 족쇄를 불사르리⋯⋯.”

낮은 목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로봇 승려의 오른손 손바닥에서 분출된 하얗게 작열하는 화염 여러 줄기가 시체를 불살랐다.

시체의 표면에 착 달라붙은 듯한 화염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꺼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할 일을 마친 로봇 승려가 그제야 돌아서서 성건우와 용여홍에게로 다가왔다.

“두 시주님, 소승은 ‘정법’이라는 법명을 가진 일개 중입니다.”

건우와 여홍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그는 돌연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더니 가사를 살짝 흔들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앉으시지요.”

성건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더니, 뛰쳐나가기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았다.

용여홍은 몇 초 더 머뭇거리다가 성건우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스스로를 중이라고 소개한 정법은 붉은 눈빛을 번득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두 시주님은 우리 부처님 보리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성건우와 용여홍은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로봇 승려 정법은 화를 내기는커녕 전보다 조금 더 장엄한 기운을 품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부처님 보리는 세월을 관장하고 이 세계를 관장하는 열세 명의 달지기 중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1월의 주재자이고 만물의 시초이시며, 의식의 맹아의 화신이십니다.”

정법의 말을 들은 성건우와 용여홍은 동시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정법은 붉은빛이 번득이는 눈으로 그들을 2초간 가만히 응시하다가 용여홍을 향해 말했다.

“이쪽 시주님은 달지기를 모르시는군요.”

뒤를 이어 그는 성건우를 돌아보며 기복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 시주님은 아시고.”

‘뭐?’

재차 놀란 용여홍이 고개를 돌려 성건우를 바라보았다.

‘우리 둘은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환경에서 생활했으며, 평소에도 거의 같이 붙어 다녔어. 그런데도 달지기라는 단어조차 처음 들어보는 나랑 다르게 건우는 그게 뭔지 알고 있다고?’

성건우는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솔직하게 답했다.

“들어는 봤습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정법의 검은 얼굴 위로 붉은빛이 또 한 번 번득였다.

“끝, 시작, 연말, 연초⋯⋯.

사명의 신도를 통해 들어보셨군요.”

아까부터 기이함을 느끼고 있던 성건우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맞은편에 자리한 로봇 승려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 중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용여홍은 사명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생각할 새도 없이, 마찬가지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러나 정법은 간단한 설명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달지기란 세월과 이 세상을 관장하는 신령으로 총 열세 명입니다. 각자 서로 다른 달에 대응하지요.”

“하지만 일 년 중 달은 열두 개뿐이잖아요?”

용여홍이 명백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달지기라는 것이 땅 위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종교 신앙이거나 신화 전설이리라고 짐작했다.

정법은 낮고도 냉랭한, 인간 같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분은 윤달, 혹은 한 해, 온 세월을 관장하십니다.”

용여홍의 질문이 이어지기 전, 정법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교단은, 육신은 허무하고 세상의 모든 현상은 공허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계 자체는 우리 부처님 세자재여래의 꿈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불쑥 입을 연 성건우가 로봇 승려 정법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세자재여래? 보리가 아니라요?”

정법은 두 손으로 합장을 하며 답했다.

“세자재여래는 과거의 부처님이자 세상을 창조하신 분입니다. 우리 부처님 보리는 현세의 여래이자 만물 의식의 시초고요.

방금 윤달을 관장하는 것이 어떤 분인지, 온 세월을 대표하는 달지기가 누구인지 묻고 싶어 하지 않으셨습니까?

소승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분이 바로 세자재여래입니다.”

성건우와 용여홍은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드러낸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정법은 고개를 숙이며 낮게 읊조렸다.

“나무세자재여래.”

동시에 금속 골조로 이루어진 등을 꼿꼿하게 편 그는 합장을 한 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높이 솟아오른 여러 개의 굴뚝을 향해 허리를 살짝 굽혔다.

“두 시주님은 소승이 제철 및 제강의 탑을 향해 예를 갖추는 이유가 궁금하시지요?”

이내 숙였던 몸을 세운 정법이 성건우와 용여홍의 마음의 소리를 읽어냈다.

“그것은 우리 부처님 세자재여래께서 부도(浮屠)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 때문입니다. 불타의 또 다른 칭호인 이것은 불탑(佛塔)을 뜻하기도 합니다. 하여 우리는 세자재여래를 부를 때, 주위에 자리한 가장 높은 탑을 향해 예를 갖춥니다. 이때 그 탑은 불탑이 될 수도, 급수탑이 될 수도, 제철의 탑이 될 수도, 신호탑이 될 수도, 고압송전탑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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