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4화 (34/649)

34화. 첫 번째 장소

그렇게 빠르지도, 그렇게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지프를 몰던 장목화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유적 사냥꾼들이 찾는 그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검은 머리카락과 금색 눈동자를 가진, 해자마을 사람이 만났다는 그 사람.”

용여홍이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수상해요. 내력도 불분명하고, 그 사람 자체도 이상한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한테 동시에 호감을 느끼지는 않잖아요. 그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을 텐데!”

“사실 난 좀 궁금해. 대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장목화가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그 말은 맞아. 정말 수상해. 그런 기현상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그가 각성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어.”

“왜죠?”

성건우가 물었다.

반면 백새벽은 각성자라는 단어에 대해 의혹을 표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장목화는 엑셀에서 발을 떼, 차의 속도를 조금 낮추며 말했다.

“각성자는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사람과는 다른, 이상한 특징을 보여. 그리고 이런 특징은 그들의 능력처럼 다른 사람과 같을 확률이 아주 낮지.”

“그런 각성자라면 그저 생존만을 위해 검은 늪 황야에 나타난 게 아닐 거예요.”

백새벽이 창밖의 늪 안쪽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는 어쩌면 뭔가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요⋯⋯. 늪 안쪽 깊은 곳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밀을요.”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 됐어, 이 얘기는 이만하자. 우리의 목적지는 웨이루 역 북쪽이 아니니까. 게다가 신참 두 명을 데리고 범상치 않은 사건에 끼어드는 건 너무 위험해. 적당한 때를 봐서 회사에 보고하는 수밖에 없지.

용여홍, 백새벽, 너희는 일단 좀 쉬어.

아 참, 새벽이 넌 자면 안 되겠다. 나한테 길을 알려줘야 하니까⋯⋯.”

“⋯⋯.”

그 말에 백새벽이 장목화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게 이전의 그 믿음직한 팀장이 맞나 의심하는 눈치였다.

* * *

그렇게 검은 늪 황야를 가로지르던 지프는 점심 무렵 잡초가 잔뜩 자란 시멘트 길 길목에 멈춰 섰다.

“여기가 이번 야외 야영 훈련의 첫 번째 장소야.”

차문을 열고 내린 장목화가 지프 왼쪽 길을 가리켰다.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린 성건우와 용여홍은 팀장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이었다. 시멘트로 깔린 지면 아래쪽으로부터는 잡초와 여러 식물들이 틈을 비집고 나와 있었다.

원래는 논이었던 것 같은 길 왼편은 지금은 늪에 거의 다 잠겨 있었으며, 아직 늪지화되지 않은 구역에서는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공터를 빙 두르는 듯한 건물 세 채가 자리해 있었는데, 그중 한 채는 이미 완전히 허물어진 상태였고, 나머지는 담쟁이덩굴 등의 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길 끄트머리에는 작지 않은 광장이 있었고, 그 양옆으로는 4층, 5층, 6층 등의 건물들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채는 상당히 높고 큰 편이었다.

그것들 역시 일부는 무너져 있고, 나머지는 녹색 식물로 뒤덮여 있어 분간이 어려웠다.

광장 끄트머리에서는 평범한 크기의 지프 네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폭을 자랑하는 검은색 짝문을 하나 볼 수 있었다. 활짝 개방된 문 안쪽으로 주거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집들 뒤쪽, 구조팀원이 볼 수 없는 곳에는 붉은 벽돌색, 혹은 흑회색의 굴뚝들이 높이 솟은 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굴뚝들의 외벽에는 매우 조악한 흑회색 계단이 달려 있었다. 또한 높은 곳으로 갈수록 그곳을 뒤덮은 녹색 식물들은 더 성기어졌다.

장목화는 성건우와 용여홍이 대충 관찰을 마쳤을 때쯤에야 입을 열었다.

“나중에 우리 팀은 여러 구세계 도시 유적에 진입하게 될 거야. 특히 방문한 사람이 적거나 아직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은, 상당히 위험한 곳에.

그러니까 너희는 일단 이런 장소에 적응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해.”

“하지만 여긴 별로 도시 같지 않은데요.”

성건우가 못 참겠다는 듯 대꾸했다.

그 말에 장목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난이도가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할 거 아냐.

이곳은 원래 철강공장이었어. 그 내부는 작은 사회와 다름없었지. 도시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돼. 봐, 길가의 저 건물은 병원과 라디오 방송국이었어.

음, 이곳은 유적 사냥꾼들에 의해 이미 수차례나 털렸기 때문에 가치 있는 물건은 더 이상 없어.

오늘 너희들의 주요 임무는 두 가지야.

첫째,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는 것.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도 좋고, 이곳에 출몰한 야수를 목표로 삼아도 좋아.

둘째, 제대로 된 지도를 제작하는 것. 모든 중요 지점을 다 표시해야 해.

어때, 간단하지?”

성건우와 용여홍은 둘 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경험으로는 이것이 과연 간단한 임무인지, 어려운 임무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목화는 다시 철강공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긴 유적 사냥꾼들이 수시로 나타나는 곳이야. 그들을 맞닥뜨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떻게 물자와 정보를 교환해야 할지 배워야 해.”

“팀장님, 이곳에 가치 있는 물건은 더 이상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유적 사냥꾼이 왜 나타나는 거죠?”

용여홍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장목화가 소리 내어 웃으며 답했다.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낡은 배에도 못이 세 근이라고. 이렇게 큰 철강공장은 더하고도 남지.

그들은 다른 곳에서 수확을 얻지 못하면 이곳을 한 번 뒤지곤 해. 뭐라도 쓸모있는 걸 건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이전에 어떤 유적 사냥꾼은 땅을 파다가 수도관 일부를 찾아서, 그걸 식량으로 교환했다더라고.”

용여홍과 성건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장목화가 몸을 살짝 돌리며 지시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자.

나하고 새벽이는 여기에서 차를 보고 있을게.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곧장 신호를 보내 도움을 청해. 그리고 물어볼 게 있으면, 2킬로미터 반경 안에서 무전기를 사용하면 될 거야.”

다시 차에 오른 장목화와 백새벽은 지프를 몰고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비교적 숨겨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를 확인한 성건우와 용여홍은 각자 아이스모스와 연합202 권총, 그리고 어깨에 멘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을 검사했다.

세부 사항의 확인을 마친 그들은 서로 번갈아서 쪼그려 앉아 군화의 끈을 다시 매며 빈틈없이 준비했다. 그러고는 돌격 소총을 쥔 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곳곳이 망가진 시멘트 길을 따라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 * *

가을에 접어든 이때, 날씨는 제법 싸늘했지만 잡초가 무성한 이곳에는 여전히 모기가 많았다. 녀석들은 건우와 여홍를 빙빙 맴돌며 끊임없이 윙윙댔다.

한동안 참고 있던 용여홍은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모기를 쫓는 데에도 순서를 정해야 하는 거 아냐?”

적어도 한 사람이 계속해서 사방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도와줘?”

성건우가 용여홍의 얼굴에 달라붙은 검은 모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용여홍은 순간 겁먹은 듯 반문했다.

“내 뺨을 때려서 쫓으려고 그러는 거지?”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

성건우가 소리 없이 실소를 터뜨렸다.

뒤이어 그는 옷 주머니에서 검지만 한 길이의 플라스틱병 하나를 꺼낸 후.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든 액체를 자신에게 몇 번 분사했다.

“우리 회사가 반고 바이오인 거 잊었어?

이 모기 기피제, 꽤 효과가 좋다고.”

용여홍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어, 언제 챙겼어? 차에 실려있던 거 아냐?”

반고 바이오 내부에는 모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땅 위로 올라온 지 며칠이 지난 여태까지도 모기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었기에, 용여홍은 모기 기피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전에 불침번을 설 때 챙겨뒀지.”

성건우가 솔직하게 답했다.

“내가 불침번을 섰을 때는 모기가 없었는데?”

용여홍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성건우는 그런 상대를 째려보며 말했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텐데.”

용여홍은 여전히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성건우가 결국 답을 알려주었다.

“나하고 팀장이 이틀 동안 먼저 불침번을 섰잖아. 그때 팀장이 주위에 기피제를 뿌려뒀었어.

엄밀히 말하면 모닥불을 피웠을 때부터 뿌렸었는데, 못 봤어?”

“⋯⋯.”

그렇게 간단한 답이었을 줄 몰랐던 용여홍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내 그가 성건우에게 놀림당하지 않기 위해 오른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저 건물부터 좀 보고 가자. 팀장이 그랬잖아, 저기는 병원이랑 라디오 방송국이었다고.”

그가 가리킨 곳은 시멘트 길 오른편, 정사각형 모양의 공터를 에워싸듯 자리한 세 채의 건물이었다. 그중 하나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좋아.”

성건우가 모기 기피제를 다시 집어넣으며 답했다.

“나,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용여홍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성건우는 작게 두어 번 웃었다.

“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잖아? 네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 그만! 이제 그만 말해.”

용여홍은 곧장 성건우의 말을 끊었다.

성건우는 용여홍을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고 뚜껑을 열어 상대에게도 모기약을 몇 번 분사해주었다. 폐허가 된 철강공장 안에서는 농담과 장난에도 정도가 있어야 했다. 이런 일에 정신이 팔려, 주위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 * *

모기와의 사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두 사람은 장목화가 예전엔 병원과 라디오 방송국이었다고 했던 건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먼저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독립적으로 따로 떨어져 자리한 두 개의 기둥이었다.

“누가 대문을 떼어간 걸까?”

갑작스럽게 두통이 밀려드는 것을 느낀 용여홍이 물었다.

성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꾸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능동성이라는 거야.

만약에 부서진 시멘트나 벽돌 조각도 뭔가로 교환할 수 있었다면, 두 개의 기둥 역시 이렇게 남아 있지는 않았겠지.”

“쯧쯧.”

용여홍은 씁쓸하다는 듯 혀를 차면서 두 개의 기둥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제야 그들은 건물 전방에 기대듯 자리한 단층집들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기만 하면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여기에서 앞으로 쭉 나아가다가 비탈을 따라 올라가면, 연못과 정원이 있는 작은 광장에 닿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차도 댈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광장을 통과하면 곧장 길가에 붙은 건물의 2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용여홍은 일단 집들과 건물 사이의 복도로 가보자는 듯한 동작을 취해 보였다.

그 사이에는 넓지 않은 배수로가 한 줄 자리해 있었으며, 그 안쪽은 이끼와 잡초로 가득 차 있었다.

좌우를 둘러보던 용여홍은 건물 1층에서 이쪽으로 열린 하나하나의 문을 발견했다. 안쪽 공간의 크기는 다양했으며, 비탈길 근처의 방 두 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깥쪽의 창문 역시 가리는 것 없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였다. 일렬로 늘어선 단층집들은 거의 비슷한 크기로 한 칸 한 칸이 나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시야 속에 모든 서랍이 활짝 열린 책상과 엎어진 스툴이 들어왔다.

용여홍은 병원과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두 가지 단서를 결합해 이곳이 어디에 속한 구역인지 판단해보려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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