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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23화 (23/649)

23화. 10미터 안

다다다, 하고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내 연합202 권총을 뽑아 든 성건우가 등을 살짝 굽힌 채 일어나더니 두 대의 대형 오토바이를 향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성건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설 줄 몰랐으나, 이미 눈이 붉게 달아오른 용여홍은 이에 놀라 사격을 멈추는 대신 계속해서 적들을 제압했다.

다다다!

강도 두 명은 한 손에 소형 기관단총을 쥔 채, 빠르게 오토바이를 몰며 반격해왔다.

앞쪽으로 몸을 날린 성건우는 한 바퀴 구르며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의 뒤쪽으로 땅에 박혀 먼지를 피워올리는 총알들이 따라붙었다.

이때,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두 대의 대형 오토바이와 성건우 사이의 거리는 채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성건우에게 더 가까운 안쪽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헬멧을 쓴 강도가 재차 그를 겨냥했다.

강도는 눈앞의 저 상대에게 이 정도 거리에서의 사격을 피할 방도는 없으리라 확신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순간 어떤 장면이 하나 떠올랐다.

그는 요란한 기관총 소리를 배경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오토바이와 피범벅이 된 채 경련하며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었다.

한편 또 다른 오토바이 위의 강도는 용여홍에게 맞서며, 상대가 동료를 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몇 차례나 연달아 구르다가 튕기듯 일어난 성건우는 소형 기관단총의 새카만 총구를 볼 수 있었다.

헬멧을 쓴 강도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마와 등골에서는 대량의 식은땀이 솟았다.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간단한 동작 하나였지만, 그는 그 동작을 해낼 수가 없었다. 그럴 능력을 잃은 것만 같았다.

‘총을, 어떻게 쐈더라?’

그의 머릿속에선 이런 황당무계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성건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팔을 들어 연합202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발사된 세 개의 총알 중 하나는 목표의 몸에, 다른 하나는 목표의 목에, 마지막 하나는 오토바이의 차체에 박혔다.

끔찍한 상처가 난 강도의 목에서 대량의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비틀거리던 그는 쿵, 하고 오토바이에서 땅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운전자를 잃은 대형 오토바이는 10여 미터 정도 더 돌진하다가 옆으로 고꾸라졌다. 묵직한 무게에 살짝 진동하던 지면에서 곧 대량의 먼지가 일어났다.

성건우는 멈추지 않고 손목을 살짝 틀면서, 용여홍과 맞서고 있던 또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를 겨냥했다.

탕탕탕!

그가 쏜 총알 하나는 대형 오토바이의 연료탱크에, 그리고 다른 두 개는 운전자에 명중했다.

성건우의 사격 실력은 유전자 개량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중상급에 속해 꽤 훌륭한 편이었다.

콰릉!

이내 쓰러져버린 그 오토바이는 갖가지 요인으로 인해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솟구쳐오른 거대한 붉은색 화염이 운전자를 삼켰다.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던 운전자는 마구 경련하며 뒤틀리다가 곧 축 늘어졌다.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이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이쪽을 돌아보았다. 순간 그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성건우는 그를 마주 보는 대신 미친 듯이 달리다가 몸을 굴려, 지프 차 머리 뒤쪽으로 돌아갔다.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던 황야 강도단의 두목은 더 이상 장치의 배터리와 육체의 부담 따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외골격 장치의 강력한 기동 능력을 발휘하며 지프를 향해 돌진했다.

이전까지 신중하게 공격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탕탕탕!

장목화와 백새벽의 공격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기껏해야 약간의 찰과상만 남길 뿐이었다.

이를 통해 그들은 군용 외골격 장치의 강력한 위력을 더욱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쿵!

하늘로 붕 떠올랐던 사내는 지프의 보닛에 착지하더니, 폭우 기관단총과 유탄 발사기, 그리고 전자파 무기의 총구를 그 뒤쪽에 숨은 세 사람에게 들이밀었다.

이때, 백새벽과 용여홍, 성건우 역시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

두목은 분명 분노하기도 했고 위험을 감수하려고도 했지만, 기본적인 사고력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죽은 두 부하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생각은 없었다.

원래 그는 지프의 보닛에 착지한 뒤, 외골격 장치의 강력한 다리 힘을 이용해 다시 한번 높이 뛰어오르며 적들의 사격을 피하려 했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유탄을 발사하면, 차 머리 뒤쪽에 숨어있던 세 녀석을 그대로 터뜨려 죽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허공에서 기관단총으로 사격을 가해, 혹시나 도망칠지 모르는 적도 놓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다음으로 군용 외골격 장치의 간이 제트 장치로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면, 검은 늪 철갑뱀 시체 뒤에 숨은 적 역시 도망칠 수 없으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보조 관절이 부착된 무릎을 살짝 굽히며 위쪽으로 뛰어오르려 한 그때였다. 두목의 머릿속에 강렬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냐! 아니지!’

동료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놓은 적들을 면대면으로 마주한 채 죽이면서, 두려움과 후회로 점철된 상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인 것 같았고, 그래야만 마음속에서 끓어오른 분노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높이 떠오른 채 아래쪽을 향해 난사하는 건 겁쟁이 같은 짓이야. 진심이 느껴지지 않잖아!

진짜 남자라면 상대와 마주 선 채로 죽음을 선사해야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된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원래 세운 계획을 포기했다.

물론 그가 모든 이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었다. 검은색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그가 돌연 무릎과 허리를 굽히면서 상반신을 숙였다. 덕분에 차 머리 뒤쪽에 숨은 세 사람은 두목의 금속 헬멧과 가슴팍을 감싼 장갑판, 그리고 보조 골격으로 뒤덮인 신체 부위와 직면하게 되었다. 외골격 장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틈새를 노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다음 순간, 두목은 그 세 사람 중 하나로부터 보통 사람보다 더 짙고 깊은 눈동자를 보게 되었다.

공격을 고집하는 대신 겨냥을 포기한 성건우가 옆쪽으로 힘껏 몸을 날려 몇 바퀴를 굴렀다.

이때,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으로부터 뒤쪽으로 비스듬히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장목화가 보기에 상대의 자세는 너무나 완벽했다. 그녀는 앞뒤 잴 것 없이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2, 30미터의 거리를 가로지른 누르스름한 총알이 검은색의 보조 골격을 스치며, 두목의 척추와 파워팩의 경계 옆쪽을 파고들었다.

이는 장목화가 겨냥했던 지점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과녁 중앙에 명중시킨 듯한 느낌이었다.

명사수인 그녀에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거리가 20미터 더 늘어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총에 맞은 두목의 등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온몸이 저릴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차린 두목은 자신이 이 중요한 순간에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탕! 탕! 탕!

장목화의 두 번째 총알이 제때 발사되었을 때, 백새벽 역시 두목의 복부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한편 용여홍의 연속된 사격은 상대의 금속 헬멧과 가슴팍의 장갑에 막혀,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목의 얼굴이 빠르게 일그러졌다.

생각이 빠르게 흐릿해지는 사이 그는 미친 듯이 유탄을 발사하려 했다. 앞에 있는 적들과 함께 죽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사람을 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한들,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하지 못할 리 없는 동작인데도 그의 두 손은 그보다 한발 앞서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쿠궁!

7, 80킬로그램짜리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이 결국 지프의 보닛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곧이어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빠르게 주위를 물들였다.

차마 감지 못한 그의 눈에는 의혹과 불만이 가득 어려 있었다.

저 뒤쪽에 서 있던 검은색 SUV는 오토바이 운전수의 비명을 듣고 황급히 달려왔지만 이미 한발 늦고 말았다. 유효 사격 범위 안에 진입했을 때 길선과 하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등에서 피를 뿜는 두목의 모습이었다.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던 하윤은 적을 찾아 그들을 쏴 죽이려는 듯 차창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의 묵직한 몸이 쓰러지자 지프가 잠시 흔들렸다.

그 순간 검은색 SUV 차량은 드리프트를 하듯 끽, 소리를 내며 가로로 섰다.

이에 하마터면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갈 뻔했던 하윤은 비교적 두껍게 껴입은 옷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검은색 SUV는 또 한 번 크게 돌면서 다급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뭐해?”

차창 밖으로 내밀었던 몸을 거둔 하윤이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길선이 핸들을 움켜쥔 채 큰소리로 응수했다.

“도망간다, 왜!”

“형님과 동료들이 아직 저기 있잖아!”

하윤은 자신의 연합202 권총을 길선의 관자놀이에 들이밀었다.

“얼른 돌아가!”

꽥꽥 소리를 질러내는 하윤의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그러나 길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외쳤다.

“형님은 이미 죽었어! 너도 같이 죽고 싶어?”

그는 엑셀을 거의 끝까지 밟고 있었다.

입술을 달싹이는 하윤의 표정이 수차례 바뀌었다.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던 그가 돌연 팔을 휘두르며 보조석에 주저앉았다.

“넌 빌어먹을 겁쟁이 자식이야!”

분노를 삭이지 못한 하윤이 욕을 내뱉었다.

“나도 그렇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던 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와, 도망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9밀리미터 아이스모스의 탄창을 교체하며 검은색 SUV 차량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장목화가 탄사를 뱉었다.

유탄 발사기가 있었다면 도망치는 적들에게 불꽃 세계를 선사할 수 있었을 텐데, 차에서 내릴 때 그걸 챙기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지프 머리 뒤쪽에 숨어있던 용여홍은 총알이 바닥날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다가 사격을 멈춘 뒤, 등을 살짝 굽힌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초점이 나간 그의 눈은 멍해 보였다. 온 정신이 다른 세계에 나가 있는 듯했다.

백새벽은 오렌지 소총을 쥔 채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가, 다른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냉정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그저 일상생활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가끔씩 경험하는 이런 일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백새벽은 장목화가 보조석에 놓아둔 유탄 발사기를 확인한 바 있었다. 다만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은 완전히 숨을 거뒀고, 검은색 SUV 차량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가 버렸으며, 그녀는 유탄 발사기를 잘 다루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걸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공연히 유탄 하나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백새벽의 시선이 곧 7, 8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성건우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황야 강도 두목의 마지막 선택에 엄청난 의혹을 품고 있었다.

방금 전 외골격 장치를 착용하고 있던 적에게는 분명히 경상이나 찰과상을 감수하고 세 사람을 공격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극심한 분노에 사로잡힌 채, 아무런 전술도 사용하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성건우는 그 순간 유일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며 옆쪽으로 몸을 날렸다.

백새벽이 입술을 달싹이는 사이, 이쪽으로 달려온 장목화가 물었다.

“다친 데는 없어?”

지프 안에는 구급상자가 하나 실려있었다.

그 말에 용여홍은 바르르 몸서리를 치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긴장으로 인한 떨림은 멈출 수 없었지만, 자신의 상태는 문제없이 살필 수 있었다.

“저, 전 괜찮아요.”

성건우도 웃으며 답했다.

“두통만 약간 있네요.”

“폭발음과 총성이 귀에 압박을 줘서 그럴 거야.”

백새벽이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에 근거해, 현실적인 각도에서 상태를 분석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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