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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22화 (22/649)

22화. 조우전(遭遇戰) (2)

장목화가 거대한 뱀 시체 뒤쪽으로 달리는 사이, 성건우는 지프 안으로 달려들었다가 반대편 차문으로 내리는 수고를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한 손을 차문에 얹어 몸을 지탱하고, 허리와 복부에 힘을 주면서 한쪽 무릎을 접은 채 훌쩍 뛰어오르더니 차의 지붕을 넘어 백새벽이 있는 쪽에 착지했다.

유전자 개량과 훈련을 통해 강화된 성건우의 뛰어난 신체 능력이 남김없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백새벽이 사격을 마쳤을 때, 성건우는 무릎과 허리를 굽힌 채 짧은 보폭으로 달려 그녀의 옆쪽에 이르러 차 보닛 뒤쪽에 몸을 숨겼다.

이는 훈련을 통해 교육받은 내용이었다.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차체를 방어막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일단 각종 설비가 실린 차의 머리 쪽을 선택해야 했다. 다른 부분은 총알이 관통하기 쉬워 별다른 방어 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원래 백새벽과 같이 차 뒤편에 있던 용여홍 역시 잔뜩 긴장한 상태라 약간 늦게 반응했음에도 때맞춰 성건우의 오른쪽에 붙었다.

백새벽은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상대를 놓치자마자 결단을 내린 듯, 소총을 끌어당기며 자세를 낮춰 차체에 몸을 딱 붙였다.

다다다다다다다!

울려 퍼지는 기관총 소리는 세 사람의 정신을 고도로 긴장시켰다. 자연스레 온몸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한편 상대의 경기관총이 이쪽을 훑기 전, 두 다리로 땅을 박차듯 뛰어 검은 늪 철갑뱀의 시체 뒤쪽으로 넘어간 장목화가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

탕탕탕!

거대 뱀의 새카만 비늘은 이어지는 사격에 분분히 갈라지기 시작했지만, 그 안쪽으로는 무려 두 겹이 비늘이 더 존재했다.

설령 그 두 겹의 비늘마저 다 갈라지더라도, 검은 늪 철갑뱀의 살이 있으니 총알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장목화가 몸을 숨긴 쪽에도 강철 비늘은 세 겹이나 자리해 있었다.

즉, 경기관총만으로 검은 늪 철갑뱀의 시체를 관통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충분한 양의 총알을 쌓아둔 채 시종일관 한 곳만을 노린다면 모르겠지만, 장목화는 기어서라도 이동할 수 있었다.

황야 강도의 두목은 외골격 장치의 도움 아래 경기관총을 든 채, 빠른 속도로 검은 늪 철갑뱀과 녹회색 지프 근처로 다가갔다. 이어지는 공격에 백새벽과 성건우, 용여홍, 그리고 장목화는 반격은커녕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기관총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미리 준비해 몸에 둘러놓았던 총알도 다 소진되자, 두목은 그제야 그 총을 내던진 뒤 폭우 기관단총을 오른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왼손으론 유탄 발사기를 들어 전방을 겨냥했다.

그와 동시에 외골격 장치의 금속 헬멧에 붙은 크리스털 고글에 정조준 시스템에 대응하는 십자선이 떠올랐다.

일련의 숫자들이 십자선 주위에서 빠르게 번득이며, 적합한 탄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대로 유탄을 발사한다면 녹회색 지프는 산산조각이 날 테고, 차 머리 뒤쪽에 숨은 백새벽과 성건우, 용여홍은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지프에 실린 각종 물자와 함께 지프가 날아가 버릴 것이다.

황야 강도에게 물자는 전투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망설이던 두목이 방향을 틀어 유탄 발사기를 장목화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그는 계속해서 폭우 기관단총으로 장목화의 움직임을 제한하면서, 종합 경보 시스템의 열화상 모듈을 이용해 상대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

그 사이, 그는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부하 두 명에게 손짓을 했다. 지프를 포위해 그곳에 숨은 적들이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듯, 두목의 손짓과 눈짓만 보고 그 의사를 파악한 두 사람은 검은 늪 철갑뱀을 우회해 지프의 머리 근처로 다가갔다.

다다다!

그들은 엄청난 기술자였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소형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그들 앞에서 성건우와 용여홍, 백새벽은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차가운 검은 늪 철갑뱀 시체 뒤쪽에서 주황색, 붉은색, 녹색 등으로 표시된 장목화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유탄의 탄도를 고르기 시작했다.

검은 늪 철갑뱀의 몸집은 거대했지만, 쓰러진 상태에서의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아 지프의 머리보다도 한참 낮았다. 그러므로 적합한 사격 거리와 유탄의 탄도 앞에서는 철갑뱀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검은 늪 철갑뱀의 묵직한 몸 뒤쪽에 웅크린 장목화는 상대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조금씩 움직였다.

계속해서 이런 상태로 있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가 대전차형 중무기를 휴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무기는 인간이 가지고 다니기에는 분명히 불편했지만,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상황에서는 그런 어려움도 크게 줄어들었다.

진흙 냄새와 더불어 피의 비린내가 장목화의 코끝에 닿았지만, 그녀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구세계 파괴 원인 조사팀의 팀장인 그녀는 뭔가에 귀를 기울이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지만 그녀의 청력으로는 인공 와우의 도움을 받는다 한들, 외골격 장치에서 나는 갖가지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를 판별할 수가 없었다.

그렇긴 해도 조금 전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저 사내가 나타난 순간,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인지하고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다름 아닌 장목화였다. 심지어 오렌지 소총의 스코프를 통해 그쪽을 감시하고 있던 백새벽보다도 훨씬 빠르게 반응했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기관총 소리가 외골격 장치의 소리를 거의 덮어버렸다. 하지만 장목화는 상관없다는 듯 묵묵히 상대와 자신 사이의 거리를 가늠했다.

이어서 그녀는 왼손으로 암녹색의 대전차 수류탄 하나를 쥐었다.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이 유탄 발사기를 들어 올린 채 범위 안에 들어온 그때였다. 장목화가 입으로 수류탄의 고리를 뽑았다.

뒤이어 허리와 복부의 힘을 이용해 제자리에서 홱 구른 그녀가 손에 쥔 수류탄을 재빠르게 내던졌다.

전기뱀장어형 생체 공학 의수는 전류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방면으로의 개조는 반고 바이오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콰광!

충격파에 실린 작열하는 불덩어리가 미친 듯이 확산되면서 이 구역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외골격 장치의 경보를 들은 두목은 서둘러 몸을 날린 덕분에 20미터가 넘는 거리를 뛰어넘어 완벽하게 폭발을 피해냈다.

설령 피하지 못했다 한들, 그에게는 정조준 시스템의 도움 아래 폭우 기관단총으로 허공을 가로지르는 수류탄을 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다만 그것이 어떤 성능을 가진 수류탄인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그는 혹여나 일어날지 모르는 뜻밖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격을 포기했다.

이 기회를 틈타 몸을 세운 장목화가 검은 늪 철갑뱀 시체 뒤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른손에 연합202 권총을 쥔 그녀는 목표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11.18밀리미터의 총알은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에게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목표는 장갑과 보조 골격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급소였다.

정조준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장목화의 사력 실력은 상대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목은 외골격 장치에 의지하여 연거푸 몸을 날리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두목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맺혔다. 빗나가는 총알 하나 없이,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상대의 실력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종합 경보 시스템을 갖춘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절대로 그 총알들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대는 진정한 명사수였다.

반고 바이오 내부에서 유전자 개량을 받은 직원들은 모두 총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그런 재능이 발휘되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었다. 장목화는 개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자였다. 성건우도 용여홍도 그녀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졌다.

게다가 그녀는 후천적으로 그런 능력을 개발하는 훈련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탕탕탕!

이 순간 장목화는 연합202 권총으로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적을 제압하고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탄창이 곧 비어 버릴 거란 사실이었다.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과 달리, 이 권총은 빠르게 탄창을 교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저 일반적이지 않은 적은, 그녀에게 빈틈이 생긴 순간 곧장 반격을 시작하며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 * *

대형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사이, 백새벽은 오렌지 소총을 옆에 내려놓으면서 지프의 섀시 아래 공간을 노렸다.

쪼그려 앉은 채 차의 머리 부분에 등을 기댄 백새벽의 전방에는 그녀가 놓아둔 작은 거울 하나가 있었다.

이 거울은 고개를 들 수 없는 백새벽에게 백미러처럼 좁은 범위 안의 광경을 비춰주었다.

그러던 그때, 백새벽이 빠르게 말했다.

“날 엄호해서 나머지 둘을 측면으로 몰아!”

말을 마친 그녀가 외투를 벗어 위쪽으로 내던졌다.

다다다!

순간, 회색 바탕에 카무플라주 패턴이 들어간 제복에 여러 개의 총알 구멍이 생겼다.

곧장 차문 쪽으로 몸을 굴리며 그 앞에 엎드린 백새벽은 아까 그곳에 내려놓았던 오렌지 소총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섀시 아래의 공간을 이용해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상대로서는 생각지도 못했을 각도에서 그의 발목을 겨냥했다.

탕탕탕!

장목화에게 반격을 가하려 했다가 또 다른 위험을 감지한 두목은 계속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훌륭해.’

장목화는 백새벽의 상황 판단 능력과 결단력, 그리고 모험 정신에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동시에 이 틈을 타 연합202 권총을 던져 버린 그녀가 곧 아이스모스를 꺼냈다.

지프 머리 부분에서 백새벽이 장목화를 지원하는 동안 성건우는 들고 있던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을 용여홍의 옆에 내려놓았다.

“저 둘을 측면으로 몰아!”

그가 백새벽의 지시를 반복했다.

두 대의 대형 오토바이를 측면으로 몰려고 하는 것은, 적이 차문을 겨냥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차문을 노린 총알은 지프를 그대로 관통해, 그 아래쪽에 엎드려 있는 백새벽을 다치게 할 수 있었다.

“난⋯⋯”

잔뜩 긴장한 용여홍이 우물쭈물했다.

“쏴!”

성건우가 약간 일그러진 표정으로 재촉했다.

고된 훈련을 받아온 용여홍은 그 외침에 더는 망설이지 않고 차 머리 부분에 몸을 숨긴 채, 한쪽 손을 뻗어 자신의 돌격 소총을 쥐었다. 그러고는 정확한 조준 없이 등 뒤쪽을 향해 냅다 방아쇠를 당겼다.

대형 오토바이를 몰던 두 녀석의 기관단총 소리가 순간 멎어버리더니,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더욱 요란해졌다.

용여홍은 이때를 틈타 홱 돌아서면서 차 머리 위쪽으로 상반신을 드러낸 상대를 겨낭한 채, 연달아 방아쇠를 당겨 그들을 측면으로 몰아갔다. 덕분에 그는 차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탄창 안의 총알이 모두 바닥나자, 그는 탄창을 교환하는 대신 성건우가 건넨 베르세르크를 집어 사격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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