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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21화 (21/649)

21화. 조우전(遭遇戰) (1)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백새벽이 돌연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돌렸다.

그러자 끼익, 소리와 함께 녹회색 지프가 가로로 섰다.

용여홍과 성건우는 차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동안, 이미 안전벨트를 맸기 때문에 이리저리 튕겨나가지 않았다. 다만 관성으로 인해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 백새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방의 지형이 변했어!”

장목화 역시 그 문제를 발견했다.

전방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도 시커먼 늪이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자리한 기이한 형태의 나무 역시 차량의 통행을 저지했다.

거대한 늪은 어느새 불어나, 원래 존재했던 길을 삼켜버린 것 같았다.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늪의 경계는 보이지 않아, 얼마만큼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미 거대 늪에 모조리 뒤덮인 이곳을 벗어나려고 한다면, 원래의 길로 돌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지도 몰랐다.

백새벽이 이곳에서 뒤로 돌아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려 한 그때였다. 장목화가 큰소리로 외쳤다.

“성건우, 트렁크에서 금속 막대 하나 꺼내줘.

백새벽, 너는 차의 보닛을 지지대로 삼아 저놈의 눈을 쏠 준비를 해.”

그 분부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이들은 팀장을 믿고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그녀의 명령을 수행했다.

곧장 안전벨트를 푼 건우는 뒤쪽으로 몸을 젖혀 금속 막대 하나를 꺼낸 뒤, 차에서 내린 장목화에게 건넸다.

그 막대를 보았을 때부터 팀원들은 내내 막대의 정체에 호기심을 느끼며 왜 팀장이 텐트가 아닌 기이한 막대만 챙겼는지 의아해했다.

오렌지 소총을 가로로 선 지프의 보닛에 받친 백새벽은 민첩한 동작으로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댔다.

이어서 그녀는 왼손으로 금속 막대를 받더니, 제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두꺼운 검은색 비늘로 덮인 거대한 뱀은 엄청난 속도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주위의 바람은 녀석의 몸에서 풍기는 비린내에 물든 듯했다.

무시무시한 검은 늪 철갑뱀이 독 안개를 뿜어내려고 하자, 장목화는 왼손에 금속 막대를 쥔 채 두 걸음 앞으로 맹렬히 돌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춘 그녀는 뱀을 향해 추진력을 실은 금속 막대를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손과 금속 막대 사이에서 맑고 눈부시고 두꺼운 아크가 나타났다.

아크는 점점 길게 늘어나면서 금속 막대를 둘러싼 채 파직, 파직, 소리를 냈다.

금속 막대는 은백색의 두꺼운 전광이 되어, 허공을 가로지르며 검은 늪 철갑뱀에게로 돌진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천벌 같았다.

검은 늪 철갑뱀 역시 위험을 감지했지만, 그 공격이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했는지 몸을 틀어 머리만 피했다.

쾅!

은백색의 아크로 뒤덮인 금속 막대가 검은 늪 철갑뱀의 길고 두꺼운 몸통에 떨어졌다.

장목화의 힘만으로는 그 금속 막대로 검은 늪 철갑뱀의 두꺼운 비늘을 꿰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막대에는 무시무시한 아크가 흐르고 있었다.

은백색의 빛은 파직, 하고 주위의 흑회색 진흙을 밝혔다. 그 사이 수많은 전류가 검은 늪 철갑뱀의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거대하고 괴이한 철갑뱀은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백새벽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총구를 살짝 조정한 그녀는 단호하게 오렌지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누런 총알 하나가 튀어나와 검은 늪 철갑뱀의 왼쪽 눈동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미 아크에 뒤덮인 철갑뱀으로서는 다가오는 위험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뚫고 들어간 총알은 곧 놈의 뇌를 마구 헤집어 놓았다.

전광은 빠르게 흩어져 사라졌다. 검은 늪 철갑뱀의 벌어진 거대한 입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뱀 답지 않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이어서 녀석의 몸이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미친 듯이 버둥거리는 거대한 뱀에 부딪힌 주위의 나무 몇 그루가 쿵,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의 움직임은 완전히 멎어버렸다.

넋이 나간 성건우와 용여홍을 돌아보던 장목화가 웃으며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주물렀다.

“전기뱀장어 형 생체 공학 의수도 나름 쓸 만해.”

* * *

성건우 일행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과 그의 부하들은 총성과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어서는 대지의 미약한 진동과 나무가 쓰러지는 기척이 느껴졌다.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이 희색을 드러냈다.

“됐어, 저들은 지금 가장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

바로 지금이야! 돌격!”

* * *

성긴 숲 안.

늪 근처에는 거대한 뱀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녀석이 보였던 거칠고 무시무시한 모습은 아직도 용여홍과 성건우의 눈앞에 잔상으로 남은 듯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던 장목화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전에 있었던 그 사고로, 난 청력뿐만 아니라 왼쪽 팔도 잃었거든.”

“아니.”

용여홍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게 끝인가요? 검은 늪 철갑뱀이 그냥 이렇게 죽어버린 거예요?”

몇 초 전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떠한 생각도 표현하지 않았던 그가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 순간, 그는 밀려드는 의혹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위풍당당한 검은 늪 철갑뱀이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것이 아주 잘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려 검은 늪 철갑뱀의 뒤틀린 시체를 힐긋 살핀 장목화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모든 황야와 숲속에서 극소수의 생물을 제외한다면 인간에게 가장 큰 적은 다른 인간이야. 안타깝게도 검은 늪 철갑뱀은 그 극소수의 생물에 포함되지 않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최정상급 포식자는 바로 인간인 거야.”

장목화가 말을 마친 그때였다. 그녀는 뭔가를 느낀 듯 왔던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쿵쿵쿵!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사내가 폭우 기관단총과 경기관총을 들고 앞장서서 총성과 비명이 울려 퍼졌던 곳으로 달렸다.

그 뒤쪽으로 양옆에는 두 대의 대형 오토바이가 마치 날개처럼 자리해 있었고, 검은 SUV 차량은 비교적 멀리 떨어져서 뒤따랐다. 전투 초반에는 끼어들지 않고 관망만 하다가 모든 싸움이 끝나고 나면 정리만 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윤과 길선 등의 남자들은 군용 외골격 장치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있는 한, 싸우느라 지쳐있을 유적 사냥꾼들과 검은 늪 철갑뱀을 두목 혼자서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쿵쿵쿵!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의 금속 헬멧에 달린 크리스털 고글에 전방의 광경이 비쳤다.

검은 늪 철갑뱀은 평범한 물통 두 배 굵기인 데다 시커멓고 두꺼운 비늘로 뒤덮여 있으며, 길이가 적어도 15미터는 될 듯했다. 공격을 당했는지 철갑뱀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그 주위에서는 부러진 나무와 흩뿌려진 뱀의 피, 그리고 뇌수가 보였다.

녹회색 지프는 수십 미터 밖에 가로로 서 있었다. 회색 바탕에 카무플라주 패턴이 들어간 제복 차림의 두 사내 중 한 명은 오른쪽 차문 밖에, 다른 한 명은 트렁크 왼편에 서 있었는데, 그들 모두 새카만 돌격 소총을 들고 있었다.

머리를 하나로 올려묶은 키가 큰 여인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주무르며 녹회색 지프와 검은 늪 철갑뱀 시체 사이에 서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시체보다는 지프와 거리가 더 가까웠다.

이때 그 여인은 몸을 돌려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지프의 보닛 뒤쪽에는 늘씬한 소총 한 자루를 받치고 선 또 다른 여인이 스코프를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스코프를 돌려?’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은 이마의 혈관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피했다.

외골격 장치의 도움 아래 순간적으로 몸을 날린 그는 오른쪽으로 7, 8미터 정도 도약했다.

탕!

백새벽이 쏜 총알은 방금 전까지 상대가 있던 곳을 관통하여 그 뒤쪽에 자리한 나무의 그루에 박혔다.

몸을 날려 총알을 피한 두목은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밀려드는 충격과 후회를 느꼈다.

‘왜 저렇게 다들 멀쩡하지? 검은 늪 철갑뱀은 저렇게 죽어버린 건가?

저들은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검은 늪 철갑뱀을 처리하고 심지어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거지?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종합 경보 시스템이 없었다면 난 방금 전 저 총에 맞아 죽었을 거야!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로!’

두목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금세 결정을 내렸다.

상대가 검은 늪 철갑뱀을 손쉽게 처리하는 어마어마한 실력을 보인 이상, 자신 역시 돌격하여 화력으로 그들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이 상황에서 도망가버린다면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자신이야 별문제 없겠지만, 하윤과 길선을 포함한 녀석들은 무사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아무리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상태라도 자신이 검은 늪 철갑뱀보다 강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속도와 반응 능력 면에서는 더 뛰어날지 몰라도, 힘과 공격력 면에선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검은 늪 철갑뱀도 저들의 손에 저렇게 간단히 처리되었는데,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자신이라고 해서 무사히 달아날 수 있을까 싶었다.

두 발이 땅에 낳은 순간, 경기관총을 들어 올린 그가 상대를 향해 미친 듯이 총을 갈겨댔다.

다다다!

지면의 진흙이 사방으로 튀고, 녹회색 지프의 문에도 하나하나의 총알 구멍이 생겨났다.

백새벽이 총을 쏘고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두목이 날아드는 총알을 피하기 전, 가장 먼저 그들의 존재를 발견한 장목화는 오른손으로 연합202 권총을 뽑아들면서 두 다리에 힘을 주어, 검은 늪 철갑뱀 시체를 향해 치타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그녀가 그쪽을 선택한 이유는 지프 뒤쪽으로 몸을 숨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한데다, 화력의 교차점이 생겨야 서로를 지원하기에 더 좋기 때문이었다.

또한 검은 늪 철갑뱀 시체의 방탄 능력은 지프보다 훨씬 더 우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체 공학 의수의 전기 에너지를 쓰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최대치의 에너지를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만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장목화는 눈앞의 적을 처리할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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