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11화 (11/649)

11화. 대우

멍한 표정의 장목화가 손을 들어 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어, 뭐라고?

하하, 다시 얘기할 필요 없어. 용여홍, 너는 왜 구조팀에 가입한 거야?”

“전 배정받은 거예요. 올해 막 졸업해서 아직 결혼도 못했다고요⋯⋯.”

용여홍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하더니, 방금 했던 말을 큰소리로 반복했다.

장목화는 그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그 많은 사람 중에 배우자를 배정받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 너란 말이야?

그 많은 졸업자 중 안전부에, 게다가 구조팀에 강제로 배정된 사람이 너라고?”

용여홍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사람을 우리는 보통 선택받은 자라고 부르지.”

용여홍은 입을 잠시 벙긋거리다가 자조하듯 웃었다.

“전 선택받은 자라기보다는 운 나쁜 사람 같은데요.”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으며, 그는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하지도 않았다. 장목화는 고개까지 기울여가며 그의 말을 알아들으려 해봤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용여홍에게 큰 소리로 말해보라고 지시하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각양각색의 훈련을 하게 될 거다. 사격, 격투, 야생에서의 생존 훈련에 그치지 않고, 외골격 장치 및 인공지능 갑옷을 조작하는 방법도 배울 거야.

좋지 못한 실력을 보여 요구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구조팀에서 쫓아내 다른 직무를 맡게 할 생각이다.”

순간 용여홍의 눈이 밝아지더니, 낙담한 기색도 단숨에 사라졌다.

“하지만.”

장목화는 의도적으로 그를 바라보는 대신 성건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훈련 중 의도적으로 못하는 척을 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파일에 해당 사실을 적을 거야. 그 결과에 대해서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직원 파일에 오점이 남은 순간부터는 다음에 더 좋은 직무를 배정받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세 개의 오점이 쌓이면 애쉬랜드 위로 쫓겨나게 되어있었다.

성건우 역시 용여홍의 표정 변화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

“훈련조차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구하겠습니까?”

긴 소파 위에 앉은 백새벽은 그 말에 못 참겠다는 듯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그의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성건우의 외모는 그녀의 심미안에 부합할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백새벽이 결국 장목화에게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 훈련이 끝나면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 상태도 심층적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애쉬랜드에는 인간을 버티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아주 많아요. 팀원 중 누군가가 그런 이유로 정신적인 문제를 보인다면 더욱 골치가 아파질 테니, 사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좋은 제안이야.”

장목화는 손가락을 튕겨 탁, 소리를 내며 말했다.

“다만 유일한 문제가 있는데, 조금 더 크게 말해줄래? 하마터면 못 들을 뻔했어.”

“네, 팀장님!”

백새벽이 거친 목소리를 높여 답했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장목화가 말을 이었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 내 시험에 통과해야만, 그 후에 진행될 임무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능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를 구조팀에 묶어두고 그에게 감당하지 못할 위험을 마주하게 할 생각은 없다. 한 명 한 명의 노동력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가진 모든 가치를 싹 발라먹기 전까지 그들을 쉬이 포기할 수 없어.”

“휴⋯⋯.”

두려움과 슬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용여홍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이 대목에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으나, 마음을 깊이 찌르는 듯한 팀장의 묘한 마지막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백새벽은 팀장도 성건우처럼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어떻게 그런 말을 저렇게 대놓고 할 수가 있지?’

짝짝짝!

그때, 성건우가 열정적으로 손뼉을 쳤다.

“좋은 말씀입니다!”

어색하게 웃던 장목화가 물었다.

“성건우, 넌 일반적인 사람과는 좀 다르네. 구조팀에 맞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왜죠? 모두가 낙담하고 의기소침해진 상황에서, 열정과 웃음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줄 사람인데요.”

성건우의 답에 장목화는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떴다.

“말하는 건 또 퍽 정상적이네.”

“전 언제나 정상이었습니다.”

성건우는 앉은 채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대꾸했다.

그러자 장목화는 음, 소리를 내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줄 건데?”

잠시 고민하던 성건우가 말했다.

“골드코스트의 훌라춤으로요.”

“⋯⋯기대되네.”

기계적으로 답한 장목화가 물었다.

“그래, 그걸 어디에서 배웠는데?”

“오락부의 연말 공연에서요.”

성건우가 솔직하게 답했다.

“아, 난 못 봤는데!”

장목화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백새벽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처음으로 이 팀에 가입한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의혹과 혼란이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용여홍을 볼 수 있었다.

‘이 팀에서 정상인 건 나를 제외하면 저 바보 같고 겁많은 녀석뿐인 거야?’

장새벽은 얼굴을 가리고 싶다는 듯 목에 두른 스카프를 당겼다.

작년 연말 공연에 대해 수다를 떨던 장목화는 손목에 찬 검은색 전자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좀 늦었네. 이따가 훈련이 있으니까 짧게 말할게.”

성건우와 용여홍, 백새벽의 시선이 자신의 손목시계에 쏠린 것을 보고 손을 흔들던 장목화가 말을 이었다.

“이건 콩을 곁들인 소고기 조림 통조림 두 개를 주고 어느 황야유랑자에게서 산 거야. 그도 어디에서 주운 것이라고 했어. 그때는 이미 고장 나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공장 구역 주관자가 한 명 있거든. 공헌점수를 좀 찔러주고 전자 엔지니어에게 부탁해서 고쳤지.

하하, 부러워할 것 없어. 너희들한테도 기회는 있으니까. 회사에서 나가 애쉬랜드에 들어가면 이런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거든. 맞지, 새벽아? 내가 기억하기로, 너도 한때 쓰레기 사냥꾼이었잖아.”

‘팀장님, 그렇게 끔찍한 칭호를 쓰실 필요는 없잖아요⋯⋯.’

입을 벙긋거리던 백새벽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적 사냥꾼이에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짜 유적 사냥꾼도 아니었지만요. 황야 깊은 곳의 도시 유적에 들어가 본 적은 거의 없거든요. 그곳은 너무 위험해서 말이죠. 제가 보통 노린 건 황야에 널린⋯⋯.”

여기까지 말을 잇던 왜소한 백새벽은 적당한 단어를 찾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결국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한 듯, 그녀는 이를 악문 채 말을 맺었다.

“쓰레기였죠.

가끔은 대부분의 위험이 이미 다 제거되었으면서 도시 유적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 가보기도 했어요. 그곳에서 다른 사냥꾼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발견하지 못한 물건들을 찾아냈죠. 그 후에는 차로 황야 곳곳의 거점을 방문하면서 그들과 물자를 교환했고요.”

성건우와 용여홍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배웠던 기초 교과서엔 애쉬랜드의 현재 상황이 대략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그중 한 부분에는 유적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전문적으로 소개되어 있기도 했다.

구세계가 파괴된 이후 점차 대두된 직업인 유적 사냥꾼은 구세계 도시 유적을 뒤지며 그 안의 물건과 책, 기술 자료, 문헌과 생존을 위한 각종 자원을 찾는 일을 했다.

유적 사냥꾼들의 사정은 각각 달랐다. 그중에는 골동품 학자, 역사 연구가, 과학 연구원, 그리고 대형 세력의 조사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유적의 물건을 찾고 파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또한 그중 대부분은 황야 강도를 겸직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혼란을 겪은 유적 사냥꾼들은 정보와 물자를 교환하기 위해, 동시에 서로의 신용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느 강자의 제안 아래 비교적 느슨한 조직을 하나 설립했다. 이 조직이 바로 사냥꾼 길드였다.

벡새벽의 이야기가 끝나자, 장목화는 상대를 칭찬했다.

“이번에는 크게 잘 얘기했네.”

뒤이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은 새로운 전자시계도 생산되고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어. 기본적으로는 퍼스트 시티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아, 언제쯤 퍼스트 시티에 가볼 수 있을까?”

퍼스트 시티는 하나의 도시이자, 한 대형 세력의 칭호이기도 했다. 도시로서의 퍼스트 시티는 구세계가 파괴된 후 인류가 원래의 폐허 위에 세운 최초의 도시 로, 같은 이름을 가진 대형 세력의 수도였다. 그리고 대형 세력으로서의 퍼스트 시티는 현재 애쉬랜드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와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퍼스트 시티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백새벽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린 듯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장목화의 말을 끊는 대신 긴 소파의 팔걸이 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장목화가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짧게 말한다고 해놓고 또 길어졌네.

이제부터가 중요한 내용이야. 대우에 관해서 말해줄게.

상건우, 용여홍, 너희는 D1급으로 정해져서, 다른 D1급과 마찬가지로 매달 1800점을 받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한테는 별식이 나오지.

별식은 다음과 같이 공급돼. 매달 주어지는 휴일은 나흘이고, 나머지는 모두 훈련일이야. 훈련일에는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어. 매일 2인분씩, 총 반 근의 특별한 고기반찬이 나오고, 1인분을 먹을 때 드는 공헌점수는 단 1점이지. 한 번에 몰아서 먹을지, 두 번에 나눠 먹을지는 알아서 선택하면 돼.

휴일에는 매일 25점의 공헌점수가 나와. 돼지고기 반 근을 살 수 있는 점수지. 휴일은 나흘이라고 했으니까, 한 달에 1백 점씩 더 받을 수 있는 거야.

즉, 야외 야영이 없는 훈련 기간에는 한 달에 1900점을 받는 셈이야.

회사를 떠나 애쉬랜드 위로 훈련을 나갈 때는 매일 무료 보급이 나올 뿐만 아니라, 공헌점수 30점이 따로 나오기도 해. 부상을 당하더라도 전액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만약 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면 회사에서는 무료로 생체 공학 의수 및 의족 이식 수술까지 해줄 거야.”

장목화는 용여홍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에 목숨을 잃는다면 위로금이 나와. 보통 80개월 치 봉급에 달하지.

D7급 이하에서 우리 팀의 대우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좋다고 할 수 있어.

너희가 모든 훈련과정을 마치고 시험에까지 통과한다면 곧장 D2로 승급돼. 다른 직원들은 D2까지 오르는 데 1년, 2년, 심지어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처음만 해도 무겁게 가라앉았던 용여홍의 마음은 곧 빠르게 벅차올랐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이 배정된 이 직무의 앞날이 밝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만약 구조팀에서 몇 차례의 작전에 나서고도 목숨을 부지한다면 그는 D6급으로 승급하게 될 테고, 그 정도 지위에 오르면 전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럼 그때의 그는 또래 직원 중 등급도 높고, 수입도 제법 많은 사람이 될 것이었다. 관리자들이 사는 구역에만 가지 않는다면, 어딜 가더라도 목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었다.

“너로 말할 것 같으면,”

장목화가 백새벽을 향해 말했다.

“아직 정식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너한테 해주는 대우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정식 직원과 마찬가지로 별식과 별도의 공헌점수는 지급되지. 훈련을 모두 마치고 시험에 통과한다면 정식 직원이 될 수 있을 거야.”

조금 부드러워진 표정을 드러낸 백새벽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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