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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711화 (711/712)

711화. 고수 (2)

무사 몇몇은 운이 좋게도 점심에 신비로운 고수 서겸을 만나자 미친 듯이 기뻐하였다. 이 거물이 왔다는 건 그들이 철저하게 안전하고 더는 목숨을 부지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그가 바로 수가 말한 그 신비로운 고수구나. 시체를 봉인한 고수…….’

공손향명은 확실히 깨달았다.

허칠안의 형체가 괴이하게 사라졌다가 미라와 공손수 등의 가운데에 나타났다. 다소 조급한 그의 어조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인상을 주었다.

“썩 꺼지고 밖에서 나를 기다리시오.”

공손수 등은 면죄부를 받은 듯했다. 그들은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은 진작에 사라졌기에 허둥지둥 밖으로 철수하였다.

미라는 그들이 떠나는 걸 막지 않았다가, 사람들이 떠난 뒤 허칠안을 쳐다보며 의아해하였다.

“방금 그건 고신의 수법인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강 고족의 수법이다.”

허칠안은 한 마디로 말을 바로 잡은 뒤, 손짓하여 발 옆에 있는 횃불을 집고 높이 들어 초췌하면서도 무시무시한 미라의 모습을 밝게 비추었다.

“이번에 너를 찾아온 건 네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다. 음, 네 몸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그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횃불을 들었다.

“네 손톱, 독액 그리고 시체 기운을 빌려 쓰겠다.”

미라가 말했다.

“법기를 제련하려는 건가?”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루한 황포를 입은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별안간 그를 주시하면서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에 그윽한 빛을 내비쳤다.

“봉인되었군.”

……허칠안은 웃으며 말했다.

“안목이 좋군.”

‘역시 최소 1품 고수가 탈피한 육신답군. 이 지위로 내 몸 상태에 문제가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미라의 눈빛이 약간 반짝였다.

허칠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네 주군을 모방하고자 하여 황제를 시해하였고 현재는 수련 경지가 봉인되었다.”

허칠안은 말을 하면서 옷섶을 풀어 제 몸 표면에 박힌 못을 보여주었다.

“네가?”

미라는 낯빛이 약간 변했다.

“네 몸속의 그 괴물은? 그는 왜 나를 만나러 나오지 않았지?”

미라가 진정으로 중시하는 상대는 숙주로서의 허칠안이 아니라 신수 승려였다. 하지만 그는 이 못들을 본 뒤에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자식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만으로 치명적이라고 할 만한 봉인에 맞서지?’

“그는 깊이 잠들었다. 그날 황제를 시해한 뒤 나는 그만 수련 경지가 봉인되었고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 참…….”

허칠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불사의 몸인 3품으로 승직하였거든.”

“불사의 몸이라, 어쩐지…….”

어쩐지 그는 이런 봉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펄펄 뛸 수 있었다.

미라는 표정이 순간 복잡하게 변했다. 애당초 이 자식의 수련 경지는 깊지 않아 그저 땅강아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자식이 이제 겨우 얼마나 됐다고?

그는 이미 3품 무사가 되어 불사의 몸이라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헤아려봤다. 대부분의 힘이 봉인되었기에 근본적으로 3품 무사에 맞설 수 없었다. 비록 이 자식 역시 봉인되었지만, 몸속에 깊이 잠든 그 괴물이 만약에 깜짝 놀라 깨기라도 한다면…….

‘심고의 능력은 아주 쓸모 있어. 그저 보잘것없는 부작용이라서 억제라고 말할 나위도 못 되기는 하지만…….’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으나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했다.

“내가 공짜로 네 물건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너를 도와 그 주군을 찾아주겠다. 사실 그날 이후 나는 줄곧 네 주군에 관심을 가지고 대량 왕조를 조사했거든.”

허칠안은 다시 심고를 이용해 유도해냈다.

미라는 눈을 반짝이더니 주의력을 전부 이 화제에 쏟았다.

이건 결코 심고의 능력이 강대해서가 아니었다. 비슷한 화제 자체가 미라의 최대 관심사였다.

심고는 그저 보조하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이는 신경 쓰이는 걸 더 신경 쓰이게 했으며 관심 가는 걸 더 관심 가게 하여 다른 일에 한눈을 팔지 않게 했다. 예컨대 허칠안의 등에 칼을 꽂는다든가.

“대량 황조의 역사는 상고 시대, 신마 시대가 끝난 뒤 인간과 요족 두 종족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신마의 후예가 구주에 혼란을 일으키면서 그때 역사는 동요와 혼란으로 가득 찼었다. 유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 관습이 없었으나 상세한 사서가 남아 있다.”

허칠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허나 우리는 여전히 다른 면에서 많은 것들을 추측할 수 있다. 예컨대 네 그 주군이 옛 몸뚱이를 탈피하고 새 육신을 다시 만든 뒤는 두 가지 결말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 그는 이미 몰락했다. 둘, 그가 말의 갑옷을 바꿨다.”

미라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물었다.

“말의 갑옷? 무슨 뜻이지?”

‘말의 갑옷은 바로 신분을 바꿨다는 뜻이야. 예를 들면 서겸이 내 말의 갑옷이고, 어떤 때는 허신년도 내 말의 갑옷이지…….’

허칠안이 말했다.

“기운을 얻은 자는 장생할 수 없다는 규칙을 아는가?”

“기운을 얻은 자는 장생할 수 없다라…….”

미라는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네가 모른다는 건 네 주군이 애당초 임금을 시해하고 반역을 꾀해 천자의 자리에 올라 제왕이라고 불릴 때 그도 이 규칙을 몰랐다는 걸 의미한다. 나중에 그가 도겁에 실패하였기에 이 규칙에 대해 잘 알게 된 거지. 이러한 이유로 옛 몸뚱이를 탈피하고 너와 기운 옥새를 포함한 과거의 모든 것을 잘라낸 것이다.”

허칠안은 웃기 시작했다.

“참 재미있어.”

기운을 얻은 자가 장생할 수 없다는 건 오늘날 구주 전봉은 누구나 다 아는 규칙이었다.

하지만 상고 시대에 이 규칙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왜일까?

당시 인족은 겨우 막 궐기하여 집단 전체가 아직 방대한 기운을 모으지 못했다. 그 당시 인족 수사(修士)에게는 기운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인종의 길을 걷는지 아닌지 모호한 상고 시대 도인은 기운이 그의 수행을 도울 수 있다는 걸 눈치채고 뱀을 베어 국사가 되었으며, 엄청난 명성과 기운을 얻었다. 결국 그 도인은 아예 국군을 베고 제위에 올랐다.

마치 그가 정덕제를 벤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는 자신의 수련 경지가 점점 더 높아질수록 기운의 수갑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장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그는 천겁을 빌려 허물을 벗고 도망쳐 영혼의 일부를 분리하였다. 그는 옛 몸뚱이를 팔아버림으로써 과거의 모든 연결을 끊었다.

이 일을 벽화의 내용과 결부시키면 이 추리는 논리와 사실에 부합하였다.

‘이 도인에게는 뭔가가 있다. 역시나 기운이 몸에 달라붙은 자다. 고조, 무종 같은 1품 무사도 전부 죽고 유가 성인 역시 죽었다. 역사적으로 수련 경지가 뛰어난 개국 황제 중에도 장생할 수 있는 이가 하나도 없는데 그는 억지로 모든 걸 다 끊을 수 있었다……. 그가 어떻게 한 걸까? 그 속에는 분명히 내가 모르는 아주 중요한 한 걸음이 있을 거야…….’

허칠안은 흩어진 생각을 한데 모으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너와 기운 옥새를 이곳에 남겨둔 건 그가 이미 과거와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걸 증명하지. 그렇다면 그의 수련 경지로는 세월이 그를 벨 수 없다. 그는 반드시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나중에 초품이 된다면, 그렇다면 고신을 제외하고 어느 초품이나 그의 말의 갑옷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말의 갑옷은 새로운 신분을 의미해. 만약 그가 초품이 되지 않는다면, 분명히 잠복하거나 무슨 일을 도모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쨌거나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어…….’

미라는 눈에 인간적인 감정의 기복이 반짝이더니 희비가 교차하였다.

허칠안은 그의 감정이 이렇게 격하게 널뛰는 걸 보고는 ‘허’하고 소리를 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결과에 만족하는가?”

미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 역시 매우 만족하였고, 지서 파편의 표면을 가볍게 두드려 태평도를 불렀다.

그는 한 손으로 칼을 쥐고 한 손으로 미라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쯧쯧거리며 말했다.

“손톱을 몇천 년 동안 자르지 않았구나. 콧구멍을 팔 때 찔러서 코피가 흐를까 두렵지 않나?”

미라의 손톱은 칠흑같이 까맸는데 인간의 손톱과는 달랐다. 그의 손톱은 어느 거대한 맹수의 발톱과 더 흡사했다. 단단하고 날카롭지만 긴 편은 아니었다.

허칠안이 칼을 쥐고 땅땅땅 베니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어렵사리 하나를 잘랐다.

만약 그저 법기를 제련하는 거라면 손톱 하나로 충분했다. 하지만 미라 몸의 재료는 보기 드물기에 허칠안은 일부러 수를 세지 않았다. 그는 뽑을 수 있을 만큼 계산한다는 원칙에 따랐다.

그가 연속으로 손톱 다섯 개를 베어내자 미라는 주먹을 쥐었다. 미라는 ‘허전한’ 손가락이 다소 적응되지 않았다. 허칠안이 또 그의 다른 손을 잡아당기는 걸 보자 미라는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너무 과분하게 굴지 마라.”

허칠안은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었다. 뒤이어 그는 미라의 허락하에 그의 목덜미에 칼을 가로로 놓고 살갗을 베어 10ml 정도의 걸쭉하고 검푸른 액체를 취해 작은 옥병 안에 봉했다.

이로써 위연이 다시 살아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두 가지 모였다.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 깊은 곳이 훨씬 안정된 듯한 기분이 들어 진심으로 기뻤다.

마지막이 바로 상대방의 시체 기운을 빌려 시고를 온양하는 일이었다.

미라는 입에서 검은 연기를 두 가닥 뿜어냈다. 가느다란 연기가 공중에서 모이더니 흩어지지 않았다. 이는 딱 봐도 맹독이 든 연기였다.

허칠안이 아랫배를 움츠리고 숨을 들이마시자, 검은 연기가 그의 콧구멍으로 하늘하늘 밀려 들어왔다

순식간에 그는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사람처럼 눈동자가 흐리멍덩해졌다. 그의 볼에는 칠흑같이 까만 혈관이 도드라져 흉측하고 무서워 보였다.

그는 그 상태가 무려 20분이나 지속된 뒤에야, 철저하게 시체 기운을 소화하였다. 검은 혈관이 사라지고 눈동자가 초점을 회복했다.

그는 눈을 감고 칠절고의 변화를 감지했다. 시고를 상징하는 능력에 질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단번에 천고 아래 가장 강한 고술이 되었다.

지금 그는 각 체계의 7품 고수 셋을 비교적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비교적 완벽하다는 건 그들의 전투력과 기교의 80% 이상을 환원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미라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유가 무엇이냐.”

허칠안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네 용모가 매우 수려하다는 생각을 했다.”

“?”

미라는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소탈하게 웃더니 일어서서 읍하였다.

“이만 가보겠어!”

그는 아무런 미련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 * *

지하 궁전을 걸어 나오는 길, 돌문을 지나친 그는 횃불을 들고 어느 벽 옆에 멈추더니 머리로 가볍게 벽을 찧으며 욕을 퍼부었다.

“너무 어색해. 너무 어색했어…….”

잠시 뒤, 허칠안은 가슴 속의 닭살을 달래더니 아주 익숙하게 지상으로 돌아왔다.

한기를 머금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 얼굴, 어깨, 목 위를 쳤다……. 그는 한번 훑어보더니 공손수 일행이 아직 동굴 밖에서 기다린다는 걸 알아차렸다.

도롱이를 입고 있거나 삿갓을 쓴 자도 있었고, 우장(雨裝)을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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