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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708화 (708/712)

708화. 미라: 그는 어디에 있는가

가을비가 끊임없이 내렸다. 여름철 강우량만큼 세차지는 않지만, 살갗에 스며드는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옹주는 경성에 인접했으며 남쪽에 치우쳐 공기 중 습도가 높았다. 흐리고 비 오는 계절에는 한기가 유난히 사람을 파고들었다. 집집마다 문과 창문을 제대로 닫지 않으면, 침구, 가구 옷이 전부 습기에 물들었다.

조망청 안의 모든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지만, 이제는 바깥의 스산한 비의 장막에 의아해하며 침묵에 빠졌다.

한 연신경 무사가 침음했다.

“비가 오기 전에 조짐이 있으니 별거 아닙니다.”

침묵의 분위기가 깨지자 다른 무사가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호수 안에 있던 물고기가 방금 수면을 뚫고 나와 숨을 들이마셨을 겁니다.”

그는 비를 예견할 수 있는 지식을 언급했다.

다른 무사들도 이 모습을 보더니 잇따라 의견을 냈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한에서, 비를 예견할 수 있는 지식들을 조금씩 늘어놓았다.

그들은 말을 하다 보니 방금 그 젊은이의 ‘정확한 예측’이 사실은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충격을 준 이유는 하늘이 정말 너무 협조적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젊은이가 말한 대로 비가 온다고 하니 정말 비가 오는 듯했다.

공손수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더니 늙은 도사가 침음하며 말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지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청곡 도사님, 다른 생각이 있으신 듯합니다만?”

사람들은 갑자기 늙은 도사를 쳐다보았다.

도호가 ‘청곡’인 늙은 도사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몇 초간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기후 현상의 변화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떤 비는 조짐이 있지만, 어떤 비는 조짐이 없지요. 어떤 비는 분명히 조짐이 있었는데 내리지 않기도 하고, 어떤 비는 분명히 조짐이 없었는데 내린다고 하니 내리지요. 오늘 밤에 무덤에 내려갈 것임을 알고 빈도가 어젯밤에 기후 현상을 관측했는데 오늘 비가 내릴 거란 조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늙은 도사가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예고 없는 비입니다.”

공손수가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호수의 물고기가 수면 위로 나와 숨을 들이쉬지 않았어요.”

그녀는 방금 그 무사의 변명에 반박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이상하게 변하였다.

잠시 뒤 그 연신경 무사가 떠보았다.

“만약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면, 그, 그렇다면 그는 무슨 수련 경지인가요?”

저속한 무사가 보기에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이런 조작은 그야말로 신선의 수법이었다.

무사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도 기후 현상을 예측하고 비를 기원할 수 있는 인물은 육지신선이었다.

늙은 도사가 느긋하게 말했다.

“저는 그저 무신교의 우사가 비를 기원할 수 있고, 사천감의 술사는 기후 현상을 관측하고 황력을 정할 수 있으며, 남강 천고부의 독술사는 하늘의 시기와 지리를 알 수 있다는 것만 압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비슷한 수법을 장악한 인물의 품계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는 겁니다.”

모든 무사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공손수는 일어나서 조망청 밖으로 걸어가 비의 장막 사이로 양백호를 멀리 바라보았다. 물안개가 자욱한 수면, 음침한 가을비로 왕기어방의 모습은 진작에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약속을 잊었나…….”

공손수는 중얼거리며 이 말을 되풀이했다.

* * *

늦가을, 이번 비는 계속 이어져 두 시진 동안 내렸으며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칠안은 2층 배의 변소에서 지서 파편에서 도롱이와 삿갓을 꺼냈다. 그는 밖을 돌아다니다 자연스레 우장(雨裝)을 구비했다.

왕기어방의 배가 천천히 기슭에 정박하자 식객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모남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길을 살피며 질퍽거리는 곳을 피해가려고 했으나 헛수고였다.

그녀는 수놓은 신발이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신(花神)이 환생한 버전 아니야? 이치대로라면 비 오는 날이랑 진흙탕을 아주 좋아해야 맞는데…….’

허칠안은 혼자 기분이 울적해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빈정댔다.

‘진흙, 진흙……. 내가 만약 진흙 안에 숨으면 아무도 발견할 수 없겠지……. 아니, 멈춰, 더는 생각하면 안 돼. 나는 사람이지 미꾸라지가 아니라고…….’

그는 온 힘을 다해 암고의 부작용과 맞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암고의 능력을 연달아 사용한 탓에 강력한 후유증이 동반된 참이었다.

* * *

허칠안은 객잔으로 돌아온 뒤, 심부름꾼에게 맛있는 음식과 맛좋은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두 번째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모남치는 방으로 들어가 수놓은 신발을 문 뒤로 걷어차 던진 뒤, 희고 보드라운 맨발로 방안을 왔다 갔다 하였다.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가 바로 다시 닫더니 입을 삐죽였다.

“나는 옹주가 참 싫어. 습하고 춥잖아.”

말하자면 이는 그녀가 왕부를 떠나 왕비의 신분을 버린 첫 번째 겨울이었다. 그녀는 호화로운 온돌과 작별하였으니 견디기 어려운 겨울일 터였다.

“추운 줄 알면서 맨발로 계세요?”

허칠안은 고개를 숙여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피부, 붉은 깔개에 놓인 수놓은 흰 명주 신……. 바로 일품이라고 할 만한 옥족(玉足)이군…….’

허칠안은 교방사에서 적잖은 기녀들과 잠자리를 가져왔다. 어느 여인의 발도 모남치의 옥족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첫째로 교방사의 여인은 춤을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패기 없이 연약하고 분홍빛 도는 발가락을 키울 수 없었다. 둘째로 미인 역시 다 다르다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은 결함이 있고, 결함 없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눈앞의 이 대봉 제일 미인이자 다시 태어난 화신은 진정으로 걸출한 인물이었다. 설령 최고로 까다로운 안목일지라도 그녀의 몸과 외모에서는 흠을 찾을 수 없었다.

음, 위에 언급한 평가는 다소 경솔했다. 어쨌거나 허칠안은 그녀와 아직 속내를 까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잘 먹기 시작했지?”

왕비는 탁자에 앉아 볼을 괴고 빙그레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폐기당한 이후로는 뭘 먹어도 맛있더군요. 몸이 배로 좋아졌어요.”

허칠안은 자조했다.

그는 재빠르게 식탁 가득한 요리를 다 먹고 심부름꾼에게 접시를 치우라고 외쳤다. 모남치는 슬그머니 옥족을 치마 아래로 움츠렸다.

그녀는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점을 거의 스승 없이 혼자 터득했다. 매력이 무한한, 다시 태어난 화신으로서 얼굴을 감추기는 부족했다. 풍만한 몸매는 남자들에게도 아주 강한 유혹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일부러 큰 치수의 옷만 입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허칠안은 창가에 서서 잠시 보더니 말했다.

“저 저녁에 지하 궁전에 그 천년 묵은 시체를 만나러 다녀올 겁니다.”

모남치가 기겁했다.

“미라의 상태를 좀 보러 가는 김에 몇 가지 물건을 빌리게요. 안심하세요. 날이 밝기 전에 돌아올 겁니다.”

바로 이때 마차 한 대가 지나갔다. 그러더니 허칠안의 형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마차 아래에 나타났다. 그는 그림자 속에 숨어 마차를 따라 함께 멀어져갔다.

허칠안은 마차 몇 대 사이를 끊임없이 겅중겅중 건너며 점점 성문과 가까워졌다. 뒤이어 수면에 비친 달구지 한 대의 옅은 그림자 사이로 성을 빠져나왔다.

현재 암고에 관한 그의 장악력으로 보건대 그림자가 도약하는 최대 거리는 방원 50m였다. 그리고 그가 그림자에 숨는 시간은 일각을 넘을 수 없었다.

달구지는 관도를 따라 서쪽으로 갔다. 달구지를 모는 건 한 노인으로 차판 위에 남은 채소 잎을 보니 노인은 근처 마을의 채소 농사꾼인 듯했다.

허칠안은 그림자를 ‘뚫고’ 나와 멀어져가는 달구지를 바라보다가 이어 지서 파편에서 평범한 칼을 한 자루 꺼내 돌아서서 남쪽으로 걸어갔다.

이때 하늘이 높아지면서 어둠의 장막이 가까워졌다. 그는 청의를 입은 채 빗속을 홀로 걸었다. 비 오는 밤에 우산은 챙기지 않고 칼을 챙겼다.

허칠안은 묵묵히 홀로 걸으며 관도를 벗어나 질퍽거리는 길을 걸어 남쪽 산맥으로 다가갔다. 한참을 걸으니 남산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이 순간, 그는 산간 평지에 칠흑같이 깊은 구덩이가 있는 걸 보았다.

구덩이 입구에 시든 풀이 자라 있는 걸로 보아 하니 아마 토질이 부드러워 무너지면서 생긴 듯했다.

허칠안은 깊은 구덩이를 뚫어지게 보더니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났다.

몇 분 뒤, 그는 곧 되돌아왔다.

‘시간이 아직 이르잖아. 지금 지하 궁전에 들어간다면, 내가 그들의 길을 안내해야 할 거야……. 마침 오늘 두 시진 동안 ‘혼자 있기’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네. 모든 건 수행을 위함이야……. 빌어먹을, 나는 지금껏 구덩이에 대한 나의 유혹이 여인보다 더 강한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그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뛰어 들어갔다.

* * *

지대가 평탄한 어느 남산 산맥 산길 옆, 깨끗하게 정리된 공터에 천막 몇 개가 세워져 있었다.

공손 세가 사람이 보초를 서면서 산에 섞여 들어와 좀도둑질하려는 강호 산인을 내쫓는 역할을 했다.

공손수는 천막 안에 앉아 청곡 도사 및 공손 가문의 몇몇 자제들과 숯불 옆을 둘러싸고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천막의 발을 젖히고 도롱이를 걸친 공손향명(公孫向明)이 성큼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삿갓을 벗으며 말했다.

“수야,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니까 우리 얼른 내려가서 탐색하거나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오자꾸나. 나는 빗물에 동굴 입구가 다시 무너질까 봐 걱정되는구나.”

공손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육(六) 숙부,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무덤 안의 물건이 걸리지 않으면 저희도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사실 그녀가 낮에 배에서 한 말은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이었다. 가장 먼저 지하 궁전을 발견한 건 확실히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그가 너무 오랫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 마을의 다른 사냥꾼이 찾아왔다가 이 무너진 동굴 입구에서 잘린 팔을 발견했다. 그 팔은 마치 무언가에 의해 폭력적으로 물어뜯긴 듯했다.

잘린 팔 외에 신체의 다른 부위는 찾지 못했다. 사냥꾼들은 더는 머무를 엄두가 나지 않아 잘린 팔을 챙기고 황급히 떠났다.

그런 뒤 이곳의 이상이 관아와 강호 인사를 끌어들였다. 무릇 무덤 아래까지 깊이 들어간 자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중에는 공손 세가의 연신경 고수 두 명도 포함되었다.

그자들은 어쩌면 무덤의 관문에서 죽었거나 미지의 괴물 손에 죽었을지도 몰랐다.

무덤 안의 사람을 먹는 괴물을 낚기 위해 공손수는 막 죽은 사냥감을 쇠갈고리에 걸어 동굴 안으로 던져놓고 피비린내로 그걸 꾀어내도록 유인하려 했다.

“밧줄이 줄곧 움직이지 않았군.”

공손향명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요.”

청곡 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무덤 안의 음물은 일 년 내내 무덤 안에 있으니 먹을 것이 부족하지요. 그것들은 음식을 섭취하는 빈도수가 높지 않아서 아주 배고픈 상황이 되어야만 사냥을 할 겁니다. 만약 오늘 밤에 걸려들지 않으면 빈도는 계속 기다리길 건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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