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705화 (705/712)

705화. 게를 먹다 (1)

“주, 주인님…….”

심부름꾼은 청의를 입은 손님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설령 귀신을 보았다고 해도 이렇게 놀랍고 두려운 표정을 지을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껏 귀신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는 한입에 비상 반 근을 털어 넣은 미친놈을 보았다.

“어, 어서 금침관(金針館) 의원을 모시러 가거라…….”

주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다, 얼른 그를 잡아 토하게 해!”

두 사람은 점포를 뛰쳐나가 좌우를 두리번거렸으나 그 청의 손님은 이미 끝없는 인파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 * *

불취거(不醉居), 옹주성에서 가장 좋은 주루 중 하나.

당식(*堂食: 주루 안 취식)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은자 반 전(錢)을 소비하였다. 별실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은자 2전(錢)을 소비하였다. 만약 여 최고급 곁채에 묵으면 하룻밤에 은자 3전(錢)이었다.

모남치와 허칠안은 유유자적하게 한참을 걸었다. 그들은 도중에 또 사람들에게 몇 번 길을 물어 마침내 거주루(居酒樓) 밖에 도착하였다.

두 사람이 주루를 향해 다가오자, 입구에서 손님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심부름꾼이 즉시 의도를 알아차렸다. 심부름꾼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굽혔다.

“손님 두 분, 쉬면서 요기하실 건가요? 아니면 여관에 머무실 건가요?”

“머물 것이다!”

허칠안은 말고삐를 심부름꾼에게 건네고 물주머니를 떼어 비상이 섞인 희뿌연 물을 쏟아내더니 말 안장에 가볍게 발랐다.

그 과정에 그의 손바닥은 검푸른색으로 변했다. 그가 다 바른 뒤 손을 드니 손바닥의 피와 살이 처음처럼 회복되어 있었다.

독고의 능력은 주변 환경과 재료를 결합하여 특수한 독소를 제조해내는 데 있었다.

허칠안은 비상을 이용해 만들어 낸 만성 독약을 말안장 위에 발랐다. 감히 누군가 암말에 타려 하면, 말안장 위에 응고된 독소가 체온을 따라 서서히 증발하면서 바지를 뚫고 피부를 넘어 혈관으로 침투할 것이었다.

기껏해야 15분이면 사망할 테니 신선도 그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

심부름꾼은 지식에 한계가 있어 그 속의 현묘한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그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부스러기 은전 한 알을 던져주며 말을 건네는 청의 손님을 보았다.

“내 말은 농후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뜻이네. 콩, 밀, 옥수수, 소금, 달걀, 벌풀, 이것들이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 이따가 내가 와서 검사할 테니 만약 네가 감히 겉치레로 한다면 이 몸이 네 가죽을 벗길 것이야.”

허 색마의 몸에는 살기와 악랄함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가 눈을 부라릴 때는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

심부름꾼은 충분한 양의 부스러기 은전을 쥐더니 놀라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손님, 안심하십시오. 안심하십시오. 소인이 반드시 손님의 애마를 잘 돌보겠습니다.”

그는 즉시 말을 끌고 뒤뜰로 갔다.

“강호를 거닐려면 약삭빠른 기질을 갖추어야 합니다. 밖에서 다섯 가지 덕목이 있는 척하면 당신이 호구라는 생각만 들게 하여 누구나 당신에게 칼을 꽂으려 들 겁니다.”

허칠안은 웃으면서 대봉 제일 미인에게 설명했다.

강호와 조정은 다른 세계였다. 경성에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처신해야 했다. 다만 일 처리는 과시하면서 매사에 체면과 이력을 중시해야 했다.

하지만 강호는 달랐다. 강호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있으므로 때로는 살기등등한 기세를 보여 흉악한 독기를 드러내야 했다. 이렇게 해야만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많이 면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주루 대당에 들어간 다음, 모남치를 데리고 계산대로 걸어갔다. 그가 그리로 가는 도중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식객이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듣자 하니 누군가 성 밖 남쪽 30리 안의 황폐한 산에서 큰 무덤을 발견했다더군. 십여 명이 들어갔는데 아무도 나오지 못했네.”

“공손(公孫) 세가 사람들도 무덤에 사람을 내려보냈는데 전부 그 안에서 다쳤다더군. 지금 밖에서 안에 보기 드문 보물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네. 그렇지 않고선 어찌 그렇게 위험하겠는가.”

“강호 산인을 앞잡이로 삼고 싶어서 공손 세가가 일부러 퍼뜨린 소문이겠지.”

“전혀 아니네. 위험한 무덤일수록 보물이 더 많지. 만일 말라비틀어진 부장품 몇 개만 있다면 누가 심혈을 기울여 올가미를 걸었겠는가?”

“일리 있군.”

“공손 세가가 최근에 옹주성에서 호걸을 널리 모집하고 있네. 가장 좋은 건 풍수 기구에 정통한 능력 있는 의원이라더군. 애석하게도 나는 그저 무사고 실력에 한계가 있네. 그렇지 않았으면 끼어들러 갈 텐데.”

그 말을 모남치는 듣더니 안색이 약간 변했다.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옹주성 밖의 지하 궁전이 발각됐다고? 음, 애당초 신수와 미라가 교전할 때 기척이 너무 컸어. 산맥이 일정 정도 무너졌으니 사후에 호사가들이 탐색하는 건 정상 범주에 속하지……. 신수의 지위가 있고 고작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미라는 아마 아직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야. 아니, 계속 곤경에서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선 내가 이번에 옹주에 온 게 헛고생이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산대로 걸어가며 말했다.

“최고급 곁채로 두 칸 잡겠소. 바로 옆방으로 말이지.”

옆에 있던 모남치가 황급히 말했다.

“아니, 두 칸 잡지 말게. 한 칸이면 족해…….”

그녀는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더니, 다소 구차하게 고개를 숙였다.

‘쫄았군…….’

허칠안은 왕비를 보았다. 그는 대봉 제일 미인과 같은 방을 쓰는 상황이 전혀 기쁘지 않았기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우선 정고에는 숙주가 시시각각 자손을 번성하려는 충동이 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허칠안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다음으로 암고에는 숙주로 하여금 축축하고 어두침침한 곳을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한 숙주는 매일 반드시 두 시진은 사람에게 들키지 않는 사적인 공간에 있어야 했다.

‘왕비의 영온이 3품 전봉에 이르러야만 채취할 수 있지. 고충의 부작용은 칠절고의 발육에 영향을 줄 것이고, 따라서 나의 수련 경지에 영향을 주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탄식하였다.

‘역시나 여인은 내 검을 뽑는 속도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지!’

그리하여 그는 주인에게 은자 한 냥에 달하는 가격의 최고급 곁채를 내어달라고 했다.

주인은 은을 받자,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태도가 배가 되어 직접 두 귀빈을 안내하였다.

* * *

방은 복도 끝에 있어 거기서 창문을 젖히면 주도로의 시끌벅적한 정경을 볼 수 있었다. 모남치는 아주 만족했으나 허칠안은 이 방이 소란스럽다는 생각만 했다.

역시나 옹주성에서 가장 비싼 주루 중 하나다웠으며, 주루에서 가장 체면치레하는 사랑채다웠다. 책상은 황화리목(黃花梨木)으로 만들어졌으며, 책상 위에는 문방사우가 놓여 있었다.

모남치는 방으로 들어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더니 쯧쯧댔다.

“걸려 있는 게 전부 명화인데 전부 위조품이지, 진품은 한 폭도 없네.”

《주려분향기(酒廬焚香記)》의 진품이 진북왕 저택, 그녀의 서재 안에 걸려 있었다.

“이 벼루 좋네.”

그녀는 또 책상 옆으로 걸어가 청화(靑花) 벼루를 만지작거렸다. 벼루의 청화 무늬는 먹물처럼 번져 있었다. 모남치는 아쉬워했다.

“재질은 정교한데 윤기가 부족해. 상품이지만, 최상품이라고는 할 수 없겠어.”

‘그게 아무리 윤기가 나도 너만큼 윤기가 나겠니…….’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녀는 문방사우, 골동품, 서화, 가구 등등 방 안의 장식을 차례대로 평가했다.

주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칭찬했다.

“낭자께서는 정말 전문가시군요.”

그는 순식간에 마음속의 경시를 거두었다. 평범한 외모의 이 남녀는 아마 명문 귀족의 자제 출신일 터였다.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고선 이렇게 품위 있는 식견을 길러낼 수 없었다.

허칠안은 이 과정 내내 난해한 문장을 들은 듯했다. 그는 주인을 탁자 옆으로 끌어와 웃으며 말했다.

“잠시 주인장과 수다 좀 떨까 하오.”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인은 태도가 아주 좋아졌다.

허칠안이 물었다.

“방금 대당 내 누군가 얘기하는 걸 들으니 남쪽 깊은 산에서 큰 무덤을 발견했다고?”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있기는 한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듣건대 많은 사람이 죽었다더군요. 그 산은 지금 공손 세가에게 점령당했습니다.”

허칠안은 차를 마시더니 침음했다.

“공손 세가? 주인장, 이 옹주성에서 도마 위에 오른 강호 세력이 어디오?”

그는 비록 옹주에 한 번 와보긴 했어도, 현지 파벌 상황은 확실히 잘 알지 못했다.

야경꾼 기준으로 검주 무림맹 같은 큰 세력은 눈에 들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쓰레기였다.

물론 이는 강호 파벌 세력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야경꾼은 어쨌거나 조정에 종속되므로 강호 파벌에 타고난 우월감을 지녔을 뿐이었다.

주인장은 깊게 사고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옹주성 근처에서 세력이 가장 큰 건 북쪽으로 18리 밖의 공손 산장, 동쪽으로 20리 밖의 만룡하(彎龍河)의 용신보(龍神堡)로 이 두 세력의 파벌에 종속된……. 옹주가 관할하는 군현에 관해서라면 소생은 모릅니다.”

옹주는 대봉 13주 중 하나로 옹주성 아래에는 십여 개의 군현 주(州)가 있었다. 그곳에 조직이 얼마나 있는지는 대략 관아의 통계를 거쳐야만 알 수 있었다.

용신보와 공손 세가처럼 거대한 세력의 본거지는 통상적으로 성안에 있지 않았다. 관아에서 허가하지 않을 터였다.

모남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옹주 관아에서 왜 큰 무덤에 관한 일에 관여하지 않소?”

주인장이 웃으며 말했다.

“왜 관여합니까? 이건 홍수나 황충해가 아니니 관아에서는 관여하기 귀찮아하죠. 죽은 사람에 관해서라면 죽은 자는 백성이 아니라 전부 강호인입니다. 설령 백성이라고 해도 관아에 신고하지 않으면 관아가 상대하기 귀찮아하죠. 게다가 공손 세가와 옹주 포정사가 친분이 좀 있어 그 산을 ‘가둘’ 수 있었던 겁니다.”

“주인장 말에 일리가 있소.”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허칠안은 주인장에게서 이 계절에 게가 살이 올라 성 밖의 양백호(楊白湖)가 옹주성 근처에서 게를 먹는 성지라는 걸 들었다.

이맘때면 성안의 부호, 환관 그리고 강호 협객들은 배를 빌려 호수를 유람하면서 살지고 기름진 게를 맛보곤 했다.

모남치는 듣더니 두 눈이 반짝였다.

주인장은 그들과 몇 마디 한담을 나눈 뒤, 떠나기 몹시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하였다.

* * *

허칠안은 문을 닫더니, 몸을 돌려 병풍 뒤로 걸어가 목욕통을 옆으로 옮기고 지서 파편을 꺼내 단지 하나를 기울여 꺼냈다. 단지에는 진흙이 얕게 쌓여 있었으며 수질은 다소 탁해 보였다. 짙은 금색의 연뿌리가 물독 아래에 누워 있었다.

뿌리 절반은 진흙 밖으로 드러나 있었으며 뿌리 절반은 진흙 밑에 감춰져 있었다.

그가 이번에 왕비를 데리고 강호를 떠도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로 그는 검주까지 가 연뿌리를 무림맹 필부에게 건네주어 약속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연뿌리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모남치와 뿌리를 같이 데리고 다니면, 검주까지 발길이 닿았을 때 아마 구색 연뿌리는 잘 자랐을 것이다.

둘째, 그는 독성이 강한 식물을 찾아 화신에게 재배를 맡겨 독고를 키우고자 했다.

이러려면 그는 모남치를 반드시 곁에 데리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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