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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704화 (704/712)

704화. 비상(砒霜), 참맛이군!

희현은 감개무량했다.

“원괴의 천부적인 자질이 아주 무시무시하구나.”

허원괴는 17살로 아주 무시무시한 수련 자질을 지녔다. 15살에 연정, 16살에 동피철골, 17살에 이미 4품 ‘의(意)’의 문턱에 닿았다.

물론 이 역시 풍부한 자원과 무관하지 않았다. 잠룡성에서 허씨 집안 남매의 위치는 희현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들에 뒤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그에게는 가르침을 전수하는 유명한 스승, 부족하지 않은 단약, 대련해주는 고수 등등이 있었다.

이렇게 신분이 빛나는 젊은 천재지만 연정경은 신체가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신경은 한발 앞서 수행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관상하고 원신을 갈고닦아 연정과 연기 두 수련 경지에 발을 내디딜 때까지 기다렸으니, 연신경에 들어서는 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일이었다. 이후 그는 최상급 단약으로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여 동피철골경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6품 이후의 5품 화경은 1년 만에 순조롭게 승직하였다. 허원괴는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했다.

허원괴가 비록 5품 화경이지만, 손에 쥔 교망창(蛟芒槍)은 정상급 법기로 몸통은 4품 교룡의 척추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한 창구는 교룡의 가장 날카롭고 가장 단단한 용 이빨로 단련시킨 것이었다.

이외에 창 중앙에는 4품 교룡의 원신이 봉인되었다.

이 창 및 몸에 지닌 다른 법기에 의거하면 평범한 4품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허평봉은 용기로 취급당하는 그 장남과 비교했을 때 차남에게 더 잘했다.

“칠 형님이 무슨 일로 오셨나요?”

허원괴가 물었다.

희현이 대답했다.

“고모께서 일이 있어 나를 찾으신다더구나.”

허원괴는 누이를 쳐다보더니 손에 장창 한 자루를 쥐고 착실하게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는 내청에 계시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희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촌 동생은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형에게 아주 관심이 많은 듯했다.

* * *

사촌 남매 셋은 마당을 지나 내청에 들어갔다. 높은 의자 위에 화려한 복장을 한 아름다운 부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단정한 달걀형 얼굴에 하얀 피부와 앵두 같은 입술을 지녔으며 이목구비가 아주 정교했다.

그녀는 이제 젊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기질을 가라앉혔다. 이제 그녀는 소녀들이 지니지 못한 성숙한 정취를 가졌다.

그녀의 미간 사이 옅은 근심이 마치 우수에 잠긴 듯했다.

“고모!”

희현은 빙그레 웃으며 예를 갖추고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

허원괴와 허원상 남매 둘 역시 소리쳤다.

아름다운 부인은 찻잔을 받친 채 곱디고운 손가락으로 차 뚜껑을 쥐고 잔 가장자리에 가볍게 부딪혔다. 그녀는 자성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돌아왔니?”

아름다운 부인은 질문을 하면서 희현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그녀는 차 뚜껑을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국사께서 이미 돌아오셔서 방금 부친과 함께 저를 부르셨습니다.”

희현은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친근하고 다가가기 쉬운 사람의 모습을 내비쳤다.

아름다운 부인은 숨을 죽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일이 성사되었니?”

허원괴와 허원상 남매 둘은 즉시 쳐다보았고,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희현이 침음하더니 말했다.

“고모께서는 허칠안 체내의 기운을 이미 뽑아냈는지 아닌지 물으시려는 거죠?”

아름다운 부인은 호흡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회현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국사께서 실패하셨습니다.”

‘후…….’

아름다운 부인의 가슴이 오르내렸다. 그녀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자색 치마의 소녀 허원상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허원괴는 여전히 무정한 표정을 띨 뿐 안색에 달리 변화가 없었다.

아름다운 부인은 웃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해 그녀의 결단은 옳은 것이었다. 구주 내에 만약 장남을 감쌀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당연히 감정이었다.

가족의 대업이든 남편의 큰 뜻이든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9개월 동안 잉태하였다가 낳은 아이보다 못했다.

설령 그녀가 이러한 이유로 이곳에 연금되었고, 또 아들딸을 하나씩 낳은 후에도 십여 년을 푸대접 받았다고 해도 말이다.

족인들은 모두 평범하고 무능했으며 허칠안은 남동생, 여동생과 비교했을 때는 정말이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 폐물을 기운의 용기로 삼으면 그래도 제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하필 그 여인네의 하찮은 인정으로 대사를 그르쳤다.

하지만 그녀는 코웃음 쳤다. 가족의 대업에 무슨 근거로 그녀의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족인들은 폐물이라는 표현을 십여 년 동안 쓰며 그녀를 자극하였다. 그러나 경찰이 있던 해에 이런 표현이 점점 줄었으며, 지금에 와서는 그 아이를 폐물이라고 감히 말하는 자는 없었다.

그녀의 아이가 만약 폐물이면,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이 또 있겠는가?

희현은 또 말했다.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중상을 입었습니다. 어쩌면 한동안 홀로 정진해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감정은 역시나 강해요. 아버지께서 그를 전략적으로 공격하고 싶어도 너무나 무리예요.”

허원상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허원괴는 담담히 평가했다.

“1품 술사는 당연히 상대하기 어렵지요. 부친에게 음모는 부차적이고, 공공연한 모의가 주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성을 공격하여 그 땅을 빼앗고, 대봉 영토를 쳐내야만 대신할 수 있습니다.”

희현은 허원괴의 뜻을 깊이 헤아렸다.

“국사의 말에 담긴 뜻을 듣자 하니 감정이 그에게 부상을 입힌 게 아니라 기운의 배반으로 부상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기운의 배반? 허칠안은 지금 어떠하니? 제대로 말하렴…….”

아름다운 부인은 아름다운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계속해서 추궁하였다.

고모와 사촌 동생들이 쳐다보자 희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어쨌든 부친과 국사도 비밀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니까……. 음, 국사께서 이번에 실패한 건 아마 허칠안이 미리 그의 신분과 기운에 얽힌 배후의 진상을 알아맞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작에 안배했겠지요. 기운의 배반에 관해서라면 국사께서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허칠안과 관련 있는 게 분명해요.”

‘진작에 그의 신분을 간파했다니…….’

아름다운 부인은 기쁘고 놀라면서도 슬펐다. 기쁘고 놀라운 이유는 장남의 능력이 강해서였다. 그가 설령 2품 술사라고 해도 이미 생사를 쉽사리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점은 그녀를 자랑스럽게 했다.

슬픈 건 이런 진상이 그에게 어떠한 충격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허원상은 눈을 크게 떴다. 아름다운 소녀의 눈은 충격받은 기색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녀는 술사 체계를 걷는 만큼, 부친의 강대함과 무시무시함을 아주 잘 알았다.

경성에 멀리 있는 그 오라버니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20년간의 계획을 하루아침에 망쳤으며, 반격하는 와중에 부친을 중상에 입혔다. 그는 대체 어느 정도로 뛰어난 인재란 말인가.

허원괴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아름다운 부인은 숨을 들이쉬더니 다시 물었다.

“그가 허칠안의 현재 상황을 얘기했니?”

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허칠안은 불문의 봉마정에 의해 봉인되어 수련 경지를 전부 잃었습니다. 봉인을 해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아마 가망이 없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부인은 낮게 ‘아’하고 소리 내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걱정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허원괴는 눈살을 찌푸렸다.

‘못쓰겠다니…….’

누이 허원상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희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일곱째 오라버니, 부친과 외삼촌이 오라버니를 찾은 건 이 일 때문만은 아니지요?”

희현은 미소를 머금고 사촌 여동생을 주시하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

“며칠 후에 나는 밖으로 나가 떠돌 거야. 부친과 외삼촌을 도와 처리할 일이 있거든.”

“무슨 일인데요?”

허원상이 물었다.

“뿔뿔이 흩어진 용맥의 령을 모아 우리의 기운을 강화하고, 대봉 황족의 대업을 대신하여 적은 힘이나마 이바지하려고.”

허원괴는 눈이 반짝였다.

“칠 형님, 저도 형님과 같이 갈래요.”

허원상은 눈살을 찌푸렸다.

희현의 입꼬리에 미소가 서서히 번졌다.

“좋다. 허나 너는 우선 부친 그리고 국사께 말씀드려야 할 거야.”

* * *

청의를 입은 젊은이가 말을 끌고 옹주성 관도에서 걸어왔다.

말 등 위에는 앉은 평범한 자태의 여인은 말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흔들렸다. 그녀는 수시로 말등자를 밟은 채 엉덩이를 치켜들어 시큰한 통증을 완화했다.

이 시대 보통 사람에게 장거리 이동은 극도로 피곤한 일이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심지어 도중에 병으로 죽곤 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오는 길에 배를 타고 말도 탔다. 그들은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객잔에 하루 이틀 묵으면서 분주한 여정의 피로를 풀었다.

이 평범한 남녀는 백성들 틈에 섞여 조금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탄 이 말은 크고 다부지며 곡선이 아름다웠기에 누구든 딱 보면 최상급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제가 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옹주성에 한 번 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마마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지요. 성 밖 남쪽 수십 리의 산에 상고 시대의 지하 궁전이 하나 있는데 안에 수천 년 된 미라가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아주 괴이하죠.”

모남치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허칠안은 곁눈질했다.

“제가 마마를 속여서 뭐 합니까. 저녁에 잘 때 문과 창문을 잘 잠그는 걸 잊지 마세요.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절대 열지 마시고요.”

모남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 방문을 두드릴 사람은 바로 자네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허칠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여러 날 함께했는데 제가 마마 문을 두드린 적 있습니까?”

“그건 그래!”

모남치는 다시 엉덩이를 치켜들고 암말의 몸 위에 반쯤 엎드렸다. 그녀는 그렇게 엉덩이를 들썩여서 시큰한 통증을 완화했다.

두 사람이 성에 들어가니 길거리에 행인이 빼곡했다. 패방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니 시끌벅적하고 번화했다.

허칠안은 길가의 백성에게 옹주성에서 가장 좋은 객잔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는 주소를 확실하게 물은 뒤, 말을 끌고 마음씨 착한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모남치의 입가에 웃음기가 돌았다.

이 못난 남자는 그래도 신용이 있는 편이었다. 역시나 그는 그녀를 데리고 가장 좋은 객잔에서 묵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였다. 그녀는 지금 옹주성에 도착하였으니 연지와 물분 점포를 돌아다니러 갈 계획이었다.

허칠안은 한 약방을 지나가다가 암말을 약방 밖의 말뚝에 묶고 웃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저 뭐 좀 사러 갈게요.”

모남치는 말에서 내리기 귀찮아 어색하게 ‘응’하고 소리 냈다.

허칠안은 약방에 들어간 뒤 계산대 앞에 이르러 말했다.

“주인, 비상 두 근 주시오.”

“두, 두 근이요?”

남색 윗도리를 입은 주인은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손님을 살폈다.

허칠안은 부스러기 은전 두 알을 탁자 위에 놓았다.

주인은 즉시 이 손님의 기질과 용모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

“손님, 잠시 기다리십시오.”

주인은 즉시 심부름꾼에게 비상 두 근을 재서 오라고 명령했다.

심부름꾼은 이내 비상과 저울추를 가져와 허칠안의 앞에서 무게를 재고 포장하더니 말했다.

“손님, 받으십시오.”

허칠안은 이를 받았다. 그는 다시 종이 꾸러미를 열고 물주머니를 꺼내 비상 일부를 물주머니 안에 쏟아붓더니 몇 차례 가볍게 흔든 뒤 주인과 심부름꾼 앞에서 꿀꺽꿀꺽 마셨다.

“역시 옹주성의 약방답군.”

허칠안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말했다.

“맛이 참으로 좋구려!”

주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가게 심부름꾼의 아래턱은 땅에 떨어질 지경이었다.

“실례했소, 이만!”

허칠안은 남은 비상을 들고 흡족해하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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