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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702화 (702/712)

702화. 잠룡성(潛龍城) (1)

송경은 관성루 팔괘대에 올라 감정의 뒷모습을 향해 읍하였다.

“스승님, 위연의 몸은 이미 다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혼만 있을 뿐, 천지 쌍혼에 결함이 있습니다. 만약 쌍혼을 찾아 돌아올 수 없다면,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

감정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자네, 초혼종(招魂鐘)을 정제하는 재료를 그에게 끼워 넣은 거 아닌가?”

송경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거나 스승님께서는 전에 위연이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허칠안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참았다. 대세가 정해지면 비로소 위연이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연금술의 기재 허 공자에게 알려, 그가 초혼종을 정제하는 재료를 수집하게 하려 했다.

송경은 스승의 명을 어긴 꼴이 되자, 어색하기는 해도 이게 정상적인 상태라는 듯 애석해했다.

“그저 이 수련 경지가…….”

감정은 천천히 말했다.

“그의 자질로 무사의 길을 걷는 건 실로 아깝지. 저속한 무사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그는 침묵한 뒤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송경이 계속해서 말했다.

“허 공자가 경성을 떠나서 애석합니다. 종리 사매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건물 밑의 봉인된 곳에 들어가야겠군요. 그녀가 언제 액운을 원만하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게야.”

감정은 먼 하늘가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연금술 분야에서 너무 오래 있었네. 언제 5품으로 승직하는가?”

감정은 하늘을 보던 눈길을 거두고 송경을 쳐다보았다.

송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였다.

“왜 승직해야 합니까?”

감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먼 하늘가를 바라볼 뿐, 더는 사제자를 상대하지 않았다.

* * *

관성루 밑, 등잔이 공간을 밝게 비추며 어슴푸레한 빛을 뿌렸다.

종리는 긴 삼베 장포를 걸치고 있었고,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 아래 밝은 두 눈에는 촛불이 비쳤다. 그녀는 깊숙하고 고요한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그녀가 어느 방을 지나칠 때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종리 사매인가?”

종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쌍여닫이문 앞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자네 어째서 또 돌아왔는가. 그 자식이 자네를 대신해 액운을 감내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결과적으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네를 돌려보내니 말이야.”

양천환은 콧방귀를 뀌었다.

관성루 지하는 총 3층으로,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자를 가두는 데 쓰였다. 하지만 수련 경지가 너무 높은 죄수는 안 됐다. 어쨌거나 보통 감방에는 5품이나 4품을 가둘 수 없었다.

하지만 관성루 밑에 갇힐 수 있는 무사는 많지 않았으며, 이 자들은 통상적으로 오래 살 수 없었다. 때문에 관성루 밑의 감옥은 아주 조용했다.

오히려 양천환과 종리는 그중 단골이었다.

언급할 만한 점은 1층에 이 두 사람의 고정적인 ‘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종리의 방은 감정이 직접 포진한 것으로 그녀의 액운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양천환의 방 역시 감정이 직접 포진한 것으로 목적은 그의 탈출을 방비하는 데 있었다.

“그, 그가 경성을 떠났어요…….”

종리는 다소 괴로워했다.

“경성을 떠나도 좋지. 위연이 죽었으니 그의 뒷배도 사라졌잖아. 이때 경성을 떠나지 않는 건, 그와 끝장을 내려는 황제 노인네를 기다린다는 뜻인가?”

양천환은 기쁘면서도 허전한 마음으로 비웃었다.

그가 기쁜 이유는 허칠안이 갔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경성에서는 양천환만이 독보적일 것이다.

허전한 이유 역시도 허칠안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생지기가 멀리 가버린 뒤 남아 절정인 높은 곳에 홀로 서서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적막한 기분이었다.

“황제는 죽었으니 그와 끝장을 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종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가 죽었다고?’

양천환은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하게 말했다.

“원경제가 수련에 성공했으니 수명이 이렇게 짧을 리가 없어.”

종리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허칠안이 그를 죽였어요.”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잠시 뒤 양천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스승님에 의해 여기에 갇혀 지내는 동안, 경성에서 무슨 큰일이 또 벌어졌나?”

“응.”

종리가 말했다.

“허칠안 그가…….”

“하지 말게. 내게 말하지 말게. 제발 내게 말하지 말게!”

양천환은 바로 말을 끊으며 자신은 듣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했다. 전부 쇠귀에 경 읽기였다.

종리는 ‘아’하고 소리 내더니 발을 들고 가려 했다. 그녀가 몇 걸음 걸었는데 뒤에서 양천환 약간 날카로워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 가지 말게, 사매. 나 그래도 역시나…….”

그는 멈칫하더니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함을 스스로 안타까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래도 역시나 그 남자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겠군.”

종리는 문 옆으로 돌아갔다.

“그가 황제를 죽여서 뭐 하는가? 늙은 황제는 한 나라의 군주고,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천지가 용납하지 않네. 어렵사리 쌓은 명성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다니. 잠깐, 그자가 군주를 시해할 수 있다고?!”

양천환은 막 말을 마친 직후 종리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3품입니다. 황제는 죽어 마땅하니 백성들이 잇따라 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야기를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짤막한 한 마디 때문에 방 안에 투박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건…….”

침을 삼킨 듯 꿀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게 말해줄 수 있겠는가?”

종리는 그동안 발생했던 일을 양천환에게 짤막하게 말했다. 미사여구 없이 진솔하며 어구가 간결하였다. 그녀는 사건의 경과를 구술하기 위함일 뿐이라 너무 많은 묘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 안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괘씸하다, 괘씸해…….”

주먹으로 벽을 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부러움이 극에 달한 양천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까닭으로 자기를 과시하는 일은 전부 그 혼자서 하는 거야! 아둔한 군주가 도리를 모르는데 허 모씨가 벌한다고? 왜 양 모씨가 아닌 걸까. 부럽구먼……. 그는 황제를 죽였다. 경성의 온 백성들이 전부 박수를 치며 갈채를 보내고, 모든 충직한 인사가 격찬을 아끼지 않겠구나. 이로써 입신양명하여 수많은 사람의 화제의 중심이 되었으니 외출해서 장 볼 때도 돈을 낼 필요가 없겠구나…….”

양천환은 경성 백성들이 미친 듯이 환호하며 큰 소리로 ‘천하가 양천환을 용납하지 않으니 이후의 대봉에 캄캄한 밤이 내리리라’를 외치고, ‘양 공자님은 그야말로 대봉의 양심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친 뒤 자신은 높은 곳에 서서 중생을 등진 채 느긋하게 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손으로 밝은 달을 움켜쥐고 별을 따니,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양 공자는 가만 생각해 보니 온몸에 전율이 이는 걸 통제할 수 없었다.

그는 허칠안이 장차 틀림없이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거라는 걸 예견할 수 있었다. 대봉 역사에 강렬하게 묘사될 터였다.

“이 쌍놈의 자식. 세상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면 그만이지, 후대 사람 앞에서까지 과시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하지만 이런 행위를 나는 정말 흉내 낼 수 없다고. 정말 달갑지 않구먼.”

종리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만약 양 사형도 계셨다면, 반드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거예요. 사형께서 건물 아래에서 홀로 정진했던 게 애석하군요.”

“무, 무슨 뜻이지?”

양천환은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초원진과 이묘진 등이 성 밖에서 황제의 분신을 가로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오늘 아침 공고에 그들이 지명됐어요. 그리고 허칠안이 그때 제게 말하길 만약 양 사형이 홀로 정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사형의 전송술이 아주 유용한데 애석하게도 스승님께서 사형을 이곳에 가두었으니까요.”

종리가 말을 마친 뒤에도 양천환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말을 잘못 내뱉었다는 걸 깨달은 듯 머리를 움츠리더니 종종걸음으로 빠져나갔다.

몇 초 뒤, 뒤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양천환의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천감에 있지 않아도 그만이야!!!”

* * *

첩첩산중, 운주의 웅장하고 위엄 있는 큰 성이 산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집과 각루가 숲 사이에 가려져 돋보였고, 인파로 북적여 매우 시끌벅적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잠룡이었다!

인구가 20여 만에 달하는 이 도시는 운주 백성, 강호 산인, 망명자 및 군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은 농경, 반은 수렵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성에서 가장 권력이 큰 사람은 성주였다. 그의 통치하에 잠룡성은 질서정연했다. 설령 빌붙어 온 망명자라고 해도 폭력적인 성향을 얌전히 거두었다.

그리고 대봉 조정에 불만을 품은 강호 산인들은 잠룡성을 오염되지 않은 땅이라 부르고 성주를 현주(賢主)라 칭했다.

본래 운주 각지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포획되어 온 백성들은 이곳에서 나름대로 넉넉하게 살고 있기에 안심하고 정착하였다. 하층민들은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을 수 있기만 한다면 어디서 자리 잡고 살든지 상관없었다.

잠룡성 밖에는 군대를 주둔시키는 데 쓰이는 산채가 있었다.

성 밖에는 무장병 무리가 300여 명의 민병을 거느린 채 나무를 자르고 도로를 넓혔다. 이 지대의 터를 다지고 새로운 집을 건설하여 막 수용해 온 유민을 수용할 준비를 했다.

선두에 선 자는 준수한 외모의 청년으로, 상의는 벗고 손에는 도끼를 쥐고 한 번씩 나무를 찍어댔다.

근육이 그의 동작에 따라 불룩해지면서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

장포를 입은 노인은 옆에 서서, 수련 경지가 높아 보이나 보통 사나이처럼 힘을 들여 나무를 베는 젊은 주인을 바라보았다.

늙은 도사가 탄식했다.

“주인님, 이곳은 풍수가 아주 좋아서 유민들에게 거처를 주는 건 실로 낭비입니다.”

“무방합니다. 잠룡성에 왔으니 모두 제 식구입니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청년은 땀을 닦더니 계속해서 나무를 베었다.

도호가 초엽(蕉葉)인 늙은 도사는 소탈하게 웃었다. 그는 본래 방랑 도사로 배운 게 난잡하였다. 인종 검법을 조금 할 줄 알고, 지종 공덕술을 조금 할 줄 알았으며 산(山), 의(醫), 명(命), 상(相), 복(卜)은 대략 터득하였다.

그는 몇 년 전, 탐관오리가 선량한 백성을 업신여김에 분노하여 사람을 죽였다. 그는 지명 수배가 떨어져 운주까지 유랑하다가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 잠룡성에 들어왔다.

그는 이곳에서 몇 년 머물다가 성주의 일곱 번째 아들 희현(姬玄), 다시 말해 눈앞 청년의 눈에 들어 객경으로 자리 잡았다.

늙은 도사는 본래 좀 마음이 불안했다. 어쨌거나 그는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로이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 규칙을 몰랐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남에게 하인 노릇 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젊은 주인이 그보다 더 자유로우리라고 어찌 짐작했겠는가. 그는 매일 성안을 어슬렁거리며 망명자와 술을 마시고 내기하며 시정 백성들과 사냥감과 작황에 대해 한담을 나누었다.

그는 일솜씨도 뛰어나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장병, 인부들과 함께 노동했다.

잠룡성 안에 희현 소주(*少主: 젊은 주인)를 언급하는 자는 누구나 우호적인 웃음을 지었다.

초엽 늙은 도사는 안타까워했다.

“소주, 지금 희겸이 이미 죽었으니 소주께서도 칼끝을 드러내셔서 후계자의 자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어찌 아직도 이렇게 태만하십니까? 전에는 빈도도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을 이해했는데 지금 맞서 싸우지 않으면 언제까지 더 기다린답니까?”

청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며 말했다.

“도사님, 그런 것들은 부친이 제게 주어야만 제 것입니다. 제게 주지 않은 건 저 역시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초엽 늙은 도사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표현은 좀 하셔야지요!”

청년은 나무 베는 걸 멈추고 손에 쥔 도끼를 치켜들더니 환하게 웃었다.

“계속 하고 있어요.”

이때 무장한 시위가 달려오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희현 소주, 성주께서 관성각(觀星閣)에 가라고 명하셨습니다.”

청년과 늙은 도사는 서로 쳐다보더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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