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701화 (701/712)

701화. 소년의 객지 생활 (2)

나라에 하루라도 군주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보다, 더 긴급하게 진상을 밝히고 각지 관아에 관보를 보내고 경성 재난의 전말을 붙였다. 경성 백성들에게 공고를 보내 사건의 경위를 알렸다.

이런 일은 오래 끌수록 소동이 일어나기 쉬웠다.

태자는 그의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전날 밤 공무를 논의한 뒤에 바로 한림원에게 공고의 초안을 잡으라고 했다. 그런 뒤 그는 내각의 비준을 거쳐 마침내 오늘 묘시 공고를 경성 각 성문의 공고벽에 붙였다.

날이 밝은 뒤, 백성들은 조정에서 드디어 결과를 낸 걸 보고 떼 지어 모였다.

“공고에 뭐라고 써 있는 겐가? 글자를 아는 자가 좀 봐보게.”

“내게 묻지 말게. 내가 글자를 좀 알기는 하는데 이어지면 이해하지를 못하네.”

글이라는 것이 글자를 안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충분한 문화적 소양을 갖추어야 했다.

공고벽 옆에 서 있던 하급 관리가 큰 소리로 책망했다.

“정숙!”

이 시대의 백성들은 문화 보급률이 높지 않아 대부분 공고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공고를 고시한 날, 관아 측에서는 하급 관리를 안배해 반 시진마다 공고 내용을 읽고 설명하였다.

하루 지나면 어떤 소식이든 경성에 널리 퍼져서 더는 읽을 필요가 없었다.

백성들은 진작에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기에 즉시 토론을 멈추고 하급 관리가 소리 내어 읽는 걸 들었다.

하급 관리가 공고를 다 읽었다. 알아들은 백성들이 대부분이 순식간에 현장에서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아둔한 군주여!”

“20년 동안 도를 닦다가 또 무신교에게 현혹되어 대봉 장병을 해치다니. 이런 혼군은 대봉 역사상 보기 드물다고.”

“팔만여 장병이 아둔한 군주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애석하구먼. 더 안타까운 건 위 공 같은 나라를 지키는 기둥이 이렇게 헛되이 갔다는 걸세…….”

“얼마 전에 위 공을 욕했던 내가 부끄럽구먼. 그야말로 진정한 충신이자 나라를 지키는 진정한 기둥이거늘.”

누군가는 손목을 불끈 쥐며 탄식했으며, 누군가는 화가 난 나머지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어깨에 봇짐을 멘 한 노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슬피 울부짖었다.

“위 공께서는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위 공이 어떤 인물인가. 그해 산해관전역을 승리로 이끈 분인데 결국에는 아둔한 군주의 손에 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다행히 정의를 바로잡은 허 은라가 있지 않습니까.”

한 백성이 두 눈을 붉히고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만약 허 은라가 없었다면 팔만여 장병과 위 공이 헛되이 목숨을 바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조차 불행해지고, 무신교의 잔혹한 행위가 조만간 경성을 평정했을 겁니다.”

“맞네, 허 은라가 있어서 다행이야. 허 은라가 있기만 하다면 우리 대봉은 강직한 절개가 있다고.”

“허 은라가 탐관오리를 죽일 수 있었으니 마찬가지로 아둔한 군주도 죽일 수 있는 거지.”

“나는 처음부터 허 은라가 옳다고 여겼네. 그가 아무런 까닭 없이 황제를 시해할 리 없어. 허 은라가 그날 황궁에 난입했을 때 혼군이 도리를 몰라 이를 벌한다고 말했었는데 자네들 믿지 않았잖나.”

“누가 믿지 않았다는 겐가. 나는 줄곧 허 은라를 믿었다고.”

백성들은 아둔한 군주를 몹시 원망했으며, 팔만 장병과 위연을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대봉에 그래도 허 은라가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마치 그는 이미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정의의 화신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황제를 시해한 이유에 의구심을 품었던 비교적 보수적인 백성들도 이 순간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 은라는 역시 허 은라였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겠는데 차라리 허 은라에게 황제를 하라고 하면 좋겠네.”

한 젊은이가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내뱉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바로 가라앉았다. 모든 백성은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봤으나 반박하고 타이르는 자가 없었다. 그들은 의아한 침묵에 빠졌다.

공고 내용이 경성에 재빠르게 퍼져나가고 신속하게 전파되었다. 백성들은 격하게 반응하며 혼군을 언급할 때는 이를 부득부득 갈고, 허칠안을 언급할 때는 입을 모아 극찬하였다.

심지어 어떤 이는 대성통곡하면서 허 은라는 대봉을 구제하러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직언하였다. 그가 대봉의 양심일 뿐만 아니라 대봉의 구세주라고 말이다.

옥양관에서 홀로 30만 적군을 죽이고, 또 혼군을 베어 죽임으로써 무신교가 대봉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좌절시켰다. 이게 바로 구세주 아닌가?

물론 그들은 위연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위연 이후에 대봉에 허칠안이 나타났으며 백성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새로운 버팀목이 생겼다.

위연 이후에 대봉에 허칠안이 있기를 바란다……. 위연은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 * *

내성, 어느 소원에서 모남치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장씨 아주머니가 공고 내용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하는 걸 들었다. 그녀는 혼군을 언급할 때 장씨 아주머니와 함께 분노의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비난하였다.

그녀는 위연을 언급할 때, 장씨 아주머니와 함께 나라를 지키는 기둥의 몰락과 무신교 영토에서 목숨을 바친 팔만 장병을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뒷골목에 앉아 아줌마와 수다를 떠는 시정의 여인과 흡사했다.

장씨 아주머니는 허 은라를 언급할 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만약 스무 살만 젊었으면 틀림없이 다른 젊은 낭자들처럼 허 은라가 아니면 안 됐을 거야.”

모남치는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맞다, 모 낭자, 낭자 남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지?”

장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예전에 그는 주기적으로 한 번씩 돌아와서 아내와 애정을 나누었는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는 모 낭자의 남편을 더는 만날 수 없었다.

“아, 그가 좀 바쁘잖아요.”

모남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녀의 감정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너무 즐겁지 않았다. 그녀는 손으로 뺨을 괴고 정원에 흐드러진 꽃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쿵쿵쿵!

이때 마당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모남치의 어두운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지만, 이내 무너지더니 문을 열러 가지 않고 외면하였다.

장씨 아주머니는 가볍게 웃었고, 속으로 ‘그녀의 남편이 돌아왔는데 부인이 토라졌네’라고 말했다.

그녀는 바로 문을 열러 갔다.

그녀가 마당 문을 여니, 외모는 평범하지만 기질이 온화한 남자가 말을 끌고 와 서 있었다.

그는 바로 모 낭자의 남편이었다.

“저 경성을 떠날 건데 저와 함께 가길 원하십니까?”

모남치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럼 저 갑니다?”

그는 말을 끌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저기!”

그녀가 불러 세웠다.

“응?”

“나 가장 좋은 객잔에서 묵을 거야.”

“네.”

“끼니마다 고기가 있어야 해.”

“네.”

“연지와 물분이 있어야 해.”

“네.”

“나를 괴롭히면 안 돼.”

“네.”

“그럼 나 갈래…….”

* * *

회경은 덕향원에서 선지를 넓게 펼치고 붓을 들어 썼다.

“장차 나를 알아주는 이 없다고 걱정하지 말게나. 세상에 어느 누가 그대를 모르겠는가.”

또 썼다.

“그대가 몸조심하길 바라네.”

다 쓴 뒤, 그녀는 각루에 올라 높은 곳에서 서서 잠자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임안은 소음궁에서 여우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걸치고 각루 조망대에 이르렀다. 그녀는 말하지도 앉지도 않고 묵묵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중얼거렸다.

“그대가 돌아오길 바라.”

* * *

이묘진은 화가 나서 관성루 침실 탁자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잔뜩 성이 났다.

허칠안은 그녀가 동행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천종 성녀는 어둠 속의 횃불처럼 지나치게 눈에 띄어 원수 허평봉의 주의를 끌기 쉽다고 말했다.

이묘진은 이 이유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한 폐인이 그까짓 고술 수련 경지로 뭘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굳이 혼자서 강호를 떠돌아야 한다니.”

이묘진은 화를 냈다.

“그 못난 사내놈이 다른 여인을 데리고 갈지도 모르죠.”

소소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한테 다른 여인이 어디 있니? 다른 여인도 다 경성에 남아 있는 거 아니야?”

이묘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 대봉 제일 미인은요?”

소소는 조심스럽게 불을 지폈다.

이묘진은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눈동자가 커졌다!

‘이 망나니가!’

* * *

7층.

어느 밀실 입구, 항원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복도에 서 있었다. 표정에는 긴장도 기대도 있었다.

초원진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나지막이 말했다.

“송경의 방법이 통하겠습니까?”

항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해야겠지요. 이 도사님이 그의 영혼을 뽑아내는 걸 도와준 덕분입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제가 경성에서 유일하게 걱정하는 자가 바로 그입니다. 만약 그가 다시 새 생명을 얻으면 저는 경성을 떠나 강호를 돌아다니며 허 대인의 행방을 쫓을 수 있습니다.”

* * *

한 아이가 밀실 안에서 눈을 떴다.

그는 다소 막연하게 지붕을 주시했다. 아이는 자신이 왜 갑자기 이런 낯선 방 안에서 눈을 떴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는 몸을 일으켰고,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인 목소리를 냈다.

“부, 자, 되, 세, 요…….”

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평평한 침상 옆에 검은 개 한 마리의 시체가 누워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멍하니 그 검은 개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 눈물이 그의 뺨을 스쳤다. 그는 이 감정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이는 휘청대며 일어나 비틀거리며 걷는 연습을 했다. 마치 갓난아기 같았다. 그는 새 생명의 기쁨을 얻었고, 담력이 점점 강해졌다. 그는 밀실 안의 다른 시체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평상 위에 누워 흰 천을 덮었다.

아이는 비틀거리며 걸어가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흰 천을 들췄다. 흰 천 아래에는 청의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외모는 준수하였다. 그는 옅게 숨을 쉬었지만 다시 깨어날 수는 없었다.

* * *

성 밖, 평범한 외모의 남자가 씩씩하고 건장한 암말을 끌었다. 말 등 위에는 평범한 외모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서로의 장점이 잘 돋보이는 하늘이 맺어준 결합이었다.

“가요, 같이 강호를 거닐자고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자태의 여인이 어색하게 ‘응’하고 대답했다.

남자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강호여, 내가 간다!”

평범한 외모의 여인은 눈을 희번덕였다.

“제가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어때요?”

“됐어.”

그녀는 오만하게 거절했다.

* * *

검에 의지하여 세상 저 너머까지 걸어가

세상의 변화를 보겠다는 꿈을 꾼 적 있지.

젊은 날의 패기는 다소 허황되었지만

오늘날의 당신은 온 천하를 집으로 삼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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