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700화 (700/712)

700화. 소년의 객지 생활 (1)

허칠안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칠절고의 검은콩 같은 눈에서 광적인 희열마저 볼 수 있었다.

‘성벽 있는 부잣집 공자가 절세미남을 본 것 같아…….’

허칠안은 기괴한 표정으로 한 마디 비아냥거렸다. 뒤이어 그는 칠절고가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무형의 힘이 터무니없이 제거된 듯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게 천고 노인의 시체가 사용했던 알려지지 않은 특성인가? 아니야, 그건 아직…….’

다음 순간, 허칠안은 자신의 추측을 부인했다. 그의 시야에 옅은 그림자가 보이더니 돌아서 그의 뒤로 가는 게 보였다.

‘어째서 그게 마치 사냥을 하는 것 같지?’

허칠안은 갑자기 자신의 목덜미를 보호하고자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이런 충동이 밀려오자마자 목덜미에서 극심한 고통이 전해지면서 살갗이 무언가에 의해 억지로 갈라지는 듯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방금 생긴 뒷덜미 보호 충동은 그가 남겨둔 위기에 관한 경보였다.

목덜미 쪽에서 새빨간 칠절고가 날카로운 다리 끝으로 허칠안의 살갗을 손쉽게 갈랐다. 그의 살갗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칠절고는 자신의 다리를 허칠안의 척추뼈에 깊숙이 찔러넣었다. 마치 숙주의 신경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 같았다.

허칠안의 두 눈이 순식간에 빨개지고 목구멍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얼굴에는 고통이 극에 달함으로써 보이는 광증을 드러냈다.

“남강 고술에는 7개 유파가 있네. 하지만 어떤 유파든 독술사들은 본명고(本命蠱)를 하나씩 키우지.”

감정이 손을 들고 아래로 누르자 무형의 힘이 하늘에서 떨어져 허칠안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비인간적인 고통을 생으로 견뎌야 했다.

“본명고와 숙주는 공생 관계로 생사를 같이하네. 정상적인 독술사는 태어날 때부터 본명고를 이식받고, 가장 늦어도 열 살에는 본명고를 이식하네. 이식된 본명고는 그들과 같이 유년 시절을 보내네. 이렇게 하면 함께 성장하면서 상대방과의 결합력을 높일 수 있고, 고충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거든.”

그랬다. 본명고를 이식하면 부작용이 있을 터였다. 이런 수법의 본질은 ‘인고합일(人蠱合一)’로 생명의 정상 범위에 어긋났다.

이러한 이유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독술사는 통상적으로 유년 시절에 수행의 길이 결정되었다.

허칠안은 성인 남성이며 칠절고 역시 성숙한 고였기 때문에 반작용, 일종의 배반이 아주 컸다.

칠절고가 두 번째 다리로 혈육을 찔러 신경을 이었다. 허칠안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아파서 볼 근육과 입을 포함해 온몸이 떨렸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모든 다리가 혈육을 찔렀다. 칠절고는 매번 반 각 동안 멈추어 사람과 벌레 서로가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허칠안은 세포가 찢어진 듯 온몸 구석구석이 다 아팠다. 통증의 정도는 위연이 남긴 혈단을 소화하는 것에 못지않았다.

만약 혈단 소화가 세포를 강제적으로 촉진하여 세포를 무리하게 진화시키는 것이라면.

칠절고를 받아들이면 세포를 파괴하고 유전자 사슬을 파괴하는 셈이었다.

그는 본래 칠절고를 받아들이는 과정 중에 유전자가 붕괴되어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범인을 초월하는 3품 무사의 신체와 영혼 덕에 이런 반작용을 견뎠다.

여섯 번째 다리가 혈육을 찌르고 신경을 연결한 뒤, 새빨간 칠절고는 마디 여섯 개를 움츠리더니 몸을 조금씩 혈육에 끼워 넣었다. 그는 척추뼈에 바짝 붙어서 자신을 숨겼다.

감정은 이 모습을 보더니 가느다란 양장선(*羊腸線: 양의 창자로 만든 봉합용 실)을 튕겼다. 그것은 마치 생명을 부여받은 듯 저절로 상처를 봉합하곤 아주 날렵하게 나비매듭도 지었다.

“느낌이 어떠한가?”

감정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허칠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고 본능에서 비롯되는, 유전자에 각인된 일곱 가지 능력을 감지했다.

첫 번째는 천고라고 하는데 하늘의 시기와 지리를 알고, 법술이 신묘하며 천기를 몰래 엿보았다.

천고부 족인 대부분의 수련 경지는 ‘하늘의 시기와 지리를 아는’ 차원에서 맴돌았다. 황력(皇曆)을 만들고 절기를 정하는 일을 하면서 고족의 농경 사업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신묘한 법술은 천고가 높고 깊은 단계까지 수련해야만 갖추는 능력이었다.

허칠안은 그것이 구현해내는 능력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특성이었다.

그해 천고 노인은 신묘한 법술이라는 수를 이용해 감정의 감지를 속였다. 이게 천고부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었다.

어느 단계에 도달한 천고 족인은 천기를 엿볼 때 우연히 미래의 한 모퉁이를 살펴보는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단편적이고 모호하게 정탐했다.

천고부의 예언자들은 이 능력 덕에 일찍이 고신이 장차 소생하여 구주를 고만 있는 세계로 만들 것이라 예언한 적 있었다.

물론 이는 1품 술사의 천기 정탐과는 함께 논할 수 없었다.

천고의 천기 정탐이 원인과 결과가 없는 한 장의 사진이라면, 1품 천명사의 천기 정탐은 미래 드라마였다.

양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부작용은 숙주의 감정이 주변의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흐리고 비 오는 날에는 마음이 유달리 울적해지며, 햇살이 좋은 날에는 명랑하고 활발해졌다…….

* * *

두 번째는 역고라고 하는데 숙주의 눈, 코, 입, 귀, 피부 그리고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의식을 아주 날카롭게 하는 동시에 기력을 강화하여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있었다.

뒤의 두 가지가 핵심 능력이었다.

역고부의 독술사는 기력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났다. 같은 수련 경지인 상황에서 신체와 영혼을 연마한 무사라고 해도 힘을 겨룬다고 하면 불리했다.

역고부 독술사의 장기는 바로 한 사람의 힘으로 열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그들은 무시무시한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3품 이하는 그 자리에서 죽은 것만 아니면 어떠한 상처도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허나 부상 정도에 따라 회복 주기 역시 달라졌다.

부작용은 숙주의 식사량이 폭증한다는 점이었다. 역고사의 수련 경지가 높을수록 더 많이 먹었다.

* * *

세 번째는 정고라고 했다. 정고는 무색무취의 기체를 내보내 주변의 생물을 발정하게 만들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식물이든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정고는 목표 체내에 자고(子蠱)를 심어 상대방이 한평생 자신을 떠날 수 없게 할 수도 있었다. 정고사는 노예 나아가 자신의 연인을 통제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것 말고도 정고는 사람의 피부를 반들반들하게 할 수도 있었다. 기질이 특출나게 바뀌면서 이성에게 지극히 매력적인 외모와 몸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정고는 맞춤형으로 몸을 만들기도 했다.

부작용은 숙주의 성욕이 유난히 왕성해져 종일 머릿속에는 하룻밤만 남는다는 점이었다.

* * *

네 번째는 독고라고 하는데 이 고는 숙주가 주변의 다른 환경과 조건을 이용하여 다른 독소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그 작용은 매우 광범위했다.

어떤 경우에 일부 독약은 사람을 구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부작용은 매일 일정량의 독약을 삼켜야 하는데, 이것이 비상(*砒霜: 독성이 있어 거담제와 학질 치료제로 쓰임)이나 독사의 독선(毒腺) 등이라는 거였다.

* * *

다섯 번째는 심고라고 하는데 핵심은 ‘심심상인(*心心相印: 서로 마음이 통하다)’ 네 글자였다. 심고사(心蠱師)는 목표를 건드리는 어떠한 감정과 소통한 뒤 이 감정을 잡아 상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일정 정도까지 지혜가 도달한 생물에게는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혜가 높지 않은 생물에게는 오래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전자의 대표적인 생물은 인류고 후자의 대표적인 생물은 짐승이었다.

심고는 이러한 이유로 외부인에게 ‘어수고(御獸蠱)’라고도 불렸다. 심고부의 독술사는 짐승 무리, 벌레 때, 뱀 무리 등을 조종을 상용했다.

부작용은 숙주가 매일 참지 못하고 동물과 대화하고 동물과 어울리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심고부의 많은 독술사가 이러한 부작용으로 짐승과 우정을 뛰어넘는 관계를 맺곤 했다.

* * *

여섯 번째는 암고라고 하는데 기운과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암고는 그늘에 녹아드는 데 능하며 그림자처럼 그늘을 빌려 도약했다.

모든 암고사는 전부 무시무시한 자객으로 형태 없이 사람을 죽였다. 당신은 그들이 언제 당신에게 접근하는지 절대 알 수 없었다.

언급할 가치가 있는 건 무사가 암고사를 전문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었다.

부작용은 숙주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두침침한 구석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파고든다는 점이었다. 숙주는 매일 자신을 적어도 두 시진 동안 숨겨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했다.

* * *

일곱 번째는 시고라고 하는데 모고(母蠱)가 자고를 낳으면 시체에 기생했다. 숙주는 모고를 통해 자고에게 영향을 주고 이렇게 시체를 조종할 수 있었다.

무신교의 시체 조종술과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통상적으로 한 번 무임승차하고 다 쓰면 버린다는 점이었다.

후자는, 자고가 시체에 기숙한 뒤에 시체와 하나로 합쳐진다는 거였다. 모고가 계속해서 강해짐에 따라 시체 역시 점점 더 강해졌다.

3품인 시고사는 적어도 4품경 자고 스무 마리와 다른 수련 경지 일부로 갈라질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자고가 만약 막 죽어 간 시체에 기생하면 유사 빙의로 죽은 자의 생전 능력, 기기를 보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보존하는지는 독술사의 수련 경지에 따라 결정됐다.

부작용은 숙주가 극도로 강한 네크로필리아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시고사는 종종 이런 부작용으로 시체와 형용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곤 했다.

* * *

“아주 강합니다. 칠절고는 아주 강해요. 안타까운 건 지금은 1차 각성이라 기초적인 능력만 발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천고가 잘 개발된 것 같군요. 신묘한 법술 능력을 바로 시전할 수 있겠어요. 다만 칠절고의 부작용은…….”

허칠안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갑자기 멈췄다. 그는 표정이 착잡했다.

그는 다른 고의 부작용은 개의치 않았다. 정고, 심고, 시고의 부작용은 사람에게 살길을 남겨주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 만했다.

심고와 시고는 숙주로 하여금 짐승, 시체에 우정을 초월하는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이 결정적인 시기에 정고의 부작용이 온다면…….

허칠안은 미래 자신의 심리적인 건강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감정은 양손을 뒷짐 지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 부작용들은 고충이 성장하는 양분이네. 자네가 하루하루 계속 유지한다면 칠절고는 서서히 장대하게 성장할 것이고, 자네의 수련 경지는 점점 더 높아지겠지. 설령 1차 소생이라고 해도 5품 밑으로는 자네도 상대를 만나는 일이 드물 게야.”

허칠안은 탄식했다.

“인간 세상이 가치 없군요.”

감정은 이 말을 듣더니 천천히 웃음을 거두고 돌아서서 가볍게 탄식하였다.

한참 지난 뒤 그는 소매 속에서 진문이 새겨진 소라를 꺼내 내던지더니 말했다.

“무슨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자네 그에게 연락하게. 나의 이제자 손현기 말일세.”

‘감정의 이제자는 또 어떤 괴팍한 인물일까…….’

허칠안은 소라를 받은 뒤 말없이 감정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감정의 마음 깊은 곳의 약점을 찌른 듯했다. 나이 든 감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꺼지게!”

* * *

내각, 왕 재상은 공고에 내각 재상의 도장을 찍었다. 그런 뒤 그는 하급 관리에게 공고를 황궁에 보내라고 했다.

재상 대인은 이 모든 걸 다 마친 뒤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가서 창문을 밀어젖혔다. 정원에서 쪽빛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왕 재상은 소리 없이 멀리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하늘이 유달리 맑다는 생각만 들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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