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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99화 (699/712)

699화. 소원성취한 허칠안

임안은 입을 벌리고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임안은 도를 닦는 일을 잘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머리는 있었다. 그녀는 회경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자 즉시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부황이 언제 그렇게 강해졌지?

“아바마마께서 줄곧 실력을 숨겼나?”

임안은 눈시울을 붉히고 흑흑 흐느꼈고, 그다지 확실하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회경은 정색하며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본래 우리의 아바마마가 아니야.”

임안은 언니 회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는 머리가 아직 돌아가지 않았고,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잠시 뒤 그녀는 증명을 요구하듯 물었다.

“뭐라고?”

회경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방금 한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는 본래 우리의 아바마마가 아니었다고.”

‘잘못 듣지 않았어…….’

임안은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 언니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여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언니가 이런 사람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아바마마가 아바마마가 아니면 누구일 수 있단 말이야?”

회경은 나지막이 말했다.

“선황 정덕이야. 우리의 할바마마이기도 하지.”

임안은 의아하다는 듯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마치 괴물처럼 회경을 쳐다보았다.

회경은 고개를 끄덕여 사실이 이러하며 여동생의 충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녀는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만약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갑자기 이 일을 알게 되면, 설령 겉으로는 임안보다 훨씬 담담할지라도 내면의 충격와 불신은 조금도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네 기분을 이해해. 하지만 일단은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회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대로 얘기했다. 그녀는 조리 있고 분명하게 심오한 내용을 알기 쉽게 말했다. 마치 우수한 선생이 멍청한 학생을 지도하는 것 같았다.

설령 임안처럼 수련의 이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의 맥락과 그 속의 논리를 깨닫고 이해할 수 있었다.

40여 년 전, 선황 정덕은 이미 지종 도사에게 물들어 악을 선양하는 ‘미치광이’로 변했다……. 지종 도사의 도움을 받아 그는 친아들 회왕에 빙의하였으며, 다른 친아들인 원경에 ‘기생’하였다……. 그런 뒤 죽은 척하여 감정의 이목을 피해 용맥에 숨어 수련하였다.

위연이 처음으로 북경에 출정했을 때 그는 또 기회를 틈타 원경에게 빙의하였다. 그는 그런 뒤 21년 동안 떳떳하게 도를 닦는 데 깊이 빠졌다. 세상 사람의 이목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분신인 원경을 수련 경지가 평범하고 천부적인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형상화하였다.

그 동안 본체는 용맥에서 힘을 비축했다. 선황은 이미 완전히 미쳤다. 그는 무신교와 결탁하여 위연을 죽이고 십만 대군을 곤경에 빠트렸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한 일은 이보다 더 광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선조의 땅을 남에게 순순히 넘기는 일!

‘진짜 아바마마는 21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21년 전에 나는 고작 두 살이었지…….’

임안은 끝까지 들었을 때는 이미 온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우면서도 슬펐다.

그녀는 남몰래 잠시 겁먹었다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회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허칠안이…….”

“그래.”

회경이 대답했다.

“어쩌면 개인적인 원한이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가 이렇게 한 주된 목적은 선조의 재산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길 원치 않아서라고 믿어. 왜냐하면, 내 눈에 그가 폐하를 죽인 건 국공을 죽인 것과 같은 성질이거든. 하마터면 선조의 재산을 전복시킬 뻔했던 아둔한 군주, 20년 동안 도를 닦으며 백성의 생사를 돌보지 않았던 아둔한 군주, 친아들을 잔인하게 죽인 짐승. 나는 허칠안이 아주 잘 후련하게 죽였다고 생각할 뿐이야.”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임안을 쳐다보았다.

“나는 사실을 이미 네게 알려주었어. 믿든 믿지 않든 이건 네 일이고, 허칠안을 미워하든 말든, 이 역시 네 일이야. 어쨌거나 선황은 줄곧 너를 아주 예뻐했으니까. 고의로 위장했는지 아닌지는 둘째 치자고. 이 점은 언제나 거짓이 없었어.”

그녀의 마지막 반 마디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회경이라는 여인은 겉으로 단정하고 고귀하고 대승적이었지만, 사실 부드러운 척하면서 악랄한 심보로 남몰래 사람을 해치는 데 가장 능했다.

임안은 그녀를 뚫어지게 주시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았어?”

회경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전부 허칠안이 밝혀낸 거야. 네가 모르는 사이에 그가 바친 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아.”

“하지만 그는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임안은 양손으로 주먹을 쥐고 고집스럽게 말했다.

회경은 비웃더니 말했다.

“너한테 말하면…… 네가 이 일들을 감당할 수 있니? 선황 앞에서 조금도 허점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황장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는 너를 보호하려 했어.”

임안은 입을 벌렸다. 그녀의 눈에는 물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본, 본 공주가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 그를 만나야겠어. 그에게 화를 내지 않을래…….”

그녀는 입으로는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행동은 몹시 초조했다. 임안은 치맛자락을 들고 기세를 몰아 일어났다. 그녀는 그렇게 내청을 뛰쳐나가고 덕향원을 뛰쳐나가려 했다.

“기회가 사라졌어!”

회경이 탄식하였다.

이제 막 두 발짝 내디딘 임안이 갑자기 굳어서 돌아섰고, 창백한 얼굴로 회경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뜻이야?”

“나는 아직 네게 그 전투의 구체적인 상황을 말하지 않았어. 선황의 음모가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용맥의 령이 각지에 뿔뿔이 흩어졌어. 만약 용기를 다 모을 수 없다면 중원에는 반드시 대혼란이 일어날 거야. 그리고 지금 그의 수련 경지는 이미 쓸모없어졌고, 몸 상태는 아주 엉망이지. 감정 역시 속수무책이야. 그는 살아가기 위해 경성을 떠날 거야.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얼마 전에 그가 너를 찾아간 건 사실 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서야.”

임안은 마지막 한마디를 들은 순간 마치 가슴이 바늘에 찔린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이 아파 하마터면 숨을 쉬지 못할 뻔했다.

‘알고 보니 그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온 게 나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구나. 그런데 나는 그를 문전박대하였으니…….’

임안은 마치 둑이 무너진 듯 순식간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더는 걷잡을 수 없었다. 임안은 흐느껴 우느라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를 찾아와야겠어……. 나, 나 그에게 하지 못한 말이 아직 많아.”

후회의 감정이 뼈저리게 밀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고, 그녀와 작별 인사하기 위해 중상 입은 몸을 이끌고 온 그 남자를 거절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금 그 남자는 떠났다. 이로써 생사를 헤아리기도 어렵고, 다시 만날 날은 기약도 없이 아득했다.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사람은 가장 슬플 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그런데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한 형체가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마, 훌쩍거리면서 우는 모습이 아주 못났습니다.”

임안은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몇 초 뒤, 그녀는 눈물을 다 닦고 또 멍하니 회경을 쳐다보았다.

회경은 양심에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다는 듯 후안무치한 얼굴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임안은 분명히 펄쩍 뛰면서 그녀와 사투를 벌였겠지만, 지금 그녀는 회경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기쁨이 충만하여, 허칠안의 품에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개자식, 개자식…….”

그녀는 손을 놓으면 이 남자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그를 아주 꽉 안았다.

두 사람이 안 후로 지금까지 이건 임안이 한 가장 대담한 행동이었다. 예전에 그녀는 두 사람의 신분에 가로막혀 좋아하는 마음을 몰래 마음속에 숨겨두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감히 개자식의 품에 안겼다.

‘콧물이랑 눈물이랑 전부 내 목에 묻었잖아…….’

허칠안이 임안의 가느다란 허리를 가볍게 안고선 막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뒤통수에서 살기가 전해졌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도 이무런 표정 변화 없이 기지를 발휘했다.

“마마, 이렇게 꽉 안지 마세요, 저 아파요.”

‘아프다고?’

임안은 코를 풀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울어서 연분홍색이 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절대로 공을 가로챌 뜻이 없었기에 임안 앞에서 옷섶을 당겨 벌렸다.

“아…….”

임안은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나서 흉측한 상처와 살에 박힌 못들을 주시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허칠안의 가슴을 콕 눌렀다.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임안의 동정도 얻고, 회경의 분노도 가라앉혔다. 허칠안은 어장남의 전문적인 수법으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었다.

“마마.”

허칠안이 돌아서서 회경에게 말했다.

“저 먼저 임안 마마를 데려다드리겠습니다.”

회경은 무표정이었다. 희노(喜怒)를 분간할 수 없었다.

* * *

임안은 소음궁에 가서도 허칠안을 놓아주지 않고 그에게 딱 붙었다. 그녀는 궁녀에게 가장 좋은 환약, 가루약을 가져오라고 하여 그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고자 했다.

그녀는 효과가 없는 걸 보자 또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허칠안이 좋은 말로 위로하자, 마침내 울음소리가 멎고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어찌 되었든 그가 마마를 그렇게 여러 해 동안 예뻐했으니 마마께서는 여전히 괴로우시죠?”

임안의 연약한 몸이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흐느꼈다.

“하지만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역시나 그녀가 전에는 나를 원망했구나…….’

허칠안은 손을 들었고, 손끝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웠다.

“마마.”

“응?”

“저 마마 입술의 연지를 먹고 싶어요.”

“웁웁…….”

* * *

허칠안은 해 질 무렵, 관성루 팔괘대에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한데 미간 사이에는 극도의 흥분이 배어 있었다.

“일을 다 처리했는가?”

탁자에 앉은 감정은 눈을 들었다.

허칠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흡수를 시작하지.”

감정이 손바닥을 펼치자 전갈 형태의 옥색 칠절고가 얌전히 누워 있었다. 마치 생명이 없는 표본 같았다.

“어떻게 흡수합니까?”

이 질문을 할 때 허칠안이 생각한 건 어떻게 이 칠절고를 먹는지였다.

“우선 피를 떨어뜨려 주인을 인식하게 해야지.”

감정은 말하면서 허칠안의 손목을 눌러 그의 손끝에서 핏방울을 뽑아냈다.

핏방울이 소리 소문 없이 칠절고에게로 접근하자, 본래 분수에 만족하며 본분을 지키던 고충이 갑자기 안달복달하더니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며 더할 나위 없이 피를 갈구하였다.

칠절고는 흉측한 구기(口器)를 벌려 핏방울을 배 속으로 삼켰다.

옥색의 칠절고가 투명한 빨간색으로 변하는 걸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뒤이어 칠절고는 감정의 손바닥에서 뛰어올라 허칠안에게로 달려들었다.

‘7대 고술(蠱術)을 한몸에 받아들이는 칠절고라…….’

허칠안은 피하지도 반항하지도 않고 달려드는 칠절고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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