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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91화 (691/712)

691화. 숙부의 분노

‘XX…….’

허칠안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조작은 용맥의 령을 바쳐 중원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바꾸고, 살륜아고를 모방하여 수명이 무한한 1품이 되어 중원을 주재하는 기운과 연관된 문제였다. 그런데 정덕이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겠는가. 적어도 그해 정덕은 절대로 이런 문제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술사라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합리적이었다.

대봉이 지금 이 지경이 된 원흉은 지종 도사와 허씨 대랑이었다. 두 사람이 주도하였다.

“그 후에 나는 관직을 내려놓고 조당에서 물러나 천고 노인과 공모하였네. 일방적으로 산해관전역을 꾸몄고, 그 과정에서 나는 자신을 차단하여 허씨 대랑이 경성에서 사라지게끔 했네. 물론, 이 중에는 인위적인 조작이 빠질 수 없었지. 예컨대 족보에서 사라진 이름을 추가한다거나 스스로 묘비를 세운다거나.

허씨 가족의 기억 역시 혼란스러웠네. 퇴고를 견디지 못했지. 하지만 굳이 깨우쳐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속일 것이었네. 만약 자네가 그해 옛일을 자세히 알아봤다면, 평지가 한동안 미쳤던 적이 있었음을 발견할 테야. 물론, 이 일들은 결코 영예롭지 않아 자발적으로 언급할 사람은 없지. 옛 정적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걸세. 그들의 눈에 나는 그저 과거형일 뿐이지. 천기 차단의 원리에 따라 내가 조당에서 물러날 때 나와 그들 간의 인과는 이미 정리되었네. 지나친 갈등은 없었기에 그들은 나를 개의치 않을 걸세.”

허칠안은 침묵하더니 몇 초 뒤에 말했다.

“어쩐지 당신이 세은 사건을 이용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나를 경성에서 내보내려고 했군요. 비록 제 몸의 기운이 다시 깨어나기 전에 천고 노인이 어떠한 수법으로 감췄지만, 저는 어쨌거나 당신의 아들이니 감정은 많든 적든 저를 주시하고 있었고요. 만약 당신이 불합리한 수법으로 나를 억지로 사로잡았다면, 감정은 재빨리 반응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왜 바로 나를 데려가지 않고 경성에 남겨두었죠?”

백의 술사의 목소리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자네는 고작 반만 맞혔네. 세은 사건은 확실히 자네가 합리적으로 경성을 떠나게 하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자네가 경성에 남아 허평지에게 길러진 건 순전히 그해 이변이었네.”

“이변?”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반문했다.

백의 술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분한 어조를 회복하였고,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있는데 기운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자네는 가장 좋은 용기야. 자네가 내 핏줄일 뿐만 아니라 자네 역시 대봉 황실의 혈통이기 때문이지.”

허칠안은 오늘 이미 터놓고 얘기하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너무 많이 알긴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허칠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득의양양한 기색을 더 회복하지 못하여 넋이 나간 채 백의 술사를 쳐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붉은 치마와 흰 치마가 순간 흩날리며 멀어졌다.

“자네의 모친은 오백 년 전 그 혈통이네. 다시 말하면 내가 지금 도우려고 하는 하늘이 정한 자의 여동생이지. 그해 나는 그와 동맹을 체결하여 그가 자리에 앉게 도와주었고 그는 여동생을 내게 시집 보냈네.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동맹 관계는 첫 번째는 이익이고 그다음은 인척이지. 나는 그 금지옥엽에게 장가간 뒤, 온 힘을 다해 산해관전역을 계획하여 대봉 기운을 빼앗았네. 산해관전역 막바지에 자네가 태어났네.”

후!

허칠안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숨을 내뱉었다. 붉은 치마와 흰 치마가 다시 흩날리며 돌아왔다.

그가 비록 대봉 황실의 후예인 셈이지만, 그건 오백 년 전의 혈통이었다. 회경, 임안과 사실 큰 관계는 없었다.

전생에 같은 성씨였던 사람은 ‘우리가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네’라고 자주 말한다.

하지만 굳이 논하자면 회경과 임안은 그의 집안의 누님이었다.

그런 뒤에야 그는 부친이 한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헤아려 볼 마음이 들었다.

‘시점은 맞아떨어진다. 내가 출생한 그해, 숙부 기억으로는 그와 허 대랑이 산해관에서 전쟁을 치렀고 그래서 숙모와 생모 두 사람이 나를 오랫동안 보살핀 것이다…….’

허칠안은 멍해졌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아 나지막이 물었다.

“그, 그녀가 왜 경성에서 나를 낳았습니까?”

그는 말을 하는 사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몸속에서 어떤 물건이 출렁이면서 무언가에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 듯했다.

동시에 무사의 본능이 미친 듯이 경고했으나 여전히 구체적인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포 탓에 철사를 밟은 아이처럼 불안했다. 그는 언제든지 추락하여 온몸이 가루가 될 것만 같았다.

이로써 허칠안은 백의 술사가 기운을 연화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렀다는 점을 깨달았다. 만약 성공하면 이 몸의 기운은 타인에게로 돌아가니,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질 터였다.

그리고 그 역시 목숨과 뒤얽힌 이 기운이 떠나감에 따라 육신과 원신이 사라질 것이다.

곧 아들에게 닥칠 불행에 백의 술사는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전과 다름없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 생모는 내가 곁에 없는 틈을 타 슬그머니 경성으로 가서 자네를 낳은 것이네. 내가 기운을 빼앗은 뒤에야 이 일을 알았지.”

“왜요?”

허칠안은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백의 술사의 어조에는 기복이 없었다.

“자네의 출생은 본래 기운을 수용하여 용기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네. 이게 바로 나와 그 혈통의 도박이었지.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사를 일으키기 전에 기운을 그 황족의 몸속에 넣는 건 적절한 처사가 아니었거든. 자네 생모는 아주 의뭉스러운 여인이었네. 그녀는 외부로부터의 압박을 참고 견디며 가족의 궐기를 위해 모든 걸 바치길 원하는 것처럼 굴었지만, 그건 위장이었네. 자네는 그녀의 첫 번째 아이로, 그녀는 자네가 죽는 걸 볼 수 없어서 경성으로 도망가 자네를 낳았네. 경성에는 자네의 가장 큰 바람막이가 있거든.”

‘그랬군…….’

허칠안은 탄식하였다. 그는 이제 어떠한 의구심도 없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그가 이 순간 마음속으로 떠올린 사람은 뜻밖에도 감정 그 늙은이였다.

그는 대봉에서 가장 비참한 독거 노인이었다.

“이렇게 말하자면 희겸은 제 사촌 형님인 셈이군요?”

허칠안은 물었다. 코속의 피가 입가까지 흘렀다. 그는 피를 너무 닦고 싶었지만 어찌 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네!”

백의 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죽였네. 사촌 형은 죽어야 했어. 음, 이건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전생에 어떤 저명한 작가가 말한 거야…….’

그는 속으로 빈정대면서 마음속의 초조함을 완화하였다.

“이게 바로 자네의 후수인가?”

이때 백의 술사가 갑자기 물었다.

골짜기 밖, 원장 조위가 숙부를 데리고 허공을 밟으며 왔다.

“역시나 여기에 있었구나, 역시나 여기에 있었어…….”

숙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의 표정은 슬프면서도 분노한 듯했으며, 두 눈은 빨갰다.

백의 술사는 그를 보지 않은 채 목소리를 낮추었다.

“젊었을 때 내가 그를 데리고 이곳에 자주 와서는 그에게 내 진법을 보여주었지. 이곳은 우리 형제 둘의 비밀 기지였어. 나중에 이곳의 진법이 점점 더 완벽해지고 점점 더 강대해지면서 우리 반평생의 심혈이 맺혔네. 하지만 너무 방대해져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형태가 바뀌었고, 나는 이곳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어. 나 외에 평지만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전혀 안전하지 않았지. 자네가 제대로 보았네. 내가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면 천기 차단술은 저절로 풀릴 것이야. 평지도 다시 나를 떠올리겠지. 이러한 이유로 나는 자네의 존재를 애써 차단했네. 이렇게 하면 그의 기억이 다시 혼란스러워지겠지.”

‘하지만 당신은 내가 진작에 천기 차단술의 심오한 뜻을 관통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어…….’

허칠안은 무표정이었다.

숙부는 장벽에 머리를 부딪쳐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렀다. 그는 울부짖었다.

“허평봉, 너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그는 네 아들이고 내 조카야. 호랑이가 아무리 사나워도 자기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 법인데 네가 하는 짓이 사람이 할 짓이냐?”

그는 얼굴 근육이 일그러졌으며 이마에는 핏줄이 서서 아주 흉악해 보였다.

허칠안은 숙부가 이렇게 분노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백의 술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우리 부자간의 일이네. 그의 목숨도 내가 준 것이지 않은가.”

퍽!

숙부는 주먹으로 장벽을 내리쳤다. 그는 마치 자극받은 늙은 짐승처럼 흉악하게 발악하였다.

“부자? 네가 자격이 있느냐! 네가 그의 아버지 자격이 있어? 그는 우리 허씨 집안의 아들이고 내가 키웠어. 네가 그를 죽이려는데 내게 물은 적이 있느냐? 내가 동의했어? 이 개 같은 진법을 풀어! 이 몸이 너를 죽일 거야, 너를 죽일 거라고!”

그는 주먹으로 장벽을 내리쳤고, 주먹에 피가 흥건했다.

‘숙부…….’

허칠안은 묵묵히 중년 남자의 발광을 지켜보았다.

숙부는 집에서는 하자는 대로 순종하고, 밖에서는 교활하게 굴었다. 그가 그해 전쟁터에서 단련해낸 전투 기개는 진작에 관리 사회에서 마모되었다.

하지만 이 숙모에게 순종적인 남편은 만약 자신의 아이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묵직한 주먹으로 공격할 터였다.

설령 그가 마주한 게 코끼리라고 해도 말이다.

백의 술사는 시선을 거두고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늦었네!”

그는 힘껏 잡아당겨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기운을 조금씩 허칠안의 머리 위로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허칠안의 몸이 끊임없이 갈라지더니 피가 콸콸 쏟아졌다. 코와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면서 그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조카의 외침은 마치 무거운 망치로 숙부의 마음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는 온몸을 떨었다.

이 중년 남자는 갑자기 더는 오만하게 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장벽에 달라붙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를 죽이지 마세요, 형님. 부탁할게요, 그를 죽이지 마세요. 그는 제가 기른 아이입니다, 제 새끼라고요. 그를 죽이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제가 저 아이를 21년간 키웠어요. 형님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정말 이렇게 하면 안 돼요……. 형님, 지난 옛정을 봐서 그를 제게 돌려 주세요! 제발요…….”

백의 술사는 냉정하게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운을 뽑았다.

“물러나!”

조위는 소매를 휘둘러 숙부를 밀쳤다. 뒤이어 그는 유관을 썼으며 소매 속 오른손으로 조각칼을 쥐었다.

유관과 조각칼은 하늘로 청기를 내뿜으며 서로 호응하였다.

조위가 조각칼을 내질렀다. 조각칼은 하늘로 치솟는 청광을 뿜어냈다. 백의 술사가 30여 년 동안 시간을 들여 설치한 대진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가장 바깥층의 공기벽이 흩어지면서 더는 외부인의 진입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는 기운을 뽑아내서는 안 되네.”

조위가 선포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가의 언출법수가 효력을 잃었다.

백의 술사는 뽑아내는 동작이 다소 주춤했으나 이내 언출법수의 효과에서 벗어났다.

“이 지역은 외부 세계의 천지 법칙과는 다르네. 자네 유가가 나의 ‘세계’에서 제멋대로 행패를 부리려면 내가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물어야 하거든.”

백의 술사가 ‘헤’하고 소리 내었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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