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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86화 (686/712)

686화. 대답

화포가 한 대씩 늘어서고 상노가 바닥에 떨어졌다. 화통, 군노가 허공에 떴고 일제히 조위를 겨냥하였다.

날이 선 도검이 허공을 가르며 돌아다녔다.

이밖에도 다른 효과를 발휘하는 진기한 법기가 있었다. 예를 들면 속박하는 데 쓰는 밧줄, 원신을 뒤흔드는 청동경, 봉인할 때 쓰는 청동종 등이었다…….

‘정말 지나치게 화려하구먼. 상대적으로 무사는 저속하다고 형용할 수밖에 없겠어…….’

허칠안은 유가 고품과 술사 고품의 전투를 목격한 순간 절로 감탄이 우러나왔다.

화포가 우렁차게 울리는 사이, 백의 술사가 못을 비틀면서 허칠안의 단전을 찔렀다.

허칠안은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는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왜 기운을 내게 주었습니까?”

백의 술사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못을 비틀었다.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하여 무의식적으로 후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은 사건을 직접 주도한 목적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저를 경성에서 내보내려던 겁니까?”

백의 술사는 웃으며 말했다.

“네 짐작이 맞다.”

“하지만 저는 왜 세은 사건을 이유로 저를 데리고 경성을 나가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수법과 능력으로는 설령 경성에 감정이 주재하고 있다고 해도 저를 데리고 경성을 나갈 수 있었을 텐데요.”

허칠안은 그를 주시하면서 ‘모자이크’를 뚫고 그의 표정을 관찰하고자 했다.

백의 술사는 그의 머리를 문지르더니 마치 선배와 후배가 대화하는 것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대봉의 사건 해결 기재 아니던가? 자네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내가 뭘 조사해, XX야…….’

허칠안은 하마터면 욕을 내뱉을 뻔했지만 참고 열심히 시간을 끌며 말했다.

“운주 때 당신이 나를 도와줬지요?”

“그렇다!”

백의 술사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도운 건 내게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운주가 바로 허주이자 당신들 혈통의 본거지이기 때문이지요?”

허칠안은 어휘 선택에 노력을 기울였다.

“멍청하지는 않군.”

백의 술사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못을 비틀더니 허칠안의 흉부 위 단전을 찔렀다.

“어떻게 알아맞혔지?”

허칠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는 다소 약한 어조로 말했다.

“운주의 지리적 위치는 정말 너무 좋기 때문이지요. 운주는 바다를 등지고 있습니다. 설령 당신들이 거사에 실패해도 배를 타고 해외로 멀리 갈 수 있지요. 그렇다면 바다에 인접한 다른 주가 아니라 왜 운주일까요? 운주는 물자가 풍부합니다. 곡식 생산을 논하자면 ‘대봉의 곡식 창고’라고 불리는 예주와 장주에 버금가지요. 철광, 약재 등 산속 보물을 논하자면 운주는 남강 십만 대산에 버금갑니다. 게다가 현지에 비적이 횡행하여 당신들이 군대를 주둔시켜 군사를 양성하기 가장 좋은 곳이지요.

무신교 역시 이 지역이 마음에 들었기에 요 몇 년간 줄곧 암암리에 노렸습니다. 산적을 육성하고, 제당과 결탁하여 군수물자를 수송하였지요. 이는 당신의 이익에 저촉됐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위 공의 손과 내 손을 빌려 무신교를 제거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당신들이 폭로되지도 않고, 무신교 세력을 깨끗이 해치울 수 있으니까요. 이상, 만약 내 추측이 전부 맞다면 운주 도지휘사 양천남은 사실 당신네들 사람이겠지요.”

백의 술사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웃음기가 만연했다.

“전부 맞혔다. 또 뭘 추측해냈는가? 말해도 무방하네. 내가 자네에게 시간을 끌 기회를 주겠네.”

“애석하게도 제가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날 운주 포정사 송장보가 배후의 진범으로 재빨리 속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부 절름발이 양진태를 체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양진태는 백의 술사가 보내온 것이었다.

그리고 양진태는…… 이묘진의 친한 벗인 운주 도지휘사 양천남이 적발한 것이었다.

운주라는 곳은 아주 괴이하여, 분명히 풍요로웠지만 동시에 비적이 횡행했으며 백성들의 생활은 고통스러웠다. 허칠안은 둘째 치고 그날 주광효조차 불합리하다고 부르짖었더랬다.

허칠안은 검주에서 희겸의 영혼을 불러내 물은 뒤에 허주가 도대체 어디인지 줄곧 생각했다.

그는 당시 오랜 시간 동안 깨닫지 못했는데 나중에 모든 걸 전부 밝혀낸 뒤에야 비로소 모든 걸 깨달았다.

“애시당초 운주에서 왜 내 기운을 뽑지 않았습니까?”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백의 술사가 손 안의 못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상백 밑의 봉인물이 자네 몸속에 있네. 자네 몸속의 기운을 뽑고 싶으면 나는 반드시 그를 마주해야 했지. 이 마승은 보통 인물이 아니네. 설령 나라도 그를 봉인할 수 없어. 그렇기에 나는 서역에 가서 신수가 자네 몸속에 있다는 소식을 불문에 알렸네. 그들은 아주 통쾌하게 지보 봉마정(封魔釘)을 내게 빌려주었지.”

‘어쩐지 그가 내 금강신공을 손쉽게 부수고, 신수를 손쉽게 봉인할 수 있었다 했네. 역시나 스님만이 스님을 상대할 수 있었어…….’

허칠안은 빈정대는 방식으로 마음속의 절망을 달랬다.

“왜 일찍 빌리지도 늦게 빌리지도 않고 하필 이 순간까지 기다린 겁니까?”

백의 술사는 느긋함과 장난기가 밴 어조로 말했다.

“당연히 위연이 전사하길 기다렸고, 자네가 용맥을 흐트러뜨리고 정덕을 죽일 때까지 기다렸지.”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은 원경이 정덕인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백의 술사가 반문하였다.

“맞혀보게.”

그는 허칠안의 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했다.

“위연이 죽지 않는데 어찌 무신교가 다리 뻗고 자겠는가? 나 역시 불안하여 다리 뻗고 잘 수 없었네. 대봉 군신이 죽지 않는데 누가 감히 거사를 꾀하겠나? 지금 용맥이 흩어졌으니 중원에 반드시 대혼란이 야기될 테지. 이때야말로 거사하기 가장 좋은 기회지. 내가 기운을 가지고 돌아갈 가장 좋은 시기기도 하네.”

그는 말을 하면서 또 금색 못을 허칠안의 척추에 찔렀다.

허칠안은 끙끙 소리를 내었고,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했다. 몸속에 못 다섯 개가 공명을 일으켜 그의 생기를 침식했다. 한 걸음 나아가 그의 수련 경지를 봉인하고 신수를 봉인하였다.

현재 그의 상태는 아주 엉망이었다. 정덕을 죽이고, 두 차례 옥쇄하여 그 자체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또 초대 감정이 봉마정으로 몸뚱이를 찔렀다. 그는 보기 드물게 전생에서 철야를 한 뒤 보였던 연약함을 드러냈다. 언제든지 급사할 수 있는 그런 연약한 모습이었다.

“그해 당신은 어떻게 무종 황제와 불문 보살 및 당대 감정의 포위 공격에서 벗어났습니까?”

허칠안은 시간을 끌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았다.

백의 술사는 먼 곳에 있는 조위를 쳐다보더니 다시 향낭을 열고 법기를 불러냈다. 최고급 법기가 휙휙 소리를 내며 ‘병력’을 보충했다.

동시에 그는 다시 발을 굴러 천지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는 진법을 확산시켜 조위를 그 안에 가두었다.

‘원장 조위는 그 자체로 3품 대원만인데 또 아성 유관이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2품보다 약할 리는 없다……. 역시 초대 감정다워.’

허칠안은 다시 절망하였다.

백의 술사는 거듭 조위를 견제한 뒤 못을 쥐고 청광을 주입하면서 말했다.

“1품을 죽이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가?”

그는 여섯 번째 못을 등허리의 명문혈(命門穴)에 꽂았다.

“그가 아직 반항하는군. 역시 불문도 골치 아프게 하는 마승다워. 그를 철저하게 봉인하면 내가 진을 쳐 기운을 되찾아갈 것이네. 그때 가면 자네는 아마 죽을 거야.”

“저는 기운이 몸에 더해져 있습니다. 당신이 제 목숨을 해치면 기운에게 배반당할까 두렵지 않습니까?”

허칠안은 얼굴이 창백했다. 그는 두려운 게 아니라 허약했다.

“감정이 정덕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그가 대봉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500년 전, 그는 이 황족의 혈통에 기대어 1품이 되었지. 황제를 죽이는 건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자네 몸의 기운 역시 이 혈통에서 나왔지. 내가 자네를 죽여도 스스로 기반을 무너뜨릴 리는 없네. 반작용을 감내하기만 하면 되지. 게다가 어떠한 이유로, 음, 이 배반, 반작용은 심지어 평범한 고품이 자네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가볍네.”

백의 술사는 웃으며 말했다.

“어떠한 이유가 무슨 이유입니까? 그해 기운을 제 몸에 숨긴 것과 관련 있습니까?”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백의 술사는 동문서답했다.

“감정이 그해 왜 나를 배신한 줄 아는가? 나는 또 왜 1품에서 2품으로 떨어졌을까?”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백의 술사가 말했다.

“만약 자네가 술사 체계의 1품과 2품을 뭐라고 부르는지 안다면, 많은 일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걸세.”

일곱 번째 못이 허칠안의 중추혈(中樞穴)을 찔렀다.

피와 땀이 섞여 남루한 청삼을 물들였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정말 그해 감정이 스승을 죽인 진상이 궁금합니다.”

백의 술사의 말은 허칠안의 추측을 검증했다. 술사 체계 3품은 ‘천기사’라고 했지만, 2품과 1품을 뭐라고 하는지는 아는 이가 없었다.

오늘날 구주에는 술사 체계를 창시한 초대와 앞잡이 당대를 제외하곤 술사 1품과 2품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없었다.

허세왕 양천환 같은 정통 제자도 이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술사 체계의 1, 2품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졌다는 점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애당초 불문 사절단이 경성에 도착하여 위연과 한담을 나눌 때, 그해 무종 황제가 황위를 찬탈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불문과 당대 감정이 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임을 알았다.

그는 한 손으로 초대 감정의 몰락을 주도했다.

그는 나중에 지하 궁전에서 리나를 구해내고 공양숙이라는 이름의 야생 술사를 마주했다. 그리고 허칠안은 그의 입을 통해 술사 1품과 2품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졌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허칠안은 감정이 그해 스승을 죽인 게 아마 품계와 관련 있을 거라고 추측했더랬다.

“보아하니 일찌감치 짐작하고 있었던 듯하군.”

백의 술사는 허칠안을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내 생각에 술사 2품은 <요물>이라고 하고, 1품은 <시해사>라고 부르는데…….’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댔지만 감히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백의 술사는 온 힘을 다해 진법을 부수는 조위를 관찰하면서 말했다.

“술사 2품은 ‘연기사(練氣士)’라고 하네.”

‘?’

허칠안의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스쳤다. 이는 좀 그의 예상을 빗나가는 정보였다. 솔직히 말해 연기사의 명칭은 확실히 좀 평범하고 새로운 것이 없었다. 그는 이 명칭이 2품 술사의 지위에 걸맞지 않는 듯했다.

뒤이어 그는 백의 술사가 웃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기운의 ‘기(氣)’일세.”

‘기운이라…… 연기사가 단련하는 게 기운?!’

허칠안은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그는 확 깨닫는 동시에 새로운 의구심이 솟구쳤다.

그는 이제 왜 초대 감정이 대봉의 국운을 훔치고 기운을 연화(練化)하여 그의 몸에 숨겼는지 알았다. 이는 2품 연기사의 권력이었다.

다만 그는 이게 감정이 스승을 죽인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몰라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다.

“이게 감정이 당신을 배신한 것과 무슨 관계입니까?”

그는 마음속의 의구심을 거리낌 없이 물었다.

백의 술사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다시 향낭을 열었다. 동시에 허칠안은 조위가 나지막이 하는 말을 들었다.

“이곳은 포진 금지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무시무시한 위력을 머금은 듯했다. 천지 규칙이 이로 인해 바뀌었다.

천지의 힘을 끌어당겨 오행의 힘으로 조위를 옥죄던 진법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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