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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85화 (685/712)

685화. 기습—백의 술사 (2)

허평지는 운록서원에서 서원 서생들의 도움을 받아 무거운 짐들을 마차에 하나씩 옮겼다.

이 안에는 골동품, 서화, 침구, 옷가지, 일상용품 등 다양한 물품이 있었다.

허씨 집안은 검주로 이사 가 정착할 계획이었다. 그들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곳 경성에서 멀어질 작정이었다.

온 가족은 오늘 아침에 일어난 뒤, 웃음을 잃고 마음은 착잡해졌다. 허평지와 숙모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부분은 허신년도 검주로 갈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주 좋았다. 한 가족이 떨어질 필요가 없었다.

부부 둘은 칠안을 애써 언급하지 않았다.

허신년의 은사 장진이 책임지고 허씨 집안을 검주까지 배웅하기로 했다.

이번에 검주로 가는 길은 멀었다. 허씨 집안의 안식구는 하필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허평지는 7품 무사로 연신경은 강호에서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조직적이고 규모가 있는 강도를 맞닥뜨리면, 허평지가 양손과 양발로 제때 처자식을 보호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무사는 어쨌거나 저속하여 그럴싸하지 못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능력은 뛰어나나 사람을 보호할 줄은 몰랐다.

마차 한 대와 삼륜차 두 대, 말 두 필이 다 준비되었다.

허평지는 말 등에 앉아 공수했다.

“배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방금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허평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감싸더니 몸이 기울어지면서 말 등에서 떨어졌다.

장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마차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굽히고 살폈다.

“나리!”

숙모는 비명을 질렀다. 치맛자락을 들고 마차에서 뛰어내리고 남편 곁으로 내달리려던 참에 갑자기 멈췄다.

숙모는 머리가 욱신욱신 쑤시는 듯하여 양손을 들고 머리를 감쌌다.

“아버지, 어머니?!”

허영월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고,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공포로 가득 찼다.

“어머니!”

머리를 양 갈래로 높이 묶은 허영음은 고통스러워하는 모친의 얼굴을 보자 황급히 마차에서 뛰어내려 숙모에게로 달려갔다.

숙모는 끙끙 소리를 내더니 영음에게 부딪치며 정신을 잃었다.

“어머니가 죽어요, 어머니가 죽어요…….”

허영음은 엉엉 대성통곡하였다.

이때 허평지가 깨질 듯한 두통 상태에서 회복하였다. 그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백지장처럼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아니, 아니…….”

장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곤 의식을 잃은 숙모를 쳐다보더니 다시 허평지를 쳐다보았다. 그는 상대를 떠보았다.

“허 대인, 이게?”

허평지는 그를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의식을 잃은 아내도 보지 않은 채 말 등에 뛰어올라 채찍을 휘두르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장진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허평지가 떠날 때의 표정이 떠올랐다. 화가 나면서도 슬펐고 슬프면서도 절망적이었다.

* * *

경성의 고공, 허칠안이 마침 영룡을 몰아 성 안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의 눈앞의 세계가 갑자기 빛을 잃었다.

마치 흑백 TV 속의 화면 같았다.

오감이 가려지면서 위험에 대한 무사의 직감이 가려졌다. 이런 상태는 고작 1초가 채 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박힌 금빛찬란한 못을 보았다.

못 표면에는 불문이 새겨져 있었다. 못은 금강신공의 신체와 정신뿐만 아니라 칠흑 같은 피부까지 손쉽게 뚫었다.

“으아아아……!”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목소리인지 신수의 목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소리 지르지 말게. 고작 첫 번째일 뿐이네.”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의를 입은 술사가 허칠안의 앞에 나타났다. 그의 손가락에는 금빛 못이 여덟 개 끼워져 있었다.

백의 술사는 못을 하나 비틀더니 허칠안의 머리 위에 꽂았다.

푹!

못이 백회혈(百會穴)을 찔렀다.

신수의 처참한 비명이 갑자기 멎었다. 칠흑 같은 피부가 정상적인 피부로 회복되면서 금강신공의 빛이 뿔뿔이 흩어졌다.

허칠안의 기운이 뚝 떨어지더니 보통 사람처럼 변했다.

첫 번째 못은 심장을 막아 기혈의 운송을 차단하였다. 두 번째 못은 백회혈을 찔러 천문(天門)을 봉쇄하여 기운의 교감을 차단하였다.

허칠안의 기혈과 기기가 동시에 차단되어 수련 경지가 봉인되었다.

가장 치명적인 건 불문이 가득 새겨진 이 금빛 못은 신수에게 특수한 상처를 입힌 듯하다는 거였다. 두 못이 몸에 박히자 신수의 숨결이 사라졌다.

그가 봉인되었다.

아무런 징조가 없었다. 허칠안이든 신수든 백의 술사의 습격에도 두 사람은 위험 예고를 받지 못했다.

비록 중상을 입었다지만, 현재 그들의 수련 경지로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하지만 백의 술사는 해냈다.

백의 술사는 손가락으로 남은 못 일곱 개를 낀 채 급하게 손을 대지 않고 관성루 방면, 팔괘대 위의 살륜아고와 감정을 바라보았다.

백의 술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불문의 무색주(無色珠)는 확실히 쓸모 있구먼. 나는 정말 네 앞에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 너와 마승에게 발각되지 않을 자신이 없었거든. 무색주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를 상대하기 위해 불문이 희생하였군.”

그의 손바닥 안에 가루가 된 불주(佛珠)가 한 알 있었다.

‘그, 그가 초대 감정이었다……. 살륜아고 역시 경성에 있고, 거기에 당대 감정까지 조손 3대가 모였군…….’

허칠안은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모든 선물이 암암리에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지금 빚을 받으려는 자가 왔다.

그는 못 두 개가 몸에 박혀 기혈이 막히고 기기가 굳어 손발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그는 생각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허칠안은 눈알을 끊임없이 굴렸으나 관성루 꼭대기만 보일 뿐이었다.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굵고 우렁찬 번개가 내리치고, 청광이 제멋대로 횡포를 부렸다.

백의 술사는 시선을 거두고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경성은 그의 근거지이나 살륜아고는 어쨌거나 수천 년을 살아 내공이 두텁지. 전력을 다한다면 그를 막기가 어렵지는 않을 거야. 낙옥형 쪽은 지종 도사가 막고 있다. 자네를 구할 수 있는 자는 조위뿐이네. 허나 3품 대유는 좀 부족하지.”

이 백의 술사는 얼굴이 흐릿하여 마치 모자이크를 한 것 같아 허칠안은 그의 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투를 들으니 여유롭고 차분하여, 사태를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진국검, 어서 나를 구해줘……!’

허칠안은 속으로 미친 듯이 외쳤다.

진국검이 윙윙 진동하며 무궁무진한 검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백의 술사가 손이 가는 대로 문지르자 황동검이 안정되었다. 진국검은 당분간 봉인되었다.

“절세신병은 600년 동안 기운의 세례를 받아 보통 체계의 고품한테는 살상 무기지. 하지만 기운을 가지고 놀며 법기와 진법을 제련하는 데 능한 술사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백의 술사의 어조는 담담했다.

그는 말을 하면서 허칠안의 손에서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뺏었다. 조각칼이 진동하더니 청광이 손가락에서 넘쳐흘렀으나 그를 조금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 성인의 조각칼 역시 잠잠해지더니 잠시 봉인되었다.

“이 조각칼은 아무래도 유가의 손에 있어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네. 어떠한 절세신병이라도 주인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정처 없이 떠도는 개구리밥처럼 계속 사용할 수 없지. 매번 힘을 다 쓸 때마다 한동안 온양해야 하지. 이는 술사만이 아는 지식이니 많이 배우게.”

그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하였다. 허칠안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마음을 졸였다.

슉!

이때 둘도 없는 도광이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 백의 술사를 향했다.

그는 순조롭게 태평도를 손에 쥐고 다소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신병이 일단 주인을 택하면 주인만 알아보니 옆 사람에게는 쓸모가 크지 않지.”

백의 술사의 손바닥에서 청광이 반짝이더니 태평도에 겹겹이 얹혔다. 이내 떨리던 칼이 안정을 찾더니 태평도 역시 봉인되었다.

그가 아무렇게나 내던지자 태평도는 무너져 폐허가 된 성문 입구에 떨어졌다.

바닥에 박혔다.

“무슨 다른 수단이 더 있는가? 만약 없다면 내가 자네를 데리고 가야겠군.”

백의 술사가 말했다.

허칠안은 눈앞이 흐려지더니 경물이 모호해졌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이 교외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좌측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였으며 오른쪽에는 작은 호수가, 먼 곳에는 산봉우리가 모여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술사의 전송은 조금도 이치에 맞지 않았기에 그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곳은 전송 금지다!”

온후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사이로 전방에 한 형체가 두드러져 나타났다. 그는 머리에는 아성 유관을 쓰고 몸에는 여전히 옛 유삼을 입고 있었다. 본래 제대로 다듬지 않던 머리가 지금은 단정하게 유관 안에 묶여 있었다.

그는 원장 조위였다!

“신체 접촉을 금한다.”

그는 말투가 차분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에는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 담겨 있었다.

청광 한 줄기가 백의 술사와 허칠안을 강제로 갈라놓았다.

아성 유관에 의지하여 조위는 자신의 지위를 2품까지 강제로 끌어올렸다.

백의 술사를 갈라놓은 후, 그는 소매를 휘둘렀다.

“백 리 물러나라.”

얼굴이 흐릿한 백의 술사는 즉시 사라졌다.

“산, 산 건가? 전송할 수 없다고 말한 거 아니었나? 유가는 역시 양아치야…….”

허칠안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그는 하마터면 조위의 품 속으로 달려들어 아빠라고 부를 뻔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백의 술사는 허칠안의 옆에 나타나 웃으며 말했다.

“맞네, 자네 몸의 기운은 내가 자네 체내에 이식한 것이네. 감정을 속이기 위한 목적이었지.”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돌아왔습니까?”

백의 술사가 웃으며 말했다.

“걸어서 돌아왔지.”

그가 말을 하는 사이 허칠안의 발밑에 팔괘진이 반짝였다. 백의 술사는 발밑에 마침 풍문(風門)을 밟고 있었다.

‘?’

허칠안은 망연하게 그를 바라보았으며 마음이 또다시 가라앉았다.

조위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느긋하게 말했다.

“화지위뢰(*畵地爲牢: 자신을 스스로 제한하다)!”

청광 한 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주변 수십 리의 토지를 뒤덮어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단절시켰다. 우리 안이 하나의 세계고, 우리 밖은 또 다른 세계였다.

그는 감정이 오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끌었다.

백의 술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와 함께 놀아주지.”

그가 발을 밟자 진문이 하늘에서 생겨나 조위를 안으로 감쌌다.

이 진법은 각기 달랐다. 어떤 것에서는 번개가 교차했으며 어떤 것에서는 어슴푸레한 안개가 감돌았다. 또 어떤 것에서는 화염이 이글이글 타올랐으나 전부 완벽하게 하나의 진법으로 융합되었다.

그것들은 동시에 조위의 발밑에 나타나 힘을 합쳐 죽이려 했다.

조위 머리 위의 유관에서 청광이 떨어지더니 호연지기가 몸을 보호하였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불문을 새겼다.

불문이 그의 신체에 녹아들자 순식간에 한 점 금칠이 퍼지더니 금강신공이 보호하였다.

호연지기와 금강신공이 그를 빈틈없이 보호하였다.

유가 고품 강자는 본 적 있는 것이면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이 물결은 조위가 무임승차한 허칠안의 금강불패였다.

뒤이어 조위는 백의 술사를 모방하였다. 그가 발을 구르자 겹겹이 쌓인 진문이 그의 몸 아래에서 생겨나 재빠르게 퍼져 백의 술사를 진문 안으로 가두려 했다.

하지만 백의 술사가 소매를 휘두르자 조위가 시전한 진법이 깡그리 사라졌다.

술사에게 유가의 진법 따위가 어찌 효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

백의 술사는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그의 허리춤 향낭에서 법기가 삽시간에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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