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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84화 (684/712)

684화. 기습—백의 술사 (1)

‘죽었다, 드디어 죽었다…….’

허칠안은 천천히 탁한 숨을 내뱉었다. 고도로 긴장했던 여파로, 몸과 마음에서 비롯된 극도의 피로가 밀려들어 왔다.

그는 이번 대전으로 상태가 아주 나빠졌다. 용을 타고 필사적으로 싸울 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용맹해 보였다. 그는 아주 명쾌하고 시원하게 정덕을 죽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 그는 상처를 상처로 덮으며 적 일천을 죽임으로써 팔백을 손해 보았다.

허칠안은 정덕의 반격 그리고 옥쇄가 가져온 배반으로 아주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전부 다 가치가 있었다.

허칠안은 영룡의 등에 서서 아득한 대지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동안 그는 마음속의 울분을 밀어내어 말끔히 토해냈다.

그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헝겊을 한 가닥 찢어 흐트러진 긴 머리를 묶었다. 그런 다음 그는 남루한 옷을 정리한 뒤 동북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읍하였다.

‘위 공, 잘 가십시오. 위 공, 내세에도 영웅이 되십시오!’

* * *

‘죽었다,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다…….’

태자는 성벽 위에 서서 요원한 하늘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지난 일이 한 장면씩 스쳤다. 위엄 있는 부황이 용의에 높이 앉아 큰소리로 호통쳤으며, 장포를 입은 채 근엄한 모습으로 조당을 장악하였다. 이렇게 근 40년간 권력을 손에 쥔 부황이 한 필부의 손에 죽었다. 태자는…… 격동의 눈물을 흘렸다.

왕 재상 역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노인의 표정과 눈빛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만족, 슬픔, 개탄, 속 쓰림…….

그는 먼 곳을 멍하니 조망하면서 오랫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아마 그는 끝을 맺은 벼슬길을 회상하는 듯했다.

복잡한 표정의 군신들은 순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황제의 끝을 곱씹었다.

허칠안이 황제를 시해했다!

대봉 개국 600년 이래, 무종 황제가 그해 혼군을 숙청한 것 외에…… 대봉의 황제는 지금껏 누군가에게 살해된 일이 없었다.

원경 혹은 정덕은 대봉 역사상 첫 번째로 필부에게 경성에서 죽은 황제였다.

오늘 사건은 반드시 사서에 강렬한 한 획을 남길 터였다. 설령 천백 년이 지나도 후세인은 이 역사를 평가할 때 분명 흥미진진할 것이다.

원경 16년부터 원경 37년까지 얘기하자면, 그중에는 반드시 위연이 목숨을 바치고 장병 팔만이 전멸한 일이 섞일 터였다. 대봉 역사상 도를 닦는 데 가장 깊이 빠진 황제가 결국에는 필부 허칠안에게 경성에서 죽었다.

제공들이 감개무량할 때쯤 갑자기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어사 장항영이 성벽을 짚은 채 눈물을 마구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전 위당 구성원은 하나같이 눈물을 머금은 상태였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거나 고개를 치켜올린 채 눈물이 흐르지 않게 했다.

잠시 후 이성을 잃고 통곡하던 장항영을 포함해, 대권을 손에 쥔 위당 구성원들이 각 당파의 앞에서 매우 대담한 행동을 했다.

그들은 의관을 바로잡고 동북을 향해 읍하더니 돌아서서 하늘가의 그자에게 읍하며 한참을 일어나지 않았다.

* * *

이 순간 회경이 황성 다른 편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녀의 백색 치마가 바람에 흩날렸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걷어 올리더니 아름답고 수려한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황장녀는 꽉 쥔 속을 가볍게 풀었다. 그녀는 마음속 깊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껏 그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는 용맹하고 포악하며 예지로우며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이 전투는 우여곡절과 근심이 있었다. 예컨대 진국검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그랬다.

하지만 회경은 여전히 허칠안이 질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걸출한 사나이였다. 설령 그녀라고 해도 이 걸출한 사나이를 탄복하고 숭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경은 휘날리는 귀밑머리를 쓸어올려 귀에 걸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태자와는 달랐다. 그녀는 속으로 흥분하고 탄식하는 동시에 침착했다.

정덕제의 몰락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이에 따라 동반될 뒷수습 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면으로 나뉘었다. 하나, 중원 전체에 대한 책임 완수였다.

그중에는 각 주 백성, 각지 관아, 각지 군대 그리고 강호 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백성 방면으로는 무엇보다 ‘민심’ 두 글자를 고려해야 했다.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밝히든 아니면 숨기든 결국은 민심을 잃는 국면을 초래할 듯했다.

군대도 같은 이치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군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보다 더 중요했다. 더욱이 북경과 동북 세 개 주의 장병들이 그러했다.

이 자들은 정변을 일으키기 가장 쉬웠다.

만약 이 전투에서 허칠안이 패했다면, 옥양관의 일만여 명 장병들은 분명히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각지의 관아는 위로가 필요했다. 그들이 이 일로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됐다. 이렇게 해야만 백성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고, 강호 조직이 이 기회에 반란을 일으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면은 새로운 군주였다.

지금의 경성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군주의 등극이었다.

새 군주 등극은 모든 것의 전제로 작용했다. 새로운 군주가 등극해야만 각측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만약 대봉에 지도자가 없고, 정덕제의 모든 악행이 소문난다면 중원은 반드시 큰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

“태자, 드디어 고통에서 벗어나겠군.”

회경은 오문의 성벽 위 새까만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괴이하게 웃었다. 그녀는 마치 지금 상황을 비웃는 듯도 했으며 하찮게 여기는 듯도 했다.

* * *

“개 같은 황제가 드디어 죽었다!”

주먹을 꽉 쥔 이묘진은 흥분하면서도 설렜다. 그녀는 길게 휘파람을 불어 내면의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또 좀 울적하였다. 개 같은 황제가 죽으면서 그녀의 청춘도 끝났다.

천종 성녀는 그해 하산하여 강호를 떠돌아다녔다. 2년간, 그녀의 입버릇은 이러했다.

<조만간 개 같은 황제를 찔러 죽이겠어.>

지금 2년이 빠르게 지나갔고, 개 같은 황제가 죽었다. 그녀는 갑자기 강산은 여전한데 인간사는 변화무쌍하다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마치 인생의 어느 여정이 철저하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초원진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서생의 의기(意氣)가 오늘 아침 마침내 가슴 속의 울분을 평정하였다.

항원은 양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키워온 사제를 추억하는 듯했다.

“대봉 황제가 살해당한 일을 우리 아버지가 알면 틀림없이 아주 기뻐하시면서 전쟁을 생각하실 거예요.”

리나가 말했다.

“아버지는 전쟁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대봉의 돈, 옷, 집 모든 게 가장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전부 다 뺏어올 거라고 말이죠.”

리나의 아버지는 친대봉파였으나, 숭배하는 방식이 좀 옳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봉 문화를 추앙하고, 대봉의 모든 걸 추앙하기 때문에 전부 다 빼앗아 오겠다는 주의였다.

* * *

“폐물, 폐물, 폐물!”

지종 도사는 흑련 연꽃을 밟은 채 기진맥진하며 포효했다.

“정덕이 바로 폐물이다. 40년 동안 도를 닦아 전부 고양이만 수련시켰지. 무도를 연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자식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그는 화가 나 정신을 못 차렸다.

정덕제가 그에게 나서서 낙옥형을 견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성사된 후에 금련과 싸우는 일을 돕는 것으로 보수를 받기로 했다.

흑련은 여러 해 동안 원신이 온전해지길 갈구했다. 그가 오늘 낙옥형을 막아내지 못한 건 그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모두가 도겁기 전봉에 가까운 인물로 아무도 그 누구보다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원신은 불완전했다. 그리고 도문에서 가장 센 수단이 바로 원신 영역이었다.

그는 지금 낙옥형에게 중상을 입었다. 만약 정덕이 승리했으면 그만이었다. 전부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꼴이었다.

지종 도사는 화가 난 나머지 제자리에서 폭발하였다.

절세미인 낙옥형이 검을 쓱 털더니 말했다.

“제가 도를 닦은 지 고작 34년입니다. 사숙.”

흑련은 표정이 굳었다. 낙옥형은 흑련보다 한 세대 아래였다. 하지만 지금은 흑련이 역으로 짓눌린 채 얻어맞는 상황이었다.

그가 막 정덕제가 허투루 도를 닦았다고 욕을 하자마자 낙옥형이 고개를 돌려 뺨을 갈겼다.

다음 순간, 그는 마치 격노한 사자처럼 포효하였다.

“적당히 자만해라, 적당히 자만해! 너는 지금 마치 넘실거리는 해조처럼 기운이 들끓어 아래 가라앉은 업화가 즉시 발작할 것이야. 네가 이 화를 어떻게 피하는지 보겠어!”

낙옥형은 경성에 여러 해 동안 은거하면서 지금껏 사람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본체를 대신하는 분신을 조종하여 나설 뿐이었다.

이는 그녀가 수련 경지에 의지해 업화를 억눌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가 전력을 다해 손을 쓴 이유는 지난날 단단히 억눌린 업화가 배반할 것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흑련은 저주를 마치더니 문득 멍해졌다. 그는 낙옥형을 보며 매력적으로 웃었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경성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 자식은 현재 이미 3품으로 또 정덕을 베었으니, 수련 경지로든 패기로든 그녀의 배필로 충분했다.

* * *

살륜아고는 관성루 팔괘대 가장자리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뜬 채 하늘가에 우뚝 선 형체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알고 보니 대봉의 기운 절반이 그의 몸에 있었군. 이게 바로 자네 계획인가?”

감정은 손을 뒷짐 지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셈이지요. 정덕은 자신의 몸에 기운이 더해진 줄 알았습니다. 저는 그를 건드리지 않았고, 그를 건드릴 수도 없었지요. 확실히 이러하니 술사에게 황제를 시해하는 건 스스로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지요. 품계가 높을수록 배반은 더 큽니다. 혼군도 그렇고, 폭군도 그렇고 하루라도 용의에 앉아 있으면 그 하루는 한 나라의 군주입니다. 인간 세상 제왕은 몸에 기운이 더해져 군주를 시해하면 인과가 얽히게 되므로 마지못해 강요당하는 게 아니라면 고품 중에 그와 겨루길 원하는 자는 없습니다.

정덕은 자신이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3품 이상의 수행자는 그와 겨루기를 원치 않지만, 저는 그와 겨루길 원하는 사람을 한 명 양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물러설 곳은 없었으나 군주를 시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는 마침내 이 ‘의(意)’를 깨달았지요. 제가 여러 방면으로 바친 노력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살륜아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위연의 죽음 역시 네 계획의 일부였다는 말이냐?”

감정은 손을 내밀고 허공에서 쥐니 술잔이 쥐어졌다. 그는 진한 술을 한 입 마시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위연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그저 이 지경까지 계산했을 뿐입니다. 그런 뒤 장차 발생할 일에 따라 사전에 계획을 짜놓은 것이지요.”

살륜아고는 숨을 내뱉었다.

“위연이 아는가?”

감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었다.

“그가 분석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왜 혈단을 남겼겠습니까? 그가 걱정 없이 무신을 봉인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정덕의 죽음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말을 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더니 감개가 깊어 탄식하였다.

“그는 심지어 거기까지 계산했습니다. 이건 확실히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요.”

살륜아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감정의 이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감정이 웃으며 말했다.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천기가 이미 차단되었으니 당신과는 상관없습니다. 대주술사가 점칠 수는 없습니다.”

정덕제의 몰락에 따라 두 1품 고수의 힘겨루기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감정은 기회를 틈타 세력을 잃은 패배자를 두들겨 패지 않았다. 이곳은 비록 그의 근거지였지만, 수천 년을 산 대주술사를 죽이기는 쉽지 않았다.

대가는 장차 경성의 땅이 폐허가 되는 것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살륜아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침음했다.

“그에게 천기를 차단해주었는가?”

그가 가리키는 상대는 허칠안이었다.

감정은 반문했다.

“왜 그런 걸 물으시지요?”

살륜아고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경성에 오기 전에 내가 점괘를 한 번 쳤는데 정덕의 점이 길흉병렬(吉凶竝列)이었네. 이는 그가 장차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는 의미지. 내가 허칠안의 점괘도 쳐봤는데 어땠을 것 같나?”

감정은 잠자코 있었다.

살륜아고가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대흉지조(大凶之兆)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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