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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81화 (681/712)

681화. 황제 (1)

“검세가 응집된 나를 막으려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따라잡지 못하겠지. 물론,”

정덕제는 잠시 멈칫하더니 약간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너도 피할 수 있다!”

그가 말을 하는 사이, 공중에 뜬 철검이 또 다시 거대한 검에 녹아들었다. 기세가 좀 더 고조되었다.

병사들은 성벽 위에서 전전긍긍하며 떨리는 손으로 화포를 예열하고 포탄을 장전하였다.

하지만 백부장이 그를 발로 걷어차더니 나지막이 소리쳤다.

“도망쳐라!”

이런 신선급 인물을 어찌 화포로 상대할 수 있겠는가.

병사와 무사들은 삽시간에 성벽 양쪽으로 흩어져 뿔뿔이 도망쳤다. 허칠안 뒤에 있던 성벽이 텅 비었다.

거대한 검의 위세가 하늘에 차고 넘쳤다. 길이는 60장에 달했으며 검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속에 내포된 검기는 인종 2품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응집한 것이었다.

만약 낙옥형의 부검이 인종 2품이 손이 가는 대로 쥐는 검이라면, 정덕의 검은 인종 2품 고수가 오랫동안 힘을 비축한 전력의 무기라 할 수 있었다.

정덕제가 엄청난 양의 철검을 불러 모은 이유는, 순전히 평범한 무기로는 하늘을 찌를 듯한 그의 검의를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검에는 찬란한 검기가 서렸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원신을 베는 심검의 힘도 내포되어 있었다.

허칠안이 신수와 융합하여 기기를 3품 전봉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2품 도문 고수와 공격술이 무사에 버금 가는 인종 검수(劍修)를 마주한 순간 엄청난 위협과 압박에 휩싸였다.

그가 무리해서 이 검을 잡아먹는다면 육신은 요행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나 원신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덕제는 성 안의 백성들을 인질 삼아 그가 이 검을 억지로 받도록 협박하며 죄어올 터였다.

이게 바로 정덕이 그를 성 밖으로 데려온 목적이었다.

그는 이를 받으면 이 경세일검(傾世一劍)을 견뎌내야 했다.

이를 받지 않으면 우선 명성은 둘째 치고, 허칠안 본인의 무도지심(武道之心)도 반드시 속세에 물들 테니 더는 맑고 깨끗해지기 어려울 것이었다.

허칠안은 엄청난 압박을 무릅쓰고 머릿속에서 자신의 수법을 찾았다. 그 역시 불문 2품이나 1품이 아닌 이상 불문 계율은 정덕에게 효과가 없었다.

선공을 해도 이 검을 막을 수 없는 건 확실하였다.

유가 법술은 쓸 수 없었다. 그가 만약 언출법수 수법을 이용하여 이 검을 제거한다면, 사후의 배반이 이 검에 맞는 것보다 강할 터였다.

감정이 나서지 않은 걸 보아하니 살륜아고에게 붙들린 게 틀림없었다. 비록 경성에 있는 감정이 유리하다지만, 살륜아고는 몇천 년을 산 1품이었다. 그가 대봉에서 감정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해도 잠시 달라붙는 정도는 문제없었다.

마지막 철검 한 자루가 모여들자 정덕은 마침내 검세를 다 모았다. 그는 마치 자신조차 이 방대한 힘을 통제할 수 없다는 듯 검지가 살짝 떨렸다.

경성 전체의 38만 백성이 이 검세의 위력에 눌려 두렵고 불안하였다.

이게 바로 2품이었다.

천자의 위엄과도 같았다.

“베어라!”

정덕은 얼굴에 뜻대로 됐다는 기쁨을 내비치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는 검지로 거대한 검을 조종하며 힘껏 베었다.

허칠안은 눈을 크게 뜨고 경천지검(傾天一劍)을 보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더니 손을 펴고 포효하였다.

“와라!”

하늘가에서 청광 한 줄기가 휙휙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청광은 마치 별똥별처럼 넘실대는 청운을 휘감고 있었다.

유가 성인의 조각칼이었다.

이는 유가의 첫 번째 지보로, 유가 성인은 일찍이 그걸 사용하여 죽간에 후세에 전해질 경전을 한 부씩 새겼더랬다.

조각칼은 윙윙 진동하며 전에 없이 기뻐했다.

조각칼에서 강렬한 감정의 기복이 전해졌다. 환호하고, 기뻐하고, 뜨거운 피가 들끓는 그런 감정이었다. 조각칼은 마치 주인의 손에 다시 돌아간 듯했다.

허칠안이 조각칼을 쥐자 두 눈에서 청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다시 한번 발을 내디뎌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내질렀다.

검기와 도의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검기와 도의가 부딪치기 전, 대기층에 눈부신 불길이 타올랐다. 마치 속성이 상반되는 두 영역이 합쳐진 것처럼 격한 반응이 일었다.

쿵!

두 기운이 충돌하자 무시무시한 폭발이 생겨났다. 공간 전체가 마치 무너지는 듯하였다.

성벽 위의 병사와 무사들은 모조리 쓰러져 비명횡사하였다.

허칠안 뒤에 있는 성벽은 먼저 수호 법진이 붕괴하였다. 뒤따라 벽이 갈라지고 균열이 생기면서 결국에는 무너졌다.

성벽 절반이 와르르 무너졌다.

지면의 흙먼지가 또 한층 한층 긁혀나가더니 들끓는 기류를 따라 고공으로 휩쓸려 올라갔다. 마치 황사 같았다.

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가라앉으면서 수십 미터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 허칠안과 정덕제는 꼼짝 않고 우뚝 서서 허공을 밟고 있었다.

정덕제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볼 근육이 불룩하게 돌출되면서 이마의 핏줄이 터졌다. 그의 오른팔이 격하게 떨리더니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허칠안은 눈 속의 청광을 다시 번쩍이더니 나지막이 울부짖었다.

“나는 평생 군왕을 믿지 않겠다!”

이 포효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 위에 팔 열두 쌍이 달린 천수마상(千手魔相)이 번쩍하더니 사라졌다. 유포를 입고 유관을 쓴 노인 형상도 번쩍하더니 사라졌다.

유가 성인과 신수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르륵……. 조각칼과 거대한 검이 서로 공격하는 지점에서 이를 시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검은 부서지면서 쇳덩어리 조각으로 터지거나 쇳물로 용해되었다.

범철(凡鐵)은 필경 범철(凡鐵)이었다. 인종 2품 강자의 검기가 다 소모되자 그것들은 재빨리 와해되었다.

허칠안은 줄줄 떨어지는 진홍색 쇳물과 쇳덩어리 조각 사이로 씩씩하게 나아가 조각칼을 정덕제의 가슴에 꽂았다. 그는 상대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이 신체 하나를 힘껏 끄집어냈다.

이 신체는 조각칼의 도의에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겼다.

정덕제의 육신이었다.

금빛과 검은빛을 감싼 양신(陽神)이 육신에서 벗어났다. 청광 한 줄기가 그의 가슴에 깊이 박혀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정덕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허칠안이 마침 이 기회에 이 양신을 베려던 그때,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위험이 감지되었다. 그는 돌아서서 태평도를 내리쳤다. 퍽퍽……! 부딪치는 소리 사이로 두 형체가 맞붙었다가 떨어졌다.

회왕이 미끄러지며 물러나는 과정에서, 정덕의 양신이 투입되어 마지막 몸과 합쳐졌다.

허칠안은 냉정하게 태평도를 휘둘러 정덕제의 육신을 고깃덩이로 잘게 베었다. 그는 본래 주인의 몸뚱이를 철저하게 없앰으로써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낙옥형이 내게 알려주었지. 도겁기의 도문 강자가 가장 꺼리는 게 육신을 잃는 것이라고. 1품 육지신선의 심오한 뜻은 사실 양신과 육신이 다시 융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이 신체가 없어졌으니 너는 1품으로 승직할 기회가 차단되었다. 설령 빙의한다고 해도 양신과는 일치하지 않지. 네가 수백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길들이지 않는 이상 말이다.”

허칠안은 차분한 표정으로 왼손에는 조각칼을, 오른손에는 태평을 쥐었다.

유성 조각칼은 3품 무사보다 양신을 상대할 때 살상력이 더 컸다. 이는 조위가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조각칼은 허칠안의 비장의 패 중 하나로 그의 황제 시해 계획 중 일부였다.

이 칼은 정덕의 ‘앞길’을 차단하는 동시에 그의 양신에 중상을 입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정덕제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악담을 퍼부었다. 그의 눈에는 진심 어린 악의가 어렸다.

“허칠안, 짐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너를 오늘까지 살려놓은 것이다. 짐은 진작에 네가 조국공과 호국공을 죽였을 때 모든 대가를 아끼지 않고 너를 죽였어야 했구나!”

지종 도사에게 오염된 이 제왕은 감정 통제 능력을 잃고, 정신을 못 차렸다.

허칠안은 싸늘한 눈으로 그의 추태를 방관하였다. 그는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그는 호흡을 조절하여 체력을 회복하였다.

회왕의 기운은 더 이상 전봉으로 회복되지 않았으며, 정덕 역시 조각칼에 중상을 입었다. 그는 체력 소모가 심했으며 기운도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

정덕제는 잠깐 포효하더니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아서는, 악의 가득한 눈으로 허칠안을 주시했다.

“2품에 들어선 뒤 나는 낙옥형처럼 업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과거 낙옥형의 생각은 군왕과 쌍수하여 더욱 깊이 기운의 힘을 빌려 업화를 가라앉히고 순조롭게 승직하는 것이었지. 10년 전, 내 생각은 그녀와 같았다. 하지만 이어진 산해관전역으로 대봉은 절반에 가까운 기운을 잃었다. 나는 놀랍고 기쁘면서도 유감스러웠다. 놀랍고 기뻤던 건 장생의 가능성을 보아서지. 무사도 도문도 기운을 조종할 수는 없거든.

내가 설령 1품 육지신선이 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죽어야 한다. 정말이지 하늘이 나를 도왔지. 유감스러운 건 낙옥형이 이 때문에 나와 쌍수할 생각을 단념하였다는 것이다. 이로써 나는 그녀의 영온을 빼앗을 기회를 잃었다. 21년 동안 내가 무슨 요구를 하든 그녀는 절대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인종의 길을 걸을 수 없는 이상, 왜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는가? 나는 무사의 길을 걸으면 됐다. 회왕의 분신이 주체자가되어 혈단을 정제하고, 화신을 채보하여 다시 태어나 2품으로 승직한 뒤 양신을 포용하면 당대에 극히 드문 1품 무사가 되는 것이다.

무사는 거의 단점이 없기에 당연히 업화가 몸을 불태울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가는 도문 체계와 단절하고 육지신선이 될 가능성이 끊기는 것이었다. 일기화삼청으로 바꾼 건 원신이었다. 회왕과 원경은 내 아들이지, 어쨌거나 나 자신이 아니니까. 육신은 절대로 철저하게 융합되지 않으니 나는 원래 내 몸을 버려야 했다. 오늘 네가 내 결심을 도와주었구나.”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황궁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거의 다 됐구나! 경성 백성들이 너를 영웅으로 여기니 짐이 오늘 대봉의 영웅을 베겠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몸 안의 원신 두 개를 융합하였다.

땅, 바람, 물, 불 원소가 융합되어 빛깔과 광택이 ‘혼탁’한 기운으로 바뀌더니 그의 몸 표면을 감돌았다.

그의 기혈은 변하지 않았지만, 기운은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칠안은 여전히 한순간에 강해지기 시작하는 적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황궁을 바라보았다.

* * *

황궁 안에서 문무백관, 훈귀 종친, 금군 시위…… 등 모든 이가 동시에 처절한 용의 울음을 들었다. 울음소리는 원경제의 침전에서 전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줄줄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 순간 황족과 종친들은 갑자기 명치가 고통스럽게 조여왔다. 영문을 모르는 황송함이 밀려들었다.

마치 세계 종말 같기도 큰 재난이 임박한 것 같기도 했다.

* * *

임안은 소음궁 안에서 탁자에 엎드렸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가슴을 감싼 채 울부짖었다.

“너무 아파! 본 공주가 아파 죽겠다고……!”

* * *

오문 뒤 광장, 태자는 가슴을 감싸고 허리를 굽혔다. 그는 안색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가 가셨다.

“전하, 전하, 왜 그러십니까?”

뒤에 있던 시위는 깜짝 놀랐고, 군신들은 다시 시선을 거두어 태자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 * *

경양전 밖, 회경은 백옥 난간을 짚었다. 그녀는 잔잔한 눈에 고통이 비쳤지만, 가슴을 감싸는 대신 주먹을 꽉 쥔 채 경양전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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