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9화. 격전 (1)
살륜아고의 질문을 마주한 감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그저 자신 있을 뿐입니다.”
살륜아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내 그 제자는 너처럼 오만하지는 않지. 내기 방식을 바꾸지, 나는 허칠안이 오늘 반드시 죽는다는 데에 걸겠네.”
감정은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노름돈은 당신 손에 있는 양몰이 채찍과 제 천기반입니다.”
살륜아고가 웃으며 말했다.
“안 될 리가 있겠는가?”
두 사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 내기에 근거하여 깜깜한 가운데 모종의 규칙을 세운 듯했다.
* * *
그는 3품 무사의 자신감 넘치는 신체와 정신를 지녔지만 단검에 가슴이 뚫렸다. 상처에서는 피와 살이 꿈틀거렸으나 빠르게 아물지 못했다.
검의는 남김없이 재주를 드러내더니 피와 살의 생기를 침식하여 상처가 아무는 속도를 늦췄다.
‘품계에도 들어가지 않는 일개 잡종 검객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검의를 터뜨릴 수 있다니…….’
회왕은 통증을 억지로 참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 질투, 살기가 전부 있었다.
또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실낱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초원진이 만약 두 번째, 세 번째 나아가 더 많은 검의를 내밀 수 있다면, 오늘 그는 어쩔 수 없이 실패를 맛보아야 할 터였다.
“천종 성녀, 청룡사 무승, 초원진, 남강 오랑캐 소녀…….”
회왕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허칠안을 죽이고 나면 너희 중 아무도 도망갈 생각하지 말아라. 하늘 끝까지 쫓아가 짐이 너희를 죽일 것이다.”
그는 악행을 떠벌리고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을 생각이었다.
그는 이 ‘애송이’ 넷을 쫓는 데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황급히 남원으로 달려갔다.
* * *
진작에 폐허가 된 남원의 대지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산림은 무너지고 산불이 타올랐는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언제든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결코 두 사람의 전투로 인한 현상이 아니었다. 무사는 이렇게 있어 보이는 능력이 없었다. 이 모든 이상 현상은 정덕제로부터 비롯되었다.
도문 2품은 ‘도겁’이라 불렸으며, 도겁의 목적은 정신을 모아 법상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도문 법상은 네 가지 능력을 지녔다.
지풍수화(地風水火)!
이러한 이유로 도겁기의 도문 고수는 일차적으로 이 네 가지 천지 요소를 장악하였다.
만약 그가 1품 육지신선이 된다면 마음대로 물질 원소를 바꾸는 이런 점석성금(*點石成金: 돌덩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황금을 만들다) 같은 조작은 식은 죽 먹기였다.
허칠안은 혼란의 땅에 갇혔다. 그는 세찬 바람에 피부가 갈라졌으며 금강신공이 천천히 침식되었다. 그의 뒤통수에 있던 특수한 효과를 내는 화염 고리도 바람에 거의 다 꺼졌다.
주변 산림은 이따금씩 불길을 내뿜으며 그를 태워 죽이려 했다.
발밑의 대지의 지구 인력이 배로 증가하여 그를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골치 아픈 건 상대방이 휘두른 번쩍번쩍한 검광과 불처럼 스치고 전기처럼 재빠른 비검이었다.
그는 인종의 어검술과 심검 조합에 가장 애를 먹었다.
신수가 소생한 뒤, 두 사람의 원신의 힘이 어느 정도 어우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동을 막으려야 막을 수는 없었다.
무사에게 접근하면 죽음이었다. 하여 각 체계 전봉은 통상적으로 목숨을 지키는 방어 수단이 있었다.
정덕의 음신이 세찬 바람을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요괴 같았다.
“고작 이런 수법인가?”
정덕제는 바람을 부려 서더니 아래쪽의 허칠안을 내려다보면서 비웃었다.
“만약 네가 그저 이런 수준이라면 내가 한 번 좋은 사람 노릇을 하지. 네가 위연을 만나러 가는 길을 배웅해주겠다.”
그가 말을 하는 사이, 사람 형체가 허공을 스치고 왔다. 상반신은 나체로 다부진 근육이 드러난 상태였으며 가슴에는 흉측한 구멍이 있었다. 피와 살이 천천히 꿈틀거렸는데, 영 아물기 어려워보였다.
그는 기운이 허칠안과 신수만 못했다.
진북왕이었다!
“애석하게도 몇몇 애송이들 때문에 전력을 소모했다. 아니었다면 너를 죽이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을 터.”
이 순간 진북왕과 정덕은 하나가 되었다. 3품 회왕이 주도하여 무시무시한 힘으로 천지를 휩쓸었으며 기운이 고공으로 올라 구름층을 흐트러뜨렸다. 구주를 뒤흔들자 대지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염국 국군 노이혁가는 쌍체계 4품 전봉으로 3품 이하에서 최강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정덕제는 도(道)와 무(武)를 쌍으로 수련하여 2품 겸 3품인데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1품 이하에서는 거의 무적에 가까울 만큼 강했다.
만약 진북왕의 상태가 3품 전봉에서 멀어졌다면 그나마 나았다.
“나는 이미 이곳에서 무적이다!”
정덕제는 유유자적하게 말했다. 이 순간 그는 악의를 거둔 듯 수수하면서도 자신 있었다. 마치 높은 곳에 우뚝 선 천신(天神) 같았다.
‘무적?’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 * *
이 시각 황궁은 이미 뒤죽박죽되었다.
짐승 같았던 문무백관들은 앞서 허칠안에 의해 깜짝 놀랐지만, 본래 황궁을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발 늦었다. 황궁 대문은 굳게 닫혔고 금군이 감시하며 어느 누구의 출입도 허가하지 않았다.
경관들은 크게 노하여 앞으로 나아가 묻고 호통쳤다.
금군은 결코 복종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칼을 뽑아 문무백관들을 위협하였다. 어쨌거나 그들은 폐하와 내각의 명령을 받들어 궁문을 지켰다.
문무백관은 어쩔 수 없이 금란전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여기서 무사 평온하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차리곤 깜짝 놀랐다.
제공들은 대전에 모였다. 얼빠진 표정은 왕조 권력에 정점을 찍은 사람들 같지 않고 외성 양생당에서 자식 없이 의지할 데 없이 생활하는 노인들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폐하께서는? 허칠안 그 반역자는?”
“제공들, 말씀 좀 해보십시오.”
“제공들, 얼른 말씀 좀 해보십시오.”
이 순간에는 무슨 규칙을 신경 쓸 여유 없이 문무백관이 대전 안으로 몰려들었다.
‘뭘 얘기하라고?’
상서, 시랑, 어사, 급사중, 그리고 황실에 묶인 훈귀와 종실들조차 이 순간 머리가 멍했다.
허칠안이 황궁에 쳐들어와서가 아니었다. 허씨 반역자는 국공조차도 감히 베었으니 그가 언제 반란을 일으켜도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제공들의 뇌를 한 만든 건 허칠안의 한 마디였다.
‘선황 정덕!’
원경제의 한 마디도 있었다.
‘네가 뜻밖에도 짐의 신분을 알았다니.’
아들이 아버지고 아버지가 아들이라고?
“폐하, 선황…….”
어사 한 명이 중얼거렸다.
“허칠안과 함께 전송으로 출궁했네.”
경관들이 몰려 들어와 정적이 깨졌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허칠안이 혼자 힘으로 황궁에 쳐들어왔으며, 오는 길에 막아서는 금군을 죽인 뒤 폐하를 데리고 금란전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네. 우리 출궁하여 폐하를 구해야 하네.”
“하지만 폐하의 지령은 우리보고 여기서 기다리라는 것이네.”
“아닐세. 폐하께서는 한 나라의 군주일세! 궁 안의 시위와 금군에게 명령을 기다리라고 하고 직접 적을 죽이는 경우는 없네.”
“이 명령은 확실히 좀 이상하고 상식적인 이치에 맞지 않아…….”
조회에 출석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인데 어찌 바보가 있겠는가?
진원도가 군중 속에서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친서는 가짜입니다, 가짜!”
그는 문관을 상대하지 않고 종실과 훈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사람을 보내 성문을 열고 금군 다섯 병영을 배치하여 폐하를 구해야 합니다.”
진원도는 친서가 진짜든 가짜든 거짓이라고 규정하려 했다. 그에게 폐하의 명령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폐하께 만약 변고가 생기면 그도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밖으로 나가 폐하를 구하라고 선동해야만 했다. 설령 친서가 정말 폐하께서 남기신 거라고 해도 그는 지금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진원도는 훈귀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천자를 호위하는 공로를 원치 않는가?”
훈귀와 종실들이 의기투합하였다.
즉시 어떤 이가 금란전에서 걸어 나와 광장을 지나, 금수교를 지나쳐 오문으로 걸어갔다.
오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금군들은 방어용 울타리를 옮겨와 가는 길을 막았다.
이때 한 노(老)대인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소리쳤다.
“속히 문을 열고 장병을 소집해 우리와 폐하를 구하러 가세!”
금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황제의 말만 들었다. 옥새와 내각의 도장이 찍힌 친서는 어떤 이의 말보다 유효했다.
노대인이 기세등등하게 고함 쳤다.
“문을 열어라!”
금군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칼자루를 눌렀다.
한 군왕이 삿대질을 하며 꾸짖었다.
“속히 문을 열지 않느냐!”
종실 구성원이 합류한 뒤 금군들은 동요하기 시작하더니 변명했다.
“폐하께서 누구도 나가서는 안 된다고 명하셨습니다.”
“멍청한 놈들! 그건 가짜다. 폐하께서는 이미 반역자 허칠안에 의해 황궁 밖으로 옮겨졌다. 계속해서 성문을 열지 않으면 폐하께 변고가 생겼을 시 너희들의 구족이 처형당할 것이다!”
진원도는 나서서 으름장을 놓았다.
금군들은 방어용 울타리 뒤에 있다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점점 더 동요했다.
* * *
군중 밖, 왕 재상은 옆에 있는 제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태자 전하, 지금이 바로 전하께서 나설 때입니다.”
태자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어수선한 오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제공들께서 이미 해결하셨습니다. 성문은 곧 열릴 것이고, 금군이 아바마마를 구해서 돌아올 겁니다.”
왕 재상은 여유롭게 말했다.
“저는 전하께서 문을 잘 닫고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태자는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고 실성할 지경이 되었다.
“재상 대인,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하께서는 폐하께서 이미 궁에 계시지 않는다는 걸 아시지요?”
“압니다.”
“전하께서는 허칠안이 황제를 시해하고 반역을 꾀하려 한다는 걸 아시지요?”
“흥, 이 자식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군요.”
“태자께서는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태자는 이 말을 듣자 쿵쿵쿵 연이어 뒷걸음질 쳤다. 그는 미친놈을 보듯 왕 재상을 쳐다보았다.
“폐하께서는 쉰이 넘으셨는데 흑발이 무성하고 도를 닦아 최고봉에 이르셨습니다. 하지만 태자께서는 올해 스물여섯입니다. 더 기다렸다간 젊음을 헛되이 보내게 될 텐데 언제까지 기다리실 겁니까?”
왕 재상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태자께서는 동궁 자리에 십여 년을 계셨습니다. 설마 정이 드신 겁니까? 폐하의 지금 상황이라면 도를 닦는 데 성공하여 장수하실 겁니다. 전하께서는 동궁에서 해를 거듭하면서 희망을 보셨습니까? 동궁 자리에 이미 십여 년 동안 계셨습니다. 십여 년 더 계신다고 전하께 기회가 있을까요? 설령 장차 제위에 오르신다고 해도 몇 년 동안 용의에 앉아계실 수 있겠습니까? 소신의 진심 어린 말이 어쩌면 무례를 범했을지도 모르나 전부 태자 전하를 위해서니 전하께서는 심사숙고해주십시오.”
태자의 표정 변화는 일정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우물쭈물대며 눈에 광희, 분발, 막연함, 공포, 두려움, 결의를 내비쳤다……. 그는 눈빛이 아주 복잡했으며 말문이 막혔다.
그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이를 악물고 오문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모두 입 닥쳐라!”
태자는 크게 소리쳐 훈귀와 종실의 공세를 끊었다. 금군들도 한숨 돌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연이어 태자에게 쏠렸다.
‘이번 걸음을 잘못 디디면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태자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를 더 꽉 물고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 오문으로 몰려들어 무슨 짓이냐? 아바마마께서 아무도 궁을 나가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셨다.”
진원도가 황급히 말했다.
“태자 전하, 친서는 가짜입니다.”
태자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례한 놈 같으니라고. 아바마마의 필적을 제공들은 설마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가? 옥새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공들은 태자를 보면서 어렴풋이 깨달았다.
더는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았다.
원경제가 20년간 도를 닦았다. 얼마나 많은 이가 속으로 남몰래 새로운 군주가 즉위하기를 갈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