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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77화 (677/712)

677화. 각개전투 (2)

흑련이 길게 숨을 들이마시자 복부가 부풀어 오르면서 ‘둥근 구슬’이 천천히 위로 이동하였다. 그것은 목구멍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분사되었다.

흑련 도사가 내뿜은 시커먼 강이 낙옥형을 감쌌다. 마치 그녀를 데리고 함께 타락하려는 것 같았다.

“조카딸, 사숙이 네 몸을 탐한 지 오래되었구나. 아하하하하…….”

흑련 도사는 신경질적으로 미친 듯이 웃었다. 사악하면서도 난폭했다.

슉!

시퍼렇게 녹이 슨 철검이 탁류를 헤치고 빛을 번쩍이더니 흑련 도사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갔다.

낙옥형이 철검을 쥔 채 허공에 나타나더니 손을 털어 칼날 위의 소량의 시커먼 액체를 털어냈다.

그녀는 타락을 상징하는 상대방의 기운에 물들어서는 안 됐다. 조금이라도 물들면 그녀 몸속의 업화를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검은 괜찮았다. 이 철검은 인종 역대 창시자가 물려준 진파법보(鎭派法寶)로 역대 창시자의 검의가 응집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방금 낙옥형은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 철검에 녹아들었으며, 검을 부려 걸쭉한 액체를 갈랐다.

“아,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

흑련 도사는 명치를 감싼 채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분노하여 순간 아름답고 매혹적인 조카딸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악의로 가득 차 비명을 질렀다.

“내가 너를 죽일 테다, 내가 너를 죽일 것이야……. 내가 너를 붙잡고 돌아가 쌍수할 것이다. 내가 너를 붙잡고 돌아가 쌍수할 것이야……. 죽일까, 쌍수할까? 짜증 난다, 짜증 나…….”

그가 신경질적으로 포효하였다. 갑자기 그의 몸뚱이가 무너지면서 족히 작은 건물 크기만 한 검은색 사람 얼굴로 변했다. 시럽처럼 걸쭉한 시커먼 액체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람 얼굴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낙옥형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한입에 삼키려 했다.

국사는 시퍼렇게 녹이 슨 철검을 젖혀 가볍게 검을 내밀었다.

쿵!

사람 얼굴이 폭발하여 잘게 부서졌고, 하늘에서는 시커멓고 탁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검광이 한 산봉우리를 깎아내리더니 저 멀리 사라졌다.

낙옥형은 검을 쥐고 서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작?”

“본존은 너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흑련 도사의 형체가 다시 응집하였고, 기운이 다시 또 어두워졌다.

‘이 얄미운 조카딸을 죽이는 게 낫겠군.’

“금련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손을 잡고 너를 상대하자고 말이지. 나는 그를 도와주길 원치 않았다. 순전히 모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전혀 관심을 쏟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이번에 내게 나서 달라고 부탁한 건 또 다른 사람이다.”

“네가 입을 뗀 이상 내가 진짜 솜씨를 드러내도 무방하겠군.”

낙옥형은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어 녹이 슨 철검에 문지르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흑련, 도망쳐도 된다.”

그녀는 자신만만하면서도 난폭하였다.

* * *

정덕제는 다소 안색이 변한 허칠안의 모습에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칠안의 반응은 그의 마음을 시원하게 바로 긁어주었다. 그는 감정을 떠벌리는 요도로서 이렇게 지능 지수가 압박당하는 감각을 아주 즐겼다.

스스로 구세주라고 여기는 이 자식에게, 그 자신이 얼마나 가소롭고 얼마나 비천한지 깨닫게 했다.

“3품 전봉의 무사를 죽이는 건 확실히 힘이 들지. 하지만 상관없다. 너는 곧 극도의 공포심을 맛볼 것이다.”

정덕제는 해학적인 말로 농담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허칠안의 눈빛에서 경계와 당혹감 그리고 일말의 당황을 보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기다려서 얻은 건 허칠안의 조소였다.

“네가 나한테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하는 건 회왕을 기다린다는 뜻이겠지.”

이번에는 정덕제의 안색이 다소 변할 차례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다소 경계하며 허칠안은 주시하더니 ‘허’ 하고 소리를 냈다.

“보아하니 네 머리가 장식은 아니구나. 하지만 네가 안들 또 어떠하리. 대봉에 불사의 몸을 막을 수 있는 무사가 더 있던가?”

허칠안은 들은 체 만 체하더니 먼 곳에 있는 원경제의 시신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기화삼청 비술을 장악한 사람은 죽지 않은 분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만 하면 다시 분신 두 개를 다듬어낼 수 있었다.

물론 칼에 베인 육신은 다시 살아날 수 없었다. 원경제의 육신은 이미 완전히 죽었지만, 회왕은 달랐다. 회왕은 3품 무사였다.

허칠안은 자신이 3품에 진입한 뒤, 기혈의 힘을 충분히 건네기만 하면 된다는 걸 잘 알았다.

“3품 무사를 내가 찾을 수는 없지만, 3품을 막을 수 있는 자가 반드시 3품이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지?”

허칠안은 빙그레 웃으며 반문하였다.

정덕제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허칠안을 냉담하게 쳐다보면서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회왕이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건지 아는가? 이게 바로 내가 위연을 죽인 세 번째 목적이다.”

‘자, 서로 상처 줘보자고.’

허칠안은 천천히 웃음을 거두고 잇새로 한 마디를 밀어냈다.

“죽—음—을—자—초—하—는—군.”

순식간에 큰 전투가 발발했다.

* * *

이목구비가 준수한 한 형체가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상공에서 비행했다. 원경제와 다소 닮은 그는 가늘고 긴 두 눈으로 아래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진북왕이었다.

그는 황릉 방향에서 달려왔다. 그날 시체를 초주에서 경성으로 운반해온 뒤에 원경제가 회왕의 백성 대량 학살 사건을 감싸주려는 태도를 보여 문무백관을 노하게 했으며, 많은 사람이 함께 일어나 항쟁하였다.

제공들이 신하들을 이끌고 오문을 둘러싼 뒤 끊임없이 욕을 퍼부어 뜨겁게 달아올랐더랬다.

이런 상황이니 오히려 회왕의 시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는 없었다. 어쨌거나 시체 한 구에 열을 올리는 일은 의미가 크지 않았다. 황제와 싸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허칠안과 정흥회를 포함하여 모두는 당시에 오로지 조당의 정세에만 관심을 기울였기에 회왕의 시체를 소홀히 했다.

그들은 이게 바로 정덕제가 고심한 일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회왕의 시체는 줄곧 황릉에 숨겨져 있었는데 그는 최근에 막 회생하였다.

슉!

비검이 허공을 가르고 와 진북왕 목 위의 머리를 바로 베어내려 들었다.

진북왕이 대강 손바닥을 휘두르자 땡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더니 비검이 거꾸로 날아갔다.

그는 허공에서 발을 쿵쿵 구르며 고공을 바라보았다. 네 사람이 두 명씩 비검 두 자루를 밟고 있었다.

각각 호방한 청삼을 입은 검객, 소박한 승복을 입은 승려, 밀색 피부를 가진 꽃다운 나이의 소녀 그리고 장포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나는 또 누구라고. 알고 보니 너희들이었군!”

회왕은 비웃더니 연신 고개를 저었다.

“너희 같은 유명무실한 놈 몇몇이 감히 짐이 가는 길을 막는다고?”

그는 허칠안에게 무슨 비장의 카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이들이라니?

초원진, 이묘진 그리고 리나는 뒤돌거나 고개를 돌려 갖은 고생을 하여 원한이 깊은 항원 대사를 쳐다보았다.

“아미타불.”

항원은 양손을 합장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주께서는 초주에서 38만 백성을 학살하셨죠. 빈승은 이에 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어찌하여 시주가 사람 구실하도록 교화할 기회가 없었을까요…….”

초원진은 웃으며 말을 끊었다.

“대사, 삑삑대지 말고 바로 손을 씁시다. 우리 몇 사람의 임무는 일각만 끄는 게 아닙니다. 최대한 그의 전투력을 소모해야 합니다.”

항원은 침음하였다.

“일리 있군요!”

극악무도한 사람과는 확실히 혀를 더 놀릴 필요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태도로 그를 굴복시키면 됐다.

항원의 머리 위에 사리자가 떠오르더니 깨끗하고 부드러운 금빛을 내뿜었다.

뒤이어 그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손을 털어 불을 붙였다.

축제의 핵심 능력인 대소환술(大召喚術)이었다!

아득한 허공에 가사를 입고 인자한 얼굴을 한 형체가 강림하여 사리자와 융합한 뒤 실제가 되었다.

이는 나한이었다. 불문 2품 나한이었다!

물론 소환하여 온 영혼은 설령 사리자가 더해졌다고 해도 진정한 나한과 같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항원이 주력이 된 이상 이묘진 등이 보조하면 가까스로 3품 전봉의 무사를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었다.

회왕은 이 모습을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일각도 되지 않아 너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겉으로는 멸시하면서도 속으로는 경계하였다.

항원 대사는 양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떨궈 경문을 읊었다. 금빛 불문이 하나씩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금빛 ‘하류’로 모여들더니 진북왕을 향해 세차게 흘렀다.

진북왕은 몸을 비틀거렸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더는 허공에 서 있을 수가 없어 아래로 추락하였다.

7품 법사는 제도(濟度)에 가장 능했다.

만약 망혼이라면 제도하는 중에 해탈하여 다시 천지로 돌아갈 터였다.

만약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며 자신을 망혼으로 만들고 싶어질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죽고 싶지 않아 한다면 불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당신은 죽고 싶습니다.>

먼저 비검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리나였다. 그녀는 싸움에서 언제나 선두에 섰다. 그녀는 예리한 화살처럼 진북왕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갑자기 진북왕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 순간 회왕은 여전히 머리가 깨질 듯했다. 세상이 온통 어두운 상태에 놓였다. 리나는 두 다리로 3품 무사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두 손으로 그의 양 어깨를 결박했다. 그녀는 기합을 넣더니 그를 팽팽하게 압박했다.

역시 그녀는 역고부 천재 소녀답게 뜻밖에도 회왕과 힘을 겨루며 몇 초간 대치하였다.

슉!

초원진은 허리춤의 평범한 철검을 뽑아 날려 보냈다.

이묘진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진북왕에게 겨누었다.

꾸그극……. 그의 갑옷과 속옷, 허리띠, 신발 등등이 몽땅 그를 배반하여 허리를 꽉 조이거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렇게 회왕을 행동하기 불편하게 했다. 형태를 바꿔 리나를 도왔다.

초원진의 철검은 즉시 도착하여 회왕의 미간을 찔렀다. 이 검은 신검이었기에 강대한 기기가 폭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영혼을 베었다.

천지회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나서서 한바탕 제압하였다. 3품 전봉 무사를 5초 넘게 억지로 제압하였다.

항원이 주축이 되었으니 당연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한편으로는 ‘살생하면 안 된다’라고 읊조리면서 한편으로는 돌솥 크기만 한 주먹을 휘둘러 진북왕에게 세찬 바람 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나한 과립의 ‘계율’은 오랜 시간 동안 회왕을 강제로 통제하기에 충분했다.

땅땅땅!

항원이 3품 무사의 신체와 정신에 주먹을 내리쳤다. 동피철골경 이하의 무사를 마음대로 흔들어 죽일 수 있는 충격파가 일면서 회왕의 팔을 억누르는 리나는 끊임없이 피를 흘렸다.

회왕은 기운을 다잡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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