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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73화 (673/712)

673화. 반란 (2)

허칠안은 다실로 돌아왔다. 이곳의 장식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다만 탁자 옆에 앉아 온화한 눈빛으로 그를 기다리는 위연이 없다는 점만이 달랐다.

그가 찻잔을 젖히니 찻주전자 안의 물은 여전히 뜨거웠다. 원웅이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끓이라고 명령한 것 같았다.

허칠안은 찻주전자를 기울여 물 두 잔을 따른 다음, 가볍게 마시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를 마셔도 무료하군. 오늘 저는 술을 마실 건데 위 공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은편은 텅 비었다. 다실은 조용했고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지서 파편을 꺼냈고, 그 속에서 일찍이 준비해둔 술 단지를 쏟아냈다. 그다음 그는 단지를 들어 통쾌하게 들이부었다.

첫 모금은 호기로웠다. 두 번째 모금은 천천히 마시더니 홀짝홀짝 어느새 절반을 마셨다.

허칠안은 술을 마시면서 지난 일을 잡다하게 읊었다.

그는 점점 취기가 올라 몽롱해졌으나 약간 취했을 뿐 만취하지는 않았다. 인생의 최고 경지였다.

허칠안은 정신이 흐리멍덩한 사이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청의를 본 것 같았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 두 눈에는 세월의 거친 흔적을 머금고 온화하게 자신을 바라보았다.

“위 공, 소직이 위 공을 위해 노래를 한 곡 부르겠습니다.”

‘계속 듣고 싶으셨을 테니 제가 지금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는 술 단지를 들고 천천히 조망대로 걸어갔다. 이 순간, 스산한 아침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닥쳤다. 그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소리 높여 노래 불렀다.

“나는 세찬 바람 속에 서서 미어지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네…….”

그는 검처럼 손가락을 합하고 경성을 흘겨보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푸른 하늘 사방의 구름이 움직이는 걸 바라보며 손에 검을 쥐고 세상에서 누가 영웅인지 묻네.”

뒤이어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황궁을 바라본 다음 후궁을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인간 세상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으니, 나는 홀로 당신과 같은 여인을 사랑하네. 가슴 아픈 이별의 길, 누구라고 다르겠는가. 여러 해 동안의 애정을 황급히 묻는구나……. 내 마음속에 당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고, 생사를 같이합시다. 당신이 부드러운 마음씨로 가슴에 새겨 나의 호방한 감정과 바꿉시다. 내 마음속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의 눈물이 하늘로 솟구치고, 내세에도 영웅을 자처하여 짙은 석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짙은 석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는 단지를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허칠안은 술 단지를 높은 건물에서 던져버리고 돌아서서 청의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위 공, 소직의 노래가 어떠한지요?”

그는 귓가에 마치 온화한 그 목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아주 좋네.”

허칠안은 하하하 웃었지만,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그쪽을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다실을 떠났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

속박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굽히지 않는다.

만약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한 번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 * *

원경제는 금란전 용의에 높이 앉아 경건한 표정으로 대전 내의 제공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어느 빈 자리를 훑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원 경이 왜 도착하지 않았는가?”

원웅은 휴가를 내지 않았는데 뜻밖에 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봉 율법에 따르면 조회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면 석 달 감봉 처분을 내리거나 곤장 15대가 떨어졌다.

곤장 15대를 맞으면 나약한 서생은 정말 침상에 열흘이나 보름 동안 누워 지내야 했다.

원경제는 원웅이 참석하지 않아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는 앞으로 적진에 돌격하여 함락시킬 앞잡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가자 원경제는 이미 원웅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병부시랑 진원도를 쳐다보았다.

원웅이 부재중이었다. 적진에 돌격하는 일은 당연히 황당의 핵심 구성원 중 하나가 해야 했기에, 그는 즉시 대열에서 나와 읍했다.

“폐하, 무신교 전쟁과 위연의 사후 명성에 관해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으나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전사한 장병들의 가족이 아직 무휼금을 기다립니다.”

원경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진 경의 의향은 어떠한가?”

진원도는 몹시 원망했다.

“위연은 공을 탐하여 무자비하게 돌진하였습니다. 대세를 고려하지 않고 정산성 공격을 강행하여 팔만여 명의 장병이 희생되고 우리 대봉은 팔만 정예병을 손해 보았습니다. 위연 그는 죽어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정산성 전역 후, 염국과 강국 두 나라 대군이 옥양관 밑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비록 결국에는 후퇴했지만, 여전히 정예병이 있으니 언제든지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올 것입니다.

상주, 형주, 예주의 상황이 위급하여 언제든지 무신교 군대에 함락당할 수 있습니다. 3주 백성들이 매우 위험합니다. 현재의 위급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자를 파견하여 무신교와 회담함으로써 위연이 초래한 재앙을 메워야 합니다. 위연에 관해서라면 신이 죽음으로써 간하건대 폐하께서는 시호 ‘려(厲)’를 내려주십시오.”

무려(武厲)는 잔인하고 사납다는 뜻이었다.

원경제는 제공들을 훑어보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여러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말하는 이가 없었다. 어떤 이는 다른 빈자리를 쳐다보았으니, 바로 한 나라의 재상인 왕정문의 자리였다.

제공들이 보기에 왕 재상은 포기한 듯했다.

재상마저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는 이상, 그들 역시 위연을 위해 폐하에게 죽기 살기로 덤빌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똑똑한 자들이었다. 요 며칠간 밀려오는 정세 변화에 어찌 원경제의 음모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

위연은 지금 평판이 나빠졌으니 다시 나서서 그의 작위와 충무를 청하는 일도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우선 사건을 뒤집어야 했다. 관건은 용의 위의 그분이 허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전 위당 구성원들에 관해서라면, 진작에 원경제에게 실망하고 목표를 새 왕조로 바꾸었다. 새 군주가 재위하면 다시 위 공을 대신해 사건을 뒤집는 셈이었다.

원경제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아주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좋다, 진 경의 말에 따라…….”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금란전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겹이 기복을 이루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다들 큰 혼란에 빠졌다.

“무슨 소란인가?”

대전 안에 있던 제공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밖에 있는 신하들이 추태를 부리며 떠드는 소리와 뿔뿔이 도망치느라 분주한 소리를 들었다.

제공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으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제공들은 곤혹스러워하며 잇따라 대전 입구로 달려갔다. 아래쪽 광장에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 목숨을 내걸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청의를 입고 칼을 쥐고 금란전에 뛰어든 그의 뒤로는 시체 더미였다. 전부 궁중 금의위였다.

제공들은 가슴이 격하게 뛰었으며, 황당무계한 비현실감이 솟구쳤다.

대봉이 개국한 지 600년 이래, 황위를 찬탈한 무종 황제 외에 황궁 그것도 금란전에 쳐들어온 자가 있었나?

없었다!

이 순간 대봉 권력의 정점에 있는 문신들, 관리 사회의 약삭빠른 인간들, 수법과 수완 모두 더없이 뛰어난 제공들이라고 할지라도 소위 ‘가슴 속에 정기가 있다’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안정시키기 어려웠다.

하나같이 안색이 변했다. 놀라고 분노하거나 겁에 질리거나 절망하거나 두려워했다…….

그 청의는 칼을 쥐었다. 칼자루에는 붉은 끈으로 작고 정교한 팔괘동반(八卦銅盤)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금란전의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제공들이 황급히 피하고 달아나는 사이, 그는 용의 위의 군왕을 향해 손에 쥔 칼을 내던졌다.

세찬 천둥소리 같은 포효가 동반되었다.

“개-같-은-황-제!”

긴 칼이 휙휙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제공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았다.

허칠안이 반란을 일으켰다!

* * *

시간을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략 이각 전, 야경꾼 관아.

쿵쿵쿵……. 청의를 입은 허칠안은 계단을 밟으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변에는 복잡한 표정의 하급 관리들이 있었다.

호기루는 본질적으로 위연이 사무를 보는 장소였다. 건물 안에는 소식을 전달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하급 관리와 모사꾼이 많이 있었다.

원웅은 새로 부임한 관리로서 의욕적으로 일을 벌였고, 야경꾼을 때려잡을 여유만 있었다. 호기루 안의 하급 관리는 잠시 동안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만약 원웅이 죽지 않았으면 그 불이 조만간 그들의 머리를 태울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부 위연의 심복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원웅은 어제 막 위 공의 자리를 이어받고 호기루에 입성했던 차라 오늘 허칠안의 손에 죽을지는 생각지 못했다.

하급 관리들은 각층 복도 모퉁이에 가득 서서 그를 묵묵히 쳐다보며, 이 청의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숭배와 존경, 슬픔, 감동이 서렸다. 심지어는 눈물마저 반짝였다.

그들은 요 며칠간 조정 정세의 변화와 어제 야경꾼 관아에서 발생한 일을 똑똑히 보았으며 분명히 알았다.

명목상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원망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손에 붓을 쥘 수 있는 자는 칼을 쥘 수가 없었다. 칼을 쥘 수 있는 자는 순간적으로 사라질 용기를 쥘 수 없었다.

위 공이 야경꾼을 주재한 지 21년으로 그 은혜를 입은 자는 헤아릴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죽었고 따르던 부하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각 당파는 싸늘한 눈으로 방관하였다.

결국에는 야경꾼에 들어온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가 그를 위해 발끈했다.

모든 하급 관리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 슬픔이 서렸다.

허칠안은 호기루에서 나와 원웅 시체 앞에 이르렀다. 그는 칼을 뽑아 상대의 머리를 자르더니 손에 들었다.

‘네가 위 공의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해봤자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

하급 관리들이 호기루에서 뛰쳐나와 건물 밖이 꽉 찼다.

허칠안이 돌아서서 떠나려는데 뒤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허 은라, 도망치십시오…….”

그는 호기루 앞에서 당직을 서던 시위였다.

“허 은라, 가세요, 가십시오.”

“허 은라, 머리를 버리고 얼른 가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예견한 듯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떠들썩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심이었다.

그가 말없이 관아 밖으로 걸어가니 가는 길에 야경꾼들의 시선이 잇따라 집중되었다. 말을 하는 이도 감히 막는 자도 없었다.

시선들이 그의 뒤에 멈추더니 손에 들린 머리로 향했다.

사람들은 잇따라 안색이 변했다.

그 청의는 빠르게 야경꾼 관아를 벗어나 긴 거리를 따라 황궁 방향으로 갔다.

한 은라가 침묵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관아에 난입하여 사람을 죽였다. 일이 끝난 뒤 바로 철수하지 않고 머리를 들고 문을 나서 황성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가 황궁에 소란을 피우러 가네!”

“이러면 안 돼. 위 공께서 계시지 않으니 지난번처럼 그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그가 원웅을 죽였네. 이는 가산을 몰수하고 일족을 멸하는 대죄야. 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안 되네. 얼른 도망쳐야 해.”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네.”

너무 충동적이었다. 지난번에 그가 국공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위 공이 있었고 제공들이 죽음으로써 간했기 때문이었다. 이 문무백관들이 앞에서 압박을 막았기에 그는 비로소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감히 소란을 피웠으니 틀림없이 군대와 고수의 진압을 불러일으킬 터였다.

송정풍과 주광효가 칼을 든 채 앞장서서 쫓아갔다.

다른 야경꾼들은 서로 쳐다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했다.

“우리는 처자식과 부모님이 계시니 충동적이면 안 되네.”

“그냥, 그냥 좀 보러 가세. 그저 보기만 하는 걸세.”

“어쨌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들도 그때 가면 어떻게 대처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이유를 댄 뒤 발걸음을 내디뎌 관아를 뛰쳐나갔다.

뒤이어 한 명, 두 명…… 야경꾼들이 벌떼처럼 몰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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