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화. 사전 준비 (1)
‘천지회, 금련은 정말 작명의 귀재군…….’
허칠안은 내심 감탄하더니 자신의 계획을 생생하게 얘기했다.
초원진은 듣던 중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서로 말했다.
[사: 가만, 자네는 뭘 근거로 주력(主力)을 맡고자 하는가? 설령 자네가 4품으로 승직했다고 해도 정덕의 상대가 될 수는 없네.]
사람들은 문득 알아차렸다.
심지어 이묘진은 허칠안이 4품으로 승직하는 걸 목격했다. 그녀보다 허칠안을 더 잘 아는 자는 없었다.
그가 4품 경계에서는 아무리 무적이라고 해도 4품은 어쨌거나 4품이었고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었으므로, 3품이라는 경계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리고 정덕은 도문 2품이었다.
두 경계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허칠안이 전서로 말했다.
[삼: 나 3품이 되었네.]
천지회 사람들은 다시 한번 세찬 조수와 같은 충격을 받았고,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내가 뭘 들었지? 이 자식이 3품이라고?! 그가 유가 사람들과 오래 어울리다 보니 허풍 떠는 악습에 물들었나…….’
초원진은 멍해졌다.
‘개자식,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닌가. 애당초 운주에서 처음 봤을 때 너는 그저 8품 동라였잖아!’
이묘진 안의 작은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이들도 저마다 충격을 받았다.
이 순간 천지회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애당초 삼호가 지서 파편을 막 얻었을 때의 광경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아직 놀라서 전전긍긍하던 소인배였다.
그때가 작년 10월이었다.
몽땅 다 계산하면 1년이 좀 안 되었다. 그는 고작 1년이라는 시간을 써서 범인의 영역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세속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3품 무사는 생명력이 강하고 수명이 길어 몇백 년을 사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제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로 1년 내에 8품에서 3품으로 승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해 유가 성인도 아마 이런 실력은 없었을 거야…….’
천지회 사람마다 각자의 기회와 인연을 지녔다. 또한 그들 모두가 천부적인 자질이 비범한 총아였지만, 허칠안 앞에서는 확실히 좀 평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어째서 말을 하지 않지. 전부 끊었나…….’
허칠안은 한참을 말하는 이가 없는 걸 보자 전서로 말했다.
[삼: 초 형, 경성으로 돌아올 때 신년을 함께 데리고 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저희 숙부, 숙모와 합류하도록 그를 운록서원에 데려다주십시오.]
‘검주의 집문서와 땅문서는 내가 당일 견융산에 갈 때 남몰래 산 것이다. 그 당시 견융산에 갔다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떠오른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당시에 조청양이 나한테 견융산에 가서 연회에 참석하자고 했고, 나는 혼자서 갔다. 그런 뒤에 도중에 저택을 사고 무림맹 선조를 만났지……. 음, 실수하지 않았다.’
[사: 알겠네, 오늘 밤 경성으로 돌아가겠네. 자네는 사천감더러 나 대신 기를 보충하는 단약을 준비해달라고 하게.]
그는 만약 죽을힘을 다해 전력으로 검을 부리면 세 시진 안에 경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면 한밤중이 될 테니 그는 잠시 쉴 수도 있었다. 그가 단약을 먹고 기운을 회복하면 대사를 그르칠 리가 없었다.
허칠안은 단체 채팅을 마치고 지서 파편을 거둔 뒤, 손을 뒤집어 태평도를 뽑았다. 훅!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설령 금강불패를 시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태평도의 예리함만으로 내 육신에 상처를 입히기에는 어렵군. 반드시 기기를 도기로 전환하여 도움을 받아야겠어!”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현재 신체와 정신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였다.
곧바로 그는 새끼손가락의 상처의 세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분열되면서 상처를 회복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을 감지했다.
그는 이런 ‘본능’을 억지로 참고 몸을 구부려 새끼손가락을 주워 잘린 부위에 끼웠다.
피와 살이 꿈틀대더니 새끼손가락이 다시 이어지면서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흉터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자세히 살폈다.
“3품 무사는 세포 하나하나가 방대한 생명의 숨결로 가득하다. 만약 현미경이 있다면 내 세포는 보통 인류의 세포와는 아마 다르겠지. 악, 이렇게 되면 나한테 불임 수술하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는 않겠지. 이 세계에는 반(半) 요괴도 있으니 생식적 격리 규칙이 이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잖아. 송경의 무시무시한 생명 연장술을 보니 알겠다. 그 당시 내가 너무 놀란 나머지 이 방면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어…….
4품 무사가 혈단을 통째로 삼켜 승직한 건 거의 구사일생이다. 아니, 십사무생(十死無生)이야. 어쩐지 이 길을 걸으려고 하는 자가 거의 없더라니. 어쩐지 대봉 무사가 이렇게 많은데 진북왕 한 사람만이 3품이었다. 게다가 산사람 수만 나아가 수십만으로 혈단을 정제하는 수법은 저속한 무사가 이해하지 못한다. 도문이 이 비술을 통제하기에 애당초 회왕이 지종 도사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주술사와 술사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내 경우처럼, 자발적으로 일부 정혈을 버리고 혈단으로 응축시켜 내 승직을 도운 전봉 무사가 있다는 건 아빠가 정말 최고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음, 감정역시 공로가 있지. 그의 안배가 없었다면 나는 미리 기초를 닦을 수 없었다. 위 공의 선물은 정과 계승에서 비롯되었는데 감정의 선물은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미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지.
헤, 바로 황제를 죽이는 것 아닌가? 왕조는 술사의 근간이니 감정이 황제를 죽이면 틀림없이 기운이 배반할 것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그저 무사다. 게다가 본래 몸에 기운을 품고 있으니 배반이 두렵지 않다. 하지만 황제를 죽이면 어쨌거나 인과응보가 얽히는 거겠지.”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가지고 놀면서 방금 몸 상태를 떠올렸다.
“3품 이후에 무사는 절단된 사지를 재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린 팔과 다리를 이을 수 있다. 전자는 자신의 정혈을 소모하는 것으로 만약 계속해서 절단된 사지를 재생하면 조만간 힘을 다해 산 채로 갈려 죽을 것이다. 후자는 소모량이 극히 적다. 어쨌거나 재생하여 다시 기체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3품 초기에 머리가 잘리면 죽는다. 원신이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바로 이러한 상태다.
3품 중기에 원신이 육신을 따라잡는다. 그때는 설령 머리가 잘린다고 해도 새로운 머리가 다시 자랄 수 있고, 원신 역시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에서 원신이 주술사나 도문 고수에게 저격당한다면, 죽을 위험이 아주 높다.
또한, 만약 시체가 나뉘어 각 부위가 재빠르게 돌아올 수 없다면 설령 3품이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회복하려는 성질 때문에 너무 과한 정혈 유실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빠르게 사망할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시체를 훼손하는 건 고품 무사를 죽이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씁, 이렇게 보니 신수가 얼마나 무서운가?”
신수는 시체가 나뉜 상태였던 데다가, 지금은 상백에 오백 년간 봉인된 상태였다. 오백 년 동안 정혈이 거의 유실되지 않은 채 여전히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신수의 원신 역시 오백 년간 소멸당하지 않고 버텨냈다…….
수련 경지가 높을수록 신수는 더 무시무시했다.
전봉 경계의 신수가 얼마나 강할까. 감정도 한 주먹거리일까?
허칠안이 공중에 발을 내디뎠다.
3품 무사는 기기에 의존해 공간을 부려 비행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각 체계에서 공간을 부리는 수법 중, 억지로 공간을 부리는 데에 속해 힘의 소모가 가장 컸으며 속도 역시 가장 느렸다. 또한 이는 같은 경계에서의 비행 속도도 가장 느렸다.
하지만 만약 육지에서라면 무사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
무사를 따돌리려면 설령 술사라도 단숨에 수 십 리를 이동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근거리 전송은 무사의 폭발력에 따라잡히기 쉬웠다.
그런 뒤 밀착하여 연속기를 가져가면 되었다.
이내 경성이 보였다.
허칠안은 땅에 착지하여 전생의 그 미남 오빠로 변장한 뒤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 섞여 들어가 중생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관성루로 돌아와 단숨에 팔괘대로 뛰어올랐다. 그렇게 광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철퍼덕’ 소리를 내며 감정의 옆에 안전하게 착지하였다.
“양 사형은요?”
허칠안이 감정에게 물었다.
“그가 충격을 견디지 못할까 봐 지하에 가두었네.”
감정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인생이 이미 이렇게 고달픈데 내가 양 사형한테서 재미를 좀 보게 할 수는 없나요…….’
허칠안은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저 이미 3품에 들어섰습니다. 감정께 폐를 끼쳤습니다.”
감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칠안의 머리를 내리쳤다.
* * *
수레바퀴가 덜컹이면서 자줏빛 단향목으로 만든 호화로운 마차가 영보관 밖에 멈췄다.
역용 분장한 허칠안이 임안의 마차에서 나왔다. 내재미가 있는 성숙한 여인이 치맛자락을 들고 허칠안의 부축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뛰어내렸다.
임안은 시원스러운 몸가짐으로 영보관 입구로 걸어가 아래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 공주가 국사를 만나러 왔네. 음, 아바마마가 계시는가?”
“폐하께서는 영보관 내에 계시지 않습니다.”
문을 지키는 심부름꾼은 즉시 관 내로 들어가 통보하였고, 한참 뒤에 빠른 걸음으로 돌아와 말했다.
“마마, 국사께서 들라 하십니다.”
임안은 허칠안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마, 내일 무슨 일이 발생하든 저를 미워하지 마십시오…….”
“응?”
임안은 매혹적인 도화안을 깜박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너 혼사를 정한 건 아니지?!”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거대한 상어가 이미 그를 ‘봤’을지도 몰랐다.
성숙한 어장남은 손에 Y자 막대를 쥐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옳은 물고기를 꽂을 줄 알아야 했다.
지금은 시기가 적합하지 않았다. 피비린내가 안에 있는 거대한 상어의 사나운 본성을 자극할 터였다.
그들은 낙옥형의 수려한 소원에 가까워졌다. 그는 임안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다음 소원으로 들어가 낙옥형의 정실 문을 밀어젖혔다.
성숙하면서도 냉염한 국사는 부들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미간에 있는 주사(朱砂)는 그녀의 더없이 아름다운 얼굴에 도도한 선녀 기질을 더해 주었다.
“저 3품에 들어섰습니다.”
허칠안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낙옥형은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였다.
그녀는 심장이 격하게 뛰어 하마터면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지 못한 채 하얗고 도도한 얼굴에 격한 감정 변화를 드러낼 뻔했다.
“어떻게 한 건가?”
낙옥형은 마치 어떤 비밀을 논하는 듯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 공께서 출정하기 전에 혈단 한 알을 제게 남겨주셨습니다.”
허칠안이 전음으로 말했다.
“그리고 선황 정덕 사건은 제가 이미 밝혀냈습니다.”
그는 일의 전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낙옥형에게 일렀다.
낙옥형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반은 숨을 뱉는 듯 반은 탄식하는 듯 말했다.
“알고 보니 그랬군.”
허칠안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는 황제를 시해할 겁니다. 하지만 제 혼자 힘으로는 아마 선황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국사께서 나서서 도와주십시오.”
황제를 시해한다는 말은, 원경에 그치지 않고 정덕도 함께 처리할 거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