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화. 위연의 후수
“흡수하는 게 아니라 이 힘을 통해 내 세포가 세속을 초탈하고 불사의 특성을 갖게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세포가 새로운 생명력을 발산할까?”
허칠안은 직접 생기가 조금씩 소멸되는 걸 보니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잠깐, 이건 신수가 내게 준 정혈의 방식과 같잖아? 차이는 그저 신수가 미리 정혈 안의 의지력을 소멸시켰다는 말인데.”
허칠안은 문득 떠올랐다. 그는 보통 무사와는 달랐다. 그는 고품 무사의 생명 정수를 두 번이나 흡수한 전적이 있었다. 만약 원장의 말대로라면, 그는 전에 두 번 다 죽었어야 했다.
“평범한 무사는 반드시 평범한 몸에서 탈바꿈한 뒤에야 혈단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진작에 비슷한 행위를 한 적 있으니 직접 흡수를 시도해도 무방하지…….”
그는 원장의 언출법수 힘이 더해지면서 생각이 맑아지는 듯했다. 그는 생각으로 생명의 정수를 통제한 다음 흡수를 시도하면서 세포를 온양하였다.
사라진 세포는 다시 생명력을 발산한 뒤 혈단의 힘으로 다시금 ‘죽음’을 박해하고 반복적으로 재생하였다. 세포는 매번 소멸하고 재생할 때마다 마치 무기처럼 단련되는 듯했다.
허칠안은 놀랍고도 기뻤다. 그는 확실히 혈단의 힘을 바로 흡수할 기초를 갖추었다. 그는 일찌감치 반걸음 세속을 초탈했다. 신수의 보호를 받으며 정혈을 두 번 흡수한 선례가 그에게 단단한 기초를 닦아 주었다.
‘감정, 이 역시 당신의 선물 중 하나입니까?’
그는 저도 모르게 신수가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온양은 상호적인 것으로 신수와 그를 각기 성장시켰다.
‘감정은 분명히 이를 잘 알겠지? 그가 벌써 나를 위해 길을 닦은 건가?’
그는 약삭빠른 인간에 대한 공포를 억지로 누르며 참을성 있게 혈단의 힘을 흡수하였다. 시간이 점점 흘렀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생명의 정수가 흡수되었다. 허칠안의 몸 표면에 난 상처는 진작에 이미 완치되었다. 그의 옷은 피로 물들었으나 몸은 옥처럼 영롱하고 흠 없이 순결하였다.
조위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소를 지었다.
“허 은라, 3품 승직을 축하하네. 세속을 초월한 경지에 들어섰군.”
‘원장이 3품이고 나 역시 3품이네. 내가 그를 매달고 때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군……. 아, 조위는 3품 전봉이니 2품과 한 발짝 차이일 뿐이겠구나…….’
허칠안은 정중하게 답례했다.
“원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를 도운 건 내가 아니라 위연이네…….”
그는 경성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허칠안은 깨끗하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숙부가 머무는 마당에 이르렀다.
마당에는 영음과 리나가 보이지 않았다. 숙부와 허영월은 돌 탁자에 앉아 차를 마셨으며 숙모는 화단 옆에 쭈그리고 앉아 화초에 흙을 고르고 물을 주었다.
“나리, 서원은 정말 신기해요. 이곳의 꽃은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아요. 예전에 신년이 제게 말했었는데 믿지 않았거든요…….”
숙모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때 숙부는 놀랍고도 기뻐하며 일어나 마당으로 들어오는 조카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한발 앞선 사람은 독립하여 나갔다가 돌아온 허영월이었다. 그녀는 새해가 지나면 19세 아가씨가 되는 여동생으로 몸매가 점점 더 풍만하고 아름다워졌다.
“큰 오라버니!”
허영월은 흐느껴 울었다. 희비가 교차했다.
이묘진이 경성에 돌아온 뒤 서원에 와서 허칠안의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었다. 그는 중상이 완쾌되지 않아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잘못하면 죽는다고 말이다.
숙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숙모는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은 조카를 보았다. 그녀는 순간 낯빛이 빛났으나 즉시 표정을 감추고 입을 삐죽거렸다.
“나리, 제가 이 자식의 명은 구리고 질기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를 위해 쓸데없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요.”
신년의 교만함은 바로 숙모한테서 유전된 성격이었다.
허칠안은 잠시 안부를 나눈 뒤 준비한 집문서와 땅문서를 꺼냈다.
“숙부, 제가 검주에 저택을 한 동 샀어요. 내일 묘시에 숙모와 여동생들을 데리고 출발하세요.”
그는 은자를 남기지 않았다. 현재 허씨 집안은 돈이 있기에 여비가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그가 불행한 일을 겪었다면 누군가 그의 예금을 숙부에게 전해줄 터였다.
숙부는 입을 벌리더니 문서를 받는 대신 조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는?”
허칠안은 차분한 어조로 웃었다.
“저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숙부는 그제야 집문서와 땅문서를 받았다.
“알겠다.”
그는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 일은 내가 진작에 신경 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다만 이 숙부가 안타까운 점은, 네가 장가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적어도 형님의 핏줄만큼은 남겨줘야 하지 않느냐. 이 불효막심한 놈아.”
그는 감정이 격해졌다.
‘제가 평생 속박받지 않고 방탕하게 여색을 즐기는 걸 용서하십시오…….’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가장 진지한 유감의 뜻을 받쳤다.
“신년 쪽은 제가 잘 안배할 테니 안심하세요.”
허칠안은 말을 마치고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였다.
* * *
[일: 사건의 경과가 대략 이러하네.]
일호는 1:1 채팅을 나누며 일의 경위를 있는 그대로 초원진에게 전달했다.
‘원경이 바로 선황이라……. 선황이 무신교와 결탁하여 위연을 죽였다니……. 선황이 이 전역을 실패로 규정짓고 나아가 기운을 동요하려는 거구나…….’
초원진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도 이 정보들 중 일부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선황이 무신교와 결탁하여 위연을 죽인 일은 지금 막 들었다.
[사: 지금 어떻게 해야 좋은가?]
회경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몰랐다. 설령 지혜로운 황장녀라도 이런 국면을 맞이하면 다소 망연자실하고 당혹스러웠다.
그녀가 보기에 이런 일은 감정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고, 감정만이 이런 단계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었다.
[사: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구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그녀는 지서를 사이에 두고도 서생 초원진의 출렁이는 의지와 기개를 감지할 수 있었다.
[사: 허칠안은 무슨 의견인가.]
[일: 그가 자네한테 물어보라고 내게 부탁했네. 내일 날이 밝기 전에 경성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초원진은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에 불가사의한 생각이 솟구쳤다.
마침 이때, 지서에 허칠안의 전서가 떴다. 1:1 채팅이 아니라 공개 전서였다.
[삼: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독거 수행하는 금련과 접속이 끊긴 상태인 칠호와 팔호를 제외하고, 지서 파편 소지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서 파편을 꺼냈다.
[삼: 선황 정덕의 음모와 목적에 관해 지금 여러분에게 답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그가 이미 정덕의 진정한 목적을 밝혀냈다고? 그는 분명히 잠만 잤을 뿐인데. 아, 역시 그답군…….’
이묘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기대하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건…… 나는 아직 일호가 말한 정보도 소화하지 못했는데!’
초원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지서 파편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그는 이어질 정보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선황의 진정한 목적이라…….’
회경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항원 대사는 청운산 어느 외진 산림에서 좌선했다. 그는 지서 파편을 받친 채 정신을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리나조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에 생각을 가다듬고 지서 파편을 주시했다.
허칠안은 즉시 자신과 원장 조위의 추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서 단체 채팅방 사람들에게 알렸다.
청천벽력이었다.
지서 파편 소지자들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대봉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만들어 기운이 몸에 더해진 자는 장생할 수 없다는 규칙을 피한다니. 게다가 무신교가 중원의 대변인이 된다는 건 다른 의미의 황제나 지배자가 되겠다는 말인데…….’
‘조상의 강산을 손을 잡고 양보다하니. 선황이 마도에 너무 깊이 빠졌구나…….’
‘빌어먹을 정덕, 지금 바로 그를 찔러 죽이고 싶다…….’
‘비록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주 대단한 느낌인데…….’
‘아미타불…….’
천지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경악하고 누군가는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그저 모든 단서가 연결되었다는 생각만 했다.
[일: 선황 그자는 이미 미쳤네.]
누구나 욕망은 있었다. 하지만 욕망을 위해 모든 걸 고려하지 않고, 이 지경까지 왔다는 말은 선황이 지종 도수에게 오염되었고 마도에 너무 깊이 빠져 집념이 마념이 되었다는 뜻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사: 내가 이해되지 않는 건 왜 대봉을 속국으로 만들려 하는가 일세.]
초원진의 말은 사람들의 격한 토론을 이끌어 냈다.
[일: 국운을 흐트러뜨리고 천하를 혼란에 빠트려 무신교가 기세를 몰아 중원을 지배하게 하려고?]
[이: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네. 허나 위연의 소탕과 옥양관 전역을 겪은 뒤 무신교의 손해가 막심하네. 설사 대봉이 혼란에 빠진다고 해도 이익을 보는 건 서역 불문 아닌가.]
항원과 리나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한 사람은 이런 것들을 분석하는 데 재주가 없었으며 한 사람은 순수하게도 IQ를 충분히 쓰지 못했다.
[삼: 정덕은 다시 움직일 걸세. 기운을 움직이는 건 마지막이 아니네. 앞으로 그가 할 일이 핵심이지. 하지만 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걸세.]
[자네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모든 사람이 거의 동시에 이 문자를 보냈다.
허칠안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글자를 썼다.
[삼: 나는 황제를 시해할 걸세!]
지서 파편에 정적이 흘렀다.
나는 황제를 시해할 걸세……. 이 글자를 본 모든 이의 손이 살짝 떨렸다.
회경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초원진은 그해 원경이 도를 닦는 것에 불만을 품었기에 벼슬을 내려놓고 검을 연마하여 강호를 거닐었다. 비록 그는 언행과 태도에서 수시로 원경에 대한 불만과 경시를 드러냈지만 여태껏 황제를 시해한다는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시대 사람이라면 전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전부 ‘군신부자’, ‘군주가 신하에게 죽으라고 하면 신하는 부득이하게 죽어야 한다’ 등의 이념에 영향을 받았다.
황제를 시해하는 건 그가 어찌 되었든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묘진은 천종 성녀로 유가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로 이 시대 사람으로서 군왕이라는 두 글자의 개념과 의의를 알았다.
그녀가 예전에 원경을 찔러 죽인다고 말했던 건 그저 감정을 분출하는 수준이었다.
[삼: 사람이 도리를 모르면 하늘이 벌하는 법이니 군주가 도리를 모르면 내가 벌을 하겠네. 여러분, 나를 돕기를 원하는가?]
‘허칠안은 정말이지 무법천지의 무사군…….’
사람들은 내심 감정이 격앙되었다.
[이: 알겠네.]
[사: 알겠네.]
[오: 알겠네.]
[육: 알겠네.]
한참 지난 뒤 드디어 일호의 전서가 왔다.
[일: ……알겠네.]
[삼: 금련 도사, 도사님 생각은요?]
다들 잠시 기다렸지만 금련 도사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칠안은 안심하고 전서로 말했다.
[삼: 내가 자네들에게 계획을 소상히 얘기해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