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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67화 (667/712)

667화. 음모를 파헤치다 (2)

몇 분 뒤, 조위가 말했다.

“내가 대략 짐작했는데.”

허칠안은 바로 몸을 똑바로 피고 앉아 수업을 경청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말씀하십시오.”

조위가 천천히 말했다.

“정덕과 무신교가 손을 잡고 십만 군대를 멸하고 위연을 죽였네. 전자는 대봉 기운을 소멸시키기 위함이고, 후자는 무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쌍방은 이 협력에서 각자 필요한 것을 취했네. 그렇다면 무신교가 나중에 군사를 파견해 옥양관을 공격한 건 아주 절박한 태도야.

이건 또 무엇을 위함인가? 만약 고작 대봉에게 보복하는 것이라면 무신교의 현재 참상으로는 휴전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 패배는 전투의 일상사이고 보복은 언제든지 가능하니 이렇게 필사적일 필요가 없었네. 만약 동맹국이나 약조 때문이었다면, 허허, 양국 간에는 이익만 있을 뿐 정을 논하지는 않지.”

허칠안은 눈을 반짝이더니 어렴풋이 무언가를 파악하고선 말했다.

“그 속에 반드시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 있었을 겁니다.”

조위는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바라보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한 말에 따르면 정덕의 목적이 불로장생하는 황제가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길래 그가 황제면서도 장생할 수 있다는 건가? 우리 바꿔서 얘기해보면 어쩌면 자네가 이해할지도 모르네. 자네 세 나라에 예속된 무신교의 통치 구조를 이해하였지?”

이는 신권이 황권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허칠안은 당연히 알았기에 대답했다.

“그들의 국군은 군권을 장악하고 신하들은 정권을 장악합니다. 그리고 양자 위에는 균형을 유지하는 3품 영혜사가 한 명 있지요. 하지만 평소에는 군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조위는 일어나 정자를 걸어 나가 동북 방향을 조망하여 여유롭게 말했다.

“세 나라 국군은 사실 번왕(藩王)으로, 진정한 중추는 정산성이네. 진정한 황제는 아마 대주술사 살륜아고일 테고. 허나 살륜아고는 몇천 년을 살았네.”

쿵!

허칠안은 머리에 번개가 내려친 듯 어안이 벙벙해지고 온몸이 떨렸다. 살륜아고는 대주술사로 정산성의 최고 지도자다. 무신이 봉인된 지 일천여 년 동안 그는 무신교의 진정한 결정권자로 지위가 중원 조정의 황제와 같았다.

그리고 살륜아고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1품 고수였다.

“원장님의 말씀은 정덕이 살륜아고를 모방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까? 아니, 두 번째 살륜아고가 되려는 건가요?”

허칠안의 눈에 비친 충격이 서서히 가시더니, 그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맞습니다. 대봉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만들기만 하면 그는 둘째 살륜아고가 될 수 있습니다. 살륜아고가 동북 세 나라를 관리하면, 정덕은 중원의 13개 주를 관리할 수 있지요. 그는 여전히 황제로 그 차이는 머리 위에 무신이 더 있다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신이 이미 봉인되었으니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자가 없지요. 설령 무신이 봉인을 해제하고 초품 주술사가 살륜아고에게 동북을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정덕에게 중원을 관리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정덕의 수련 경지는 적어도 2품입니다. 무신교는 이런 고수를 가장 많이 존중하죠. 무신교에게 대봉을 그들의 속국으로 만드는 건 대봉 개국 황제가 약조했던 일이자 무신교가 자나 깨나 바라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덕과 안팎으로 호응하여 옥양관을 공격함으로써 대봉 기운을 흔드는 일이 절실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덕과 무신교의 행위가 완벽하게 설명되는군요……. 중원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만들고 싶으면 우선 대봉 기운을 약화시켜야 하니까요. 이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작한 걸까요?

기운은 매우 현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우나 중원의 걸출한 인물은 현실적인 존재로 백성이 동의하지 않으면 반드시 반기를 들어야 합니다. 상대가 무신교든 불문이든 말이지요……. 하지만 이게 어쩌면 무신교가 보길 원하는 것일지도?”

그는 신경질적으로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면서 조위를 보며 그의 의견을 구했다.

“우리의 짐작이 같네. 어떻게 중원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만들지는 어쩌면 초품의 또 다른 비밀일지도 모르네. 나는 전혀 알지 못해. 적어도 유가 성인이 일언반구 남기지 않았으니 우리 스스로 탐색하러 갈 수밖에.”

조위가 나지막이 말했다.

“무신이 동북 세 나라의 기운을 응집하여 어떻게 장생한 겁니까?”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신이 동북 세 나라의 기운을 응집하였다고 아무도 말한 적 없고, 어떠한 문자로도 기록되지 않았네. 이 문제는 어쩌면 감정이 자네에게 대답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네. 술사의 수행은 기운과 관련 있고, 감정은 오백 년을 살았으며 술사 체계는 주술사를 모방하여 재탄생한 것이니까.”

조위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초품 주술사도 술사처럼 기운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허칠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조위 원장을 응시했다.

“제가 이번에 온 건 위 공께서 제게 남긴 물건을 가지러 온 것입니다.”

조위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결정한 건가?”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예전에 감정이 왜 항상 싸늘한 눈으로 외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능력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요. 더욱이 정덕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저는 이해할 수 없어서 그에게 원망하는 마음까지 들더군요. 위 공께서 돌아가신 뒤 저는 마치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물러나려고 해도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많은 일을 생각했고, 여러 세부 사항을 복기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답은 사실 진작에 제게 주어졌는데 그저 제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청운산 정상의 어느 곳을 바라보더니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전종 대유가 이미 제게 답을 알려주었습니다.”

기운이 있어야만 기운을 물리칠 수 있었다. 유가 수행은 기운과 관련이 있었다. 그 2품 대유는 백성의 원망을 등에 업고 대주 용맥을 무너뜨려 나라가 망하고 사람도 죽었다.

감정이 정덕을 죽이고자 하는 게 바로 전종이 용맥에 충돌하는 것과 같았다. 옥석구분(*玉石俱焚: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화를 입다). 조위의 소매가 천천히 정자 안의 돌 탁자를 쓸어내리자 돌 탁자 위에 비단 상자 하나가 생겼다.

“이게 바로 위연이 자네에게 선물한 물건이네.”

조위가 웃으며 말했다.

허칠안의 시선이 단향목 비단 상자에 머물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청광이 은은히 빛나는 비단 상자 위를 눌렀다.

조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반드시 자네에게 상기시켜야 할 점이 있네. 내가 이 상자를 열면 자네는 이 일에 정식으로 가담하는 걸세.”

허칠안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이미 자각했습니다.”

그가 바로 상자를 열자 쓸쓸한 선홍빛이 눈동자에 비쳤다. 비단 상자 안에는 비둘기알 크기만 한 혈단이 고요하게 누워 있었다.

가을바람에 사방의 초목이 바스락바스락 흔들렸고 정자 밖의 마른 나뭇가지에는 연한 새싹이 돋아났으며 땅에서는 뾰족한 풀이 돋아났다. 벌레는 지하에서 뚫고 나와 무리를 이루어 정자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청광을 내는 공기벽은 정자 밖에 가로막혔다.

허칠안은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혈단이라…….”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연이 가기 전에 혈단 일부를 이곳에 남겨두었네. 그가 나와 협력하여 혈단 일부를 남기든 남기지 않든 정산성 승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추론하였네. 따라서 위연이 혈단을 일부 떼어내어 내게 보관해 달라고 맡겼지. 그는 무신교의 전쟁을 가라앉힐 테니, 경성의 전쟁은 허칠안에게 맡기라고 말했네.”

조위는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 웃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지. 만약 허칠안이 그때 4품으로 승직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나? 그는 내게 대답하지 않았어. 지금 자네를 보니 그가 그 당시 얼마나 자신 있었는지 알겠군.”

‘위 공께서는 이미 이 정도까지 예상하셨구나…….’

허칠안의 눈이 순간 그윽해지는 듯하더니 고개를 숙여 혈단을 보았다.

“이걸 삼키면 제가 3품으로 승직할 수 있습니까?”

조위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3품은 불사의 몸이라고 하지. 어찌 되었든 본질은 보통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강한 생명력이네. 절단된 사지가 재생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죽지 않기만 하면, 어떠한 상처든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네. 정상적인 수행 방법은 매일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네. 만약 단약 등의 천재지보(天才地寶)로 도울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수행을 통해 신체를 탈바꿈하고, 피와 살에 생명력을 채우는 것이네. 물론 빠른 길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기혈을 통째로 삼켜 방대한 기혈로 신체와 정신의 탈바꿈을 촉진해 보통 사람의 몸을 탈피하는 것이네. 바로 진북왕이 그날 혈단을 정제하여 신체와 정신을 3품 대원만으로 끌어올려 2품으로 승직하는 확률을 끌어올리고 싶어 했지.”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왕이 혈단을 정제하는 이유는, 왕비를 채보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그가 진작에 알던 일이었다. 2품으로 승직하는 가장 핵심은 왕비의 영혼이었으니까.

회왕은 그저 성공률을 높이고 싶었기에 혈단을 정제하여 3품 대원만까지 강제로 끌어올렸다. 이 점에서 그는 3품이라는 경계의 핵심은 생명의 정수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조위가 소매를 가볍게 휘두르자 정자 밖에 있던 빽빽한 벌레들이 뒤흔들려 가루가 되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이론적으로 4품으로 승직하기만 하면 만약 충분히 강대한 생명의 정수가 있다면 3품으로 빠르게 승직할 수 있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네. 혈단은 그저 발단일 뿐이야. 4품 무사가 하려는 건 그걸 흡수하는 게 아니네. 보통 사람의 몸으로 이렇게 방대한 능력을 흡수하면 몸이 터져 죽을 것이네. 마치 저 벌레들처럼 말일세. 옳은 방법은 생명 능력을 이용해 육신을 다듬고 자극하여 자네의 신체를 탈바꿈하여 세속을 초탈하는 것이지. 자네의 신체를 탈바꿈하여 세속 초탈에 들어선 뒤 혈단의 힘을 다시 흡수하여 상처를 회복하는 걸세.”

‘혈단은 치트키구나. 그 생명 능력을 이용하여 세속 초탈의 문을 밀치는 셈이군. 실패하면 필연적으로 사망에 이르겠어. 혈단 정수를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 혈단을 이용해 상태를 회복하고 재생시킬 수 있다라…….’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이해하기 어렵지 않네요.”

“내가 정자에 결계를 쳤으니 여기서 승직해도 무방하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내가 자네 목숨을 지켜줄 수 있어.”

조위의 이 말은 아주 직설적이었다. 무사가 이렇게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 실패하면 바로 죽음이며 이런 수단은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허칠안은 연화(煉化)의 세부 사항을 제대로 물은 뒤 주저하지 않고 혈단을 삼켰다.

쿵!

혈단이 막 목구멍에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배 속으로 밀려들더니 아랫배가 터지는 것 같았다.

허칠안은 극심한 통증에 전방 지면에 피가 여기저기 튀는 걸 본 뒤에야 이게 착각이 아님을 알았다. 아랫배가 정말 터졌다.

푹, 푹, 푹……. 핏덩어리가 그의 몸 표면에서 연이어 터졌다. 그는 마치 협객들이 폭약을 쑤셔 넣은 이야기 속 대마왕처럼 가슴, 등, 허리 등 신체가 서서히 붕괴되었다.

“마음을 비우고 혈단을 연화하게.”

조위의 목소리는 마치 어떠한 힘이 담긴 듯했다. 그는 어지러운 생각을 거둠으로써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호흡을 가다듬는 방법으로 혼란스럽고 난폭한 생명의 정수를 끌어내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의 몸의 경맥이 끊기고 세포가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상처가 생겼다. 그의 몸 표면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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