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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61화 (661/712)

661화. 그가 웃고 있다

얼추 때가 된 걸 보자 병부시랑 진원도가 대열에서 나와 나지막이 말했다.

“폐하, 신은 원 어사가 한 말이 지극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위연이 공을 탐내 무턱대고 뛰어들어 팔만 대군을 매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무신교의 보복까지 불러왔습니다. 만약 허칠안이 그때 마침 상주 옥양관에 있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상주는 이미 폐허가 되고 백성들은 참혹하게 보복을 당해 40년 전의 참상이 재현되었을 겁니다.”

이는…… 위당 관원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진원도가 이 일로 위 공을 공격하다니. 그리고 이는 확실히 사실이었기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일단 옥양관이 함락되고 상주 백성들이 보복을 당하면, 위 공의 모든 행위는 더 이상 언급할 만한 공로가 조금도 없게 된다.

왕 재상은 미간을 찌푸렸고 마음속에서 괴이한 감정이 솟구쳤다. 이번에 염국·강국 두 나라 연합군이 옥양관을 친 건 정말로 폐하가 위연의 공로를 억누르기 위해 깐 초석이었다.

‘고작 사후 명성을 위해서 이 정도일 리는 없다. 배후에 틀림없이 내막이 더 있다. 혹은 위연의 공적을 억누르는 건 단지 목적 중 하나일지도…….’

왕 재상은 가슴이 철렁해서 대열에서 나와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허칠안을 만났습니다. 그가 옥양관에 간 건 위연의 부탁을 받아서라고 대신들에게 알리라고 하더군요. 위연은 무신교가 반드시 보복할 것임을 알았기에 후수를 남긴 것입니다.”

훌륭하다!

장항영 등의 눈이 반짝였다.

진원도는 허칠안의 공적으로 위 공의 허물을 들추어 공격하였다. 왕 재상의 이 수는 발본색원에 버금갔다.

이는 증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위 여부를 떠나 허칠안은 틀림없이 위 공의 편에 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는 노련했다.

원웅이 반박했다.

“사전에 무신교의 보복을 계산했다면, 왜 조정에 통지하지 않고 도리어 재야의 평민에게 부탁하셨지요? 재상 대인께서 설마 폐하를 세 살짜리 아이로 취급하고 제멋대로 속이셨습니까?”

원웅과 진원도의 ‘발톱’이 잇따라 맞물렸다.

세 측 선수는 끊임없이 언쟁을 벌였다.

이때 한 종실 군왕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흐느껴 울었다.

“폐하, 위연이 공을 탐내어 무턱대고 뛰어들어 우리 대봉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습니다. 요족과 오랑캐도 우리 대봉만큼 손해가 막심하지는 않지요. 이게 요족과 오랑캐를 지원하는 겁니까? 이건 국력을 스스로 깎은 것입니다. 정산성이 함락되었지만, 우리 대봉이 어떻게 얻은 승리입니까? 요족과 오랑캐는 지금 아마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을 겁니다. 그들은 도리어 어부지리를 얻은 거지요. 다음 해에 만약 초주 변방을 다시 침략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이 군왕의 의미는 단순했다. 정산성이 함락되었지만, 대봉은 전략적으로 이미 졌다는 의미였다.

“위연, 빌어먹을!”

또 훈귀 종친 여러 명이 대열에서 나와 병부시랑 진원도와 우도어사 원웅을 지지하였다.

“그만!”

원경제는 비통한 기색을 드러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위연은 짐의 심복으로 짐과 20년 넘게 함께하였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짐은 매우 가슴이 아프다. 이 일은 내일 다시 논의한다.”

그는 즉시 일어서서 성큼성큼 떠났다.

원경제는 제공들을 등진 순간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그는 웃었다.

* * *

원경제는 조당 다툼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을 아주 잘 알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개입해야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무리를 끌어들이고, 한 무리를 제압하며 점진적으로 순환해야 했다. 그 과정에 적에게 반격하고 발설할 기회를 줘서 조금씩 상대의 예기와 투지를 꺾어야 했다.

만약 한 나라의 군주인 그가 무력으로 다수의 의견을 물리치고 억지로 위연을 단죄한다면, 결국에는 회왕이 죽은 뒤 군신이 오문을 둘러싸던 상황을 재연하게 될 뿐이었다.

바로 그의 화력이 지나치게 세찼던 게 군신들이 오문을 에워싼 이유 아니던가?

후속 조작과 배치로 초주 사건의 성질을 조금씩 바꾸면 뭉근한 불로 오래 끓인다는 이치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원경제는 궁정을 한가롭게 거닐며 고개를 들어 쪽빛 하늘을 멀리 바라보았다. 다만 그는 기운의 균형을 지키며 발설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지금 그가 하려는 행동은 기운을 흔드는 일이었다.

염국과 강국 두 나라가 이렇게 쓸모없어진 이상 그는 직접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날 그는 이 전역의 성질을 규정할 수는 없었지만, 어찌 됐든 조당에는 다른 목소리가 있기 마련이었다. 후각이 예민하고 조당의 정세 분석에 능한 경관에게는 아주 중요한 신호였다.

줄을 서고자 하는 자들은 지금 선택을 해야 했다.

줄을 서지 않는 자들은 얌전히 입을 다물고 그 변화를 조용히 지켜봐야 했다.

이후 이틀 동안 대조회와 소조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전 위당 구성원들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왕당과 연합하여, 원웅과 진원도 패거리와 격렬하게 논쟁하였다.

원경제는 과거 수 십 년처럼 옥좌에 앉아 호랑이 싸움을 지켜보았다.

가장 의외인 사람은 왕 재상이었다. 왕 재상은 위연과 반평생 다툰 늙은 재상이었지만 불가사의한 태도로 거침없이 전 위당 구성원들 편에 섰다. 위연의 사후 명성을 위해 이 전역의 성질 규정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 * *

성 북쪽 어느 소원 앞에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마차 한 대가 길가에 서서히 멈췄다. 평상복을 입은 중년이 마차에서 내려 수행원에 둘러싸인 채 소원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건 소박한 옷차림에 용모가 아름다운 부인이었다. 그녀는 문 앞에 이렇게 많은 남자가 있는 걸 보자마자 깜짝 놀라 황급히 문을 닫았다.

수행원이 손을 뻗어 막더니 엄하게 꾸짖었다.

“무례하게 굴지 말거라. 네 앞에 서 있는 분이 누구인 줄 아느냐?”

부인은 문을 닫을 수 없자 다소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고 집안을 향해 소리쳤다.

“어머니, 손님이 왔어요…….”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방 안에서 걸어 나와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 불청객들을 훑어보았다.

“누구십니까?”

노부인 역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산 사람이었다. 그녀는 중년 남자의 값비싼 옷, 짜임새 있는 장신구 그리고 허리춤에 걸린 옥패를 딱 훑어보니 상대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노부인은 점점 더 그들을 경계했다.

그 조정 앞잡이들의 목표는 아주 명확했다. 바로 갈취였다. 가증스럽지만 어쨌거나 분명히 겪을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집안은 가진 것 없이 너무 가난하여 생활이 고달팠다. 인간성이 결여된 저런 앞잡이들조차 다시 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신분이 고귀한 게 틀림없는 이 중년 남자는 또 무슨 일일까?

분명히 은자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중년 남자는 정원에 서 있었다. 구석에서 구구 우는 암탉 몇 마리와 공기 중에 은은히 퍼지는 닭똥 냄새가 그의 미간을 살짝 찌푸리게 했다.

“네가 육진남(陸震南)의 본처인가?”

육진남은 록야의 본명이었다.

노부인은 갑자기 크게 통곡하였다. 그녀는 지팡이를 바닥에 내던지고 주저앉아 사나운 여인의 관용적인 수법을 발휘하였다. 어쨌든 그녀가 먼저 비명을 지르며 억울함을 호소하면, 상대는 자신을 도덕적으로 대할 것이 틀림없었다.

노부인은 공부한 적이 없어 글자도 알지 못했다. 이것들은 전부 시정에서 단련해낸 경험과 도리였다.

하지만 중년 남자의 한 마디로 노부인의 울음소리가 순간 멎었다. 그녀는 마치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잡힌 늙은 암탉 같았다.

“육진남을 위해 사건을 뒤집고 싶지 않은가?”

‘그가 인신매매하고 양갓집 규수를 간음했는데 사건을 뒤집는다고?’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중년 남자를 쳐다보았다.

중년 남자는 웃더니 가능한 한 시정 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골라 말했다.

“아비의 죄를 대신하여 네 아들을 유배 보낸 고관대작은 위연이라고 한다. 야경꾼 관아의 우두머리지. 그가 지금 전장에서 죽었다. 누군가가 위연에게 모함당한 무고한 자들을 위해 사건을 뒤집고 그들에게 결백을 돌려주어 청렴한 공무 집행을 하고자 한다. 네가 점심 식사 이후에 오문에 가서 신문고를 두드려라. 위연이 무절제하게 재물을 착취하고 선량한 백성을 모독했다고 고발하면, 변방으로 유배 간 네 아들이 올해 춘제 전에 돌아와서 너와 상봉할 수 있을 것이라 내가 장담할 수 있다.”

노부인의 눈이 갑자기 반짝이고 기력이 왕성해졌다.

그러다 이내 또 두려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전에 고발하면 볼기를 맞을 겁니다.”

대봉 율법에 월소(*越訴: 하급 관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급 관아에 소송을 걸다)한 자는 곤장 50대였다.

이기면 후속은 무방했지만 지면 2천 리 감옥에 갇히거나 목숨을 잃을 터였다.

노부인의 나이에 곤장 50대를 맞으면, 소송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서 죽은 귀신 영감과 상봉하여 부부가 쌍으로 환생할 터였다.

중년 남자가 비웃었다.

“안심하거라. 우리가 널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네가 죽으면 우리가 헛수고한 게 아니겠느냐?”

그는 말을 하면서 곁에 있는 수행원을 쳐다보았다.

수행원은 금괴 한 덩이와 고발서 한 부를 던졌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고발장은 이미 써 두었다. 이 일을 잘 처리하면 네 아들이 돌아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금 오십 냥의 보수도 있다. 너희 한 가족이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노부인은 결심하였다.

“나리, 민부(民婦)를 위해 책임지고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년 남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전에 고발하는 과정과 방법은 내가 지금 네게 가르쳐주겠다…….”

* * *

오문 밖에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한 노부인이 아들 며느리와 손자를 데리고 오문 밖에서 신문고를 울렸다. 위연이 무절제하게 재물을 착취하고 선량한 백성을 모욕했다고 고발하였다.

21년간 정무에 태만한 원경제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그는 이 일을 책임지고 엄격하게 조사하라고 도찰원에 명령했다. 이 소식은 경관 사이에서 재빠르게 퍼져나갔으며, 경성 관리 사회에 암류가 거세게 일었다.

노부인은 즉시 도찰원의 어사에게 끌려가 도찰원 심문실에 끌려왔다.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정 부인은 날 때부터 관아를 두려워했다.

“아래로는 육이(陸李)씨인가?”

큰 탁자 뒤, 주심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노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들어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노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큰 탁자 뒤에 높이 앉은 관리 나리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 관리 나리가 바로 얼마 전에 직접 찾아와 그녀에게 어전에 고발하라고 지도한 그 중년 남자였다.

“본관은 원웅이다. 무슨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사실대로 얘기해보거라.”

“민, 민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전부 고발장에 쓰여 있습니다.”

“충분하지 않다. 좀 더 상세해야 한다. 본관이 네게 물으면 너는 대답한다. 숨기지 않아야 하고, 알겠느냐?”

“네…….”

“네 남편 육진남이 사람을 유괴하여 양갓집 규수와 아이 및 성인 남자를 팔아넘겼지?”

“절대 아닙니다. 민부의 남편은 옷감 장사하는 상인으로 아주 근면 성실한 백성인데 어찌 인신매매를 하겠습니까.”

“그럼 왜 인신매매 조직의 칼잡이가 육진남이 조직의 두목이라고 물고 늘어진 거지?”

“민부는 모릅니다. 민부는 이 자에 대해 전혀 들은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당시 저희 남편은 이미 병으로 죽은 상태였습니다. 전부 그들이 모욕하는 말로 죽은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괴롭히는 겁니다.”

“아, 죄를 씌우려고만 하는군.”

원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육씨 집안이 재산을 몰수당한 뒤에 너희들은 또 무슨 일을 당했느냐?”

“그 야경꾼들이 삼일 밤낮으로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우며 돈을 뜯어 갔습니다.”

“아, 갈취하며 백성을 마구 짓밟았군. 또 뭐가 있지?”

“그들이 제 아들 며느리를 희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아, 네 아들 며느리를 모욕했군. 양갓집 규수 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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