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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60화 (660/712)

660화. 파멸

화려하고 웅장한 황궁 침실 안, 늙은 태감은 항간의 소문을 생생하게 보고했다.

“시정 백성들이 전부 허…… 허칠안 그 개자식의 사적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가 적 십만을 죽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십오만, 또 누군가는 이십만, 심지어 어떤 이는 오십만 정예병이라고 말하더군요.”

늙은 태감은 섬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고선 왜 소문이 무섭다고 말하겠습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많이 퍼지면 양상이 변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허칠안이 가증스럽고 죽이고 싶어도 완전히 쓸모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원경제는 희색을 숨긴 늙은 태감을 쳐다보더니 별다른 표정 없이 말했다.

“원웅과 진원도를 불러오너라.”

늙은 태감은 상대방의 안색을 살피고 의중을 헤아리는 데 능했다. 그는 폐하가 기분이 좋지 않은 걸 보자 눈치 있게 물러났다.

원경제는 얼굴에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고선 가슴 속 엄청난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

무신교가 이렇게 보탬이 되지 않다니. 팔만 정예병이 한 놈에 의해 패전하고 통솔자 두 명조차 그의 손에 앞뒤로 죽었다.

상주·형주·예주 3주를 휩쓸지 못하면 대봉 기운을 없앨 수 없었다. 그의 좋은 일을 망쳤다.

“위연아, 위연. 보아하니 운명으로 정해져 있구나. 네가 사후에 오래도록 후세에 오명을 남기게 해야겠다!”

원경제는 침울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반 시진 후, 늙은 태감이 들어와 복명하였다.

“폐하, 진원도와 원웅이 밖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원경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진원도에게 들라 하거라.”

“네!”

늙은 태감이 물러났고 이내 병부시랑 진원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주 잘했다!”

원경제는 노란 비단을 깐 탁자에 앉아 아래에 있는 진원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군신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원경제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각 대학사는 나라의 기둥이다. 짐이 오랫동안 관찰하니 그래도 진 경이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 과찬이십니다. 신은 황송할 따름입니다.”

원경제는 손사래를 치더니 말했다.

“진 경은 사양하지 말거라. 위연의 일이 끝나면 이 조당의 형세가 바뀔 차례이니라.”

진원도는 깊이 읍하였다.

“군주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충성을 다해 맡겠습니다.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것이 신하 된 본분이지요.”

원경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가거라.”

그는 돌아서서 늙은 태감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원웅더러 들라 하거라.”

이내 원웅이 어서방에 들어왔다.

원경제는 더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지 않고 정색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가 관직의 길을 걸을 때 가장 중시하는 건 국가, 군주, 백성을 위함이 아니라 ‘화광동진(*和光同塵: 자신의 뛰어난 재주를 감추고 속세에 어울림)’ 네 글자라던데 원 우도어사는 그 이치를 훤히 꿰뚫고 있는가.”

원웅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외쳤다.

“소신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경제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엇? 자네가 무슨 죄를 지었지? 짐에게 얘기해도 괜찮다.”

원웅은 관리 사회에서 여러 해 동안 경험을 쌓았기에 군주를 모시는 일은 호랑이와 함께하는 일과 같다는 이치를 잘 알았다. 그는 쩔쩔매며 말했다.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릴 수 없는 게 바로 신의 가장 큰 죄입니다.”

원경제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말했다.

“지금 위연이 무신교 총단 정산성에서 전사하였기에 야경꾼에 지도자가 없다. 야경꾼과 어사를 통솔할 사람이 필요하지. 짐은 본래 원 경을 염두에 두었다.”

원웅은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는 흥분이 세차게 솟구쳤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하게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읍했다.

“소신, 폐하께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원경제는 내친김에 말했다.

“원 경은 동북 전사를 어떻게 보는가?”

원경이 우렁차게 말했다.

“폐하께서 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 * *

이튿날, 조회는 전과 다름없이 열렸다.

3일 동안, 조정은 사후 처리 일을 적극적으로 논의하였다. 하지만 모든 신하가 진정한 일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아주 잘 알았다.

요족 및 오랑캐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무신교를 공격한 이 전쟁은 어쨌거나 그 성질을 규정해야 했다.

성질을 규정한 뒤에야 천하에 명백히 알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사관 역시 어떻게 붓을 대야 하는지 알아야 했다. 찬양인지 아니면 규탄인지 말이다.

원경제는 줄곧 미루었다. 관리 사회에서 날카로운 시각을 지닌 일부 약삭빠른 인간들은 요 며칠 동안 이미 무언가를 세심하게 따져보았다.

폐하께서는 누군가 다른 목소리를 내길 기다렸다.

그저 이는 필경 금기를 범하는 일이므로 맨 먼저 공격하는 자가 반드시 오명을 뒤집어쓸 터였다.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문관이 어디 있겠는가?

이 일은 보통 논쟁과는 달랐다. 망치면 언제든지 간신이라는 낙인이 찍힐 테니 그 뒤에 숙청당할 것이다. 좌천당하거나 면직당한 뒤 사서에 기록되기까지 해야 한다.

제공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요동치는 종소리 사이로 차례대로 오문의 측문으로 들어와 금수교를 지나 금란전에 들어섰다.

금칠한 반룡(蟠龍) 초가 늘어선 채, 촛불로 금빛 찬란한 대전을 밝게 비추었다.

제공들이 대전에 들어와 일각 기다리니 원경제가 황포를 두르고 천천히 왔다.

군신들은 전쟁 후의 일에 대해 한 차례 논의하였고, 호부상서가 대열에서 나와 말했다.

“폐하, 무휼하는 일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됩니다. 속히 세상 백성들에게 그리고 전사한 장병들의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번에 원경제는 화제를 피하지 않고 조당 제공들을 굽어보며 천천히 말했다.

“경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어사 장항영이 대열에서 나와 우렁차게 말했다.

“폐하, 위 공이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키고, 정산성을 초토화함으로써 중원 왕조에 전에 없던 시작을 열었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위 공을 일등 위국공(魏國公)으로 추대하고, 충무(忠武)라는 시호(諡號)를 부여하기를 간청드립니다.”

이는 틀림없이 무종 황제 이후 최고의 영예였다.

일등 위국공은 최고의 작위였다.

충무는 무장의 최고 시호였다.

어쨌거나 위연은 과거 출신의 지식인이 아니고 관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위연이 문인이었다면 장항영은 감히 ‘문정(文正)’이라는 시호를 달라고 입을 뗐을 터였다.

조당 제공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고, 보기 드물게 반박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지난날의 정적도 포함되었다.

예전이라면 문관들은 지금 분명히 단체로 체면을 깎으러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 없었다.

우선 위연의 공적은 이러한 영예를 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사람이 등불처럼 죽었다. 그에게 사후 명성을 준들 뭐 어떠한가.

위당의 관원들이 잇따라 대열에서 나와 장항영의 말에 맞장구쳤다.

원경제는 더 말하는 대신 우도어사 원웅을 쳐다보았다. 원웅은 무슨 뜻인지 깨닫고 대열에서 나와 큰 소리로 말했다.

“허튼소리입니다. 장항영 등이 허튼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폐하, 절대 이런 간신들에게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전 안이 약간 떠들썩해졌다. 제공들은 자기 만족하며 속으로 말했다.

‘이 자식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건가?’

원경제 역시 매우 언짢아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원 경은 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위연은 우리 대봉의 군신으로 사직에 공을 세우고 나라에 목숨을 바쳤다. 더욱이 그는 생전에 짐의 심복이었지. 작위를 추대하는 건 마땅하다.”

“폐하!”

원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위연 이 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는 공신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에게 재앙을 가져온 우악스러운 사내입니다.”

“망할 놈!”

좌도어사 류홍이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위연이 직접 발탁한 심복으로 병부상서와 같이 전부 위당의 핵심이었다. 장항영은 그의 부하였다.

탁!

류홍이 화를 내는 소리는 늙은 태감이 더 우렁차게 휘두른 채찍 소리와 호통 소리로 대체되었다.

“떠들지 마십시오.”

누군가 뒤를 봐주자 원웅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냉담하거나 적의를 띠거나 야유하는 제공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그는 개탄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위연은 실제로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키고 역사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만으로 위연의 죄를 덮을 수는 없습니다.”

장항영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냉소를 지었다.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킨 게 죄입니까? 폐하, 원웅은 무신교와 결탁하고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하였습니다. 이 개자식의 머리를 베어주십시오.”

원웅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콧방귀를 뀌었다.

“대군이 출정한 목적은 요족과 오랑캐를 지원하고, 무신교가 북경을 삼키려는 야심을 저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보십시오. 위연이 뭘 했습니까? 그는 군대를 이끌고 무신교 총단 정산성을 쳐 우리 대봉의 팔만여 장병들이 타향에서 전사하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위연은 사욕을 위해 무턱대고 뛰어들었고 그렇기에 이렇게 막대한 손해를 본 겁니다. 폐하, 무려 팔만여 명의 장병들입니다. 그들은 위로는 모셔야 할 부모가 있고, 아래로는 부양해야 할 자식이 있습니다. 위연이 공을 탐했기 때문에 장병들이 타향에서 전사한 것입니다. 이렇게 국가와 백성에게 재앙을 가져온 놈을 어찌 작위에 봉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어찌 ‘충무’라는 시호를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왕당의 전청서가 대열에서 나와 반박하였다.

“원웅, 자네 여기서 쓸데없이 공론을 펼치며 요사스러운 말로 미혹하지 말게. 요족 및 오랑캐를 지원하고 무신교가 군대를 철수하게 하는 데 총단을 함락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가? 위연이 총단을 함락시킨 후, 정국이 바로 군대를 철수하였네. 이게 바로 가장 좋은 증명이지. 게다가 전장에서 싸우면 죽거나 다치는 건 피할 수 없네.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킨 건 전례를 깬 것이네. 어찌 자네가 모독하는 걸 용납하겠는가.”

원웅은 ‘허’하고 소리를 냈다.

“모독? 정국이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박하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네. 염국을 공격하는 게 설마 정산성을 함락시키는 것보다 어렵단 말인가? 정국 수도를 공격하는 게 설마 정산성을 함락시키는 것보다 어렵단 말인가? 위연은 병법대가로 이러한 이치를 그가 모를 리가 없네. 하지만 그는 구태여 정산성을 선택하였고 결국에는 십만 대군이 거의 전멸하고 일만여 명만 도망쳐 돌아왔지. 왜일까? 위연은 전례를 깨고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거 아닌가?”

대전 내 제공들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의논하기 시작했다.

원웅이 한 말에 일리가 있었는가?

있었다.

이번에 출정한 이유는 정국을 견제하고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위연이 염국을 치고 성을 포위한 뒤 지원하러 오는 강국을 치기만 한다면, 정국이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위연은 이미 해냈다. 염국 수도까지 쳐들어왔으니 포위하여 적을 공격하면 되었다.

혹은 바로 정국 수도를 기습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굳이 정산성 함락을 선택하였고 결국에 무신교 총단과 함께 희생되었다. 비록 역사의 강을 개척했지만 군대를 파멸시킨 것이기도 했다.

잔존 병력 일만 팔천의 대다수는 염국에서 철수해 돌아온 것이었다. 정산성은 이 전투로 다행히 살아남은 장병이 오천이 채 되지 않았다.

위연이 공을 탐내 무턱대고 뛰어든 게 아니라고 말해도 자리에 있는 제공들은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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