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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58화 (658/712)

658화. 뭐라고? 허 은라가 검 하나로 적군 수십만을 베었다니? (1)

왕 재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변방 군영에 있지 않고 뭐하러 돌아왔는가? 언제 돌아온 거지?”

이의가 대답했다.

“소장이 어제까지는 상주 옥양관에 있었다가 오늘 아침에 막 경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천감 양천환이 소장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대학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왕 재상이 물었다.

“팔백 리 긴급 전보는 사실인가?”

이의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순간 왕 재상의 눈에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

“본관을 무슨 일로 만나려고 하는가?”

이의가 말했다.

“그저께 염국·강국 양국 팔만 연합군이 옥양관을 공격하였습니다.”

“뭐라고?!”

모든 대학사들은 깜짝 놀라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왕 재상은 찻잔을 받친 손을 갑자기 털었다. 매우 뜨거운 찻물을 손등에 뿌렸으나 전혀 느낌이 없었다.

“위연이 막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킨 거 아닌가? 염국의 중심부를 뚫은 거 아닌가?”

전청서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제공들의 예측에 따르면, 손해가 막심한 무신교는 아무 말 없이 울분을 참으며 정신을 키우고 힘을 모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혹은 그들은 1차로 백성들을 위로하고 성을 복원한 뒤, 병력을 이동 배치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몇 달 내지는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완수할 생각을 하면 안 됐다.

전쟁의 불길이 일어난 무신교 영역에서 백성들은 피난했고 성지는 점령됐으며 총단조차 함락되고 파괴되었다.

전쟁 후에 재건하고 위무하는 등의 일은 길면서도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누가 생각했겠는가. 위연이 정산성을 함락시키기까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염국·강국 양국이 팔만 군대를 집결하여 옥양관을 친다니?!

이는 통상적인 전쟁 형태에 맞지 않는 행위였다. 자리에 있는 몇몇 대학사들은 놀라고 분노하며 망연자실했다.

왕정문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전황은 어떠한가…….”

그는 멈칫하더니 말을 바꾸었다.

“상주의 몇 개 성이 점령당했는가?”

양국 연합군 팔만, 적군은 복수의 불길을 등에 업었으니 틀림없이 목숨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변방 수비군이 위연의 전사를 겪음으로써 사기가 저하된 건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은 숫자가 현격히 차이나는 데다가 이의가 경성으로 돌아왔다……. 이런 정보는 왕정문에게 옥양관이 함락되었고 상주 백성이 정예병에게 짓밟히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는 심사가 깊은 늙은 재상을 다소 초조하게 했으며 그를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이의는 이 말을 들은 순간 본능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는 숭배하는 기색이 스쳤다.

‘그가 웃었다…….’

조정방 등의 표정이 약간 멍해졌을 때 이의가 말했다.

“다행히 당시에 허 은라께서 계셨기에 그가 혼자 힘으로 우리를 도와 적군을 막았습니다.”

대학사들은 여기까지 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허칠안의 일 처리 능력을 생각하면, 그는 충분히 일을 해결할만 한 인물이었다. 폭력으로든 다른 극단적인 수단으로든 말이다.

그러다 그들은 즉시 이상한 부분을 감지했다. 허칠안의 수련 수준으로 ‘혼자의 힘으로’가 가당키나 한가?

왕전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자신의 의문을 물었다.

이의가 말했다.

“허 은라가 홀로 적군의 진영을 뚫어 적군 만여 명을 베었습니다. 강국 통솔자 소고도홍웅을 죽이고 천군 사이에서 단칼에 염군 노이혁가를 베어 죽였습니다…….”

대학사들은 이의가 감칠맛 나게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모두 깜짝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모두 같은 표정이 되어 얼굴이 굳어졌다.

왕 재상이 찻잔을 천천히 기울이자 뜨거운 차가 다시 흘렀다. 그런 뒤 그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깜짝 놀라 깼다. 그는 온몸이 떨리는 듯했다.

“사실인가?!”

왕 재상은 떨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직이 감히 군정을 허투루 보고할 수 없지요. 소직은 이미 당보를 병부로 보냈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장 지휘사 대인의 부탁을 받아서입니다. 재상 대인과 여러 대인께서 속히 결단을 내려주실 수 있길 바랍니다. 3주 변방으로 지원군을 파견해 주십시오.”

이의가 말했다.

왕 재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자네 잠시 밖에 가서 기다리게. 우리 잠시 의논하겠네.”

이의가 간 뒤 의사당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든 학사의 머릿속에 약속이나 한 듯 경찰이 있던 해 그 동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아직 그저 위연의 총애를 입고 여기저기서 날뛰던 작은 인물이었다.

위연이 전사한 지금, 그는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전기적인 인물이 되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이미 달라졌다.

조정방이 개탄했다.

“생각지 못했네. 그가 이미 이 정도까지 성장하였다니.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면 진북왕을 대체하여 대봉 제일 무사가 되는 것도 문제없겠군.”

그는 성 아래에서 만군 가까이 되는 적을 죽이고 단칼에 염군 노이혁가를 베었다.

그는 이 공로만으로도 후작(侯爵)에 봉해질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이런 인물이 애당초 단칼에 요패를 자르고 관직을 버렸다.

성격이 불같은 전청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폐하께서는 회왕을 위해, 황실의 체면을 위해 그와 철저히 관계를 끊었네. 그는 더 이상 조정에서 벼슬아치 노릇을 할 수 없어. 게다가 허칠안의 성격으로는 폐하께서 과거의 잘못을 묻지 않는다고 해도 조정으로 돌아오지 않을 걸세.”

애석하다, 너무 애석하다!

화개전(華盖殿) 대학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연이 죽었으니 그는 어쩌면 경성을 떠날지도 모르네…….”

대학사들은 침묵하였다.

전청서가 탁자를 치더니 입술을 벌렸다. 그는 끝내 그 두 글자를 말하지 않았다.

왕 재상은 가장 친한 벗을 훑더니 화제를 이어받았다.

“생각지 못했어. 무신교가 이렇게 빨리 보복할 줄이야. 이건 결코 합리적이지 않네.”

건극전 대학사 진기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노이혁가는 아마 증오심에 판단력이 흐려졌을 걸세. 하지만 강국이 그 정도는 아니잖나. 더욱이 그 위로는 무신교의 고품 주술사가 있고. 정국이 북경에서 교전하고 염국은 손해가 막심하여 휴식과 정비가 시급했지. 그래도 강국 병력은 잘 유지되고 있었네. 이렇게 세차게 밀려오면 한순간 쾌재를 부를 수는 있겠지만, 대봉이 일단 반응을 보이며 병력을 배치하면 염국은 나라를 망하게 할 위험이 생기는 걸세.”

현재 북경의 정국은 요족 및 오랑캐의 견제를 받아 정산성 총단이 함락되고, 중·저품 주술사가 다치거나 죽었다.

대봉이 이를 악물고 무신교와 대형 전역을 한 차례 치르기만 한다면, 염국은 나라 멸망의 위험을 안을 것이며 강국도 딱히 나을 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왕 재상은 각 주에서 군사를 다시 배치하자고 제안했었으나 원경제가 부결하였다.

진기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그들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남침한 거지?”

“어쩌면 감정이 내게 알려줄 수도 있네.”

왕 재상이 나지막이 말했고, 뒤이어 전청서를 보고 말했다.

“청서, 그 장군을 들어오라고 하게.”

이의가 다시 의사당으로 들어왔고, 왕 재상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있는가?”

이의는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진영이 경성에 도착했습니까?”

왕 재상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진영이 누군지 떠올렸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일세. 또 무슨 일이 있는 겐가?”

‘보아하니 그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군…….’

이의가 갑자기 분개한 기색을 드러냈다.

“출정할 때 가져간 군량과 마초를 제외하고 후방 부대는 단 한 번도 군량과 마초를 지원받지 않았습니다. 대군이 적을 죽일 때 3주 호부가 저희의 보급선을 끊더군요. 저희가 철수해서 돌아온 뒤에 3주 호부 관원을 찾아가 질문하였고 그제서야 군량미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가 이 말을 내뱉자 자리에 있던 대학사들의 안색이 변했고 전청서는 ‘우물쭈물’하며 일어섰다.

왕 재상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빠르게 두드리며 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군량미가 없어졌다는 게 무슨 말인가. 대군이 출정하기 전에 변방의 군량과 마초를 호송했는데? 3주 호부에서 점검하지 않았는가? 자네들은 점검하지 않았어? 압운관(押運官)은? 군량미 독운(督運)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군량과 마초가 1순위였다. 십만 명이 먹고 마셔야 하니 군량과 마초가 없으면 군사 정변이 일어날 터였다.

“저희는 당연히 사람을 파견해 철저히 점검하였지요. 하지만 저희가 철수하여 돌아왔을 때 군량과 마초가 없어진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미 누군가 몰래 운반해간 뒤였지요. 압운관과 군량미 독운 등 책임지는 관원은 그 행적을 알지 못했습니다.

진영이 호부 관원을 찾아가 물었는데 그 개 같은 관원이 명을 받들고 한 일이라고만 얘기하고 다른 건 일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영은 너무 분노한 나머지 그들을 전부 베었지요.”

이의가 고개를 숙인 채 이 모든 얘기를 마쳤다.

쿵!

대학사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에 몸이 휘청거렸다.

“명을 받들어 한 일이라니, 누구의 명을 받든 거지? 누구의 명을 받든 거냐고?! 그, 그 진영은…… 누가 그더러 사람들을 전부 베라고 한 게냐. 그가 사람들을 전부 죽였으면 우리는 누구에게 물어보러 가야 하는가?”

“무식한 놈, 빌어먹을 무식한 놈!”

성격이 거친 전청서는 미칠 듯이 화가 났다.

유일하게 왕 재상만이 우두커니 앉아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대학사들이 얼추 말다툼을 끝내자 그는 묵묵히 손 옆에 있던 관모를 집어서 쓰더니 느릿느릿 밖으로 걸어갔다.

“감정을 만나러 가겠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다.

* * *

이 시각 병부상서는 병부 관아 대청에 앉아 당보의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당보에는 두 가지 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나는 염국·강국 두 나라 연합군이 옥양관을 공격하였다가 허칠안 한 사람에게 패배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적군 만 명을 베고 염군을 죽여 연합군이 궤멸하였다!

둘째는 군량과 마초가 까닭 없이 실종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당보 외에 장개태의 친서가 한 통 더 있었다. 병부상서와 장항영 등 어사에게 진영을 구해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었다.

호부 관원을 죽였다면 이미 군사 정변과 마찬가지였다.

자고로 군사 정변은 병사는 용서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반드시 죽었다.

병부상서는 위연이 직접 발탁한 자로 위당의 핵심이었다.

병부상서는 한참을 침음하더니 심복을 불러 말했다.

“당보 내용을 내보내라. 단, 첫째는 얘기하되 둘째는 얘기하지 않는다.”

군량과 마초 일은 아직 정론이 나지 않았고, 중대한 사안이라 지금 흘리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허칠안의 사적을 널리 퍼뜨릴 수 있었다. 그의 목적은 이 전쟁의 승리를 선양하는 데 있었다.

‘폐하께서 망설이면서 결정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위 공께 사후 명성을 주길 원치 않으시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는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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