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57화 (657/712)

657화. 열띤 토론

“뭐하세요?”

이묘진은 버들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아주 심하게 상처를 입었소. 지병에는 독한 약을 먹여야지!”

양천환은 정당한 이치를 들이대며 설명하더니 허칠안의 아래턱을 한 번 쳐서 그가 약을 삼키게 했다.

‘지병에는 독한 약을 먹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복수하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지?’

비연 여협객은 그를 흘겨보았다.

양천환은 약을 다 쓴 다음, 또 그의 상처를 꿰매고 가까스로 지혈한 뒤 말했다.

“나는 그의 상처를 진정시킬 수밖에 없소. 그를 구하고 싶다면 스승님이 직접 나서야 하오.”

“사형조차 안 된다고요?”

이묘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보기에 양천환은 사천감의 대빵이었다. 이묘진은 감정 외에 사천감에서 양천환보다 품계가 더 높은 술사를 본 적이 없었다.

……양천환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이 자식이 화를 자초한 것이오. 내 능력과는 무관하오.”

이묘진의 말은 ‘천하가 나 허신년을 용납하지 않으니 이후의 대봉에 캄캄한 밤이 내리리라’라는 시와 일맥상통했다. 이는 양 사형이 듣기에는 무척 적나라한 도발이었다.

그는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분명히 유가의 언출법수를 사용했겠지. 허, 신체를 보호하는 호연정기가 없는데도 감히 유가의 법술을 사용하다니. 이렇게 끔찍한 상처를 보니, 음 그가 유가의 법술을 무엇과 바꾸었소?”

이묘진은 한참을 침음하더니 말했다.

“어쩌면 전투력 및 상태와 관련 있을지도 모르지요.”

“전투력 증가를 강행한 건가…….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

양천환은 쯧쯧 소리 내더니 말했다.

“유가의 4품도 이렇게 놀 엄두를 내지 못하오.”

“그런가요?”

이묘진이 물었다.

“물론이오!”

양천환이 입을 삐죽거렸다.

“운록서원의 그 몇몇 4품은 평소에 싸울 때도 ‘바지가 내려갔다’, ‘백 리 밖으로 물러나라’ 이런 말만 중얼대도 효과가 강하오. 하지만 너무 큰 살상력을 내는 수법은 쓰지 않소. 이는 호연정기가 상쇄할 수 있는 배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오. 아니었다면 유가가 무적이었겠지.”

이묘진이 말했다.

“유가는 전성기 때 무적 아니었나요?”

양천환은 이 여인과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기에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그가 1차로 약효를 흡수하여 통증이 나아지면 우리가 그를 데리고 돌아갑시다. 허, 통증을 얕잡아보면 안 되오. 어쩌면 그가 산 채로 아파하며 죽을지도 모르오.”

그는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나가서 돌아보겠소.”

사천감의 양천환, 양 대사가 왔는데 어찌 실력과 명성을 깊이 숨길 수 있겠는가. 그는 반드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기를 과시해야 했다.

* * *

끽…….

그는 옹성의 대문을 활짝 열고 밖에 있는 모든 수비군 앞에 나타났다.

수비군들은 나타난 백의 인사를 보고 좀 망연했다.

양천환은 유모 아래 감춰진 눈빛으로 망연한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침착한 어조에 속세를 벗어난 달인의 냉정함을 내비치며 선포했다.

“본좌는 사천감 양천환으로 감정의 삼제자다.”

‘사천감 술사……. 감정의 삼제자…….’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웅성 밖의 수비군 사이에서 갑자기 격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엇, 이렇게 환영한다고? 이, 이건 좀 불합리한데……. 아니, 아주 합리적이야!’

양천환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편 뒤 돌아서서 고집스럽게 뒤통수를 사람들에게 겨누었다.

그가 비록 유모에 뒤통수를 감추었다고 해도 말이다.

이때 그는 왁자지껄한 환호성 사이로 먼 곳에 있던 병사의 질문을 들었다.

“무슨 상황인가? 모두 왜 이러는가?”

한 병사가 대답했다.

“저 사람이 사천감의 술사, 감정의 삼제자라네.”

“뭐라고? 이거 정말 잘됐군, 정말 잘됐어…….”

“그러게, 그러게. 허 은라가 살았네. 허 은라가 드디어 살았어.”

누군가가 극도로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명색이 대봉 백성으로서 사천감 술사가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들이 환호하는 이유가 내, 내가 아니라 허칠안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양천환은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을 등진 채 손을 들고 아래로 눌렀다.

병사들은 그의 손짓을 보더니 차츰 조용해졌다.

양천환이 나지막이 말했다.

“허칠안, 그가 또 뭘 했는가?”

그는 허칠안이 대봉에서 명성이 높다는 걸 알았다(양천환의 기회와 인연을 훔쳤다). 하지만 군공만 아는 이 병사들이 설령 허 은라를 숭배한다고 해도 눈앞의 이 광경은 너무 과했다.

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허 은라는 정이 매우 깊지요. 우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홀로 내려가 진영을 뚫었습니다.”

어떤 병사가 말했다.

‘허, 채시구에서 국공을 벤 역사가 있지. 그는 이렇게 인심을 구슬릴 줄 아는구나!’

양천환은 평가했으나 속으로는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는 일찌감치 허칠안을 꿰뚫어 봤다는 태도를 보였다.

“허 은라가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두 번이나 적군을 뿔뿔이 도망치게 하고 만 명 가까이 죽였습니다.”

‘적 만 명을 죽이고, 두 번이나 적군을 뿔뿔이 도망치게 했다니…….’

양천환은 들을수록 점점 멍해졌고, 시선은 서서히 초점을 잃었다.

“허 은라는 자신의 힘만으로 만군 사이에서 직접 염군 노이혁가를 베었어요.”

“허 은라는 무적이에요.”

“내 평생 허칠안만을 추종하고 싶습니다.”

병사들은 말을 하다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하더니 두 눈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양천환은 묵묵히 옹성의 대문을 닫았다.

이묘진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걸어 나와 보았다. 양천환이 문에 등을 대고 기댄 채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모자도 비뚤어졌다…….

“괜찮습니까?”

이묘진은 ‘나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성녀라 아무리 웃겨도 웃지 않는다’라는 얼굴을 했다.

“내가 틀렸소. 내가 여전히 허칠안을 과소평가했어. 나는 본래 채시구에서 국공을 벤 시기가 이미 그 인생의 전성기인 줄 알았소. 생각지도 못하게 그가 이번에 훨씬, 더, 더…….”

그는 괴로움에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는 틀림없이 내가 그의 명성을 빼앗을까 봐 두려워 일부러 변방으로 달려온 것이오. 나를 피하기 위해서야. 정말이지 비열하고 뻔뻔한 사람이군……. 두 차례 적군을 격파하고 만 명 가까이 되는 적을 죽였으며 대군 사이에서 적장 우두머리를 취하다니! 허칠안은 어찌 바람을 타고 곧장 구만리 위로 부상하지 않는 거요?”

그는 부러운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다.

이묘진은 하마터면 얼굴을 가리고 돼지 소리를 낼 뻔했다.

양천환은 한참을 욕하더니 두 눈에 투지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염국의 수도가 어디에 있는지 내게 알려주시오.”

이묘진은 입을 오므리더니 웃음을 참고 말했다.

“염국에 가려고요? 하지만 허칠안이 만여 명의 수비군 앞에서 적을 물리쳤는데 사형 혼자 염국에 가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무신교 총단은?”

“그곳은 이미 위연이 함락시켰습니다.”

“……내게 기회가 더 있소?”

“없습니다.”

이묘진은 가차없이 그의 생각을 단념시킨 뒤 말했다.

“허칠안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듯합니다. 우리 경성으로 돌아가서 감정을 찾아가 그를 구해달라고 합시다.”

유모 속, 절망감에 피로가 가득한 양천환의 대답이 들려왔다.

“틀렸소, 죽으라그래!”

* * *

장개태는 병영 안에 있다가 환호성에 깜짝 놀라 깼다. 그는 몸을 솟구쳐 성벽 위로 훌쩍 뛰어올랐고, 양천환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매우 기뻐하며 옹성으로 들어왔다.

“양천환은?”

그는 좌우를 두리번거렸으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묘진이 구석을 가리키자 장개태는 내친김에 가 보았다. 양천환은 담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장식품처럼 조용히 있었다.

“왜 저러는가?”

장개태가 전음으로 말했다.

“그가 방금 허칠안의 일을 알았네.”

이묘진이 전음으로 대답했다.

……장개태가 양천환의 뒷모습을 다시 봤을 때는 연민이 가득했다.

“내 부장군이 자네들을 따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가도록 안배하겠네. 이곳의 일을 조정에 보고하게. 설령 팔백 리 긴급이라고 해도 며칠 걸려야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네. 염국·강국 양국 연합군이 물러나고 손해가 막심하다지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되네. 그들이 언제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네. 조정이 일찌감치 배치하길 바라네.”

장개태가 말했다.

게다가 그는 전사한 병사 역시 조정에 보고해야 했다. 또한, 허칠안 혼자서 적군 팔만을 막은 공로 역시 조정에 전해야 했다.

이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사시 초, 내각 의시당에서 재상 왕정문은 뜨끈뜨끈한 양생차를 받친 채 각 전(殿) 대학사의 열띤 토론을 들었다.

“폐하께서는 무슨 뜻인가. 왜 이틀을 협의했는데도 의사를 표하지 않으시는 건가?”

동각대학사 조정방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연속 이틀 동안 조회에서 뒷수습 건으로 토론했다. 하지만 원경제는 이 전역의 성질 규정 및 후속적으로 무신교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보복 방비에 아주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질구레한 일을 수없이 늘어놓고선 공적인 일은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제공들이 어떻게 간언하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급사중은 요 며칠간 여기저기서 날뛰었다. 그는 어제는 상소문을 쓰고 오늘은 직접 금란전에서 원경제를 비난했다.

그런 뒤 그는 함께 조정으로 끌려왔다.

“폐하께서는 위 공께 사후의 명성을 주길 원치 않은 듯하네. 동북 변방 3주에 병력을 배치한 일에 관해서라면…….”

무영전 대학사 전청서는 여기까지 말한 다음 잠시 멈추더니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라도 이런 식의 행위는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반했다는 낙인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폐하는 한 나라의 군주였으니 이런 상황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가 근래에 아둔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탁탁!

왕 재상이 탁자를 두드리자 대학사들이 쳐다보았다. 그는 숨을 내뱉더니 나지막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점심 식사 후, 관성루에 감정을 만나러 다녀오겠네.”

그의 후각은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했다. 위연이 전사한 뒤 왕정문은 전해오는 정보에 근거하여 이 일을 복기하였다.

그는 이 일이 두 나라와 연관되었을 뿐만 아니라 품계 전봉의 비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후자는 그들 문신이 섭렵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무조건 알 터였다.

대학사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건극전 대학사 진기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감정께 폐하를 압박해달라고 부탁해도 무방하네.”

이 말이 만약 퍼져나가면 정적의 허물을 들춰내서 공격할 명분이 생기지만, 대학사의 지위를 지킬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원경제가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는 현재 형세가 얼마나 긴박한지 알 수 있었다.

이때 내각 관원이 의사당 입구에 이르러 보고했다.

“대인 어르신들, 장개태의 부장군이라고 자칭하는 자가 만나뵙길 청합니다. 그는 재상 대인을 뵙고자 합니다.”

“장개태의 부장군, 병부에 가지 않고 내각에 뭐하러 왔지?”

전청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동각대학사 조정방이 말했다.

“병부에 갔었는데 재상 대인을 만나 뵐 일이 따로 있는 건가?”

왕정문이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들어오라고 하게.”

내각 관원이 물러났다. 이내 객지에서 온갖 고생을 하여 갑옷이 칼자국과 핏자국으로 뒤덮인 중년 장수가 들어왔다.

‘이렇게…… 이렇게 입고 황성으로 어떻게 들어오지?’

대학사들은 깜짝 놀랐다.

“소장 이의(李義), 장 지휘사 부장군으로 여러 대인을 뵙습니다.”

이의가 공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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