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56화 (656/712)

656화. 양천환이 도착하다

[일: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이: 내일 정오 전까지는 생명의 걱정이 없을 것이네. 하지만 금단을 꺼내면 아마 기껏해야 한 시진 정도 살 수 있거나 더 짧을지도 모르네.]

초원진은 회경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전서로 말했다.

[사: 그럼 처리하기 어렵지 않네. 자네가 돌아갈 수 없으면 사천감 사람을 오게 하면 되지. 양천환의 전송 진법이 검을 부려 비행하는 것보다 더 빠르네. 시간이 충분하니, 그가 바로 출발하여 도착하면 아마 내일 정오 전에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걸세.]

이묘진의 눈이 반짝였다.

이 방법은 아주 간단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생각지 못했다. 보아하니 관심이 흐트러진 듯했다.

초원진은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다.

[사: 지금 야간 통행 금지이니 리나와 항원이 내성을 다닐 수 없네. 일호, 이 일은 자네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어.]

일호는 조정에서 지위가 높고 권력이 막강했다. 생각건대, 야간 통행 금지가 그녀를 곤경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일: 알겠네.]

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문자를 보내어 말했다.

[오: 무슨 어려움이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하게. 모두가 같이 문제를 처리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참 좋잖나.]

‘오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마치 자신이 중요한 가담자인 듯한 이런 말투는 어떻게 된 일이지…….’

천지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마음속으로 많든 적든 비슷하게 비아냥거렸다.

[일: 사호, 북경 전쟁은 어떠한가?]

[사: 정국 기병이 철수했네. 본래는 몇 달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위 공이 고작 열흘만에 무신교 총단을 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

그는 이 내용을 다 보내고 갑자기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몇 초 뒤, 일호 회경은 화제를 돌렸다.

[일: 이묘진, 지금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줄 수 있는가?]

초원진은 속으로 슬프게 탄식하더니, 이묘진을 대신해 새로운 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 지금 우리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줄 수 있겠지. 허칠안은 노이혁가가 그렇게 만든 건가? 내가 기억하기로 염국의 국군은 쌍체계 4품 전봉이네. 3품 아래로 가장 강한 급이라고 할 수 있지.]

이묘진은 그저 염국·강국 두 나라의 대군 팔만이 성을 공격하였다고만 말했다. 그녀는 사건의 경위를 자세하게 서술할 시간과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초원진은 허칠안의 금신과 전투력으로는 보통 4품이 그를 거의 죽기 직전까지 때리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였다.

이묘진은 마음속의 큰 돌을 내려놓자, 방금처럼 그렇게 급박해하지 않으면서 문자를 보냈다.

[이: 허칠안이 혼자서 진영을 뚫다가 부상을 입은 걸세.]

그녀가 이 전서를 보내고 계속해서 글을 쓰려던 차에 초원진이 간단명료하게 전서를 보냈다.

[사: 헛소리!]

[일: 어찌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건가?]

회경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고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는 확실히 허칠안이 할만한 일이었지만, 이는 회경의 걱정과 분노에 어긋나지는 않았다.

[육: 허 대인은 확실히 충동적이네. 이게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는 확실히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었다. 허칠안의 지금 상태와 비교했을 때, 만약 이묘진의 금단으로 비호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황천길에 올랐을 터였다.

리나는 지서 파편을 감싸 안고 섬세한 미간을 찌푸렸다. 진작 알았으면 그녀는 그날 그를 따라 옥양관에 가서 상대가 천군만마든 뭐든 전부 내리쳐 죽였을 터였다.

‘참내, 다른 사람이 말 좀 마치게 하지…….’

이묘진은 입을 삐죽이더니 냉랭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 그가 혼자 진영을 뚫으며 적군의 모든 정예병을 거의 저지했네. 두 번의 살육으로 적군의 군심을 흐트러뜨리고 황급히 도망치게 했지. 수비군이 전투 이후에 시체를 처리하니, 대략 짐작해봤을 때 그가 오늘 전투에서 적어도 구천 명은 죽였더군. 어제 성을 수비하면서 그는 소고도홍웅을 죽였고, 오늘 진영을 뚫은 뒤에는 홀로 염군 노이혁가를 베어 죽였네. 남은 오만 적군이 질겁하고 물러났네.]

지서 단체 채팅방에 정적이 흘렀다.

천지회 구성원들의 머릿속에는 일련의 물음표만이 남았다.

‘혼자서 적 9천 명을 베고, 전봉 4품 둘까지 죽였는데 그중에는 3품 이하에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자도 있지 않은가? 이건 거짓이지? 이건 분명히 거짓이다…….’

지식인은 가슴에 정기가 있었다. 초원진은 구주를 수년간 떠돈 협객으로서 충분한 견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묘진의 멱살을 잡고 농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리나 역시 믿지 않았다. 그녀는 비록 아주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싸움과 수행에 관련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항원은 이묘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전적은 아마 3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허칠안은 5품 화경이었다. 5품의 수련 경지로는 적 9천을 죽이는 건 둘째 치고, 2천을 베기만 해도 힘이 다했다.

‘이묘진이 거짓말할 리가 없다. 더욱이 이런 거짓말은 의미가 없잖아…….’

회경은 생각이 번뜩여 문자로 말했다.

[일: 그에게 무슨 비장의 패가 있는가?]

[이: 그는 하룻밤 사이에 4품으로 들어섰네.]

애석하게도 그들은 지서 파편을 사이에 둔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묘진은 항원과 초원진 등이 탄식하는 듯 숨을 내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터였다.

초원진은 개탄하면서도 동정했다. 그가 기억하기로 출정하기 전에 허칠안은 줄곧 ‘의(意)’라는 관문에 갇혀 시종일관 돌파하지 못했다. 본인도 엄청 급하지는 않았기에 순서대로 착실하게 수행하였다. 그는 빨리 깨달아도 좋지만, 깨달을 수 없다면 천천히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좋게 말하자면 마음 상태가 좋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태만한 상태였다.

누구도 위연이 죽은 뒤, 그가 하룻밤 사이에 4품으로 승직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 남자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이 순간 회경의 눈에 눈물이 반짝이는 듯했다. 혼자서 생사를 고려하지 않고 진영을 뚫었으니 어찌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서 채팅방에서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이묘진은 한참을 기다렸다가 말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그들이 각자의 감정에 빠져 더는 전서를 이어나가길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지서 파편을 거두고 돌아서서 남루한 침상 옆으로 돌아가 말했다.

“여명이 밝기 전에 사천감 양천환이 올 걸세.”

장개태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는 희비가 엇갈린 뒤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모든 장병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었다. 허 은라가 여기에서 죽으면 그들의 한평생에 가시지 않을 그늘이 될 것이었다. 그들은 남은 생을 자책과 죄책감 속에서 살 것이었다.

장개태는 냉혹한 얼굴에 웃음을 자아냈다.

“알겠네. 나가서 형제들에게 거기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철수하여 쉴 사람들은 쉬고 싸맬 자들은 싸매라고 통지하겠네. 온종일 싸웠으니 지쳤을 거야.”

장병들은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가려고 하지 않았다. 허 은라가 호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그들은 갈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몇몇 고집불통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장개태에게 말대꾸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 * *

옥양관 백 리 밖의 황야에 백의 형체가 반짝였고, 발아래에서는 청광 진문이 빛났다. 그가 반짝이는 빈도는 아주 빨랐다. 마치 수면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방에 있는 웅대한 성의 윤곽이 어둠 속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혈광(血光)의 기운이 충천하였군. 이곳에서 막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어…….”

백의 형체가 나지막한 어조로 말하니, 마치 세상을 비탄하는, 속세를 벗어난 달인 같았다.

또 진문이 반짝이더니 그는 성벽에 이르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마도 위를 순찰하는 병사가 이렇게 적다니?

그는 옹성 방향을 봤을 때 마침내 원인을 알았다. 알고 보니 병사가 옹성 근처에 집결해 있었다.

백의 형체는 당혹스러움을 면치 못했다. 이 저속한 군사들은 한밤중에 쉬지도 성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사람이 좀 많군. 일찍이 준비해서 다행이야!”

백의 형체는 가볍게 웃었다. 모든 걸 전부 장악했다는 자신감과 태연함이 배어 있었다.

* * *

이묘진은 탁자에 엎드려 졸던 중 영문도 모른 채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녀가 즉시 놀라서 깨 고개를 들어 보니 백의가 방에 서 있었다.

그는 유모를 썼으며 그 아래에는 가면이 보였다. 가면 아래는 천으로 가린 듯했다.

“양천환?”

이묘진이 상대방을 떠보았다.

“생각지 못했소. 내가 이미 겸손하게 분장했는데 태어날 때부터 지닌 빛을 감출 수는 없군. 이 도사, 보아하니 내가 그대 마음속에 지우기 어려운 인상을 남겼나 보오.”

양천환은 흐뭇해했다.

‘내가 너한테 오라고 요청했으니까…….’

이묘진도 아주 흐뭇했다. 양천환은 비록 성격이 괴상하지만, 일 처리는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지금껏 결석하거나 지각한 적이 없었다.

“왜 이렇게 분장한 겁니까?”

그녀는 당황했다.

“여기에 사람이 너무 많소. 내가 어느 위치에 서 있든 나의 얼굴을 보는 자가 있을 것이오. 이는 속세를 벗어난 달인의 패기와 창생을 등진 고독함에 어울리지 않소.”

양천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묘진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 감정의 삼제자는 뒤통수로 사람을 만나는 데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착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허칠안이 어떠한지 어서 좀 보십시오.”

양천환은 침상 옆에 앉아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더니, 그의 손목을 쥐고 맥을 짚었다. 그는 한참 뒤 애석하게 탄식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묘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방금 피어올랐던 기쁨은 마치 찬물에 꺼져버린 불꽃 같았다.

“그, 그를 살릴 수 없나요?”

“아, 아니오. 그래도 응급처치할 수 있소.”

이묘진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방금 고개는 왜 돌리고 숨은 왜 내뱉었습니까?”

양천환은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특별한 의미는 딱히 없소. 그저 이렇게 하면 내 중요성이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소? 결정적인 시기에 내가 나서야 한다니.”

이묘진은 그를 죽이고 싶었다.

“그는 어쩌다가 이렇게 부상을 입은 것이오?”

양천환이 물었다.

……이묘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십니까?”

양천환은 ‘흥’하고 소리를 냈다.

“내가 왜 알아야 하오? 설마 그대 역시 채미 사매처럼 내가 그를 흉내낸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이묘진은 웃었다.

이묘진은 양천환이 허칠안을 흉내 내는 데 빠졌다는 점을 알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허칠안은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기 좋아하며, 매번 한발 앞서 기연을 빼앗았다.

양천환이 사람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건 아니었다. 그는 근거가 있었다. 예를 들면 불문 두법 때, 감정이 애써 그를 관성루 밑에 가둔 뒤에 사천감을 대표하여 출전하라고 허칠안을 내보냈다.

또 예를 들면, 천인 간의 전쟁 때 양천환은 ‘마침’ 또 관성루 밑에 갇혔다.

‘그가 만약 허칠안이 한 일을 안다면, 분명히 부러워서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겠지…….’

이묘진은 지금 그에게 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녀는 적어도 허칠안의 상처를 안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웃음을 거두고 공수하며 간절하게 말했다.

“허칠안을 양 사형께 부탁드립니다.”

양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종 성녀의 간청하는 태도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즉시 수납 주머니에서 각종 일용 용기 그리고 바늘과 실을 꺼내더니 허칠안의 입을 비틀어 열었다. 그런 뒤 그는 ‘뽕’하는 소리를 내더니 자기 병의 나무 마개를 열었다. 그러고는 네다섯 개의 자기병 입구를 허칠안의 입으로 쑤셔 넣었다.

약을 주입하는 방식이 거칠다고 할 만했다. 몇 번 안 돼 의식을 잃었던 허칠안의 얼굴이 자홍색으로 달아올랐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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