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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55화 (655/712)

655화. 만군이 수풀에서 적장의 목을 취했으니 쾌재를 부르자! (2)

진영 앞, 노이혁가는 손가락 꼽는 행동을 멈췄다.

점괘에 의하면 운수대통이었다.

그는 즉시 거대한 새의 허영을 불러 양 어깨를 걸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염군은 머리카락과 수염을 흩날리며 공중에서 크게 소리쳤다.

“허칠안, 본군이 오늘 너의 뼈를 부러뜨리고 가루로 만들어 전사한 장병들을 추모해야겠구나!”

그는 높은 곳에서 기운이 빠르게 쇠약해지고 눈빛이 암담해지고 있는 그 청의를 내려다보았다.

이 순간 염군은 상대가 비장의 패를 다 썼다는 걸 더할 나위 없이 확신했다.

무사의 위기 경보도 무탈했고, 점괘도 운수대통이었다.

그리고 3품 이하 중에 거의 무적인 그의 수련 경지로는 대봉의 이 젊은 은라를 베는 건 십중팔구였다.

드높은 기기의 압력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염군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무시무시한 기압이 이미 허칠안을 제대로 서지 못하게 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들어 살의와 분노로 뒤덮인 쌍체계 4품 전봉 고수를 바라보더니 웃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진영을 뚫는 게 그저 단순히 시간을 끄는 거라고 여기는 건가?’

피슉……. 마지막 종이 한 장을 연소하자 청기가 그를 감쌌다. 허칠안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내 상태를 전봉으로 회복한다.”

순식간에 마른 나무에 꽃이 피듯 강대한 기기가 지친 몸에서 탄생하였다.

허칠안은 칼을 거두더니 모든 기기를 무너뜨리고 모든 감정을 추슬렀다. 그는 마치 몸속에 소용돌이가 있는 듯했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염군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무사의 위기 경보가 울렸다. 모든 세포가 위험을 울부짖었으며 모든 신경이 그에게 도망치라고 재촉했다.

이때 염군은 자신이 염력에 꼼짝없이 사로잡혔다는 걸 감지했다.

‘내 점술이 분명히 운수대통이라고 했는데 왜 연정경의 위기 경보가 이런 반응을 하는 건가…….’

염군은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양자 간에 모순이 생겼다.

이는 지금껏 없던 상황이었다. 적어도 무사의 몸에는 없던 일이었다.

거대한 새의 허영이 흩어지고 불문 승려의 허영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염군은 두 팔을 뻗어 두 손바닥으로 허칠안을 조준했다.

“도살용 칼을 내려놓아라.”

불문 계율.

“죽어라!”

주살술.

허칠안의 몸 표면에서 옅은 금색의 빛이 일더니 두 가지 법술을 감감무소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염군의 안색이 ‘쓱’하고 창백해졌다. 그는 왜 점괘가 운수대통으로 나타났는지 알았다. 허칠안의 몸속에 도문 금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살술, 불문 계율 역시 금단에는 효력을 나타내지 못했다.

승려의 허영이 흩어지고 거대한 새의 허영으로 빠르게 대체되더니 노이혁가를 잡아매어 철수하였다.

도망치자, 얼른 도망치자.

좀 더 높이, 좀 더 높이 날아라. 저속한 무사는 오랫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 없기에 하늘을 나는 편이 안전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들었다. 쪽빛 하늘 저 먼 곳에 매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날았다.

‘위 공, 걸어야 할 길을 이미 다 걸으셨군요. 그리고 저의 길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저는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여 적을 모조리 죽일 겁니다……. 저는 이미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이 순간 태평도, 천지일도참, 심검, 사자후, 양의가 한 화로에 혼연일체하였다.

쨍!

귀가 멀 정도로 큰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반짝임의 극치인 도화(刀華)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번쩍하고 사라졌다.

높은 하늘, 사라졌던 도광이 돌연 나타나 노이혁가의 허리를 베었다. 그는 양국 연합군 앞에서 사지가 절단되어 무력하게 추락하였다.

그는 원신과 육신을 함께 베었다.

그가 이 칼로 벤 건 한 국군의 삶과 죽음, 영예와 치욕이 서린 육십갑자 세월과 3품 이하에서 무적에 가까웠던 강자와 60년 동안의 최절정 수련 경지였다.

허칠안의 온몸에서 혈무(血霧)가 폭발하고, 금신이 산산이 조각나더니 그를 절반으로 잘라버리기 직전인 흉악한 상처가 드러났다.

의명(意名): 옥쇄(*玉碎: 공명을 위해 깨끗이 목숨을 버린다)!

궁지에 몰린 자는 물러서고자 해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 의(意)는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칼에서 비롯되었다. 허칠안은 공명을 위해 목숨을 바쳤을 뿐이었다.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는 상대는 물론이고 자신도 다치게 하는 일이었다.

‘위 공, 저 이미 4품에 들어섰습니다. 이 모든 걸로 저는 옥쇄(*玉碎: 공명을 위해 깨끗이 목숨을 버린다)라는 명성을 얻을 겁니다. 애석하게도 위 공께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요…….’

허칠안은 동북 방향을 멀리 바라보며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뒤이어 그는 칼을 짚고 굳건히 서서 적을 흘겨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염국, 강국 양국의 겁쟁이 중에 사내는 하나도 없군. 틀렸는가?”

염국과 강국 양국 대군은 패전하고 뿔뿔이 흩어져 허둥지둥 도망갔다. 산이 무너지듯 걷잡을 수 없이 패배하였다.

장개태가 드디어 도착하였다. 그는 손을 뻗어, 바닥을 구르는 젊은이를 잡았다.

그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입가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어찌 대인이십니까. 이묘진은요? 이묘진 그 못된 계집애가 어째서 저를 데리러 오지 않았습니까?”

장개태는 입을 벌렸다.

그는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 시끄럽군…….”

장개태는 그의 상처를 손으로 가리며 억지로 웃었다.

“장병들의 환호성이네. 그들은 자네를 위해 환호하며 웃기도,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 헤, 이 몸은 아직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네.”

허칠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위 공의 체면을 깎지 않았지요?”

본래 위연이 죽은 뒤 슬픔을 억지로 참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던 장개태의 시선이 순간 흐릿해졌다. 그는 흐느껴 울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위 공, 이게 위 공의 계보입니다.’

* * *

깊은 밤!

성벽 위 웅성 안, 숯불이 잠잠하게 타면서 가을밤의 한기를 몰아냈다.

구리 주전자 안에서는 물이 펄펄 끓었다. 이묘진은 피로 물든 수건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가볍게 씻었다. 구리 대야가 순식간에 검붉어졌다.

“이,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그가 계속 이렇게 피를 흘리면 오늘 밤을 버티지 못할 걸세!”

장개태는 대청에서 초조해하며 서성거렸다.

다른 장수들은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초조해했다. 다급함에 우거지상을 하였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장개태가 허칠안을 데리고 성벽에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며 숨이 간신히 붙어 있는 상태였다. 옷을 찢어 상처를 본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그는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온통 갈라진 상처뿐이었다.

자기처럼 균열이 생긴 상처에 끊임없이 선혈이 흘러나왔다.

장개태 등은 하마터면 그의 허리를 잘리게 할 뻔한 허리 쪽의 흉측한 상처를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설령 그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심한 상처를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한 시진 내에 사망할 확률이 농후했다.

4품 무사는 3품의 불멸의 몸을 지니지 못했으니, 주술사의 혈령술처럼 기혈을 활성화시켜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다.

이묘진은 도문의 제자로서 의술 방면을 대강 섭렵했다. 어쨌거나 단을 정제하고 싶으면 약리에 정통해야 했다. 게다가 그녀는 외상을 치료하는 단약을 좀 휴대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단약은 허칠안의 상처에 조금도 작용하지 못했다.

그가 통째로 삼킨다고 해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가 약을 가루로 갈아 상처에 발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네. 그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야 하네. 사천감만이 그를 구할 수 있어.”

이묘진이 탄식했다.

그녀는 허리 쪽의 그 치명적인 상처가 어찌 된 일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묘진은 온몸이 도자기처럼 금이 간 현상은 유가의 언출법수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 법술의 배반에서 비롯되었을 터였다.

마치 그날 그가 위세를 부리며 자신과 초원진을 격파했을 때 결과적으로 혼비백산했듯이 말이다.

이묘진은 돌이켜 생각했다. 애당초 허칠안이 유가 법술을 이용하여 원신을 증강하였기에 원신이 배반을 당했다. 이번에 몸에 균열이 생기고 피가 나는 것에 그치지 않은 이유는 아마 그가 기기를 증강했기 때문일 터였다.

“이 도사, 이 장군, 부탁하네, 부탁하오.”

장개태는 정신을 차리고 다급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이묘진은 암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 금단이 그의 몸속에 있네. 이미 금단이 어느 정도는 그의 상처를 진정시킨 걸세. 아니었으면 그는 아마도…….”

금단을 거두지 않으면 그녀가 어떻게 검을 부려 비행하겠는가?

그녀가 금단을 거두면 아마 경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남자는 세상을 떠날 것이다.

장개태 등의 장수들은 얼굴에 깊은 절망만이 감돌았다.

그녀의 부드럽고 촉촉한 손가락이 허칠안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 그녀는 마음속에 깨끗한 슬픔이 솟구쳤다.

‘자네가 옥양관을 구하고, 일만사천 명의 장병들을 구제했는데 나는 뭘로 자네를 구제할 수 있지?’

그녀는 잠시 괴로워하다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손을 뻗어 품속에서 지서 파편을 꺼내 옹성 밖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자네들이 그를 돌봐주고 있게. 나는 잠시 갔다가 돌아오겠네.”

이묘진은 옹성 문을 열었다가 갑자기 멍해졌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새까만 사람 형체였다.

마도 위, 옹성 문 입구를 중심으로 인파가 양쪽에 만연하여, 시야에 담기지 않은 깊은 어둠까지 쭉 이어졌다.

“허 은라를 구하실 수 있지요? 허 은라를 구하실 수 있는 거지요? 맞지요……?”

인파 속, 한 병사가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안에서 나눈 대화를 전부 들었다.

이묘진은 그들을 다시 봤을 때, 비로소 칼로 피를 핥는 사나이들이 전부 눈시울을 붉혔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순간, 이묘진은 무엇이 ‘가슴이 강타당한 것 같다’는 것인지 깊이 실감하였다.

“그럴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옹성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문을 닫은 다음, 돌아서는 대신 장개태 등을 등진 채 지서 파편을 꺼내 전서로 말했다.

[이: 여러분, 나와 허칠안은 상주 변방 옥양관에 있네. 그는 중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어. 목숨이 경각에 달렸네…….]

이묘진은 세 단락으로 나누어 허칠안의 상황을 간결하게 서술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전서를 보내 물었다.

[이: 지금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육: 허 대인의 상황이 이미 그렇게 엉망이 됐다니! 아미타불, 빈승은 지금 동북으로 가 이 오랑캐들을 제도하고 싶은 심정이야.]

모두 지서 파편을 사이에 두었어도 항원 대사의 초조함과 우려 그리고 무력한 분노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일: 자네 금단이 그의 몸속에 있으니 당분간은 숨이 붙어있을 수 있잖나.]

‘매번 허칠안과 관련되면 회경은 과묵한 풍격을 싹 바꾸고 아주 적극적으로 변하는군…….’

이묘진은 남몰래 미간을 찌푸리고 전서로 대답했다.

[이: 맞네. 그러나 금단이 없는 나는 검을 부려 비행할 수가 없네. 내가 금단을 가져가면 허칠안은 경성으로 돌아갈 때까지 버티지 못할 거고. 나는 그의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쓸 수가 없네.]

‘뭐가 그의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쓸 수가 없다는 거야. 죽을지 살지는 아우 네 운명에 달렸다. 이런 건가…….’

초원진은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빈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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