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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54화 (654/712)

654화. 만군이 수풀에서 적장의 목을 취했으니 쾌재를 부르자! (1)

진영 앞, 노이혁가의 낯빛이 별안간 어두워졌다.

4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자식은 4품이었다.

5품은 밧줄에서 벗어날 수도 기기가 이렇게 넘쳐흐를 수도 없었다. 그는 허칠안과 맞붙어 본 뒤 대봉의 전기적인 인물의 실력에 관해 어느 정도 파악하였다.

하룻밤에 4품으로 들어섰다니. 이건 어느 급의 천부적인 자질이란 말인가.

노이혁가는 한 나라 군주의 신분이든 쌍체계 4품 전봉의 수련 경지든 3품 이하로는 ‘나 아니면 또 누가 있겠는가’ 하는 자부심을 지녔다. 이 순간 그는 대봉의 신예에 관해 전에 없던 질투가 솟구쳤다.

천하에 떨치는 명성, 대단히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는 금신 그리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뛰어난 천부적인 자질.

이 자가 죽지 않으면 10~20년 후에는 분명히 무신교의 큰 우환이 될 터였다. 어쩌면 정말로 대봉에 위연이 한 명 더 늘어날지도 몰랐다.

노이혁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다가 섬뜩하게 웃었다.

‘홀로 진영을 뚫는 너 허칠안은 운용 가능한 기기가 얼마나 있는 것이냐?’

3품 이하의 모두는 평범하고, 평범한 자는 한계가 있었다.

병사들이 이 의기를 닳게 하는 순간이 바로 그가 죽을 때였다.

노이혁가는 풍부한 전장 경험이 있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은 성을 공격하는 게 핵심이 아니었다. 관건은 허칠안을 포위하여 죽이는 것이었다.

대봉 수비군의 사기가 진작되었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시종일관 끄떡없는 허씨였다.

허칠안을 죽이는 일은 바로 대봉 수비군의 신념과 투지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마치 아라백의 죽음으로 적진으로 돌격하던 남은 보병들이 더는 적의를 갖지 않고 허둥지둥 도망쳤듯이 말이다.

마치 어제 소고도홍웅이 전사하면서 강국 군대가 하마터면 큰 혼란에 빠질 뻔했듯이 말이다.

노이혁가는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칠안의 머리를 벨 수 있는 자에게는 황금 천 냥과 식읍(食邑) 천 호(戶)를 하사하겠다. 손과 발을 베는 자에게는 황금 백 냥과 식읍 백 호를 하사한다!”

조수와 같은 목소리! 양국 연합군이 들끓기 시작했다.

황금 천 냥은 평생 써도 다 쓸 수 없었다.

식읍 천 호는 곧 천호후(千戶侯) 책봉이었다. 염국에서 천호후는 만호후(萬戶侯)의 대작위에 버금가는 것으로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렸다.

큰 포상을 내리면 반드시 용사가 나타나는 법이었다.

“파진영(破陳營) 출전을 요청합니다.”

“기병영(騎兵營) 출전을 요청합니다.”

“맥도군 출전을 요청합니다.”

“…….”

양국 연합군은 전의로 불타올라 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칼을 짚고 선 무사는 이 순간 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한입 물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사 머리를 빼앗지 못해도 팔 한쪽 뺏는 걸로 충분했다.

노이혁가는 위엄 있는 얼굴로 크게 손을 휘둘렀다.

“허가한다!”

큰 소리로 떠들어대던 대군은 오히려 숨이 막혔다. 그들은 순간 염군의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부대가 출전하는 것인가?

갑자기 기병영의 통솔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를 따라 돌격하라!”

그가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가 움직이자 뒤에 있던 기마병이 즉시 따랐다. 말 위의 인파가 기세등등하게 물결쳤다.

맥도군 통솔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멍하니 뭐 하는 것이냐. 이 몸을 따라 돌격한다.”

맥도군의 장병들은 잇따라 깨닫고 자기들 통솔자를 따라 진영에서 뛰쳐나왔다.

다음 순간, 출전을 청하던 그 부대들이 총출동하여 뒤질세라 앞다투었다. 유일하게 두려운 건 군공을 빼앗기는 일이었다.

출전을 청하지 않은 부대들은 화가 나면서도 다급하였다. 그들은 마치 마누라를 빼앗긴 듯했다.

“무려 2만 대군. 죽는지 죽지 않는지 지켜보겠다.”

한 통솔자가 화풀이하듯 경멸하였다. 그는 울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대봉의 그 허씨 필부는 시신이 온전치 못할 것임이 운명으로 정해졌는데 어째서 방금 약삭빠르게 출전을 청하지 않았을까. 그는 이 개 같은 자식을 거저 취할 수 있는데 말이다.

* * *

성벽 위, 장개태 등의 장수들은 안색이 돌변하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쥐 떼 같은 새까만 인파만 보일 뿐이었다. 마치 조수처럼 먼지가 일었다.

그리고 이 천군만마 앞에는 피로 물든 청의가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성벽 위의 모든 장병들은 두피가 저렸다.

꿀꺽……. 한 수비병이 목젖을 굴리더니 매우 불안에 떨며 말했다.

“허, 허 은라께서 막을 수 있을까? 우리, 우리가 내려가서 사람을 구하자고.”

“허 은라께서는 철수하고 돌아올 거야…….”

“지금 성문을 열면 성 아래의 적군이 벌떼처럼 밀려들 것이야. 우리는 근본적으로 구할 수 없어.”

한 병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 하지만 허 은라가 위험에 처한 걸 보고 있으면서 아랑곳하지 않을 수는 없네. 그는 지원군이 필요해, 지원군이 필요하다고…….”

보아하니 적군은 막아낼 수 없는 허 은라의 세찬 기세와 늠름한 자태로 철저하게 격노한 듯했다. 그들은 아무 대가도 고려하지 않은 채 허 은라를 죽이고자 했다.

수비병들은 똑똑히 보았다. 돌격해 오는 부대 속에는 적진을 치는 데 무적인 기병이 있었고, 단칼에 병사와 말을 박살 내는 맥도군이 있었고, 손에 방패를 들고 중갑을 입은 파진군도 있었다…….

전부 일류 정예병들이었다.

그리고 이 정예병들은 공성에 능하지 않은 게 명백했다. 따라서 이들은 다 허 은라를 노리고 가는 것이었다.

‘설령 허 은라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정예 부대를 맞닥뜨리면 이기지 못하겠지…….’

수비병들은 마음이 안절부절못했다. 아무리 허칠안을 숭배한다고 해도 이 순간에는 참을 수 없이 그가 걱정되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후방의 사람들은 그를 걱정했으나 오히려 허칠안 본인은 우뚝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돌격하는 적군을 기다리는 듯했다.

‘허칠안이 취했군…….’

장개태를 포함한 무사들의 마음속에는 동시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전혀 특수한 사례가 아니었다. 무사 체계와 다른 체계는 달랐다. 수련 경지가 높아지고 강해짐에 따라 신념 역시 점점 더 ‘무법천지’가 되었다. 사전에 매우 신중한 사람은 고품 무사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전장에서 적을 죽일 때 피가 들끓기 쉬웠다. 많은 무사가 함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며 적을 죽이다가 적진에 빠져 돌아오지 못했다.

장개태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고,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그는 사기를 북돋우는 허칠안의 인상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말했다.

“자네들 여기서 지키고 있게. 나는 허칠안을 구하러 가겠네.”

“지휘사 대인, 저희가 함께 가겠습니다.”

장수 몇몇은 그가 단독으로 출전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장개태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들은 여기에 남아야 하네. 우리 모두 내려가면 호시탐탐 노리던 노이혁가가 틀림없이 나설 거야. 내가 허칠안을 구하러 가겠네. 내가 가겠어. 그는 우리 야경꾼 관아의 후배이니 내가 위 공을 대신해 보호할 걸세.”

이번에 이묘진은 그를 막지 않은 채 촉촉한 눈빛으로 허칠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금단이 그자는 아직 여력이 있으니 장개태가 구하러 갈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허칠안은 장개태가 구하러 갈 때까지 버티기에 충분했다.

* * *

적군이 쥐 떼처럼 세차게 밀려왔고, 양측의 거리가 끊임없이 좁혀졌다.

백 장, 팔십 장, 오십 장, 삼십 장…… 앞에서 돌격해 오는 각 부대의 우두머리는 흉악한 얼굴을 했다. 기병들은 밧줄을 흔들었으며 맥도군은 중형 군도를 휘둘렀다. 파진영은 방패를 높이 들고 돌격에 박차를 가했다.

허칠안의 손가락 사이에서 자색의 분말이 어지럽게 흩날리며 바람에 따라 분산되는 걸 본 자는 없었다.

감정은 그에게 기운을 차단하는 법기를 주었고, 그가 직접 가루로 만들었다.

그의 넘치는 기운을 막을 수 있는 건 더는 없었다. 그가 중생의 힘을 빨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건도 더는 없었다.

허칠안은 천천히 칼을 거두어 칼자루에 넣었다. 모든 기기가 무너지고 모든 감정이 가라앉았다.

초원진이 가르쳐준 검의를 키우는 방법으로 중생의 힘을 동원하였다. 그가 불문 두법 중에 깨달은 심오한 뜻이었다.

핵심은 바로 중생의 뜻을 빌려 자신의 도의를 키우는 데 있었다.

뒤에 있는 대봉 병사 일만여 명이 응집해낸 무적의 의기가 이 순간 전부 허칠안의 몸속으로 귀결하였다.

‘정말 나 허칠안을 마음대로 유린하는 물고기로 여기는 건가?’

어느 순간 허칠안은 눈을 떴다.

쨍!

천지일도참!

어두운 금빛의 도광이 천지를 휩쓸었다.

돌격하던 기병들은 자신의 하반신을 잃고 군마의 머리와 함께 굴러떨어졌다.

방패를 들었던 보병들은 절단이 나, 여전히 앞으로 달리고 있는 뒷사람의 하반신과 함께 부딪쳐 쌍방으로 쓰러졌다.

단칼에 병사와 말을 전부 가루로 만들기로 유명한 맥도군은 자신이 먼저 단칼에 가루가 되었다.

이만 정예병은 이 단칼에 삼분의 일이 손실되었다.

한번 휘두른 칼에 천지 간에 전혼 7천 개가 늘었다.

분명히 수만 명이 있는 전쟁터인데 이 순간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잠시 동안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몇 초 후, 미친 듯이 말고삐를 당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운 좋게 살아난 기병과 맥도군 그리고 보병은 동시에 돌격을 멈춘 뒤 황급히 달아났다.

황금 천 냥도 좋고 천호후, 백호후도 좋지만 이 순간에는 모든 환상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들은 그 칼의 위력 탓에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가슴속에서 공포심이 폭발하였다.

더 먼 곳에 있던 노이혁가 뒤의 적군은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첫 번째 북소리에 사기가 충천하고, 두 번째 북소리에 사기가 떨어지고, 세 번째 북소리에 사기가 고갈되었다. 지금까지 싸우면서 양국 연합군의 사기는 이미 피할 수 없이 무너졌다. 한 대봉 무사에 의해 산 채로 흩어졌다.

‘3품, 3품?! 그는 역시 비장의 패가 더 있었어…….’

노이혁가는 눈동자가 수축하고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는 두려움, 속 쓰림, 모든 걸 태워버릴 분노를 감지했다.

상대가 이 단칼로 벤 건 염국과 강국 양국이 수년 내지는 수십 년을 들여야 양성해낼 수 있는 정예병이었다.

노이혁가는 침울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꼬집었다.

강국과 염국, 양국의 연합군은 둘째 치고, 성벽 위의 대봉 병사들조차 눈을 크게 뜨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환호하지도 갈채를 보내지도 않았다. 하나같이 언어 기능을 잃은 듯 극도의 충격에 빠졌다.

이묘진은 다소 멍하니 아름다운 눈을 크게 떴다.

장개태는 성가퀴 사이의 틈에 서서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려는 자세를 유지했으나 이 순간 조각으로 변했다.

장개태는 갑자기 막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가 울부짖었다.

“어서 사람을 구하라!”

그는 기억났다. 그는 허칠안의 묘수를 기억해냈다.

천지일도참.

단칼에 적은 죽고 자신은 불구가 될 터였다.

이묘진은 온몸을 떨었고, 끝내 날카롭게 소리쳤다.

“사람을 구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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