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화. 성을 공격하다 (2)
“좋은 칼이군!”
노이혁가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가 태평도를 바라보는 눈빛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런 뒤 그는 머리로 허칠안을 들이받았다. 허칠안은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땅땅땅…….
노이혁가의 주먹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허칠안은 연신 뒷걸음질 쳤고 황금빛 물결이 출렁였다.
“확실히 똥통 속의 돌이라 냄새가 역하면서도 단단하군.”
노이혁가는 미간을 찌푸렸다.
허칠안은 칼을 쥐고 돌격하였다.
노이혁가는 침착하게 손바닥을 더 벌려서는 허칠안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죽어라!”
주살술!
종이가 타오르자 비현실적인 금단이 허칠안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금단 한 알로 만법(萬法)을 부순다!
도문의 금단이었다.
허칠안은 상대가 고품 주술사라는 걸 일찍이 안 만큼 당연히 그의 주살술에 대비하였다.
허칠안은 돌아서서 칼 위의 핏자국을 털었다.
노이혁가가 고개를 숙이자, 복부에 과장된 상처가 생겼다. 그가 가볍게 문지르자 핏빛이 번쩍이더니 상처가 거의 회복되었다.
그는 마치 격노한 듯 입으로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허칠안 주변의 죽었던 병사들이 갑자기 살아나더니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달려들어 공격했다. 그들은 입을 벌려 그를 물고 뜯으려 했다.
노이혁가는 기세를 몰아 돌격하였다. 그는 찰나의 기회를 잡아 허칠안에게 붙는 데 성공하였다.
무사 둘은 화경의 능력을 장악한 순간 재빨리 맞붙었다. 그들의 몸이 때로는 일그러져 기이한 자태로 공격을 피하거나 때로는 관성을 무시하고 연속으로 주먹을 날렸다.
다른 사람은 그들의 수와 그들의 동작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육체가 부딪히는 거대한 울림만 들렸다.
고작 5품 화경인 허칠안은 어느 순간 기력이 쇠하면서 이마에 염군의 주먹을 맞았다. 뒤이어 무시무시하고 끝없는 타격이 이어졌다.
고품 무사가 기선을 제압하면 체계를 연달아 죽일 수 있었다.
그들은 숨 돌릴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화경의 능력을 장악하고, 관성을 무시하여 공격을 완벽하게 이어 나가기 때문이었다.
도광 두 줄기가 올라가더니 노이혁가의 광풍 같고 폭풍우 같은 철권을 끊었다.
“후, 후, 후…….”
허칠안은 심하게 숨을 헐떡였고, 온몸이 아프다는 생각만 들었다. 목구멍이 비리고 달았다. 힘과 기기를 비교했을 때 그는 4품 전봉보다 훨씬 모자랐다.
하물며 상대방은 쌍체계이지 않은가.
‘어떡하지? 쌍체계의 4품 전봉은 3품 이하로 가장 최강이다. 육신과 원신에 단점이 없다. 날 수 있고, 조종할 수 있고, 방어력이 강하다. 근거리 육탄전은 더할 나위 없이 무시무시한데 상처를 재생하는 주술사의 혈령술까지 있다. 내가 어떻게 쳐야 하지. 내가 어떻게 처야 저자를 죽일 수 있을까…….’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건 방금 허칠안을 도우러 나선 장수였다.
허칠안은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았다. 그는 교경사력(巧勁卸力)으로 이 장군의 온몸 뼈가 다 부서져 더는 싸울 힘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중년의 장수가 입을 벌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입으로 숨을 헐떡였다.
“허 은라, 나, 나는 최선을 다했네. 저 잡놈이 너무 강하여…….”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말고 쉬십시오. 남은 건 제게 맡기고요.”
이때 성벽 위의 전투 상황이 격렬해졌다. 고수를 거느린 노이혁가가 성을 공격하니 아래쪽에서 공성하던 적군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적군 병사는 끊임없이 성벽 위로 기어올라 대봉 군대와 전투를 벌였다.
더욱이 소고도홍웅은 4품 전봉의 신체와 정신을 믿고, 이묘진과 장개태의 공격에 완강히 저항하였다. 그는 성벽 위에서 거리낌 없이 마구 죽이며 제멋대로 파괴하였다.
설령 자신이 계속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결국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성을 수비하는 대봉 군대의 법기를 망가뜨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득이었다.
‘안 되겠어. 그들이 이렇게 죽이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손해가 너무 막심하고 장병들의 사기에도 큰 타격을 줘. 행군하며 싸우는 데 가장 두려운 게 바로 부정적인 태도지……. 반드시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 반드시 그들을 물리쳐야 해……. 나에게는 낙옥형의 부검이 있으니 그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지서 파편 안에 있으니 그걸 꺼내려면 동작이 너무 눈에 띄어. 노이혁가는 4품 전봉 무사니 틀림없이 대비할 것이다.’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래도 노골적으로 품속에 손을 뻗어 옥석경 거울 면을 가볍게 두드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위 공께서 너희 염국 수도를 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염국에 병사가 얼마나 더 있는가? 이번 공성에서 전투할 수 있는 남은 병사를 아마 다 불러들였겠지.”
허칠안은 대화를 시도하면서 주의력을 돌렸다.
“너 노이혁가는 염국의 국운을 건 것이냐?”
노이혁가는 콧방귀를 뀌더니 반박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팔만 대군 대부분은 강국의 군대였다. 염국 병사는 3할을 채 차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말로 그렇게 많은 병사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연이 염국을 거의 다 짓밟았다. 반대로 강국은 바다에 인접했기에 위연이 거느린 정예 기병에 짓밟히지 않아 아직 병력을 온전하게 보존한 셈이었다.
염국은 이 전투를 끝내면 적어도 50년은 되어야 국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 공성전이 실패하면 아마 그대로 주저앉을 터였다.
노이혁가는 이번 공성에 비수군을 동원하지 않았다. 국군은 노름꾼이 아니었다. 그는 염국에 일종의 씨앗인 비장의 부대를 남겨두었다. 비록 이 부대의 인원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노이혁가는 속이 뒤틀려서 그의 손을 주시했다.
“네 손에 쥔 게 무엇이냐?”
허칠안은 상관없다는 듯 종이를 털었다.
“보지 않았는가?”
노이혁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말하는 건 다른 한 손이다. 방금 무슨 물건을 그곳에 숨겼잖나.”
‘XX…….’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남몰래 욕하더니 재빨리 두 번째 종이를 태우고 나지막이 말했다.
“금살생(禁殺生)이다!”
불문의 계율이었다.
바로 이때, 비현실적인 검은 그림자가 노이혁가 머리 위에 강림하였다. 그가 어렴풋이 보니 승려였다.
노이혁가는 나지막이 말했다.
“효과 없다.”
그해 산해관전역 때 노이혁가는 승려를 여럿 죽였었다. 승려의 영혼을 소환하는 속도가 허칠안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하였다.
노이혁가는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틀렸다. 허칠안은 그에게 비장의 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돌아서서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런 뒤 성벽으로 뛰어올랐고 그 과정에서 소리쳤다.
“묘진, 나를 데리고 가주시오!”
비검이 쉭쉭 소리를 내며 허공을 스쳐왔다. 허칠안은 비검을 밟고 성벽 위를 스쳐 지나갔다. 목표는 소고도홍웅이었다.
“홍웅!”
노이혁가의 낯빛이 변했다.
그는 허칠안에게 무슨 수법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그 자식이 그 물건을 쥐는 순간 그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위기에 대한 무사의 직감이 이상하고 예민했다.
그조차 이러한데 하물며 소고도홍웅은 어떻겠는가.
소고도홍웅은 마침 한창 살육을 즐기던 참이었다. 그는 대봉 병사를 끊임없이 학살하고 화포와 차노를 부쉈다. 그러다 그는 가슴속에 경고 전조가 솟구치면서 노이혁가가 일깨우는 소리를 듣자 주저 없이 본능적으로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천종 성녀가 그보다 한 발 더 빨랐다. 그녀는 비검을 조종하여 허칠안을 맞이하는 동시에 이미 음신을 내보니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장개태를 포함하여 주위의 무사, 병사들의 머릿속이 ‘윙’하고 진동하더니 현기증이 났다.
찰나에 불과했다.
으르렁!
귀가 멀 정도로 귀를 진동시키는 사자의 포효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허칠안은 비검을 밟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가서는, 소고도홍웅을 향해 낙옥형의 부검을 내던졌다.
찬란한 검기가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었고, 소고도홍웅의 눈에는 검광이 비쳤다. 그의 눈빛과 표정에서 깊은 절망이 보였다.
허칠안은 뛰어내려 성벽에 서서 소고도홍웅의 머리를 잡아 높이 들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세찬 천둥소리 같이 울부짖었다.
“적의 우두머리가 이미 죽었다! 장병들이여, 적을 죽여라!”
성벽 위에서 엄청난 기세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위로는 장수부터 아래로는 병사들까지 대봉 수비군은 이 순간 열정이 끓어올랐다.
아래쪽, 적군은 대혼란이었다. 더욱이 강국 보병들은 자신의 우두머리가 참수된 장면을 본 뒤 누군가는 슬피 통곡하고 누군가는 후퇴하여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에는 기세가 등등했다면, 이 순간은 집을 잃은 개와 같았다.
“허칠안!”
노이혁가는 침울한 표정으로 잇새 사이로 세 글자를 내뱉었다.
강국 군대의 가장 높은 우두머리가 1차 공성으로 성벽 위에서 죽었다. 이는 비록 아주 큰 손실이었지만, 진정으로 엉망이 된 건 뿔뿔이 흩어진 사기였다.
양국 연합군이 응집한 사기가 허칠안의 그 검에 의해 태반이 사라졌다.
전장에 출정하여 싸우는 병사들은 전부 사기 하나로 버텼다. 산이 무너지듯 회복 불능의 상태는 바로 이 기세가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네게 비장의 패가 얼마나 더 있는지 보자!”
그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얼마든지 덤벼라. 이몸은 비장의 패가 얼마든지 있다.”
허칠안은 허공을 사이에 두고 도발하였다.
노이혁가는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성벽 위에서 뛰어내려 거대한 새의 허영을 불러들였다. 거대한 새는 그를 데리고 진영으로 돌아갔다.
강국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흐트러졌다. 계속해서 성을 공격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은 우선 돌아가서 군심을 안정시키고 재기를 도모해야 했다.
다행히 염군인 그의 명망과 무력은 모두 소고도홍웅보다 뛰어났다. 그가 있으면 대군은 안정될 수 있었다.
둥! 둥! 둥!
우레와 같은 북소리가 울리며 적군은 대규모로 후퇴하였다. 그들은 5천 명 가까이 되는 병사를 내버리고 철수하였다.
* * *
대봉 수비군은 피처럼 붉은 석양 사이로 적과 동포의 시체 그리고 잘려 나간 사지를 말없이 치웠다.
민병들은 군비를 맨 채 성벽 위로 올라가 화살과 화포를 보충한 다음 파손된 성벽을 보수하였다.
첫 번째 공성은 이렇게 처참하게 치러졌다.
성벽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눈에는 빛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믿음과 정신적 지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낙옥형의 부검을 다 썼다. 나에게 몇 안 되는 비장의 카드를 다 써버렸어…….’
허칠안은 다소 울적한 기분으로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가 물었다.
“형제를 얼마나 잃었습니까?”
곁에 있던 장개태가 입꼬리를 올리며 보기 흉한 웃음을 지었다.
“일천삼백 명이네. 개자식들. 고작 1차 공성인데 이렇게 많은 형제가 죽었네. 하지만 손실이 가장 큰 건 화포와 차노야. 이것들은 술사의 보수가 필요하고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네.”
그는 탄식했다.
“내일 죽는 자가 아마 더 많을 듯하네. 자네가 있어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 전투로 더 많은 이가 죽었을 게야.”
장개태는 말을 마치고 경련을 일으키는 허칠안의 손을 힐끗 보더니 웃음을 조금씩 거두었다.
“자네 상처는 어떠한가?”
허칠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 상처는 괜찮습니다. 하룻밤 쉬면 됩니다. 다만…….”
그는 멈칫하더니 더는 말하지 않았다.
장개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보를 숨기는 것이네.”
허칠안은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제 비장의 패를 다 썼습니다.”
그들은 곧 침묵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