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9화. 성을 공격하다 (1)
정산성 전역이 끝난 지 보름 사이, 염·강·정 세 나라는 위연이 총단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제멋대로 퍼뜨려 세 나라의 백성, 장병 심지어 강호 인사 모두를 더할 나위 없이 분발시켰다.
무신교의 선전이 중요한 것은 피하고 지엽적인 것만을 택했다는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관계없었다. 사실은 사실이었으니까.
더욱이 염국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온 나라가 환호했다고 할 만했다.
산해관전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이 소식으로 그해 그 전투에 참전했던 늙은 병사의 안색을 변하게 한 대봉 군신이 우리 무신교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는가!
본래는 백성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했지만 이제는 그 분노가 기쁨으로 바뀌었다. 자신감을 잃었던 군대는 다시 투지에 불타올랐다.
성벽 위, 허칠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노이혁가는 칼끝으로 옥양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공격하라!”
명령 한 마디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염국과 강국 두 나라의 보병 이만 명이 앞장서서 돌격하였다. 그들은 공성차 세 대를 끌고 십여 장 길이의 사다리를 들고 수백 근 무게의 공성추를 메고 있었다.
그들 뒤에서는 궁수, 화포, 차노가 일제히 발포하며 보병이 성을 공격하도록 엄호하였다.
우레와 같은 북소리와 길게 분 호각 소리!
쿵, 쿵, 쿵!
성가퀴에 걸쳐놓은 화포가 순서대로 발포되어 화포가 적군을 내리쳤다. 화포가 터지면서 피와 살 그리고 잘린 팔다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뻥, 뻥, 뻥!
상노가 발사되는 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흰빛이 응집된 화살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화살의 살상력은 화포에 비해 못하지만, 사정거리와 관통력은 한 수 위였다.
화살이 조준하는 목표는 더 먼 곳에 있는 포병, 차노 그리고 적군의 고수였다.
6품 동피철골 아래로는 법기 화살의 일격을 막을 수 있는 무사가 없었다.
그리고 6품이라고 해도 억지로 한 방 먹이면 중상을 입었다.
화포와 상노 외에도 병사 수천 명이 활시위를 당겨 아래쪽을 향해 힘차게 쐈다.
반주향의 시간 동안, 돌격 중에 죽은 보병이 일천 명이 넘었다.
함성 소리, 비명 소리, 화포의 우렁찬 소리,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 피가 뒤섞인 광경이었다.
여기서 천천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건 공성차뿐이었다.
공성차는 차체가 거대하고, 강철과 목재를 혼합하여 골격을 만들었다. 설령 몇 발 맞는다고 해도 큰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 위에는 수호하는 고품 무사가 있어 화포와 화살의 공격을 막았다.
모든 공성차의 강철 선실에는 백 명 가까이 되는 정예 병사가 있었다.
이들은 일단 성벽 위로 오르기만 하면, 단시간 내에 화력망(火力網)을 찢고 구멍을 내어 아래쪽에서 개미처럼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병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허칠안은 아래쪽을 주시하던 중 시선을 옮기자 공성차 한 대가 이미 성벽에 가까워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포병은 황급히 포구를 높이 끌어올려 그 공성차를 조준하였다.
포탄이 몇 발 떨어졌으나 단지 심하게 흔들리고 금이 갔을 뿐, 부수지 못했다.
“태평!”
허칠안이 허리 뒤쪽을 가볍게 두드렸다.
태평도는 칼자루에서 낭랑하게 나와 휙휙 소리를 내며 갔다. 어두운 금빛의 도광은 선처럼 재빠르게 하중을 견디는 기둥 위를 몇 군데 가볍게 스쳤고, 다음 순간 ‘철컥’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공성차가 사방으로 분열되었다.
묵직한 강철 선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수십 명의 보병이 죽었다.
절세신병은 아무리 견고해도 다 부술 수 있었다.
성벽 위, 주위의 대봉 장병들 사이에서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입으로는 ‘허 은라’를 큰소리로 외쳤고, 사기가 치솟았다.
저 멀리 기병 진영 안, 노이혁가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물었다.
“그자가 누구라고?”
옆 사람의 대답은 필요 없었다. 노이혁가는 ‘비검’을 조종하여 공성차를 부순 젊은이가 어느 쪽 신성(神聖)인지 알았다.
성벽 위에서 환호하는 병사들이 이미 그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허 은라다!
허칠안!
그는 경찰이 있던 해애 궐기한 인물로 대봉에서 가장 눈부신 신예였다. 아니, 그는 신예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의 업적, 그의 영향력은 거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이혁가는 ‘허’하고 소리 내었다.
“듣자 하니 허칠안은 위연의 첫째 심복으로, 그가 오늘날의 업적을 쥘 수 있었던 건 전부 위연의 안목 덕이라지. 애석하게도 초주성 백성 대량 학살 사건 때 이 자는 벼슬을 박탈당했어. 생각지 못했군. 위연이 죽은 뒤에 그가 직접 옥양관에 왔다니. 쯧쯧쯧, 과연 위연과 정이 깊구먼.”
소고도홍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성벽 위의 젊은이를 살폈다.
“이 자의 수련 경지가 나쁘지 않아요. 듣건대 금강신공은 4품 무사가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더군요.”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대봉 수비군의 사기가 고조되고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이 자가 이렇게 명망이 높다니…….’
노이혁가는 미간을 찌푸리고 패도를 높이 들어 소리쳤다.
“공격하라!”
세 번째 보병 만 명이 돌격하여 개미 떼처럼 옥양관으로 몰려들었다.
“홍웅, 나를 따라 성벽 위로 올라가 대봉의 허 은라를 좀 보자.”
노이혁가가 우렁차게 말했다.
소고도홍웅은 그가 그 대봉 은라를 죽여 대봉 병사의 다시 오른 사기와 투지를 꺾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
“바로 그런 뜻이군요!”
외눈박이 홍웅은 크게 웃었다.
말 두 마리가 진영을 뚫고 나와 나는 듯이 달려갔다.
삼십여 명의 무사가 두 통솔자 뒤로 따랐다. 수련 경지가 높은 자도 낮은 자도 있었지만, 가장 낮아봤자 6품 동피철골이었다. 그 정도면 육신만으로 만군 사이에서 뒹굴 수 있는 강자였다.
동피철골경에 이르지 못한 자는 적진에 뛰어들 자격이 없었다.
성벽 위, 수비 장수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보통 병사들의 공성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고품 무사의 공성이야말로 가장 골치 아팠다. 더욱이 적군과 아군의 고품 수가 큰 차가 있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고품 무사는 성벽 위로 돌진하여 단숨에 여럿을 죽였다. 설령 저지하여 물리치는 자기편 고수가 있다고 해도 한바탕 전투로 주변의 수비병이 절반은 죽고 다쳤다.
한 장수가 소리쳤다.
“신기노(神機弩)를 준비하라!”
일찌감치 준비한 병사들은 기이한 모양의 차노를 밀었다. 이 차노는 평범한 상노와 달리 과하게 거대한 발사통을 지녔다. 발사통 표면에는 발사 구멍이 늘어서 있었다.
이는 전문적으로 고품 무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신기노의 공격력은 상노에 못지 않았으며 뒤덮는 범위는 상노와 비교할 수 없었다.
포괄적 타격이 겨냥하는 건 위기에 관한 고품 무사의 직감이었다.
이런 신기노의 제조비는 상노와 호포의 열 배에 달했다.
“발사!”
순식간에 신기노뿐만 아니라 화포, 상노도 발포하였다. 목표는 노이혁가를 필두로 하여 빠른 기세로 들이닥친 적군의 고수였다.
노이혁가는 말에서 뛰어올라 권경(拳勁)을 내리쳐 사나운 기세로 발사된 화살을 흩뜨렸다.
그의 뒤에 있던 고수들은 뒷걱정이 사라지면서 용맹하게 적진으로 돌격하였다.
검은 형체가 하늘에서 내려와 노이혁가의 어깨를 쥐었다. 흐릿하지만 날개를 펼치고 있는 거대한 새였다.
노이혁가는 첫 번째 화포와 화살을 흩뜨리더니 성벽 위를 바라보면서 비웃었다.
“대봉이 고작 이 정도의 전투력인가? 좀 더 맹렬해도 무방하겠군.”
염국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되었다. 함성소리가 갑자기 격렬해지면서 그들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성을 공격하였다.
성을 수비하는 장수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자기 주변의 병사들을 보고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때 성벽 위에서 ‘쿵’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금빛이 노이혁가를 내리쳤다. 그는 공중에서 처참하게 나뒹굴었다.
이묘진은 비검을 불러 허칠안의 발밑에 뜨게 하더니 그를 이끌어 허공에 띄웠다.
허칠안은 손에 태평도를 쥐고 소리를 지르며 대답했다.
“염국의 제일 고수? 고작 이런 실력인가?”
이번에는 대봉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허 은라를 소리 높여 외칠 차례였다.
장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허 은라가 있기만 하다면, 대봉 병사들의 사기는 부족하지 않았다.
노이혁가가 가슴을 치더니 말했다.
“5품…….”
거대한 새의 허영이 날개를 퍼덕이더니 그를 데리고 하늘에서 내려와 허칠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묘진!”
그는 아직 하늘로 오르지 못했다. 공중에서 맞붙으면 질 게 분명한 허칠안이 소리쳤다.
이묘진은 마음속으로 깨닫고 비검을 조종해 그를 성벽 위로 돌려보냈다.
다른 한쪽, 소고도홍웅은 하늘로 훌쩍 날아올라 단숨에 성벽에 올랐으며, 나머지 고수들은 맨손으로 성벽을 기어올랐다. 이는 화포와 차노의 사정거리의 사각지대였다.
이묘진의 눈동자가 색이 바래더니 유리 빛깔로 변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손바닥을 소고도홍웅에게 조준하였다.
다음 순간, 소고도홍웅의 패도가 배신하여 칼끝을 주인의 목구멍에 겨누었다.
그의 갑옷이 배신하더니 그르륵 소리를 내면서 소고도홍웅을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
소고도홍웅은 기기를 흔들어 갑옷을 산산이 조각내었다. 쇠 부스러기가 연신 슉슉 소리를 내며 성벽에 박히고, 주변 수비병의 몸속에 박혔다.
그는 미친 듯이 달려 천종 성녀에게 돌진하더니 도중에 있던 모든 병사를 쳐서 날려 보냈다.
이묘진은 훌쩍 뛰어올라 발로 비검을 밟고 바람처럼 휙휙 소리를 냈다.
그녀는 검지를 치켜세우고, 원신의 힘으로 법기를 부리는 수법으로 성벽 위의 무기를 흩어지게 한 다음 방대한 규모의 강철 홍수를 불러왔다.
소고도홍웅은 비웃더니 두 무릎을 굽히고 도약하였다. 그는 4품 무사의 용맹함으로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흔들림 없이 이묘진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형체가 측면에서 돌진하여 소고도홍웅을 비스듬히 들이받았다.
그건 장개태였다.
두 사람은 뒤엉킨 채로 날아가 성벽 위에 부딪히면서 하나씩 구멍을 냈다.
소고도홍웅은 장개태의 목덜미를 조르고, 오른쪽 주먹에 4품 권의를 응집하여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땅!
장개태의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가 나왔다.
“개 같은 오랑캐!”
장개태의 엄숙한 얼굴이 갑자기 흉악해졌다. 그는 검지로 소고도홍웅의 가슴을 가리키며 검의를 비스듬히 번쩍였다.
소고도홍웅은 다시없는 검의에 의해 성벽 위에 내리쳐져 자기편 보병들을 한 바퀴 찍어 죽였다. 그는 가슴이 피투성이가 되더니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다시 돌격하였다.
* * *
띵!
허칠안은 태평도를 뽑아 노이혁가의 패도를 자르고, 동시에 발을 들어 노이혁가의 복부를 세차게 걷어찼다.
염군은 불가피하게 후퇴하였다. 노이혁가는 왼손으로 허칠안의 복사뼈를 잡고 오른쪽 팔꿈치로 무릎을 조준하여 세차게 내리쳤다.
땅!
천지간에 큰 종소리가 울렸다.
찬란한 금빛은 꿈쩍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내친김에 다리를 높이 들어 발길질하였고 상대방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입을 찢으며 말했다.
“좀 부족하군.”
“그런가!”
노이혁가는 온몸에 핏빛이 감돌았다. 그는 본래도 4품 전봉의 고수였건만 지금은 기세가 한 층 더 올랐다.
다음 순간 허칠안은 포탄처럼 날아갔다. 그는 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충돌하여 그들을 흩어지게 했다.
그의 두 발이 땅에서 십여 미터 미끄러지더니 몸가짐을 견고히 했다.
노이혁가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자 주변의 시체가 부름을 받고 잇따라 기어올라 성을 지키는 병사들을 미친 듯이 공격하였다.
그러더니 본인은 다시 사라졌다. 그가 갑자기 허칠안의 앞에 나타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허칠안은 일찌감치 눈치챈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피했다. 태평도의 빛이 터지더니 4품 전봉 고수의 팔에 핏자국을 남겼다.
신검의 위력이 폭발하여 상대방의 원신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