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47화 (647/712)

647화. 지도자 (2)

막사 안.

“위 공께서 금라 다섯 명을 데리고 출정하셨다고 하던데 어째서 대인께서만 저를 보러 온 겁니까? 다른 사람은요?”

허칠안은 오래 떨어져 있던 장개태를 만나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까칠한 수염을 오랫동안 깎지 않은 장개태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죽었네. 전부 무신교 총단에서 죽었어. 누군가는 주술사와 목숨을 겨루다 죽고, 누군가는 천지가 무너지는 그 전투에 영향을 받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네. 4품 중에 나와 진영만이 철수하여 돌아왔어.”

허칠안은 오랜만에 담배를 태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 공께선…… 어디에 계시나요?”

장개태는 그를 쳐다보았다. 이 젊은이는 표정이 평온하고 감정 역시 안정적이었다. 사람 전체가 아주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장개태는 그 맑은 눈을 마주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는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그를 데리고 돌아올 수 없었다.”

허칠안은 휘청거렸다.

그는 한참을 침묵한 뒤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일의 경과를 제게 한번 말씀해 주시지요. 출정했을 때부터요.”

장개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사실 많은 일이 있었네. 내가 지금에야 돌이켜보건대…… 예를 들어 왜 위 공께서 그렇게 급하게 그들을 쳐야 했을까? 왜냐하면, 처음부터 우리는 식량과 사료가 없을 예정이기 때문이지.”

“식량과 사료가 없다니요?”

허칠안의 눈동자가 약간 수축했다.

‘십만 명이 전쟁을 치르러 출정하는데 식량과 사료를 주지 않는다니? 이게 전쟁을 치르라는 건가 아니면 죽을 길로 내모는 건가? 원경이 미쳤나? 제공들이 미쳤나? 위 공이 죽길 이렇게 간절히 바랐나?’

“형제들이 철수한 후에 진영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대오를 이끌고 3주 호부의 모든 관원을 참수했네”

장개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폐하와 제공들을 찾아가 대치하려고 해.”

장개태는 생동감 있게 말했다. 위연은 출정한 후에 암암리에 군사를 나누었다. 일부는 육로로 가서 성을 공격한 다음 진지를 철수시켜서 가능한 한 최단기간 내에 염국을 함락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난공불락인 염국 수도의 성벽에 가로막혔다.

그는 비록 염국 수도를 함락시키지 못했지만, 목적은 이미 달성하였다. 그는 염국과 강국의 부대를 꼼짝 못 하게 했다.

그는 위연이 유가 성인의 허영을 소환하여 목숨을 걸고 무신과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다, 그야. 정덕이다…….’

허칠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장개태의 이야기를 다 들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확신했다. 무신교와 손을 잡고 위연을 죽인 신비로운 고수가 바로 선황 정덕이었다.

허칠안은 증오의 감정을 천천히 가라앉힌 다음, 다시 이 전투를 살폈다. 그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마음속에서 오싹한 한기가 솟구치는 듯했다.

그는 논리적인 추리 능력으로, 장개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머릿속으로 이미 이 전투를 복기하였다.

이 전투의 핵심은 무신이었다.

이 전투는 무신을 핵심으로 벌어진 바둑과 전쟁이었다.

요족 및 오랑캐를 돕는다는 건 그저 표면적인 이유였다. 원인은 모르나 위연이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건 무신에 맞서는 일이었다. 그리고 선황과 무신교는 무신을 보호하려 했다.

이에 따라 무신교는 다음과 같이 계획하였다.

선황이 배후에서 가로막고 대군이 적지에 진입할 때까지 기다린 후, 군량과 마초를 끊은 다음 대군의 보급을 끊을 예정이었다. 그런 뒤 위연의 병력을 소모시켜 대봉 병사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면 3품 영혜사 둘, 1품 대주술사 하나, 2품 도겁 하나가 결론을 지을 터였다. 위연의 병력이 어느 정도까지 약해지기만 하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연은 진군하는 동안 성을 점령한 후 백성을 학살하였다. 그는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여 군량 및 마초와 군비 보급이 끊긴 상황에도 줄곧 염국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가 수도 밑까지 쳐들어갔다.

이어 그는 성동격서하여 수로로 가 적의 배후를 우회하였다.

이렇게 보면 위연은 조정이 방해할 거라는 걸 예측한 듯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속전을 준비했으며 뒷길을 남겨놓지 않았다. 또한 그는 보급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현지에서 재물을 착취하며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전쟁으로 조달하여 무신교 근거지까지 바로 밀고 들어왔다.

위연은 마지막 대결전에서 최고 고수 4명과 마주하였다. 만약 그가 평범한 2품 무사였다면, 고수 4명과 무신과 사력을 다해 싸울 수 없었을 터였다.

위연도 이 점을 고려하였다.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또한 그의 믿는 구석이 바로 유가 성인이었다.

“모든 사람이 이 전쟁은 요족 및 오랑캐 지원으로 균형이 유지될 줄 알았겠지. 배후에 더 깊은 목적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무신교는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상대를 공격하다가 제 도끼에 제 발등 찍힌 꼴이구나. 위 공 역시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유가 성인을 소환하고 무신교 총단을 평정하였다. 그 속의 게임과 셈은 정말이지 두피를 저리게 하는군…….”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 몇 가지 의문점이 풀리지 않았다. 예컨대 위 공은 합도경(合道境)의 무사이자 비인간적인 수준의 무시무시한 강자면서 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재능을 감춘 채 지냈을까? 왜 그는 대외적으로 자신은 수련 경지가 없는 보통 사람이라고 선포했을까?

또 예를 들면 선황은 왜 무신교와 연합해서 위연을 죽이려고 했을까? 물론 2품인 신하는 확실히 두피가 저릴 정도로 두려운 존재였지만.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데 누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위연과 황후의 관계 때문에, 선황은 이 약점만 쥐고 있으면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 게다가 위에서는 그를 내려다보는 감정도 있었다. 그에게는 대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기 나라의 병사, 장수를 자발적으로 적의 손아귀로 보냈다. 이쪽이 손해가 훨씬 커 보였다.

허칠안은 여러 번 들어 귀에 익은 말 한 마디가 떠올랐다. 폐하께서는 무슨 이유로 반란을 일으켰습니까?

이게 바로 이 순간 그의 의문점이었다.

마지막 한 가지, 위연은 아낌없이 전사할 각오를 품고 무신교 총단을 함락시켰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알고 보니 나는 그의 시신을 수습할 능력조차 없구나…….’

허칠안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생각이 기복을 이루는 사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위 공께서 줄곧 재능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까?”

장개태는 ‘응’ 하고 소리 내더니 멍한 눈빛으로 막사 입구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산해관전역 이후 위 공께서는 폐하와 한 번 밀담을 나누셨네. 그런 뒤 수련 경지를 스스로 포기하셨지. 그 당시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네. 위 공께서 진작에 암암리에 무도를 다시 수행하셨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비록 그는 전사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아주 흐뭇하네. 모든 일은 결국 그 본분에 따라 끝을 맺는 법인가 싶네. 세상에서 으뜸가는 강자의 모습으로 전쟁터에서 전사할 수 있었으니 나는 위 공께 여한이없어.”

허칠안이 다시 물었다.

“양연과 강율중 외에 대인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금라군요.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으십니까?”

“야경꾼을 했으니 평생 야경꾼이지.”

장개태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는?”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다.

이때 부장군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조급한 얼굴을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도지사 대인, 척후병이 보고하길 염국과 강국이 팔만 군대를 집결시켜 옥양관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껏해야 반 시진이면 성 밑까지 쳐들어올 겁니다.”

장개태는 안색이 변했다.

“군대를 인솔하는 자가 누구인가?”

부장군이 나지막이 말했다.

“염군, 노이혁가입니다.”

장개태는 어리둥절하다가 침묵에 잠겼다. 그는 분부했다.

“천부장 이상의 장수들을 소집하여 논의한다. 모든 병사에게 성벽으로 올라가라 이르고, 민병에게 즉시 창고에 가서 성을 수비하는 무기와 군비를 운반하라고 이르게…….”

그는 침착하고 익숙하게 지령을 하달하였다. 하지만 그의 위엄 있는 표정은 이 금라의 마음속이 유달리 무겁다는 걸 설명했다.

순식간에 몸에 갑옷을 걸치고, 허리에 칼을 찬 장수 십여 명이 막사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허칠안과 장개태를 향해 공수하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아마 장수들은 염국과 강국 양국의 대군이 곧 성 밑까지 쳐들어올 거라는 소식을 알았는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고 허칠안과 많은 인사말을 나누지 않았다.

장개태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염국과 강국 양국이 반격해오고 있다. 이렇게 보니 무신교는 우리 대봉과 죽을 때까지 쉬지 않으려나 보군.”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경험이 풍부한 장수로, 다들 전쟁에 예리한 후각을 지녔다. 그들은 옥양관으로 철수한 뒤에 일찍이 정세에 대해 분석했다.

무신교는 이번 전쟁으로 손해가 막심하였다. 7개 성이 연달아 무너져 뒤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방법은 군대를 배치하여 함락된 성들을 보수하는 한편, 척후병을 파견해 변방을 주시하는 것이었다.

단기간 내에는 전쟁을 가볍게 벌이기도 불가능했다. 반대로 이는 무신교가 대봉과 죽을 때까지 쉬지 않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우리의 병력이 부족합니다…….”

“군량과 마초도 부족합니다. 진영이 호부의 그 탐관오리를 전부 죽이고 나서야 군량과 마초가 근본적으로 운반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호부의 그 탐관오리는 애써 우리에게 감추더군요.”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한 놈들은 온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형해야 합니다. 형제들이 앞에서 목숨을 내걸고 싸웠는데 이 탐관오리들이 뒤에서 우리를 칼로 찌르다니. 이 후레자식들!”

장개태는 탁자를 치더니 화제를 바로잡았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옥양관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뒤 조정에 당보를 보내 신속하게 지원병을 파견해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식량이 문제구나. 창고에 있는 식량으로는 지원병이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해.”

한 장수가 침음하더니 말했다.

“예주는 예로부터 곡식을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현지 백성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을 테니 그들에게 식량을 얻으면 됩니다. 우리는 지금 그 탐관오리들을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사람을 파견해 식량을 얻으러 가야 합니다.”

장개태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는 규칙에 어긋나고, 백성들 역시 원치 않을 수 있어. 그때가 되면, 가렴주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건 둘째 치고, 문관들에게 우리의 약점을 탄핵당할 것이야.”

“그들은 원할 겁니다.”

한 현지 장수가 또박또박 말했다.

“40년 전의 그 빚을 조정은 잊었지만, 우리 3주의 백성은 잊지 않을 겁니다.”

군량미 건은 일단락되었고, 장수들은 병력 문제로 방향을 틀어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양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조정이 병력을 이동시키는 속도와 비교했을 때, 우리 일만육천여 명이 성을 지킬 수 있는가?”

무신교는 요족 및 오랑캐만 못했다. 오랑캐는 전부 성을 공격하면서 쌓인 시체에 의존하였다. 무신교는 성을 공격하는 무기가 있었는데 일부는 직접 제조한 것이고, 일부는 암암리에 몰래 운반한 대봉 무기였다.

무신교는 산해관전역에서 참혹하게 패한 후 그 실패를 반성하였고, 패전한 원인을 총정리하였다. 대봉이 구주를 호령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디딤돌은 중형 살상 무기였다.

그래서 그들은 암암리에 대봉 관원과 결탁하여 군비를 착복한 뒤 해체하여 모방하였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그들 역시 대봉을 따라 공성 무기를 많이 제조하였다.

화약도 포함해서 말이다.

허나 무신교에는 술사가 없었다. 그들이 제조한 그 공성 무기, 화포 그리고 차노는 전부 평범했다. 하지만 대봉의 것은 법기로 살상력을 한데 논할 수 없었다.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지켜야 합니다. 무신교는 종이호랑이입니다. 이번에 그들을 물리치면 저희가 승리합니다. 그들을 물리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의 원기가 크게 다치도록 쳐야 합니다. 마치 산해관전역 때처럼 그들이 20년 동안 주저앉게 해야 합니다.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장개태의 부장군은 말을 하다가 직속 상사를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덧붙였다.

“진영 이 개자식이 제멋대로 주둔지를 떠났습니다. 지금 저희 4품 고수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라 그들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노이혁가는 4품입니다. 무도와 주술사 체계의 쌍4품이지요.”

자리에 있는 장수들은 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분위기가 엄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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