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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43화 (643/712)

643화. 부고 (1)

흰 구름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따사로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

햇빛에 반짝이는 해수면은 이미 평정을 회복하였다. 부서진 나무와 돛대는 파도를 따라 천천히 떠다녔다.

살륜아고는 고공에 서서 오랜 세월을 생활했던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 땅은 이미 초토화되었으며 산봉우리는 무너졌고 성곽은 폐허가 되었다.

그는 이런 광경을 그해 유가 성인이 무신을 봉인할 때 한 번 본 적 있었다.

그때는 천 리 주변이 폐허가 된 상태였으며 그다음 삼백 리 안으로 생명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곳은 품계를 초월하는 두 힘이 사라진 뒤에야 정산성을 재건하였고 지금의 규모를 갖추었더랬다.

지금 그것은 또 한 번 전철을 밟고 역사를 재현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움직인 건 결국 유가 성인의 본체가 아니었고, 무신 역시 전성기 상태가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가 많지 않았지만 적지도 않았다.

그들은 드문드문 먼 곳에 흩어져서 관망하거나 좌선하여 상처를 치료하거나 상처를 봉합했으나, 결과를 알아보러 돌아올 엄두를 내는 이는 없었다.

대봉의 군대는 철수하였다.

살륜아고의 시선이 제단으로 향하는 순간 그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제단 위에 있는 위연 앞에 나타났다.

정덕제와 이이포 그리고 오달보탑도 그를 따라 대주술사 옆으로 내려왔다.

이 순간 그들의 앞에 서 있는 건 산산이 부서진 사람 형체였다. 그의 몸에는 무시무시한 균열이 생겨 멀쩡한 곳이 없었다.

조각칼을 쥔 그의 오른팔에는 피와 살이 사라지고 핏발 선 뼈가 드러났다.

남루한 청의는 옷이 사람 같고 사람이 옷 같았다.

이때부터 대봉에 더는 군신이 없었다.

유관과 조각칼은 얼마 전에 스스로 떠나 중원으로 돌아갔다.

살륜아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중원은 천 년 이래로 걸출한 인물이 손꼽혔지. 자네, 위연은 그중 하나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이포는 일그러진 얼굴로 중언부언 혼잣말을 했다.

“그가 무슨 근거로 유가 성인을 불러들일 수 있는 거지? 일개 무사인 그가 무슨 근거로 유가 성인을 불러들일 수 있는 거냐고. 무신이 무려 천년 넘게 힘을 비축하여 어렵사리 1차로 봉인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났는데 전부 이 자식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나는 군사를 거느리고 대봉 삼만 리를 도살하여 피로써 씻어야겠다. 경성까지 가는 길 내내 학살할 것이다!”

“네 지금 모습은 정말이지 저속한 무사와 다름없구나.”

정덕제가 비웃었다.

마도에 빠진 도사들은 타고난 도발에 정통하였더랬다.

뒷짐을 진 채 선 정덕제의 영구한 금신은 찬란한 빛을 발했으며 금빛과 까만빛이 교차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무신이 봉인되었고, 위연도 죽었다. 상황이 엉망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전쟁에서 아직 패하지 않았다. 이제 너희가 약속을 지킬 때가 왔구나.”

살륜아고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불로장생하며 중원을 굽어보는 폐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정덕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륜아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오달보탑, 위연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동북에 널리 퍼뜨려서 염국과 강국 두 나라가 사람을 징집하여 정산성을 재건하고 정국이 군대를 철수시키게 해라. 아직 존재하는 주술사들을 집합시켜 살아있는 백성들과 장병들을 치료하고…….”

그는 일련의 뒤처리 지령을 하달하였다.

이 전역은 틀림없이 구주에 다 퍼질 터였다. 그는 대봉이 어떻게 하든 관여하기 귀찮았다. 하지만 관내 세 나라는 반드시 세찬 파도 같은 여파를 몰고 올 터였다.

이날은 장차 무신교 사서에 기록될 가장 치욕적인 날이 될 터였다.

* * *

정산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황야.

“아아아아!!!”

남궁천유의 비명이 하늘가에 널리 퍼졌다. 그는 절절한 슬픔과 분노, 뼈에 사무친 증오가 뒤섞인 상태였다.

“무신, 무신, 무신…….”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두 주먹으로 힘껏 땅바닥을 내리쳐 꼬박 일각 동안 분노를 분출했다.

백의 술사가 그의 앞으로 걸어가 비단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남궁천유는 눈물범벅이 된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현기가 말했다.

“위…….”

그는 단지 한 글자만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남궁천유는 미친놈처럼 비단 주머니를 빼앗아 뜯었다. 안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남궁천유는 종이를 펼치고 보더니 다 본 뒤에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한참 뒤 그는 모든 감정을 추스르고 정산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의부님, 의부님께서 아직 두지 못한 바둑돌을 제가 대신해서 둘 겁니다.”

‘어느 날 제가 이곳에 다시 돌아올 겁니다. 철제 말발굽이 무신교의 모든 국토를 짓밟고, 화포의 수레바퀴가 무신교의 등허리를 찧고, 육만 리 강산을 초토화시킬 겁니다.’

손현기는 손을 들어 가볍게 문질러 중장기병의 존재를 제거하여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 * *

운록서원 뒷산의 대나무 숲, 죽루(竹樓) 안.

조위는 대청 안에 앉아 조각상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 자세를 장장 한 달 남짓 유지했다. 앞에 있는 탁자에는 먼지가 얕게 쌓인 상태였다.

갑자기 조위는 움직이더니 고개를 비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활짝 열린 창밖은 씻은 듯이 새파랗고, 산들이 겹겹이 솟아 있었다. 마치 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처럼 청광 두 줄기가 산과 강을 건너 조위 앞 탁자 위에 하늘하늘 떨어졌다.

원장 조위는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 천천히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고 읍하며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성물 두 가지에 절을 했는지 위연에게 절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 * *

원경제는 황궁에서 휘장을 낮게 드리우고 부들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잠시 묵묵히 있더니 흥분한 듯 상쾌한 듯 광기를 부리는 듯 웃음을 지었다.

원경제는 천천히 각루에 올라 여러 겹으로 겹쳐진 붉은 담과 끊이지 않는 처마의 금색 기와를 조망하였다. 그는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말했다.

“짐의 시대가 왔다.”

* * *

관성루, 감정은 팔괘대에서 황궁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숙인 채 술을 마셨다.

인간 세상은 가치가 없었다.

* * *

허부, 허칠안은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멀쩡하다가 왜 가슴이 아픈 거야.”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자신에게 몇 마디 빈정대고 싶었다. 5품 전봉이 여전히 심근경색이 올 수 있나?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속에 당혹스러움이 감돌았다.

* * *

대봉과 요족 및 오랑캐 연합군의 북경 주둔지. 허신년은 탁자에 앉아 지도를 주시하며 침음했다.

그는 말랐으면서도 튼실해졌고 여전히 준수했지만 피부가 더는 하얗지 않았다. 국경 밖의 태양이 그의 피부색을 더 까맣게 태웠으며, 북방 변방의 모래바람이 그의 피부를 거칠게 했다.

그는 여전히 오만한 서생이지만, 더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그는 더 침착해지고, 더 함축적으로 변했다.

전쟁은 그를 급속도로 성장시켰다. 교방사의 낭자가 그를 남자로 탈바꿈시켰어도 그에게 성숙함을 줄 수는 없었다.

한 명씩 쓰러진 동포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배회하던 전투가, 그가 직접 베어 죽인 적이 그를 진정으로 성숙하게 했다.

초원진이 황급히 막사로 뛰어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신년, 자네가 분발할 만한 소식을 알려주겠네.”

허신년은 약간 침음하더니 말했다.

“병영에서 군대를 출동시키지도 않고, 승전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일입니까?”

초원진이 주먹을 휘두르더니 흥분했다.

“정국이 군대를 철수했네.”

* * *

깊은 밤, 허칠안은 콩알 같은 촛불이 비치는 탁자에 앉아 지서 파편을 받치고 전서로 말했다.

[삼: 내가 오늘 또 국사와 지하를 정찰했는데 선황은 돌아오지 않았네. 이치대로라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인물이 소리 소문 없이 갔을 리가 없네.]

[이: 이미 원경제를 대체하여 황궁에서 황제 노릇을 할지도 모르네. 아, 내가 잊었군. 그가 바로 원경제야.]

허칠안은 선황의 실종이 아주 신경 쓰였다. 40년 동안 비밀스럽게 도를 닦은 고품 강자가 몸을 숨긴 곳을 발각당한 뒤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는 허칠안을 더없이 초조하게 했다. 선황이 바로 원경이고 원경이 선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원경은 원수지간이었으므로, 같은 이치로 그와 선황도 원한이 깊었다.

현재 최강자가 어둠 속에 잠복하고 있어 시시각각 당신을 물 수 있었다.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

물론 그는 원경의 모든 추태가 전부 위장이라는 데 희망을 걸 수도 있었다. 선황은 전봉 고수로, 고수는 고수의 기개가 있어야 했다. 정상적이라면 보잘것없는 자신을 개의치 않을 터였다.

회왕은 신수가 죽인 존재이니, 나 허칠안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만약 다른 정상급 강자라면, 허칠안은 어쩌면 이렇게 환상을 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대는 선황이었다. 선황은 지종 도사에게 오염되었다.

이 전봉 고수는 악의가 충만하며 본성이 철저하게 사악하므로 아무리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을 것이었다.

[사: 우리 사고의 흐름을 바꾸어도 무방하네. 여러분은 원경이, 아, 아니, 선황이 어느 수행 체계를 걷는다고 생각하는가?]

지서 단체 채팅방에서 지혜를 맡은 사람 중 하나인 초원진이 질문을 던졌다.

‘선황은 일찌감치 동정을 떼서 무도의 길을 스스로 끊은 것과 다름없다. 그가 낙옥형을 따라 21년을 수행했으니 조금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인종의 길을 걷는 거겠지…….’

허칠안이 대답했다.

[삼: 인종이겠지.]

[사: 여기선 나와 생각이 같구먼. 그렇다면 인종의 수행법이 무슨 단점이 있나? 업화가 몸을 태우는 것? 선황은 품계가 높고 그는 국사처럼 기운의 도움을 빌려 업화를 억눌러야 하네. 그렇다면 그는 틀림없이 경성을 떠나지 않을 테지.]

[일: 아니, 자네가 틀렸네. 선황과 낙옥형은 달라. 낙옥형은 기운을 빌릴 국사의 지위가 필요하고, 선황은 그 자체로 황제라 몸에 기운을 짊어진 것이지.]

IQ를 맡은 사람 중 한 명인 회경이 다른 IQ 담당을 부인했다.

‘아, 그렇군. 그럼 상관없지…….’

초원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회경이 계속 말했다.

[일: 경성에는 감정이 있네. 그가 용맥 밑에 있지 않은 이상, 경성에 절대 오래 머물지 않고 반드시 경성을 떠날 걸세. 어느 곳에 갈지, 무엇을 할지는 추측할 수 없지만.]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군. 선황의 목적에 근거하여 그의 위치를 판단하는 거지……. 다시 말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으면 우선 그가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허칠안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가 현재 아는 상황은 선황이 장생을 위해 원경과 회왕 두 아들을 통째로 삼켰다는 것이다.

그는 소원대로 40년을 더 살았다.

이러한 선황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히 장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선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고조 무종만큼 대단할 수 있냐는 거였다. 혹은 유가 성인만큼 대단할 수 있을까?

이 인물들이 전부 세상을 떴는데 하물며 선황은?

“기운을 얻은 자가 장생할 수 없다는 천지의 법칙에 따르면, 선황의 진짜 나이는 80세 이상이다. 유가 성인도 82세까지밖에 살지 못했다. 이는 선황이 사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사람과 사람의 체질은 일률적으로 논할 수 없지만. 선황도 아마 극도로 분노한 상황에서 유가 성인보다 일 년 더 살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선황이라면 나는 모든 걸 고려하지 않고 장생하는 법을 꾀할 것이다. 하,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가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접한 정보가 너무 적어 가설을 세울 방향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선황은 도대체 뭘 하러 갔을까?

‘말하다 보니, 위 공이 출정한 지 곧 보름이 다 되어가는데 전시 상황이 어떠한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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