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41화 (641/712)

641화. 국사의 무쌍함 (1)

유가 성인이 세상을 떠난 뒤, 지금껏 그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는 자는 없었으니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위연은 고개를 들어 공중의 정덕제를 주시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검을 꺼내도 무방합니다!”

정덕제는 냉담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검을 내리쳤다.

검광이 반짝이더니 시간과 공간이 이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드높은 기세의 검기였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품계를 초월하는 검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악……!”

비명이 전쟁터에 울렸다. 몇몇 고수들은 용기를 내고 이 광경을 구경하던 중 신체에 소름이 끼치는 이변이 나타났다.

어떤 이는 몸속에서 갑자기 검기가 발사되더니 이내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겼다.

어떤 이는 몸이 잿빛으로 물들어 조각상으로 변했다.

어떤 이는 갑자기 불이 붙어 재빠르게 재가 되었다. 지면에 칠흑같이 어둡고 기름진 발자국 두 개만 남았다.

어떤 이는 모래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이는 피와 살이 나무가 되어 피부에 목재 무늬가 나타났으며 모공에서는 푸른 잎이 자랐다.

장개태 등의 고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이 검광을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 마음속에서 공포가 폭발했다.

구주 세계에서 최정상의 존재와 연관된 전투는 정말이지 한쪽 지역을 아주 쉽게 폐허로 만들 수 있었다.

번쩍번쩍한 검광이 순식간에 이미 눈앞에 이르렀다.

위연은 발을 들고 앞으로 힘차게 내디뎌 큰 종과 같은 기세로 말했다.

“유가 성인 앞에서 누가 감히 방자하게 구는가!”

백 장 길이의 허영이 동시에 발을 들어 앞으로 가볍게 내디뎠다.

그가 발을 내딛자 드넓은 바다에서 갑자기 백 장 높이의 해일이 일었다. 정산은 완전히 무너졌다. 산사태, 해일…….

유가 성인이 한 발의 위엄으로 산천을 평지화하고, 대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오색 검 빛이 순수한 오행의 힘이 되어 하늘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물들였다.

살륜아고, 정덕제, 이이포, 오달보탑 네 명의 뛰어난 고수는 이곳 천지를 쓸어버린 청기에 가슴을 부딪쳐, 바람에 시든 잎처럼 몸뚱이가 재빠르게 무너졌다.

최고 강자 네 명은 굳은 자세로 곧장 서서 상처를 회복하였다. 기운은 이미 최저로 떨어졌기에, 더욱이 재기하기 어려웠다.

네 사람이 힘을 합친 검은 이미 품계를 초월하는 강도에 도달하였건만 어찌 유가 성인의 한 발에 사라진단 말인가.

흩어진 오행 검기는 바로 이곳 천지의 원소 법칙을 바꾸었다. 바닷속에서 하늘에 닿을 듯한 큰 나무가 자랐으며 암석에서는 시냇물이 졸졸 흘렀다. 또한 해수면에서는 불길이 타올랐다…….

이 검의 위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유가 성인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정덕제는 기운이 온전치 않았다. 몸 표면을 휘감은 까만 빛은 검은 불꽃으로 변해 자신에게 해를 입혔다.

그는 수련의 결과, 인종의 도(道)와 마찬가지로 업화에 의해 몸이 탈 터였다. 지난 몇십 년 동안은 국군의 신분과 지위에 의지하여 업화를 확실히 억제하였다. 그런데 그가 방금 청기에 부딪히면서 기운이 쇠약해지니 업화가 바로 반격하였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지의 영기를 삼키고 내뱉었다. 도문에서 온갖 화에도 시달리지 않는다고 불리는 양신 몸뚱이가 금빛을 내뿜으며 업화를 진압하였다.

* * *

위연은 안색이 다소 창백해졌다. 그는 돌아서서 산골짜기의 그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유가 성인의 힘은 그의 몸에 심한 손상을 주지 않았다. 조각칼과 유관에 조위의 축복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위연에게는 여전히 벅찬 무게였다.

품계를 초월하는 존재를 소환하는 일에는 대가가 따랐다.

심오한 법술 반격은 없었다. 고작 ‘적재 중량 초과’라는 간단한 이치일 뿐이었다.

유가 성인의 허영은 위연을 따라 돌아선 뒤 보조를 맞추어 산골짜기로 방향을 바꾸어 몸을 내디뎠다.

유가 성인의 길을 감히 막는 자는 없었다. 1품도 불가능했다.

살륜아고는 그 청의를 바라보면서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고 분노하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천천히 말했다.

“위연, 너는 천부적인 자질이 출중하여 무신교가 봉인을 해제하더라도 대국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해도 되는데 구태여?”

그해 유가 성인이 무신을 봉인한 데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 구주를 통틀어 그 속의 비밀을 아는 자는 두 사람뿐이었다.

나라가 망하고 종족이 멸하는데 어떻게 그가 대국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겠는가? 위연은 들은 체 만 체하며 꿋꿋하게 천천히 산골짜기를 향해 전진하였다.

그에게는 적이 한 명 더 있었다.

위연은 허공에서 나아가다가 산골짜기에 가까워졌을 때 장벽에 가로막혔다.

이 장벽은 무형의 물질로 보이지 않지만 만질 수 있었다. 그것이 위연을 산골짜기 밖에서 가로막았다.

산골짜기 안은 다른 세상으로 위연의 진입을 거부하였다.

품계를 초월한 자를 막을 수 있는 건 품계를 초월한 존재뿐이었다.

무신은 이미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힘을 침투시킬 수 있었다.

기운을 막을 수 있는 건 기운뿐이었다.

위연은 조각칼을 쥐고 무형의 장벽 위를 가볍게 찍었다. 기운이 진동하더니 조각칼을 튕겨냈다.

살륜아고는 이 광경을 관조하면서 말했다.

“무신은 이미 봉인에 침투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건 결코 유린당하는 조각상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너희의 반응이 너무 빠르구나. 만약 2~3년을 늦출 수 있다면, 무신은 더 많은 기운을 동원할 수 있을 터인데.”

위연은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살륜아고를 쳐다보았다.

“너는 내가 온 힘을 다해 장벽을 부수고 유가 성인의 많지 않은 힘을 써버려서 내게 무신을 봉인할 여지가 없으리라 믿는구나.”

살륜아고가 거리낌 없이 말했다.

“네게 다른 선택이 있는가?”

위연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누가 없다고 했는가.”

* * *

정산성 안, 백의 술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소리 소문 없이 굳게 닫힌 성문을 지나쳐 무신교 본부에 도착했다.

“나……와……라…….”

백의 술사는 더듬거리며 말을 마치고, 발을 들어 가볍게 내디뎠다. 진법은 그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주변의 거리와 집을 뒤덮었다.

전송 진법!

한 정예 기병이 갑자기 나타났다. 손에는 강철 칼을 쥐고 몸에는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있었다. 필두로 한 자는 여인보다도 더 아름다운 젊은이였다.

성안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이상한 손님들을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그들은 갑옷과 투구, 생김새 등의 세부 사항을 통해 상대가 대봉 기병임을 판별해냈고 별안간 낯빛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왜 대봉의 군대가 갑자기 성안에 들이닥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염국과 대봉 변방의 세 개 주는 인접한 채 첩첩 난관과 난공불락을 등에 업었기에 두려움을 몰랐다. 그들은 정국과 강국 두 나라 연합군과 빈번하게 변방을 침범하여 약탈하고 불태우고 죽였다. 시정 패거리라고 해도 허리춤에 손을 얹고 비웃으며 말할 수 있었다.

“중원은 약골들 같아서 마음대로 업신여겨도 돼.”

우리가 대봉을 칠 뿐, 대봉은 우리를 칠 도리가 없다!

이 현상은 산해관전역이 끝날 때까지 여전히 바뀌지 않았었다.

차가운 기질의 남궁천유는 패도를 높이 들고 소리쳤다.

“대봉 건국 이래 600년 동안 무신교가 대봉 백성을 죽이고, 우리 대봉 여인을 빼앗았다. 피맺힌 원한이 쌓이고 쌓였으며 그 죄가 너무 많아 이루 다 적을 수가 없다. 동북 3주 백성은 무신교에게 고통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대봉의 장병들이여. 나를 따라 성을 함락한다.”

“성을 함락한다!”

“성을 함락한다!”

“성을 함락한다…….”

깊고 웅장한 포효 소리가 한데 모여 하늘을 진동시켰다.

중장기병 만 명이 거리로 돌진하여 마구 살육하였다. 성지를 인세의 지옥으로 만들었다.

오늘 성을 함락시켜 피맺힌 원수를 피로써 갚는다!

* * *

“위연!!”

영혜사 이이포는 정산성에서 맹렬한 기세로 살육하는 걸 보더니 노여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초품(超品)만이 초품을 봉인할 수 있는데 너처럼 평범한 몸이 그 속에 뒤섞이다니.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은가?!”

형세가 이 지경까지 이르자 3품 대(大)고수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무력감이 솟구쳤다.

‘위연, 너는 유가 제자가 아니지만 평범한 땅강아지도 아니지. 2품 무사는 자신만 생각하면서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에 충분한데 구태여 죽음을 자초하는가?’

“너희 무신교를 치겠다면 치는 것이다.”

위연은 정산성에서 시선을 거두어 대주술사 살륜아고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해의 늙은 병사들은 나를 대봉 군신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을 실망시키면 난처하지.”

군량과 마초가 없을 거라는 게 운명으로 정해진 상황이었다. 적군이 수도까지 쳐들어오면서 염국과 강국의 대부분 병력을 끌어들였다. 대봉군은 남몰래 드넓은 바다를 건너 정산성에 이르렀다.

교부 교룡을 불러들여 ‘우사’의 거칠고 사나운 파도를 상쇄시켰다.

그는 조각칼로 1품 대주술사에게 중상을 입히고 정덕제의 현신을 압박하였다.

그는 출정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단계를 전부 계산하였다. 어떻게 행군하고 어떻게 병력을 나누고 어떤 노선을 걷고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고 적이 몇 명이고 누구인지…….

감정이 말한 적 있었다. 이 세상에서 바둑판에서 나와 서로 싸우고 죽이며 승패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은 실로 너무 적은데 위연이 그중 하나인 셈이라고 말이다.

정산성에서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무신이 빌릴 수 있는 기운이 한 점씩 줄어들었다.

위연은 조각칼을 들고 이미 달걀 껍데기처럼 약해진 장벽을 가볍게 그어 무신의 장벽을 허물었다.

이이포와 오달보탑은 위연이 산골짜기에 진입한 걸 보면서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살륜아고와 선황 정덕은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전자의 눈빛은 차분했고 후자의 눈빛은 냉담했다.

* * *

제단 높이는 수십 장으로 산봉우리보다 약간 낮을 뿐이었다.

위연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제단을 쳐다보았다. 겹겹이 쌓인 돌계단은 총 99개였다. 계단 끝은 무신교가 믿는 신으로 주술사 체계의 창시자였다.

신마 시대 이후, 몇 안 되는 초품 중 하나였다.

‘신과도 같고 마귀와도 같다’라는 한 마디가 과언이 아니었다.

위연은 시선을 거두고 발을 들어 첫 번째 계단을 밟았다.

순식간에 하늘과 땅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이 공간은 그를 배척하고 그를 겨냥하여 무시무시한 압력을 행사하였다.

위연은 멈칫하더니 두 번째 계단을 밟았다.

유가 성인의 허영이 청광을 내려 천지의 압력을 상쇄시켰다.

위연은 고개를 쳐들고 유가 성인의 허영을 향해 읍하였다.

“괜찮습니다!”

그가 유가 성인을 소환한 이유는 적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신을 봉인하기 위함이었다.

살륜아고가 그에게 유성(儒聖)의 힘으로 장벽을 부수라고 종용한 이유는 유성의 힘을 조금씩 약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유성이 제단 위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여력이 있겠는가?

위연은 도구가 아니었다. 유성의 영혼을 견디는 도구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위연이야말로 당대에 무신을 봉인할 사람이었다.

유성이 그의 도구였다.

두 번째 계단, 세 번째 계단, 네 번째 계단…….

위연은 스무번 째 계단에 다다른 후,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몸에 균열이 생겼다. 고품 무사의 불사의 몸이 무시무시한 상처를 재생하며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오십 번째 계단에 다다른 후, 위연은 긁어모은 도자기 인형처럼 온몸에 이미 균열이 널리 퍼졌다. 품위 있고 준수한 얼굴도 포함이었다.

그는 마침내 멈추었다. 위연은 힘을 다한 것인지 아니면 더는 전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을 당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품계를 초월하지 않으면 결국 보통 사람이거늘 땅강아지와 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어렴풋한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까마득한 옛날에서 온 듯했다.

이 소리를 따라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세차게 솟구쳐서는, 천지가 함께 힘을 합쳐 위연을 교살하고자 했다.

위연 앞에 놓여 있는 건 두 갈래 길이었다. 첫 번째 길은 유성의 힘을 사용하여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정상에 오른 후, 어렵게 얻은 영혼에게 무신을 봉인할 여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하늘만이 알 뿐이었다.

두 번째 길은 돌아서서 대봉 군대를 이끌고 철수하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