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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40화 (640/712)

640화. 위연의 비장의 카드 (2)

위연은 다시 도자기 병을 꺼내 단약을 먹고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군왕이 장생하도록 꾀어내고 친자를 통째로 삼키다니. 40년 동안 백성은 안심하고 생활하지 못했고, 국력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반드시 나쁜 결과에 시달리겠죠……. 그래서 지종 도사가 철저하게 마도에 빠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한 가지 일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선황께서는 일기화삼청으로 지금의 수련 경지를 얻고 더 길게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여전히 인간 세상의 제왕입니다. 어떻게 장생하실 겁니까?”

정덕제는 악의가 충만한 눈빛으로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주시하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후에 한 사람이 내가 어떻게 제왕의 신분으로 불로장생할지 가르쳐주었다. 그의 말은 진정으로 나를 깨닫게 하였지. 이 이십여 년 동안, 나의 모든 음모는 그자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늘을 포함해서 말이야. 무신을 미끼로 자네를 올가미에 낚는 게 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조각칼은 철저하게 오염되어 영성을 전부 잃었다.

“비록 반 각 동안밖에 오염시킬 수 없지만, 충분하다.”

정덕제는 그걸 손이 가는 대로 벼랑에 내던지고 돌아서서 위연을 쳐다보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어떻게 우리를 뛰어넘어 무신을 봉인할 작정이지?”

자리에는 대주술사 한 명, 영혜사 두 명, 2품 도겁기의 강자가 한 명 있었다.

위연에게는 가까스로 2품인 셈인 한 사람뿐이었다. 정덕제는 공중에서 무언가를 쥔 듯 손을 들어올렸다. 그가 손가락 끝을 꼬집더니 손가락을 꼽아 튕겼다.

검기 한 줄기가 휙 소리를 내더니 하나가 둘, 둘이 셋, 셋이 수천수만이 되었다. 빽빽한 검기가 바다 밑의 물고기 떼와 거센 파도처럼 드높은 기세로 위연을 향해 발사되었다.

모든 검기는 4품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검기에는 원신을 겨냥한 공격이 뒤섞여 있었다. 인종의 검기와 심검이 하나로 합쳐졌다. 위연은 두 팔을 가슴 앞으로 교차시켜 전진해오는 빽빽한 검기를 막았다.

땅땅땅…….

그의 몸에서 눈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빛이 수천수만 개 터졌다. 어느 순간, 검기는 위연을 갈기갈기 찢어 그를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하였다. 정덕제는 금빛을 몰아 세차게 물러났다.

위연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 허탕이었다.

불문 무승 외에 어떠한 체계의 고품도 무사가 가까이 접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두 사람은 산 속에서 서로 쫓고 쫓겼다. 기기가 겹겹이 폭발하면서 산이 무너지고 거대한 바위가 끊임없이 굴러떨어졌다. 어느 순간, 광대한 밀림이 갑작스럽게 ‘미끄러져 넘어’졌고 절단된 부분은 깔끔했다.

기기가 폭발하는 소리는 이따금 바다에서 전해졌고, 거대한 파도와 해일을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방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두 전봉 고수의 형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 전쟁에서 이이포와 오달보탑 같은 3품 고수는 보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따금 기회를 잡아 위연에게 주살술을 시전하여 방해하곤 했다.

혹은 영혜사의 핵심 능력을 이용하여 정덕제에게 검기와 영성을 부여해 그것들이 허사가 되지 않고, 이로써 위연의 기혈을 천천히 소모하게 했다.

각 체계는 고통을 주는 것 외에 3품 이상의 무사 한 명을 빠르게 죽일 방법이 거의 없었다.

살륜아고는 전투에 개입하지 않고 탄식했다.

“진법을 깰 수 있는 무사는 정말이지 골치 아프군.”

그의 형체가 다시 흐릿해졌다. 마치 현실 세계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막이 한 층 씌워진 듯했다.

살륜아고는 소리 높여 말했다.

“정덕, 내가 이쪽 천지의 힘을 자네에게 빌려주겠네. 위연을 베어 죽일 자신이 있는가?”

정덕제는 고공에서 멈추더니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럼! 대주술사가 나를 도와 이 신하 놈을 죽여주면 고맙겠네.”

살륜아고는 발을 들어 쾅쾅 구르더니 말했다.

“대지가 내게 령(靈)을 주었다.”

암석이 풍화되고 토양은 모래가 되었다. 토령(土靈), 금령(金靈)의 힘이 살륜아고를 매개로 하여 허공에 들어가 정덕제의 몸에 주입되었다.

“초목이 내게 령(靈)을 주었다.”

화초와 수목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메말라 갔다.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 목령(木靈)의 힘이 정덕제의 몸에 주입되었다.

“바다가 내게 령(靈)을 주었다.”

맑고 깨끗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위, 칠흑같이 어두운 수령(水靈)의 힘이 정덕제의 몸에 주입되었다.

“봉화(烽火)가 내게 령(靈)을 주었다.”

천지의 힘이 뽑히자 정덕제의 기운이 점차 폭등하였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이 공간의 지배자가 된 듯 차가운 눈으로 역신 자식을 내려다보았다.

정덕제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는 허공에서 ‘금목수화토’가 뒤엉킨 오색의 검을 뽑았다. 오행(五行)의 힘은 만물의 근간이었다. 이이포, 오달보탑, 살륜아고는 동시에 손을 뻗었고, 영혜사의 핵심 능력으로 이 검에게 영성을 부여하였다.

이 모든 걸 마친 무신교의 대주술사이자 당대 1품인 살륜아고의 기운이 재빠르게 쇠미해졌다. 버젓한 1품은 이미 힘이 다할 지경이었다. 그 후 백 년 동안 정산 주위는 폐허가 될 터였다.

검세가 다시금 폭등했다. 이 검은 은근슬쩍 품계를 초월하였다. 그리하여 정덕제는 마치 그걸 통제할 수 없는 듯 검을 쥔 손을 미세하게 떨었다. 이 검은 3품 둘, 1품 하나, 2품 강자 하나의 힘이 응집된 것이었다. 품계를 초월하는 존재가 나지 않는 이 시대에 그건 무적이 될 것이었다.

아주 먼 곳의 전쟁터, 대봉군도 그렇고 동북군도 그렇고 모든 병사가 찬란한 천지의 위엄을 감지했다.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머리를 감싸고 황급히 도망치는 자, 똥오줌을 질질 흘리는 자, 심지어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자도 있었다.

장개태 등의 고수는 순간 두피가 저렸다. 그들은 공포를 꾹 참고 위엄의 출처를 바라보았다. 마치 천지를 벨 수 있을 것 같은 오색 검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광 아래에는 남루한 청의의 위연이 있었다.

“위 공…….”

모든 금라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이 검 때문에 근본적으로 저항할 생각이 들지 않았고, 도망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전투를 벌이면서 장수들의 예상은 모조리 빗나갔다. 광경 하나하나가 그들로 하여금 놀랍고 두려우며 망연자실하게 했다.

납란연을 필두로 한 주술사들은 고개를 젖히고 공중의 그 검기를 바라보며 마음이 들쑥날쑥했다.

“그를 죽여라, 위연을 죽여라…….”

납란연은 두 눈을 붉혔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오늘 갚을 수 있었다.

“위연을 죽여라!”

한 주술사가 소리쳤다.

“위연을 죽여라…….”

“위연을 죽여라…….”

고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점점 더 많아졌다. 여력이 남아 있거나 이미 눈을 감고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자들이 잇따라 응답하였다. 모든 목소리가 한데 모였다. 위연을 죽여라!

위연은 바다 위에 서서 고개를 치켜들고 안하무인 격의 검광과 자기밖에 모르는 정덕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출정 전, 그 자식이 말을 타고 산비탈 위에 서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르며 배웅하던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귓가에 마치 그의 노랫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전쟁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북방에서 이 조국의 강산을 바라보네. 격동의 시기에 인재들이 만나 살벌한 검기가 오가네! 황하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사이 20년간 종횡무진하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20년간 종횡무진하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위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인간 세상에 한 번 오면 무적이겠군.”

그는 남루한 청의에서 유관을 꺼내 천천히 썼다.

운록서원의 지보 중 두 번째인 아성 유관이었다!

“자!”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유가 성인의 조각칼이 소생하여 불결한 기운을 흩뜨리더니 흐르는 빛으로 변해 위연의 수중에 안착하였다.

그는 고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

쪽빛 하늘에서 청광 한 줄기가 내려와 위연의 몸을 비추었다.

이 청광은 원장 조위, 하마터면 죽을 뻔한 3품 대유의 축복에서 비롯되었다. 유관과 조각칼은 눈을 자극하는 푸른 빛을 내뿜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매에서 종이 한쪽을 찢어 종이 위에 아주 평범한 법술을 기록하였다. 주술사는 늘 보아서 신기하지 않은 법술이었다!

축제의 핵심 능력인 영혼 소환이었다. 살륜아고 등 주술사 셋은 이곳을 보면서 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치익!

종이가 타들어 가는 중, 위연은 의기(意氣)를 분출하여 한껏 소리를 질렀다.

“유-가-성-인-을-모-십-니-다!”

순식간에 청기가 천지를 뒤덮었다!

쪽빛 하늘에 구름층이 갑자기 산산이 흩어지더니 사라져서 텅 비고 푸른 하늘만이 남았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진 힘, 아직 나타나지 않은 존재는 조금도 호락호락한 것 같지 않았다.

천지 사이, 한 쌍의 눈이 떴다. 그 눈에는 모든 것을 통찰하는 지혜와 동요되지 않는 태연자약함이 가득했다.

산과 바다 사이, 백 장 높이에 달하는 허영이 나타났다. 유포 차림에 유관을 쓴 희미한 얼굴이 긴 수염을 흩날렸다.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하늘의 뙤약볕이 마치 좀 어두워진 듯했다.

이 허영은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을 인 채 발밑에는 드넓은 바다를 밟고 있었다.

이 허영이 나타나자 정산 백 리 안에 청기가 감돌고 허공에서는 우렁찬 낭독 소리가 들려왔다.

유가 성인!

유가 체계의 창시자이자 품계를 초월한 위인이었다.

유가 성인이 세상을 뜬 지 12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가 유가 성인의 영혼을 소환하였다.

이 순간 무신의 조각상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제단 전체, 산골짜기 전체가 흔들렸다.

이 순간 정산성 주위 백 리 안의 모든 생명이 바닥을 뻗어 전전긍긍하였다.

이이포와 오달보탑은 온몸이 떨리고 척추가 구부러졌으나 기꺼이 엎드리지 않으려 고집을 부렸다. 이게 3품 주술사의 마지막 체면이었다.

대주술사 살륜아고는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선 거대한 허영을 바라보며 입술을 가볍게 떨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유가 성인…….”

인족 문명이 탄생한 이래로 예법의 변천, 제도의 변화로 번잡하면서도 혼란스럽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만약 ‘역사’라는 긴 강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인족 문명의 변천은 두 단계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었다.

유가 전과 유가 후.

유가가 탄생하기 전에 제도는 변덕스러워 상대적으로 혼란스러운 단계였다.

유가가 탄생한 후, 인족 문명에는 그제야 초석이 생겼다. 아무리 변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근간이 생겼다.

신마 시대를 매듭지은 후 십수만 년 동안, 만약 몸에 더해진 기운을 논한다면 상고 인황도 그렇고 후대의 수많은 제왕도 그렇고 모두 유가 성인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가 성인은 인종 문명의 창시자로서 시대의 요구에 의해 나타났다는 데에 더욱 가까웠다.

위연의 두 눈이 청광에 의해 대체되어 신령 같은 냉담함이 두드러졌다. 그의 육신에 촘촘한 틈이 벌어지더니 유관과 조각칼이 청광을 발하면서 그의 신체를 거듭하여 재생시키고, 다시 찢고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순환을 이루었다.

이 순간 그가 짊어진 건 품계를 초월한 힘과 인족이 탄생한 이래로 최고로 드높은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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