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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39화 (639/712)

639화. 위연의 비장의 카드 (1)

살륜아고는 조각칼에 심장이 찔린 채 걷잡을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마치 지옥의 업화를 견뎌내고 있는 듯 목소리가 처량하고 날카로웠다.

“대주술사의 용의주도함으로 싸우기 직전에 분명히 스스로에게 점을 쳤을 테고, 대길이 나왔겠지? 만약 감정이 나를 도와 조각칼을 숨기지 않고 천기를 감추지 않았다면, 대주술사를 노리고 싶어도 아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술사가 주술사로 탈태해도 술사만이 주술사의 점술에 대응할 수 있다. 감정의 도움이 없이는 너희를 치고 싶어도 너무 어렵지.”

위연의 조각칼이 살륜아고의 심장에 조금씩 들어가면서 그의 체내의 영력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그의 신체 기능은 조각칼에 침식되어 급속도로 소멸해갔다. 살륜아고는 고작 2~3초 만에 스무 살은 더 들어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초췌해진 그는 언제든지 ‘목숨을 다해 죽을’ 상태에 놓였다.

형세가 갑자기 역전되었다. 3품 영혜사 둘의 안색이 급변하여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대응 방식을 취했다. 두 손바닥으로 각각 살륜아고와 위연을 조준하였다.

왼쪽 손바닥의 붉은 끝이 이따금 살륜아고의 생기를 끓어오르게 하여 유가 성인 조각칼의 침식에 맞섰다. 오른쪽 손바닥으로는 위연에게 원격으로 주살술을 걸었다.

“흥!”

위연은 오른쪽 손바닥을 내밀어 대주술사의 목덜미를 감쌌다. 그는 오른손으로 조각칼을 뽑아 측면에서 살륜아고의 머리를 찔렀다.

살륜아고는 조각칼에 대항해 신체의 기능을 소모해버린 탓에 반항할 수 없었다. 위연은 다시 조각칼로 상대의 원신을 타파하여 1품 대주술사가 철저하게 혼비백산하게 했다.

그 순간 검광이 반짝였다.

푹!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위연은 깜짝 놀라 절단된 자신의 팔을 보았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절단된 팔은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쥐고 있었다.

금빛과 까만빛이 서로 뒤얽힌 팔이 살륜아고의 미간 사이에서 내밀어졌다. 위연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후퇴하여 아주 멀리 거리를 벌렸다. 그는 허공에 굳은 채로 서서 살륜아고를 주시했다.

철퍽철퍽……. 피와 살이 뒤엉켜 꿈틀거리고 뼈가 재생하더니 완전히 새로운 팔로 응집되었다. 후! 위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체를 보호하는 신광이 다시 몸을 덮어 동피철골로 굳어졌다.

그는 방금 팔이 절단되었다고 해도 방어력이 약한 건 아니었다. 다만 앞서 적에게 약함을 보여 고품 주술사 셋이 선혈을 매개로 주술살을 시전하였고 위연은 그 자리에서 중상을 입었다. 무사의 자랑스러운 신체와 영혼이 공격을 당했다.

그런 뒤 그는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불시에 유가 성인의 조각칼로 대주술사 살륜아고를 습격하였다. 이 일련의 조작은 약점을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기회를 포착해야 해서 위연이 동피철골을 회복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했을 뿐, 상대방 역시 후수가 있었다. 살륜아고의 몸속에서 서서히 용포를 입은 남자가 뚫고 나왔다. 그는 이목구비가 단정하며 눈썹이 다소 짙었으며 두 눈은 악의로 충만했다.

자세히 보니 용포를 입은 남자는 옥처럼 틈이 없었다. 금빛과 까만빛이 그의 몸 표면에 뒤얽혀 신성하면서도 사악하였다.

음신이다!

선황 정덕!

“위연은 계략에 능하다. 감히 정산성을 칠 때, 아마 의지할 세력이 있을 거라는 걸 알았지. 네가 나와 이렇게 오래 놀았고, 나 역시 너와 이렇게 오래 논 건 우리가 서로 무슨 비기(祕器)를 쥐고 있는지 좀 보고 싶어서 아닌가?”

살륜아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유가 성인의 조각칼이라. 너 역시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생각지 못했다. 쯧쯧, 위연이 뜻밖에도 백성을 마음에 두고 있을 줄이야.”

그의 몸 표면에서 핏빛이 번쩍였다. 그의 가슴은 피범벅이었는데 순식간에 처음처럼 회복되어 피부의 주름살마저 사라졌다.

하지만 이 1품 대주술사의 기운은 어쨌거나 많이 쇠약해졌다. 마치 위연의 기혈처럼 이 순간 이미 3품 전봉으로 떨어졌다.

우두둑, 우두둑…….

뼈가 산산이 부서지고 피와 살이 무너져 수축했다. 용포 남자는 위연의 팔을 순수한 기혈로 만들더니 입을 벌려 몸속으로 흡수하였다.

“맛이 그런대로 괜찮군. 분명히 자네 기혈은 더 맛있겠지.”

용포 남자는 웃으면서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손바닥에 쥐었다. 더러움과 타락이 가득한 걸쭉한 액체가 솟구쳐 유가 성인의 조각칵을 조금씩 침식하고 그것의 영성을 마멸시켰다.

마치 애당초 지종 도사가 잠시 동안 오염시킨 진국검의 영성처럼 말이다. 위연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슬프면서도 실망한 듯이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알고 보니 선황이셨군요, 정말 선황이셨습니다!”

정덕제는 ‘헤’하고 소리 내더니 입가에 잔인하면서도 악랄한 웃음기를 띠었다. 그는 검은색 걸쭉한 액체로 조금씩 뒤덮이는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내가 이걸 봉인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 자네 역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과거에 20여 년간 군신이었던 정을 봐서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라.”

살륜아고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상처는 위연보다 심하면 심했지 가볍지 않았다.

“평원백이 조종한 인신매매 조직이 선황을 위해 힘을 썼겠지요.”

위연이 말했다.

정덕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웃었다.

“자네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고 자신하겠지만, 만약 자네가 평원백을 한 걸음 한 걸음 옥죄지 않았다면, 나는 자네를 제거하려고 방법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고, 초주성 백성 대량 학살 사건도 어쩌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르네.”

“그런 뒤에 선황께서 계속 무고한 백성의 목숨을 갉아먹는 일을 용인하고요?”

위연은 대범하게 도자기 병을 꺼내 ‘뻥’하고 나무 마개를 튕겨서 원기를 메워주는 단약을 전부 쏟아부었다.

몇 초 뒤, 그는 안색이 불그스름하게 회복되더니 탄식했다.

“선황께서는 언제 이렇게 변하신 겁니까.”

용포 남자는 험상궂게 웃었다.

“정덕 26년, 지종 도사가 나를 오염시켰다.”

그는 멈칫하더니 먼 곳에 만연하는 전쟁의 불길을 조망하며 천천히 말했다.

“나는 줄곧 건강이 좋지 않았지. 죽은 사람의 인육과 백골을 살릴 수 있는 영험한 묘약은 나한테 큰 작용을 하지 못했다. 한 나라의 군주는 기운이 몸에 더해져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는 사실 일찌감치 정해져 있으니. 예전에 나는 장생에 딱히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로병사는 천지의 법칙이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는 죽음이 두려워지면서 장생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가 성인조차 천지의 법칙에 대항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나는?

정덕 26년에 이르러 지종 도사가 나를 오염시켰다. 그는 내게 인간 세상의 군왕은 장생할 수 없으며 품계를 초월해도 이 결말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일러주었지. 하지만 그는 나를 일반적인 군왕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게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때 내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꾐에 넘어가 동의하였다.”

위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래서 정덕 26년에 회왕을 삼켰군요.”

정덕제의 얼굴에 극단적인 사악함이 엿보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동화된 것이다. 내가 그의 영혼을 정제하고 그의 기억을 받아들였다. 그가 곧 나이고 내가 곧 그로, 이것이야말로 일기화삼청의 오묘한 이치 중 하나다. 그저 빙의라면, 육신과 원신이 부합하지 않고 후환이 끝이 없어 수행의 길이 끊긴 셈인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뒷길을 스스로 끊는 짓을 한단 말인가. 유감스러운 건 나는 결코 정통 도문 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나를 돕는 지종 도사가 있다고 해도 말이야. 회왕의 원신을 강제로정제한 후에도 나의 본체 주혼(主魂)은 여전히 불완전했거든.”

그는 2품인 지종 도사의 도움이 없으면 일기화삼청 법술을 시전할 수 없었다.

위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원경은요? 원경 역시 그때 선황께 통째로 먹힌 겁니까?”

정덕제는 고개를 젓더니 소리 없이 말했다.

“그들 형제 둘은 본래 그때 나와 함께 동화됐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말했지. 회왕의 영혼을 정제한 뒤에 내 주혼이 부분적으로 벗겨낸 그 영혼을 회복시키지 못해 불완전함이 나타났다고. 이런 상황에 내가 또 어떻게 원경을 통째로 삼키겠는가?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 지종 도사가 도문 미혼대법(迷魂大法)으로 원경의 그 기억을 지워버렸다. 이어 그의 기억 속에 마념의 씨앗이 파묻혔지. 그리고 나는 모든 걸 준비한 후 죽은 척하고 퇴위하여 지하 용맥에 숨어들었다. 그곳은 유일하게 감정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지.

나는 조용히 칩거하며 원경을 정제할 기회를 기다렸다. 내 예상과는 달리 원경은 나를 거울로 삼아 더는 재상에게 권력을 실어주지 않고, 힘을 다하여 나라를 다스리면서 각 당을 저울질하더군. 대봉 국력이 날로 발전하고 기운이 몸에 더해졌으니, 나는 그를 삼킬 기회가 전혀 없었다. 자네가 나타날 때까지 말이야…….”

위연은 어리둥절했다.

“자네 잊었나?”

위연을 주시하던 정덕제는 입가의 호선이 조금씩 커졌다.

“원경 6년, 북방의 독고(獨孤) 장군이 세상을 떴고 자네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여 오랑캐 대군을 물리쳤지. 그때부터 사람을 놀라게 하더군. 자네 다시 생각해봐도 무방하네. 왜 출정한 것인가?”

위연은 벼락을 맞은 듯 순간 눈을 크게 떴다.

“하하하……!”

정덕제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버젓한 대봉의 황후, 모의천하(母儀天下) 황후가 뜻밖에 궁 안의 환관과 사랑을 나누다니. 그리고 그 환관은 그녀가 입궁하기 전의 소꿉친구라지. 어느 남자가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물며 원경처럼 고집불통인 황제가 말이야.”

그는 미친 듯이 제멋대로 요절복통하며 웃었다.

“그때 원경 의식 속의 마념이 마침내 소생하여 천천히 그를 침식하고 오염시켰다. 원경이 당시에 자네와 황후를 죽이지 않은 건 마념의 영향을 받아서 음침하고 간사하게 변했기 때문이야. 그는 자네와 황후의 지난 일을 알게 된 후에 마음 상태가 변했다. 황후를 이용해 자네를 통제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 뒤 곧바로 산해관전역이었다. 그 전쟁은 대봉의 국운을 흔들었고, 산해관전역의 끄트머리에 나는 기회를 틈타 원경을 정제하고 대신 들어섰다. 원경의 자리를 빼앗은 뒤에 나는 실패를 반성하였다. 더 이상 여색을 건드리지 않고 도를 닦는 데 몰두하였지. 단약을 먹으면서 평원백이 계속해서 사람을 납치하게끔 하였다. 사십여 년에 걸쳐 드디어 양신을 수련해내고 2품 도겁기에 들어섰다. 위연, 자네는 내가 자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할 건가?”

진정한 원경은 20년 전에 일찌감치 사라졌더랬다.

“참, 내가 번외로 비밀을 하나 알려줄 수 있네. 그해 원경에게 남몰래 자네와 황후의 관계를 누설한 사람은 태자의 생모 진 귀비네.”

정덕제는 다시 묵직한 폭약을 내던졌다.

‘진 귀비…….’

위연은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

“지종 도사가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선황을 도운 목적이 뭡니까?”

정덕제는 냉소를 지었다.

“당시 지종 도사는 이미 마도에 빠질 조짐을 나타냈지. 하지만 선념이 악념보다 강해 한사코 제압하였다. 악념은 자신이 정제되고 소멸되지 않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날 도리를 논할 때 악념은 장생에 대한 나의 갈망을 눈치챘고, 암암리에 은밀히 나를 오염시켜 장생에 대한 나의 욕구를 키웠다.

그런 뒤 어느 날, 잠시 동안 신체를 주도할 기회를 얻었고, 나를 꾀어내어 나와 이 모든 걸 계획하였지. 사후에 지종 도사는 종문으로 돌아와 독거 수행하였고. 선악 두 사념이 무려 40년 동안 뒤엉켜 있었지. 40년 후, 지종 도사는 마도에 빠지고 원신이 분열되었네. 선념은 남은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도망쳤어. 자네 생각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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