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38화 (638/712)

638화. 아프지!

허구의 새가 이이포를 붙잡고 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산림을 스쳐 절벽 위 대주술사 살륜아고의 옆에 낙하하였다. 그리고 이 순간 강국의 국사 오달보탑(烏達寶塔)이 드디어 달려왔다. 까만빛이 명확하게 산봉우리를 스쳤다.

북경에서 촉구와 힘을 겨루고 있어 돌아올 수 없는 정국 국사를 제외하고 무신교의 전봉 주술사가 일제히 모였다. 이미 화포 폭격 범위에서 철수한 주술사, 수비군들의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동북의 강호 인사들은 마음이 적잖이 안정되었다.

위연이 군함 위에서 분부하였다.

“정산성으로 돌격하라. 성을 점령하고 모두 죽인다!”

성 점령 및 학살이었다.

전쟁은 기운을 움직이고, 도살은 기운을 약화시키는 법이었다.

“성을 점령하고 모두 죽인다!”

“성을 점령하고 모두 죽인다!”

“성을 점령하고 모두 죽인다…….”

대봉 장병들의 포효 소리가 바다 위에 메아리쳤다. 기세가 드높았다.

그들은 중원 대봉의 위세를 널리 떨치고자 했다. 군함이 천천히 뭍에 닿더니 두껍고 무거운 발판이 모래사장에 박혔다. 보병은 손에 패도, 군노 혹은 화통을 들고 갑판 위에서 앞장서서 뛰쳐 내려와 사방을 경계하였다.

그런 뒤 기병이 말을 이끌고 나는 듯이 배에서 내렸다. 마지막에야 포병이 화포, 상노를 밀면서 발판을 따라 상륙하였다.

슉슉슉…….

대봉 군대가 막 상륙하자마자 수풀 사이에 매복해있던 궁수들이 즉각 공격하였다.

‘땅땅’ 소리가 났다. 대부분의 화살이 정철로 주조한 방패에 가로막혔다. 그중 일부는 고수들이 쏜 화살로 방패를 관통하여 병사들의 목숨을 하나씩 앗아갔다.

금라 장개태가 엄지손가락을 튕기자 패검이 ‘쨍’하며 칼집에서 나왔다. 그는 찬란한 검광을 휘둘러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베었다.

그는 즉시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뒤이어 백사장 근처의 숲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일찍이 초원진을 무미건조하게 격파한 4품 고수는 양 떼 사이로 들어간 늑대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적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대봉군 측의 고수가 잇따라 밀림으로 뛰어들어 군대의 상륙을 위해 시간을 벌었다. 전쟁의 불길은 해안에서 시작되어 정산을 타고 올라가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본부 정산성을 향해 번져나갔다.

* * *

살륜아고는 전방 공중에 서 있는 청의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품속의 어린 양을 쓰다듬고 한편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20년 전, 나는 20년 후에 대봉에 너무 용맹하여 안하무인인 무사가 나올 거라고 단언하였지. 본래는 영웅인 자네의 기가 꺾일 줄 알았는데 줄곧 때를 기다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어디 보자. 자네가 2품인가 아니면 1품인가? 이이포, 오달보탑, 자네 둘이 그를 시험해 보게나.”

무신교의 3품 주술사 둘은 두려움과 망설임이 없이 각자 영혼을 소환해냈다. 이이포는 여전히 이전의 그 무사 영혼을 사용하였다. 그는 영혼의 힘을 빼앗아 거인으로 변신하였다.

오달보탑의 머리 위에는 험악한 표정의 승려가 있었다. 근육이 잘 발달한 장대한 체격의 대머리로 불문 금강이었다. 모든 주술사는 각 체계의 고수를 베어 죽이고 이로써 인과 관계를 맺어 상대방의 영혼을 소환하였다.

이는 그들의 대적 수단을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 다른 적을 마주했을 때 다른 체계의 영혼을 소환하여 상대를 제지하였다. 하지만 만약 맞은편에 무사가 있다면, 주술사들은 과감하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무사 영혼을 소환할 터였다.

무사만이 무사를 격파할 수 있었다. 또한 무사만이 무사의 타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오달보탑이 소환한 건 3품 금강이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무사로, 육신의 방어력이 지나치면 지나쳤지 못 미치지는 않았다.

두 국사는 소환이 끝난 뒤 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연에게 겨누었다.

“죽어라!”

원격 주살술!

위연의 형체가 잠시 굳었다. 마치 몸속에 어떠한 힘의 침식을 받은 듯했다.

고품 주술사 둘은 이 기회를 틈타 좌우로 협공하였다. 이 순간 그들은 불사의 몸에 버금가는 무사였다.

퍽! 퍽!

큰 종을 울리는 듯한 두 번의 굉음이 들렸다. 이이포와 오달보탑은 거꾸로 날아가 버렸고, 머리 위의 허영은 뿔뿔이 흩어졌다.

위연은 추격하지 않았다. 그는 1품 대주술사 앞에서 자신이 3품 둘을 재빠르게 격살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무사는 모든 수련 경지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간다. 너희들이 빌린 건 그저 힘과 방어로 겉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품계가 더 높은 무사 앞에서는 한 번의 공격도 견디지 못하지.”

위연은 고개를 저었다.

살륜아고가 손을 휘저어 주술사 두 명을 먼 곳으로 보냈다. 그는 위연을 바라보면서 드물지 않게 좋아했다.

“합도의 문턱에 닿았군. 다만 이 기혈이 좀 약할 뿐이지. 3품 전봉의 기혈은 합도의 경지다. 음,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너는 아마 본래의 기혈을 혈단으로 바꾸어 보존했겠지. 이 20년 동안 네 경지가 높아졌으나 육신과 기기는 아직 3품에 머물러 있지. 네게 길들일 시간을 2~3년을 더 주면, 순리에 맞게 2품으로 들어설 수 있겠군. 어떻게 원경을 속였지?”

위연은 평온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10년 전에는 분수에 만족하며 본분을 지켰고, 그 후 10년은 좀 무료하여 다시 무도를 수련할 계획을 세웠네. 그리하여 감정을 찾았고, 나를 대신해 천기를 차단해주었네. 하지만, 나중에 역시나 원경이 눈치챘지. 본래의 규칙을 깨야만 새로운 법칙을 창조할 수 있는 법이지. 괜찮다.”

살륜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아주 분노했겠지. 만약 네가 애당초 수련 경지를 한동안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다면 오늘 여기서 죽지 않았을 텐데.”

위연은 산골짜기 방향에 있는 높이 솟은 제단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선언했다.

“나는 무신을 봉인하러 갈 것이다.”

그가 한 걸음 내딛자 백 장(丈)이었다.

두 번째 걸음을 내딛자 산골짜기 속의 제단에 도달할 수 있었다.

위연이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가 다시 살륜아고의 앞으로 돌아왔다. 마치 세월이 초기화된 듯했다.

대주술사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미 이 천지와 동화되었다. 네가 한평생 걸어가도 제단에 갈 수 없을 것이다.”

대주술사는 손을 들어 가볍게 눌렀다.

순식간에 온 세계의 힘이 마치 위연의 몸에 가해지는 듯했다. 그의 온몸의 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면서 그의 몸 표면의 신광이 차단되었다.

대주술사!

그는 천지의 힘을 자기 것으로 바꾸어 자연의 힘을 지배하였다. 마치 필적할 수 없는 세상의 지배자 같았다.

이게 바로 1품이었다.

위연은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견디면서 순식간에 수십 주먹을 날렸지만 모조리 허사가 되었다. 하지만 살륜아고는 전혀 피하지 않았다. 위연 자신의 주먹이 상대를 피했다.

“재미있군!”

위연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는 더는 주먹을 내밀지 않고 두 손바닥을 합쳐서 앞으로 찔렀다.

그런 뒤 그는 손바닥을 힘껏 뗐다. 마치 무형의 막이 찢어지면서 천지가 천지로 다시 돌아가는 듯했다.

살륜아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자네에게 알리는 걸 잊었군. 내가 4품일 때 깨달은 의(意)를 파진(破陳)이라고 한다.”

위연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합도한 후 세상에 나를 옭아매는 법술은 더 이상 없다.”

위연이 미처 성과를 얻기도 전에 반투명한 허영이 강림하여 살륜아고의 머리 위에 응집되었다. 그런 뒤 1품 대주술사는 주먹으로 위연을 날려버렸다.

쿵!

위연은 넓은 바다속으로 추락했다. 백 장 높이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장관을 이루었다.

살륜아고는 산꼭대기에 서서 바다를 뚫고 나오는 위연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뒷짐 지고 서서 적절하게 말했다.

“천여 년 전, 대주의 한 친왕이 2품 무사였다. 너처럼 수백 리를 종횡하며 염국 수도를 쳤지. 당시 무신은 이미 유가 성인에게 봉인되어 나설 수 없었다. 진정으로 그를 소멸시킨 사람은 나다. 위연 네가 그 당시 대주 친왕보다 더 강할 수 있겠는가?”

주술사가 영혼을 소환하는 수법은 5품 축제 때의 핵심 능력이었다. 하지만 5품의 축제는 선조의 영혼만을 소환할 수 있었다.

고품이 되면 이 능력에 변화가 생길 터였다. 선조 외에도 자신과 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었다. 벗, 원수, 죽였던 수하의 패장만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살륜아고는 초대 감정의 영혼까지도 소환할 수 있었다. 그의 제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성공한 적은 없었다. 당대 감정이 이 가능성을 제거해버렸다.

위연은 몸을 훌쩍 날려 하늘 끝으로 곧장 들어가더니 맹렬하게 돌아서서 다시 고공에서 덮쳐왔다.

살륜아고는 마색 긴 장포에서 오른손을 내밀어 공중에서 주먹으로 맞이했다.

윙!

먼 곳에서 교전하던 양측 병사들은 기이하다고 할 만한 광경을 보았다. 정산 정상에 문득 천지를 쓸어버릴 듯한 거대한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 물결은 산을 휩쓸어 숲을 가루로 만들었다. 또 넓은 바다를 휩쓸어 수백 장 높이의 거센 파도가 일었다.

살륜아고 발밑의 절벽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철컥’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몇 초 뒤, 절벽 전체가 무너지고 낙석이 굴러서 바다에 내리꽂혔다.

발밑의 땅이 재빠르게 무너지는데도 살륜아고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왼손으로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가 이 주먹을 날리자, 위연은 온 세상이 자신과 대적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웅대하기 그지없으며 세차서 다스릴 수 없는 천지의 힘이 주먹 하나에 녹아든 것 같았다.

땅!

주먹이 위연의 가슴을 내리치자 몸 표면의 신화(神華)가 산산이 조각난 유리처럼 자잘한 빛으로 흩어졌다.

위연은 이 주먹에 의해 흉골이 전부 부서져 피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살륜아고는 손짓하여 피를 흡수하더니 손바닥에 칠하고 위연에게 조준한 뒤 주살술을 걸었다.

“죽어라!”

옆에 있던 이이포와 오달보탑도 같은 행동을 하였다. 위연의 피를 흡수한 뒤 주살술을 걸었다.

“죽어라!”

대주술사 한 명과 영혜사 두 명이 동시에 위연에게 주살술을 걸었다.

펑펑펑……. 위연의 몸에서 끊임없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모공에서 핏방울이 솟구쳐 나왔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감당하는 듯했다. 그해 전장을 주름잡던, 천군만마를 마주하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던 대봉 군신이 고통에 사로잡혀 비인간적인 비명을 질렀다.

살륜아고는 위연의 머리 위에 나타나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대주 친왕의 영혼이 그와 함께 주먹을 쥐었다.

그는 마치 공기를 잡아 터뜨리는 듯 손가락 사이로 묵직한 폭발음을 냈다.

위연은 위기의 순간, 위험에 관한 무사의 본능으로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상당히 결정적인 방어 행동을 하였다. 뒤로 젖히기!

주먹이 그의 가슴을 뚫었다. 그의 등 뒤에서 찔러 피와 살 그리고 척추뼈 반 토막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근 2천 년 동안 너는 내가 만난 자 중에 천부적인 자질이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하나다. 그해의 선조, 나중의 무종도 너보다 못했지. 너를 죽이는 게 실로 애석하다.”

살륜아고의 팔뚝이 몇 바퀴나 굵고 단단해지더니 근육이 팽창하여 위연의 몸을 터뜨리려고 하였다. 다음 순간 그의 기기가 갑자기 조수처럼 새어 나왔다.

대주 친왕의 허영이 몇 번 깜박이더니 흩어져서 보이지 않았다.

살륜아고, 무신교의 대주술사는 구주에서 손꼽을 정도의 1품 고수였다. 그는 믿기 어려워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조각칼이 꽂힌 것을 내려다보았다.

“아프지!”

위연은 온화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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