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화. 기병(奇兵) (1)
허칠안은 원한을 품고 말했다.
“그대는 나를 조금도 아끼지 않소? 이묘진.”
“???”
그녀는 의아해하다 이내 알아차렸다. 유가 법술은 반격을 견뎌야 했다. 고작 문 하나 지나치는 정도라면 법술의 반격 효과도 가벼울 터였다.
만약 허칠안이 그들을 바로 주묘로 전송하면 중간에 여러 가지 장치를 거치면서 도중의 고난이 반격의 방식으로 시술자에게 돌아갈 것이었다.
종리는 솔선수범하여 적진으로 들어가며 중얼중얼 말했다.
“선황 침릉에는 총 12개의 장치와 72개의 작은 장치 그리고 9개의 진법이 있군……. 모두 내 뒤를 따라오세요, 함부로 가지 마시고요.”
그녀는 환히 꿰뚫은 듯 소개했다.
황릉은 기획자와 감독 측이 사천감이었다. 종리는 감정의 제자로 선황 침릉의 감조(監造) 도면을 살필 자격이 있었다.
“그녀를 따라다니면 우리가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이묘진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허칠안은 손사래를 쳤다.
“괜찮소. 그녀를 따라서 가면 되오. 뜻밖의 사고는 없을 것이오.”
그는 감정이 하사한 옥패를 지서 파편에 챙겼다. 지금의 허칠안은 광무제의 버프를 전부 시전하여 예언사가 가져오는 액운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네 사람은 가는 도중에 위험한 일 없이 종리의 안내를 받으며 순조롭게 장치를 피하고 진법을 푼 끝에 마침내 주묘에 도달하였다.
주묘의 대문은 높고 큰 돌문은 두 짝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허칠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입꼬리에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
“왜 그러는가?”
이묘진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별거 아니야. 그냥 옛 무덤에 스트레스 장애가 생긴 것 같아…….’
허칠안은 구시렁거리는 방식으로 기분을 풀었다. 선황의 본체가 고분으로 돌아올 리는 없지 않은가!
‘내가 관을 열어서 시체를 도로 파내어 검시해야 하는 액운 후광이 없길 바라야지…….’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두 손바닥으로 돌문을 누르자 근육이 불룩해졌다. 그는 힘껏 돌문을 밀었다.
‘무사의 위기 본능이 경고하지 않았어!’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먼저 주묘 안으로 들어갔다.
종리는 손바닥으로 야광주를 받쳐 들고 투명한 빛으로 주묘를 밝게 비추었다. 또한 그녀는 기둥, 토용, 그릇 등 순장 물품도 밝게 비추었다.
허칠안의 시선이 주묘 중앙에 이르렀다. 칠흑 같은 옥석 바탕, 단향 목제에 백옥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관이 놓여 있었다.
그는 두 손을 관 위에 올려두고 잠시 기다렸다. 허칠안은 강력한 직감이 경고하지 않음을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관을 밀어젖혔다.
관 안에는 정상적인 크기의 단향목 관이 하나 더 있었다.
야명주를 든 종리가 접근함에 따라 관 안의 형상이 허칠안의 눈에 비쳤다. 노란 비단이 깔린 관 안에 백골 한 구가 누워 있었다.
이묘진은 관 옆으로 걸어가 백골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머릿속에 출발하기 전 수집했던 선황의 자료가 떠올라 말했다.
“키가 비슷하군.”
그녀는 또 치골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남자네.”
‘이거, 관 안에 백골이 있다는 말은 애당초 선황이 정말 관에 들어갔다는 뜻인가? 죽은 척한 게 아니라?’
이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그들이 예측한 것과는 좀 달랐다. 그들이 추측하기로 선황은 먼저 죽은 척하고 묘에 들어간 뒤에 은밀히 관을 들추고 일어났다.
“야광주를 내게 주게.”
회경은 손을 뻗어 종리의 손바닥에서 조명 법기를 받았다. 그녀는 관 속의 맹독 냄새를 전혀 꺼리지 않고 천천히 몸을 굽혀 선황의 백골을 자세히 살폈다. 한참 뒤 그녀는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선황이 아니야.”
허칠안은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마마의 근거가 무엇입니까?”
그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선황은 사지가 멀쩡한 사람으로 골격 방면으로 결함이 없었다. 이 백골도 마찬가지로 결점이 없었다.
선진 기자재가 부족하여 DNA를 검측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한번 보는 것만으로 신분을 판별하는 일은, 허칠안이 보기에 다소 불가능했다.
회경은 야광주를 받쳐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의 손발 골격은 비교적 긴 편이네. 보통 사람보다 더 길지. 그는 환관이야……. 환관은 젊을 때 거세당하네. 성년이 된 후에는 신체가 정상적인 남자와 다르게 더 커지지. 하지만 손발의 비율에는 약간 기형이 나타나. 정상적인 남자보다 길어지네.”
허칠안이 눈여겨보니 이 백골의 팔뼈가 확실히 길었다.
‘이게 무슨 원리지? 악, 역시 대봉 제일의 공부벌레다워……. 내가 비록 사체 검안에 관한 지식이 적잖이 있지만, 내가 있던 그 시대에는 이미 태감이 사라졌다고…….’
허칠안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의심할 수 있는 게 없군요.”
한 나라의 군주는 몸에 기운이 더해졌기 때문에 누군가 빙의할 수가 없으니 만일 누군가 빙의했다면 결국 그건 황제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용맥 아래의 그 존재는 선황의 외투를 걸친 지종 도사일 수는 없었다.
그는 지금 선황의 백골이 가짜라는 점을 이미 또 증명하였다. 그렇다면 선황이 배후의 검은손이라는 건 이미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회경은 대답하지 않고 다소 쓸쓸하게 말했다.
“가자.”
허칠안은 탄식하였다. 원경은 일찌감치 원경이 아니었다. 아마 그해 남원에서 가을 사냥할 때 이미 뜻밖의 사고가 생겼고, 또 20년 전에 갑자기 도를 닦을 때는 이미 사람이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그들은 구체적인 조종 방법을 아직 알지 못했지만 결론은 이미 눈앞에 드러났다.
* * *
염국 수도 밖 땅바닥에 화포가 하나씩 터지면서 푸른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병사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선혈이 칠흑같이 까만 흙에 스며들었다.
남궁천유는 몸을 굽혀 뜨거운 흙을 한 줌 움켜쥐었다. 선홍색 피가 손가락 사이로 넘쳐흘렀다.
그의 갑옷과 투구는 더 이상 선명하지 않았으며 그의 얼굴은 더 이상 희고 곱지 않았다. 칼에 의한 상처가 온몸에 널려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위연이 떠나기 전에 한 말이 스쳤다.
<만약 3일 안에 철수하고 싶지 않으면, 마지막 기한은 6일이다. 6일째 되는 날은 무슨 일이 있든 떠나야 한다.>
오늘은 이미 6일째였다.
* * *
“쿵! 쿵! 쿵!”
화포와 화살이 쌍방의 진영에서 끊임없이 터졌다. 화포 폭격으로 인한 충격파와 쇳조각은 보통 병사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대형 살상 무기에 맞서 대봉 군대는 압도하겠다는 태도로 정국 군대를 학살하였다. 설령 무신교가 몇 년간 암암리에 방대한 수량의 화포와 상노를 점유했다고 해도 술사의 수호와 법기의 성능, 포탄의 위력이 부족하여 지지부진하였다.
하물며 법기는 끊임없이 갱신되어 세대교체를 거듭했다. 옛 무기와 신 무기의 성능을 비교하자면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남궁천유는 중장기병을 거느린 채 최고 사령부를 벗어나 화포와 상노의 습격 범위를 피해 강국 군대 우측으로 돌격하였다.
강국 군대는 빠르게 이 중장기병의 접근을 알아차리곤 화포와 상노를 그대로 유지하고 대봉 군대와 맞붙었다. 궁수와 화총수(火銃手)가 잇따라 사격하였다.
그렇게 만 명이 넘는 이 중장기병 부대를 공격하였다.
궁수와 화총수는 몇 차례의 공격 후 과감하게 철수하였다. 이때 강국 군대에서 손에 맥도(陌刀)를 쥔 기병이 돌진하여 나왔으니 총 3천 명이었다.
맥도는 대주 초기에 발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무게가 팔십여 근에 달했다. 정철(精鐵)로 주조하여 건장한 병사가 아니면 손에 쥘 수 없었다. 그해 술사가 없던 대주는 맥도군 이만을 믿고 종횡무진했더랬다.
모든 맥도수(陌刀手)는 연정경 전봉으로, 맥도를 아주 수월하게 휘둘렀다. 맥도 아래에서는 군대가 전부 박살 났다.
대주는 진정으로 무(武)로써 나라를 세워 무도가 가장 찬란한 왕조였다.
대주 중후기에 국력이 쇠약해져 맥도군의 명성이 점점 나빠졌고, 대봉에 이르러 병사들의 무도 소양에 한계가 있어 맥도군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맥도군은 동북에서 계속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전부 무신교의 주술사가 병사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덕택이었다. 주술사들은 병사들의 기혈을 강화시켜 단기간 내에 전투력이 급등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맥도군의 문턱이 이로 인해 적잖이 낮아졌다.
맥도군 삼천이 대봉 중장기병 일만을 향해 돌격하였다. 그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가 끓어올랐다.
단칼에 군대가 전부 박살 났다. 중장기병을 격파하였다.
남궁천유는 아리따운 얼굴에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구주에서 기병은 오랑캐가 지존이라고만 알았는데 산해관전역 이후 다시 정국이 지존이 되었다.
대봉 기병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정말 이렇다고?’
대봉 기병이 드문 이유는 우량한 군마와 말을 키우기에 적합한 목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수가 적다고 해서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20년 동안, 위연은 산해관전역에서 십여 차례 패전한 원인이 기병의 열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봉에는 용맹한 맥도군이 없고, 병사들의 전투력과 수련 경지는 대주가 휘황찬란했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원래 있던 기초에 중장기병의 위력을 더하겠는가?
위연이 결정한 방법은 이러했다.
장비!
대봉에는 병사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주술사가 없었다. 또한, 대주처럼 건장한 병사도 없었다.
하지만 대봉에는 사천감과 술사가 있었다.
위연이 20년 동안 관성루를 빈번하게 출입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하지만 이 전투 이후에 위연이 20년 동안 정신력, 재력을 전부 기울여 만든 중장기병의 갑옷 만 벌이 앞으로 이 전역에서 아주 강렬한 획을 그을 터였다.
맥도군은 그저 역사의 오점을 감추는 오래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중장기병 일만이 서슴없이 맥도군을 죽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궁천유는 말을 타고 앞장섰다. 갈색 눈동자는 핏빛으로 빛났으며 핏줄이 얼굴에서 돌출되었다. 그는 사람 같지 않게 변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성을 잃은 야수와 흡사하였다.
정국 대군이든 다른 편의 대봉 군대든 이 광경을 목격하고선 많은 장수들이 미간을 치켜올렸다.
이전에 성을 공격하고 진지를 철수할 때, 중장기병은 사실 시종일관 무용지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자기편조차 이 중장기병의 진짜 전투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위연과 남궁천유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때 강국 군대에서 웅대하면서도 어렴풋한 읊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여러 겹으로 겹쳐서 구체적인 내용을 똑똑히 들을 수 없었다.
전방위에서 방금 죽어서 피가 식지도 않은 맥도군이 다시 기어 일어났다. 그들 중 어떤 이는 머리를 잃었으며 어떤 이는 팔을 잃었다. 또 어떤 이는 가슴이 들쑤셔졌지만, 그들은 분명히 기어 일어났다.
그들은 다시 전장에 들어왔다.
주술사에게 시체는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기지 않고 잿더미로 불타지 않기만 하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 병사 공급원이었다.
“아오오오……!”
끝없는 포효 소리가 요원한 곳에서 들려오더니 거대한 비수가 활공하였다. 그렇게 대봉 군대 상공을 스쳐 지나가며 돌과 불 기름 등을 투척하였다.
염국 수도의 성문이 열리고 염국 군대가 벌떼처럼 밀려나와 강국 군대와 양쪽에서 협공하고자 했다.
“방패를 들어라!”
군부의 신예 인물로 일만이천 금군의 우두머리 진영(陳嬰)이 조리 있게 명령을 하달했다.
“168대대는 화포를 이동하고, 24대대는 사격수를 이동시키고, 적진 병영은 나를 따라 적진한다…….”
그는 소리치는 한편, 작은 깃발을 흔들어 명령을 전달했다.
보병들은 방패를 들어 공중의 공격을 막았다. 일부 화포와 차노는 방향을 틀어 성을 뚫고 나오는 염국 군대를 향해 발포하였다.
화포가 우렁차게 터졌다. 진영은 경기병 오천과 보병 일만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하게 내달려 염국 군대를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