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화. 천지회 단체의 솔직한 대접
낙옥형은 여기까지 듣더니 의문을 제기했다.
“인신매매 조직은 어찌 된 일이지? 용맥 아래의 이상은 또 어찌 된 일이고?”
‘이건…….’
허칠안의 표정이 다소 굳었다. 그는 이에 관해 아직 합리적인 추측을 하지 못했다.
그가 잠시 헤아려보더니 말했다.
“지종 도사가 원경과 회왕을 오염시킨 건 아마 다른 목적이 있을 겁니다. 그 속의 내막은 단서가 부족하여 저는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낙옥형은 문득 깨달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알겠네.”
허칠안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였다.
“지종 도사가 일기화삼청 법술에 정통하였고, 금련과 지금의 지종 도사는 선악 두 관념이네. 만약 그가 일기화삼청했다면, 마지막 그 분신은 어디에 있을까?”
낙옥형이 물었다.
허칠안은 마치 머릿속에 번개가 친 듯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지하 용맥?”
“나와 생각이 같군.”
낙옥형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원경은 20년간 도를 닦았네. 온 나라의 자원이 기울었는데 지금까지도 금단을 정제하지 못했으니 실로 곤혹스럽지. 물론, 도를 닦는 건 자원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자질도 아주 중요하네. 예전에 나는 그의 타고난 자질이 엉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 나니 만약 그의 배후에 금련 도사의 다른 분신이 있는 거라면 훨씬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그 대단(大丹)들이 대부분 금련의 입에 들어간 거지.
그가 회왕과 원경을 오염시킨 건 아마 수행을 위해, 그가 1품에 충격을 가하기 위한 포석을 다지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커. 장차 삼자합일하여 단번에 돌파하여 육지신선(陸地神仙)이 되기를 기다리는 거지.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용맥 밑에 분신이 숨겨져 있다는 걸세.
이 점에 관해서는 자네가 지난번에 준 정보가 너무 적어 뭔가를 증명할 수 없네. 그동안 내가 자네와 함께 용맥에 가서 탐색하고 검증할 화신(化身)을 하나 만들었네. 허, 만약 용맥 밑에 정말 지종 도사의 분신이 있다면, 만약 원경이 정말 지종 도사에 의해 오염됐다면 나는 원경과 관계를 끊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걸세.”
‘게다가 너도 지종 도사를 직면할 필요는 없잖아. 일을 폭로하기만 해도 감정이 더는 보고도 못 본 척하지 못할 테니까……. 종리가 말했어. 용맥은 감정도 손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용맥에 감춰져 있는 건 감정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말이야…….’
허칠안은 눈이 반짝이는 동시에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목소리를 낮추었다.
“국사, 만약 원경이 지종 도사에게 오염되었다면, 그가 줄곧 국사와 쌍수하자고 졸라댄 것도 그럴듯하지 않나요?”
지종의 요도는 머릿속이 온통 나쁜 짓과 여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검주에 있을 때 깊이 체득하였다.
지종 요도가 색마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남자들의 본질이 바로 색마였다. 모든 죄악 중에서도 음란함이 으뜸이었다.
허칠안은 원경이 지종 도사의 분신이라는 가능성에 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원경은 한 나라의 군주로 몸에 기운을 짊어졌다. 그는 영향받고 오염될 수는 있겠지만 절대 대체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기운이 몸에 더해지면, 고위층한테는 반드시 좋지만은 않았다. 검주 무림맹의 그 선조는 기운을 몸에 더하길 원치 않았다. 그는 정말 500년을 더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낙옥형은 ‘쌍수’라는 두 글자에 극도로 민감한 듯했다. 특히 허칠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그녀는 쌀쌀맞게 그를 몇 초간 주시하더니 말했다.
“보름 뒤에 우리 지하 용맥에 파고들어 낱낱이 파헤쳐보자고.”
“왜 보름 뒤입니까?”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보름은 너무 길었다.
낙옥형은 잠시 망설이더니 솔직함을 선택했다.
“이 기간에 내 몸을 태우는 업화를 맞닥뜨릴 테니까.”
‘보름 동안 몸을 태우는 업화를 한 번 겪어야 한다고? 부디 저더러 국사 대신 업화를 무너뜨려달라고 하지 마시길…….’
허칠안은 입만 살아서는 속으로 나불대었으나 겉으로는 여전히 성인군자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국사께서 회복된 후에 다시 연락드리지요.”
낙옥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빛이 되어 사라졌다.
십여 초 후, 방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종리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묵묵히 훑어보았다.
“이미 갔어요.”
허칠안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평도가 갑자기 날아올라 툭 하고 방문에 부딪혀서 문을 닫으려 했다.
“우웩…….”
종리의 목구멍에서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한 번 목이 매달린 듯한 질식을 겪고 나서 천천히 힘없이 미끄러졌다.
‘자신은 경험이 풍부하니 스스로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던 거 아닌가? 경험이 풍부한 예언사면 방금 같은 태도를 취하면 안 되지…….’
허칠안은 화가 난 나머지 태평도를 소환하여 왜 종리를 괴롭히려고 하는지 물었다.
태평도는 웅웅 떨더니 ‘아주 재미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해왔다.
‘보름 뒤에 용맥을 탐색하니까 그때 가면 모든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겠지……. 나 역시 회경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겠어.’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종리를 보더니 말했다.
“저 채미 여동생을 찾으러 사천감에 다녀와야겠어요.”
그는 저채미더러 회경을 찾아가게 할 작정이었다. 지서 파편을 통해서가 아니라 허부에 와서 밀담을 나누자고 회경과 약속을 잡으라고 말이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금련 도사가 이리인지 백성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 그가 회경과 만나자고 한 것도 이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경은 인터넷 친구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물론 그는 그저 저채미에게 회경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만 하고, 다른 건 더 얘기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 * *
서역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대지가 황폐한 평야 위주라 녹색 식생, 푸르른 산봉우리가 부족하여 사람들에게 높고 광활한 천지의 적막함을 선사하였다.
아란아산(阿蘭阿山)은 불문의 성지로, 서역 여러 불국의 핵심이자 불문의 수천 수만 신도의 눈에 성지였다.
불타가 바로 이 산에서 불법을 깨닫고 과위(果位)를 증득(證得)하여 불문을 열었다.
수천만의 아란아불사(阿蘭阿佛寺)는 산꼭대기의 대명왕궁(大明王宮)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때로는 산에서 범창(梵唱)이 들려오곤 했는데 그 위엄이 대단했다.
명색이 구주에서 제일 큰 세력인 아란아산은 각 체계의 수행자들 눈에 금지(禁地) 중의 금지(禁地)였다. 하지만 불문 신도들의 눈에 아란아산은 성지 순례 장소 중 하나였다.
평원에서는 이따금 단순한 긴 장포를 걸치고 어깨에 땀수건을 걸친 까무잡잡한 피부의 서역 사람이 아홉 걸음마다 머리를 조아려 마음속의 성지를 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모호하고 존재감 역시 모호한 백의 술사가 나무 그늘에 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란아산을 멀리 바라보았다.
“아란타(阿蘭陀)에 뭐하러 왔나요?”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의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백의 술사 앞에 백의 보살이 나타났다. 그녀의 치맛자락은 겹겹이 쌓여 바닥에 끌렸다. 그녀는 불문 승려처럼 머리를 다 깎지 않았기에, 검은 머리카락을 마음껏 풀어헤쳐 바람에 휘날렸다.
그녀는 전형적인 서역의 인종적 특성을 지녀 이목구비가 입체적이었으며 눈은 보기 드물게 푸른색이었다.
백의는 얽매이지 않고 소탈하면서 경국지색이었다.
새하얗고 조그만 맨발에는 미세한 티끌 하나도 없었다.
백의 술사는 아란타를 멀리 바라보면서 지척에 있는 여인 보살을 보고도 못 본 체하더니 개탄했다.
“경성에서 두법한 이후로 서역의 기운이 헐거워졌다. 좋은 일이 아니야.”
여인 보살은 푸른색 눈동자에 감정을 섞지 않은 채 냉담하게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액이 경성에서 대승불법을 가지고 돌아와서 아란타에서 반년 동안 도리를 논했고, 대승불법을 믿기로 한 신도가 점점 더 많아졌지요. 그가 도기(度己) 불법을 소승불법이라고 깎아내리는 바람에 불문은 분열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백의 술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 경성에 있는 도둑놈은 사람 구실을 못 하지.”
반야 보살은 여전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액은 그자를 데리고 돌아와 불자로 받들고자 합니다. 광현(廣賢)은 달가워하고, 가나수(伽羅樹)는 불쾌해하더군요.”
백의 술사가 물었다.
“불타는 어떻게 생각하지?”
여인 보살이 그를 살피더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불타는 이미 500년 동안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백의 술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핵심을 깊이 파고들었다.
“내가 이번에 온 건 불문에게 신기(神器)를 하나 빌리고 싶어서다.”
여인 보살은 푸른 눈동자로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게 그를 바라보았다.
“우선 너무 급하게 거절하지 말고, 내 조건을 좀 들어라.”
백의 술사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 가지 정보를 너희와 교환하고자 한다.”
여인 보살은 잠자코 있었다.
백의 술사의 입가에 웃음이 짙어지더니, 그가 천천히 말했다.
“나는 상백 밑의 봉인물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
* * *
점심 식사 후, 회경은 평범한 마차를 타고 천천히 허부 문밖에 서 멈췄다.
마부는 마차 아래에서 나무 의자를 꺼내 공주마마를 맞이하였다. 회경은 의자를 밟고 마차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누군가 은밀한 곳에서 엿본다는 걸 눈치챘다.
‘아바마마께서 줄곧 사람을 파견해 허부를 암암리에 감시하고 통제해 왔구나…….’
회경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허부로 들어갔다.
그녀는 허부의 안식구를 귀찮게 하지 않고 문지기 장씨의 안내를 받아 안뜰에 들어갔다. 허칠안은 안뜰의 돌탁자 위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회경은 고개를 끄덕여 답한 뒤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가을 연못 같은 맑은 눈동자로 한번 훑어보았고 이묘진 역시 그의 방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제가 종리에게 소리를 차단하는 진법을 설치해달라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저희가 이제 나눠야 할 얘기는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되니까요.”
허칠안은 책상에 앉더니 웃었다.
“그렇지요, 마마? 아니면 일호인가요?!”
본래 도도했던 회경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 눈동자가 다소 수축했다.
이 순간 회경은 머릿속이 ‘쿵’하고 울리는 듯한 듯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깊이 숨겨온 비밀이 무자비하게 들통나는 당혹감에 다소 속수무책이었다.
‘그, 그가 내가 일호임을 안다고? 내 신분을 진작에 알았다고?! 그가 요 며칠 끊임없이 내게 사적으로 전서를 보내 몇 번이나 나와 만나려고 약속을 잡고 싶어 했고 나는 무 자르듯 거절했다. 그, 그가 그때 어떻게 생각했을까? 분명히 속으로 몰래 비웃었겠지. 아니 심지어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을지도……. 그는 나의 신분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묘진 앞에서 공개했다…….’
황장녀는 청아하고 속되지 않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잔머리로 봤을 때 이건 매우 형편없는 표현이었다.
이묘진은 바로 두 눈을 부릅뜨더니 작은 입을 달걀을 쑤셔 넣을 수 있을 만큼 벌렸다. 그녀는 이렇게 뜨거운 소식을 듣게 되리라고는 확실히 생각지 못했다.
‘일호가 황실의 공주 회경이라니. 원경제의 황장녀라니?!’
이묘진은 깜짝 놀라서는 자신이 천지회 내부에서 늘 하던 입버릇을 떠올렸다.
<나는 원경제를 찔러 죽일 거야>, <원경제가 죽었는가?>, <원경제는 언제 죽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