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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618화 (618/712)

618화. 척발제(拓跋祭)

대군은 장장 세 시진에 걸친 행군으로, 드디어 해가 지기 전에 초주 대군의 주둔지에 도착했다.

1만 대군은 도착한 후에 능숙하게 진지를 구축하였다. 강율중은 한 무리의 장수들과 허신년, 초원진을 데리고 초주 도지휘사 양연의 군막에 들어섰다.

양연과 초주의 상급 장수들은 이미 기다린 지 오래였다.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 앉자 양연은 강율중 등을 둘러보다가 허신년과 초원진을 보곤 잠시 멈칫하더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북방 전쟁이 녹록지 않네. 우리는 화포와 상노 그리고 군수 물자가 부족하여 줄곧 견제와 교란 위주로 전쟁했지. 정국 군대에게 중상을 입힐 수가 없더군.”

강율중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초주 쪽의 군수 물자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화포, 상노는 전부 성을 지키느라 관내에 남겼다. 정국 정예병이 발본색원하겠다고 초주를 공격하면 대봉 군대의 근거지가 철저하게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모조리 이동시키기는 불가능했다.

강율중은 곁에 있는 부장군을 쳐다보았고, 부장군은 깨달은 듯 이번에 가지고 온 군량과 마초, 군수품의 총 수량 및 기병, 보병, 포병의 비율을 보고하였다.

양연은 다 듣고 나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곁에 있는 부장군을 쳐다보았다.

부장군은 일어서서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여러분에게 현재 북방의 전세를 설명하지요. 지금 주 전쟁터는 북방의 깊은 곳으로 요족 및 오랑캐 연합군과 정국 기병이 맹렬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요족 및 오랑캐의 단체 전투력은 정국보다 강하고 병종(兵種)도 더 풍부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정국에게 밀리고 있어요. 요 며칠 저희가 원인을 분석하였고 세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 요족 및 오랑캐의 군사적 소양은 정국만 못합니다. 요족과 오랑캐는 신마의 혈통으로 일단 피가 끓기 시작하면 이성을 잃습니다. 소규모 전투에서는 우세지요. 하지만 수만 명이 연관되거나 심지어 십여 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전투에서는 치명적인 결점이 됩니다.

둘째, 무신교입니다. 전쟁터는 주술사의 주 무대입니다. 여러분 모두 경험이 풍부한 장수들이니 제가 더 군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가장 주요한 건 정국에 3품 주술사가 있다는 겁니다. 그가 존재하니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촉구가 꼼짝할 수 없죠.

셋째, 하후옥서는 최고의 통솔자로 전쟁을 지휘하는 수준이 이미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런 인물을 마주하고 있으니 절대적인 역량으로 제압하지 않는 이상 소위 묘책으로 그를 격파하기란 아주 어렵지요.”

그는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우리와 초주 변방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군대는 정국의 좌군으로 군대를 통솔하는 자는 척발제(拓跋祭)라고 하는 4품 무사입니다. 휘하에 화갑군 3천만과 경기병 5천 그리고 보병과 포병 1만을 거느리고 있지요. 척발제는 우리를 초주 변방에서 제압하여 죽일 작정입니다.”

‘초주 변방에서 제압하여 죽일 계획이라니. 다시 말해서 이 순간 양측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허신년은 속으로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강율중이 침음했다.

“따라서 우리가 만약 요족 및 오랑캐를 도우러 급히 북상하려면, 반드시 척발제를 먼저 쳐야 한다는 거군.”

양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척발제의 군대를 무찔러야만 우리는 뒷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네. 문제는 기병을 논하자면 우리는 정국 기병의 적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거지. 화포를 논하자면 그들 역시 적잖은 화포와 차노를 배치했네. 수적으로만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나머지 방면은 그렇지 않네.”

한 장수가 웃었다.

“그러니 자네들이 마침 잘 왔지. 이제 우리는 충분한 병력과 군비를 갖추었네. 군사는 신속성이 첫째이니 바로 전쟁을 시작하면 척발제가 미처 손 쓸 새 없게끔 칠 수 있네.”

초주 쪽의 무장들 역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원군을 기다린 지 이미 오래였다.

강율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위치를 아는가?”

양연은 ‘음’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구체적인 방위만 알고 있네. 척후병이 주시하면서 한 시진마다 돌아와 한 번씩 보고하고 있네. 현재까지는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어.”

강율중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 전투는 반드시 속전속결로 치러야 하네. 그러지 않고 장기전에 돌입한다면, 주술사의 능력으로 시체 병사가 점점 많아질 게야. 우리가 전쟁터에서 제때 시체를 소각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주술사는 시체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었으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전사한 시체를 불태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해야만 시체의 수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화제에 관해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천감의 술사가 우리에게 방위를 알려줄 것이네. 그때가 되면 먼저 포격을 퍼붓자고. 그런 뒤 궁수와 화총병이 밀고 나가면…….”

“하지만 만약 상대가 후퇴하면 기병을 제외하고 다른 병력이 따라잡을 수 없네. 기병이 쫓는다면 사지로 들어가는 꼴이야.”

“아니면 병력이 많으니 포위를 하는 건?”

“안 되네. 포위하면 바로 병력이 분산되어 오히려 우리가 우세를 잃네. 상대가 임의로 한 방향으로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고 심지어 반격을 펼칠 수도 있지.”

“주술사의 점술을 대비해야 하네. 우리를 위해 천기를 감춰줄 고품 술사가 있으면 좋겠군.”

“괘사는 자신의 길흉만 예측할 수 있네. 만약 이 전투에서 그들이 생명의 위험이 없다면 점칠 수 없지. 허, 만약 상대측에 3품 영혜사(靈慧師)가 있다면 내가 말하지 않은 셈 치게.”

치열한 논쟁 중에 허신년은 초원진을 쳐다보았다. 예전 장원은 토론에 개입할 뜻이 없어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었다.

허신년도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 후에도 무장들은 여전히 토론을 했지만, 이미 의견 불일치 단계에 접어들어 각자 세부 사항과 책략을 짜기 시작했다.

허신년은 초원진을 다시 쳐다보았으나 그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신년은 참지 못하고 기침 소리를 내더니 팔을 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제 말을 들어보시렵니까?”

토론 소리가 멈추었다. 모든 무장이 잇따라 미간을 찌푸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군막 안의 유일한 서생을 주시하였다.

허신년은 본래 여기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었다. 그가 정주(定州) 안찰사첨사(按察司僉事)의 신분이든 그의 이력이 뭐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강율중과 허칠안은 함께 교방사에 가고, 함께 운주에서 사건을 조사했던 친분이 있기에 유흥 친구와 전우의 아우에게 자연스레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양연은 더 말할 필요 없었다. 그는 불쾌함으로 가득한 무장들을 훑어보더니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 첨사, 말해도 무방하네.”

허신년은 초주 도지휘사의 허락을 얻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있는 장수들에게 반문했다.

“저희의 목적이 뭡니까?”

한 장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이 대답했다.

“당연히 척발제의 대군을 물리치고 북방에 진입하여 요족 및 오랑캐를 지원하는 거지.”

허신년이 눈살을 찌푸렸다.

“따라서 저희의 진정한 목적은 요족·오랑캐 지원이지 척발제와 사투하는 게 아닙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한 무장이 비웃으며 물었다.

허신년은 양연을 쳐다보았다. 양연은 정신을 집중하여 경청했으며, 달리 말을 끊을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를 확인하고는 이어 말했다.

“당연히 있지요. 행군하여 전쟁하면서 심리전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건 상책이고, 군사로 공격하여 이기는 건 하책이지요. 가장 작은 대가로 승리를 얻는 것이야말로 저희가 하려는 겁니다. 만약 무턱대고 병사들의 생명으로 승리를 메우려는 것만 안다면 비…….”

“콜록, 콜록, 콜록!”

초원진이 갑자기 기침하며 허신년의 발언을 차단했다.

“‘심리전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건 상책이고, 군사로 공격하여 이기는 건 하책이다’는 허칠안이 쓴 병서에 나오는 관념이네. 자네들은 보지 못했을 수 있는데 이 책의 이름은 손자병법으로 허칠안이 최근에 쓴 것이야. 참, 여러분에게 소개하지. 이 자는 허칠안의 사촌 동생으로 올해 과거의 2갑 진사네. 음, 허 첨사, 계속하게.”

초원진이 미소를 지었다.

‘허 은라가 병법을 안다니? 심리전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건 상책이고, 군사를 공격하여 이기는 건 하책이라니, 훌륭하다……. 알고 보니 이 흰 얼굴의 서생이 허 은라의 사촌 동생이군…….’

무장들은 호감이 솟구쳤다. 그들은 허신년이 허 은라의 사촌 동생임을 안 후, 잇따라 불쾌한 감정을 거두고 태도를 바꾸었다.

방금 비웃으며 물었던 무사가 우호적인 웃음을 지었다.

“허 첨사, 계속 말씀하십시오. 저희 듣고 있습니다.”

그들의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졌다.

허칠안이 초주성 38만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초주 포정사 정흥회의 누명을 벗겨준 일은 진작에 초주에 널리 퍼졌었다.

자리에 있는 군관들 중 일부는 초주 현지인으로, 이들은 허칠안을 신처럼 떠받들고, 베푼 은덕에 감지덕지했다.

현지인 병사와 군관 또한 허 은라에게 마찬가지로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누가 그에 관해 얘기할 때 몇 마디 과장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겠는가?

버릇없는 흰 얼굴의 서생이 허 은라의 사촌 동생라면, 누구도 그를 버릇없다고 할 수 없었다. 그는 사촌 형처럼 대담하게 직언을 하며 재능이 남다른 인재였다.

음, 재능이 남다른가 하는 문제는 확인이 필요하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도 무장들이 그를 눈여겨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허신년은 부끄럼을 좀 타네. 무시무시한 명성의 사촌 형이 있는데 이용할 줄 모르는군. 좀 일찍 공개했으면 누가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겠나? 기어코 내가 도와야 했으니…….’

초원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큰형의 비호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허신년은 애교스럽게 중얼거리더니 깊이 숨을 들이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척발제에게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정국이 초주 변방에 이 군대를 남긴 이유가 바로 우리를 견제하여 우리의 병력을 지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들이 오랑캐 및 요족을 죽일 시간을 벌고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지요. 만약 우리가 정말 사투를 벌인다면 설령 이긴다고 해도 그저 부분적인 승리일 뿐, 대세에는 전혀 이점이 없습니다.”

강율중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이치는 우리도 아네. 자네 생각은?”

무장들은 잇따라 그를 쳐다보았다. 이 이치는 그들도 알았다. 하지만 적을 죽이지 않고 어찌 북상하여 도울 수 있겠는가?

허신년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저희 측의 장점은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저는 이 강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로 친다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수적인 우세를 이용하여 배치하는 거지요.”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왜 대군을 파견해 우회하지 않습니까?”

장수들은 이 말을 듣더니 더할 나위 없이 실망했다.

양연과 강율중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돌아가려고? 척발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모하게 우회한 뒤에 포위당해 섬멸하기를 기다리라고?”

“허 첨사, 자네 방법은, 음, 가능하기는 하네. 다만 이 시기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뿐이지.”

무장들은 완곡하게 말했다.

이 허 첨사는 그의 큰형과 비교했을 때 너무 많이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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