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16화 (616/712)

616화. 1차 탐색 (2)

깊은 밤, 허칠안은 야행의를 입은 채 소리 소문 없이 내성의 거리를 누볐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주변의 어도위 및 지붕에서 감시하는 야경꾼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를 무시했다.

허칠안은 유가 법술을 이용하여 형체를 감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원백부에 도착했다. 그는 일호가 준 정보에 따라 뒤 화원에서 지하 동굴이 숨겨진 석가산을 정확하게 찾았다.

그가 기관을 누르자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그는 그 안으로 파고들어, 등불을 쥔 채 지하 동굴 안을 재빠르게 나아갔다. 동굴 안에는 함정이 없었다. 일호가 이미 수색한 뒤였다.

이내 허칠안은 복도 끝의 돌방에 이르러 직경 2장(丈)짜리 석판을 보았다.

“이렇게 큰 석판이라면 한 번에 수십 명을 전송할 수 있겠군. 평원백이 바로 이 물건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황궁 내부로 전송한 거야…….”

허칠안은 석판 위에 앉아 몇 초간 침음하더니 지서 파편을 꺼내 그 위에 두고 기기를 주입하였다. 지서 파편이 미약하면서도 다소 혼탁한 빛을 발했다. 이 혼탁한 빛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았다. 주문이 하나씩 하나씩 흘러 들어가 그것들을 전부 밝게 빛냈다.

석판 위의 진법이 작동했다. 허칠안은 황급히 석판 위를 밟았고, 다음 순간 그의 형체가 돌방에서 사라졌다.

* * *

눈앞의 경치가 변하고 뒤이어 허칠안은 광원이 조금도 없는 고요한 어둠 속에 나타났다.

“어떠한 위기 예감도 없는데…….”

그는 손에 낙옥형의 부검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재 ‘은신’한 상태였기에 등불을 밝게 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안구 구조는 빛이 없는 순수한 환경에서는 사물을 볼 수 없게 정해졌더랬다. 수련 경지가 아무리 높아도 안 됐다.

그는 또 정신력을 방출하여 주변을 수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그 과정 중에 두 팔을 흔들어 전방의 공간을 탐색하였다.

만약 전방에 낭떠러지나 벽이 있다면 위험에 관한 무사의 직감이 경고를 줄 터였다.

다른 형식의 탐색기인 셈이었다.

허칠안은 이렇게 일각을 천천히 걸은 뒤 귓바퀴를 움직였다가 이상한 소리를 포착했다.

“후, 후…….”

전방의 어둠 속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것이 호흡하는 것 같았다.

‘폐활량이 얼마나 큰 거야?’

허칠안은 두피가 저려와서 속으로 한 차례 구시렁거렸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수록 ‘호흡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허칠안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황궁 밑에 무슨 물건이 숨겨진 거지?’

허칠안은 부검을 쥔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 그는 일단 위험한 예감을 포착하면, 어떠한 행운도 바라지 않고 곧바로 부검을 휘두를 작정이었다.

어둠 속 깊은 곳에서 나는 기척은 더없이 위험해 보였다. 그는 점점 더 다가갈수록 참을 수 없이 몸이 떨렸다.

그는 공포스러운 압박감을 무릅쓰고 또 백 보 가까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소리 없이 몰래 나가니 전방에 드디어 미약한 금빛이 나타났다.

이 금빛은 엄숙하고 강인한 기질이 배어 있었기에, 금강불패 신공과 다소 비슷하면서도 또 좀 달랐다.

‘불문의 금광, 항원인가? 항원이 정말 이곳에 끌려온 건가? 그 금빛은 뭐지? 항원이 의지하는 것이 그의 비밀인가?’

허칠안의 추측은 끊이지 않았다.

그가 막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머릿속에 갑자기 한 화면이 떠올랐다.

그가 앞으로 두 발짝 나가자 소리 소문 없이, 아무런 조짐도 없이 죽었다. 몸의 형상이 마치 미라처럼 바싹 말랐다…….

무사의 위기 경보였다!

허칠안은 말없이 후퇴하고, 후퇴하였다. 그런 뒤 그는 돌아서서 조금씩 속도를 내 이 위험한 곳에서 철수하였다.

평원백부의 지하 돌방 안, 석판 위의 주문이 다시 탁한 빛을 내뿜었고, 사람 형체가 허공에 나타났다.

허칠안은 몸을 숙여 지서 파편을 줍고 품에 거둔 채 급하게 떠나지 않고 등불에 불을 붙였다.

그런 뒤 그는 석판에 기대어 앉아 소리 없이 탁한 숨을 내뱉었다.

“개 같은 황제를 이렇게 오래 조사한 끝에 마침내 진척이 생겼구나.”

허칠안은 ‘하’ 소리를 냈다. 그는 얼굴에 웃음기를 감추기 어려웠다.

‘어둠 속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기척, 마치 숨소리 같은 기척은 뭐지? 용맥이 만든 기척인가? 음, 그곳은 이변이 없는 한 아마 용맥의 핵심일 것이다.’

“항원이 용맥 안에 갇혔고 그 금빛은 용맥과 맞서는 건가? 그리고 나를 소리 소문 없이 죽일 힘이 뭐지? 진법인가?”

허칠안은 지서 파편을 쥐고 전서로 말했다.

[삼: 나는 이미 석판을 통해 나 자신을 전송하였고, 진법 반대편을 1차로 수색하였네. 수확이 좀 있구먼.]

[일: 황궁인가? 진법이 통하는 곳이 황궁인가? 위험을 맞닥뜨렸는가?]

[이: 무슨 발견을 했는가? 음, 다치지는 않았지?]

[사: 능률이 좋구먼. 항원 대사는 구해냈는가?]

쿨쿨 잠자는 리나와 독거 수행 하는 금련 도사를 제외하면, 다른 구성원들은 허칠안의 전사에 잇따라 대답했다. 보아하니 그들은 애써 잠을 자지 않으며 그의 소식을 기다렸던 듯했다.

[삼: 안심하게, 나는 괜찮네. 하지만 항원을 구출해내지 못했네.]

‘항원을 구출하지 못했다라……. 그래서 1차 수색이라고 말했나?’

천지회 사람들은 약간 실망했으나 이내 곧 정신을 차리고 허칠안이 상황을 설명하기를 기다렸다.

[삼: 진법 저편이 황궁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네. 그곳 역시 지하 동굴이라 칠흑같이 어두웠거든. 하지만 토둔술의 규칙에 따르면 아마 황궁일 거야…….]

허칠안은 자신이 지하 동굴에서 겪은 일을 천지회 사람들에게 알렸다. 숨소리 같은 무시무시한 기척, 항원으로 의심되는 금빛 그리고 자신이 소리 소문 없이 죽게 될 거라는 경고를 포함해서 말이다.

[사: 그래서 자네는 그 괴상한 소리의 근원이 대체 용맥이 만든 건지 아니면 다른 건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군. 하지만 또 우리 중에 풍수에 정통한 자가 없으니. 엇, 아니군. 자네 집에 있는 그 재수덩어리가 5품 술사이니 잘 알겠군.]

[삼: 나는 아직 허부로 돌아가지 않았네. 지하 돌방에 있어.]

이 말을 들은 이묘진이 전서로 말했다.

[이: 내가 가서 그녀에게 물어보겠네.]

종리는 허부에 있던 데다가 허칠안의 방에서 살았다.

허칠안은 아연실색하더니 전서로 말했다.

[삼: 아니네, 아니네. 절대 내 방에 가지 말게. 그녀를 방해하러 가지 마…….]

‘그의 반응이 과한데. 뭐 켕기는 게 있나? 내가 그의 방에 들어갔다가 봐서는 안 될 물건을 볼까 봐 두려운가? 예를 들면 막 성생활을 마친 사천감 사저가 이불 속에 누워 있다든가.’

이묘진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삼: 그녀는 지금 상태가 아주 안정적일세.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당분간은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걸세. 자네가 일단 방에 들어가면 그녀는 외부 세계와 접점이 생기고 그때 가면 여러 가지 위기가 닥칠 걸세.]

허칠안은 말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태평도가 또 갑자기 종리를 눈엣가시로 볼까 봐 태평도조차 지서 속에 집어넣었다고.”

[사: 당초 우리가 리나를 찾을 때와 같은 상황인가?]

초원진은 옹주에 가서 리나를 찾을 때를 떠올렸다. 검을 부려 낙하할 때 종리가 실종되었다. 그는 한참을 찾은 뒤에야 종리를 발견했는데 그때 그녀는 구덩이에 오그리고 앉아 꼼짝도 않고 있었더랬다.

이유는 이러했다. 만약 그녀가 어느 곳에 숨어 잠시 안전하다고 치자. 그녀가 움직이지 않기만 하면 이런 안전은 비교적 오래 지속될 터였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구덩이에서 벗어난다면 각종 위기가 닥칠 것이었다.

‘그날 종리는 하마터면 태평도에 베여 죽을 뻔했고, 허영음이 준 떡에 목이 메어 죽을 뻔했다. 종리의 영혼을 맞닥뜨렸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이묘진은 허칠안의 변명을 믿었다.

[삼: 그리고 종리 소저가 용맥은 한 나라의 기운이 응집된 것이기에 설령 감정이라고 해도 쉽사리 제어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네. 나는 종리 소저가 용맥에 대해 딱히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네. 이렇게 얘기할 바에는 차라리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나? 지하 동굴 쪽에 금제(禁制)가 설치되어 있어 나조차 의심할 여지 없이 반드시 죽을 걸세.]

지서 단체 채팅방은 잠시 침묵했고, 일호가 전서를 보냈다.

[일: 왜 굳이 자네가 가야 하는가? 왜 굳이 우리가 가야 하지?]

허칠안은 생각이 번뜩였다.

[삼: 자네 말은 이 일을 감정에게 전달하자는 뜻인가?]

[일: 국사여도 가능하네.]

‘훌륭하다. 경성 전투력 능력자인 감정, 그다음은 도문 2품으로 천겁을 넘기는 시기에 있는 낙옥형. 만약 그들이 개입한다면 이 일은 직접 머리를 굴릴 필요가 전혀 없다.’

허칠안은 속으로 기뻐했다. 그가 처음에 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건 직업적 관성이 그를 속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생이든 현생이든, 경찰이든 야경꾼이든 모두 솔선수범하여 문제를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우선 스스로 짊어질 생각만 했다.

[사: 허, 만약 지하에 그저 용맥과 항원만 있다면, 감정과 국사가 가서 또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허나 시도해봐도 무방하겠네.]

그들이 공적인 업무에 관한 논의를 마치자 이묘진이 전서로 물었다.

[이: 초원진, 대략 이틀 후면 북경에 도착하는가? 그렇지?]

[사: 대군은 이미 초주에 도착하였네.]

[삼: 이렇게 빨리?]

[사: 군함의 속도는 당연히 보통 관선보다 더 빠르지. 군대는 신속함이 최우선 아닌가. 내가 허신년을 잘 보호할 걸세. 안심하게.]

[삼: 고맙네.]

본래 그는 신년을 적당하게 단련시켜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전쟁터는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생기며, 뜻밖의 사고도 너무 빈번했다. 당신이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정말 단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죽을지도 몰랐다.

이런 말은 허신년 곁에 보살피는 3품 고수가 있어 일말의 실수도 없는 상황에나 적합했다.

* * *

이튿날, 허칠안은 암말을 타고 다그닥다그닥 관성루에 이르렀다. 그는 말은 한백옥 난간에 매어 둔 다음 혼자 건물로 들어갔다.

저채미는 사천감에 없었으며 양천환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대봉의 ‘이과 미치광이’이자 사천감의 ‘워커홀릭 프로그래머’로 연금술에 깊이 빠진 송경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송경은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이 점은 절대 변치 않는 다크서클이라는 디테일에서 엿볼 수 있었다.

“허 공자, 어찌 왔는가. 드디어 사형과 사제들의 연금술을 지도하러 올 시간이 생겼는가?”

송경은 기대 이상으로 기뻐했고,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허칠안은 포옹한 뒤 송경을 주시하면서 말했다.

“사형께서 최근에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연금술 미치광이의 얼굴에 울적함이 적혀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송경은 생기 없이 탄식하였다.

“전쟁 중이지 않은가? 조정에서 사천감에게 법기를 정제하여 군비를 강화하라고 하였네. 이렇게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정말이지 나 같은 천재에 대한 모욕일세.”

‘너 같은 천재뿐만 아니라 본래 개인은 생산 라인 업무를 싫어해…….’

허칠안은 침음하더니 말했다.

“군수 물자는, 음, 이치대로라면 조정의 군비 창고 저장량은 적지 않아야 하지요.”

송경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봉은 20년간 대형 전투가 없었기에 군비 정비 및 유지, 보수가 미흡했네. 또한, 사천감이 출품한 물건은 가치가 낮지 않아 어떤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영리 수단이지. 예컨대 애당초 병부상서처럼, 또한 계절마다 단약을 드시는 우리의 폐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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